지도에 표기된 국가 알아보시는지요?

말라위입니다. 구글 검색해서 붙여놨습니다. 

저는 Malawi와 연관해서 담배 산업에 동원되는 아동착취 문제. 가난. 높은 HIV/AIDS 감염률 등 온통 부정적 단어를 떠올려왔어요. 고정관념이 부끄럽습니다. 2년 반 동안 말라위에서 살았던 한지애님이 다른 단어를 더해 주시네요. 말라위는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이랍니다. 이 곳 사람들 심성이 따뜻해서, 지도상 위치가 인체 심장처럼 대륙 왼쪽에 위치해서 붙여진 별명이라지요?


"한 지 애" 생소한 이름인가요? 20대, 여느 대한민국 청년들이 대학교 강의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활동가로 보냈습니다. 30대인 지금 이 분은 베를린에서 난민(특히 북한 난민 및 이주민)을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이 분, 표정 보고 저는 한눈에 반했습니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기운이 눈빛과 온몸에서 뻗어 나오나 싶습니다. 여느 대도시 거리에서 마주치기 어려운 생동감 넘치는 표정입니다. 



[이 계절의 말라위]를 읽으면서, 한지애의 화사함과 따스함의 발원지는 어머니란 걸 알겠습니다. 싱글 맘으로서 투 잡 뛰면서 두 딸을 어렵게 키워내신 분입니다. 한지애는 항상 가난했고, 어머니께서 일하시러 나간 사이 스스로를 돌보며 컸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강인함과 생명력이 따님에게 전해졌는지 한지애 역시 두려움을 모르는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녀는 "유네스코 아프리카 희망 브릿지 활동가"로 지원하였고, 말라위로 파견되자 경험 쌓는 차원, 수박 껍질 핥기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한국 대학에서 졸업 해야하고, 평균율 인생에 필요한 벽돌 쌓을 부담도 있었지만, 과감했습니다. 활동 기간을 두 번이나 더 연장하면서 총 2년 반, 말라위에서 일했습니다(물론 한지애의 어머니는 딸의 결정을 전폭 지지해주십니다). 한국에서는 결핍많고 가난한 위치성 때문에 주눅 들어 있던 한지애는 가난한 나라 말라위에서 통통한 부자로 취급 받습니다.마을 사람들의 공동체 사업을 주도하고 예산을 분배하는 권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지애는 절대 갑질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선한 마음만 가지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현장에서수평적인 인간 관계, 원조가 아닌 자립을 도모하는 사업을 고민하며 치열하게 그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계절의 말라위>는 그녀가 왜 "이 경험(말라위 체류)의 최고 수혜자가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이 책을 쓰면서 비로소 뚜렷하게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는지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고백적 성격을 띤 성장일기 같은 동시에, 2022년 현재 저자가 연구 중인 주제에 이르게 된 지적 여정의 예고를 알리는 책입니다. 

한지애 선생님을 어디에선가 뵐 수 있으면 영광이겠습니다. 책 날개의 그 아우라, 그 표정, 퇴색 없이 보여주시리라 기대하며! 응원드립니다. 


  • [흥미로운 지점] 
  • "Give me the money,"라는 관용구에 한지애가 분노, 좌절, 슬퍼해하다가 나중에는 현지화된 인사로 해석하면서 역사성을 추적하는 대목
  • "빅맥지수"와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니는 "설탕지수"라는 한지애의 신조어. 설탕이 귀한 말라위 사회에서 손님인 한지애가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자, 설탕 두 세 스푼을 퍽퍽 넣어주면서 "괜찮아요. 저희 설탕 많이 있어요."한 에피소드. 한지애는 아메 취향이었으나 현지인들은 외국인이 자신들을 배려해서 일부러 설탕을 안 먹은 것으로 오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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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03-25 19: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분이네요! 나는 저런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부모가 될 수 있나 반성하게 되네요..

페넬로페 2022-03-25 2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지애씨의 미소가 엄청 따뜻하게 보여요.
자신만의 길로 인생을 개척해가는 지애씨를 저도 응원합니다^^

mini74 2022-03-25 2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설탕 퍽퍽 넣어준다는 거에서 그 곳 사람들의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정말 작가님 미소가 참 선합니다 ~

미미 2022-03-25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속 미소에서 에너지가 저에게도 전해지내요! 낯선 타지에서 저렇게 용기있게 활동하시는 분들, 실천하는 삶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

2022-03-26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영사에서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으로 풀어 쓴 [The Beauty Myth]는 1991년에 출간되었다. 당시 대중적 인기를 끌었는지 김영사 측에서는 "현세기 가장 중요한 책"이라는 <뉴욕타임스>의 극찬을 표지에 새겨넣었다. 여기서 "현세기our times"는 20세기를 말한다. 과연 21세기, 2022년에도 "beauty myth" 앞에서 여성이 특히 취약할까? 지난 30여 년 동안, 이러한 신화 중 어떤 뿌리는 더 깊게 뻗고, 어떤 가지들을 내쳐지면서 신화가 변형되어 왔을까?  covid-19 팬데믹처럼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되었을까? 그 과정에서 이 신화는 무엇을 양분과 숙주 삼았고, 북미유럽 사회 밖의 맥락에서는 어떤 변종으로 분화되었을까? 혹은 [The Beauty Myth]의 저자인 나오미 울프를 위시한 페미니스트들의 노력으로 이 beauty myth의 밑둥이 흔들렸는가?

31년 전(1991년) 출간된 책을 읽는지라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의 작가와 대화톤을 조율하기 어려웠다. 무미건조하고 나른한 독자의 음성 그리고 철판 위에 선을 그을 것 같이 날카로운 음성.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를 "두 번째 다시 읽"는 줄 알았는데, 오만한 기억조작이었다. 나는 꽤 오래전에 1장, 2장, 3장, 4장, 그리고 6장만 골라서 읽었다(아래 표지의 원서였다). 특히, 6장  "굶주림"은, 나오미 울프가 집필하던 당시(1980~90년대) 서구 사회에서 확산되던 거식증(anorexia)가 왜 젠더화된 현상인지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어 유익했다.  



   함께 읽기 했던 플친분들의 리뷰는 뜨거웠고 본문 밑줄 긋기는 명료했다. 그분들에 비해, 그리고 [the Beauty Myth]를 처음 읽었던 때에 비해 나는 이번에는 다소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나오미 울프식 "세상보기=시선"에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비딱한 질문들도 계속 올라왔다. 팬덤 열광을 보이는 독자이고 싶었는데, 어려웠다. 

저술 당시 28세였던 나오미 울프는 "아름다움, 젊음, 순종과 모성 등 소위 여성적 성향"을 강요(유도)하는 "아름다움의 신화"를 그 보다 더 센 압력으로 짓눌러 터뜨리고 싶어했다. 물리적인 동시에 관념형으로서의 "가정"에서 해방되자(home myth), 이제는 "(자신의)몸" 즉, "beauty myth"에 갇혀버린 여성들!! 나오미 울프는 개인으로서 전체로서 여성(들)을 자각시킴으로써 "신화"를 폭로하고 싶어했다. '뒤엎고, 저항하고, 견고한 틀에 틈을 내려는' 여성들의 시도를 차단하는 방식을 나오미 울프는 "변압기"에 비유했다. 여성의 에너지는 권력구조에 맞게 선별되어 압력을 낮추고 전류량을 조절당해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울프는 PBQ(직업수행에 필요한 아름다움)이 유독 여성에게 엄격하게 요구되는 다양한 실례를 제시한다.한탄스럽게도 21세기 한국 TV 저널리즘에서 여전히 볼 수 있는, 50대 남성 앵커와 (결코 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20대 여성 앵커의 페어링이라든지. 나는 2장 "일" 챕터에서 옛 친구를 기억해냈다. 유아교육을 전공했나, "유치원 선생님에게 적합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자녀들이 무서워한다며 학부모들에게 담임교체 요청을 받았다는 친구. 그 친구는 그러한 수모가 일회성이 아님을 감지하고, 재수했다. 친구의 에피소드는 동창회 술안주로 종종 소비되었는데, 그 조차 beauty myth를 권력으로 만드는 음흉한 작업에 동참하는 짓이었음을 깨닫는다. 

*  * 

나오미 울프는 "아름다움의 신화"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진화론적 관점을 의심하고 주로 잡지광고, 판례, 유행가 가사나 뮤비, 언론기사 등의 자료를 참고하였다. 저자는 "beauty myth" 를 전복시키려면 "투표용지"나 "플래카드"가 아니라 "시선"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내게는 나오미 울프의 "시선"과 "음성"은 보이고 들리는 듯 한데, "beauty myth"를 몸으로 살고 있는 여성(들)과 남성(들)의 시선(들)은 정작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자료의 성격과 관련 있겠지만,  "myth" 신화깨기 대작업을 주도한 나오미 울프에게 던지기엔 불편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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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02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NS를 하다보면 가끔 섭식장애 여성들의 트윗을 보게 돼요. 뼈만 남게 되는게 목표인 것처럼 마르기를 추구하고 그래서 젊은 여성들이 38KG 의 몸무게를 갖고 있기도 하더라고요. 나오미 울프의 책을 읽으면서 제가 sns를 통해 목격했던 여성들이 떠올라 너무 괴로웠어요. 왜저렇게 마른걸 추구하는걸까 하면서도 그들이 에너지를 발휘할 수 없음에 대한것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다가, 나오미 울프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아 저렇게나 마르면 정말 생활할 에너지가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지금의 젊은 여성들이 더 읽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얄라알라 님. 일전에 원서로 몇 부분을 읽으셨다니, 이거 원서로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런데 원서로 읽으면 더 훅 다가올 것 같아요.

2022-03-02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존서가'에서 쉬고 있던 [하비비 Habibi]를 상호대차 요청할 때만 해도, 책두께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15분짜리 애니메이션 보듯 베드타임 수면제 삼으려 했던 [하비비] 는 660 페이지였다. 읽고 나니, 새벽 2~3시. 러닝타임 3시간 넘는 장엄한 영화를 본듯 마음이 울렁거렸다.





사막과 도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환상적 설정,  신성한 상징들과 관능적인 육체성, 이분적 젠더 프레임을 파기하는 인물형. '7년이나 공들여 이런 대작을 완결 짓다니,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은 내향적 사람일 거야!'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 이런 인상을 받았다. [하비비]에 이어서 읽은 [만화가의 여행]은 내 추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크레이그 톰슨은 새로운 경험을 희구하면서도 과밀도의 접촉, 소음, 자극에 피로감을 빨리 느끼고 고독한 여행자였다. 



Luigi Novi, CC BY 3.0  via Wikimedia Commons



크레이크 톰슨은 2004년, 70일간 모로코와 유럽을 여행했다. 작가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여행 기간 동안 "되는대로 써 갈긴" 원고와 스케치를 스캔 뜨니,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 [만화가의 여행]으로 출간되었다. 퇴고를 거듭하며 다듬은 책이 아니라 여행의 감흥을 즉흥적으로 담아냈기에, 톰슨에 대해 많은 부분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이 여행기를 읽다보면  당시 29세였던 크레이그 톰슨이 손가락 관절염과 등 결림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된다.  르느와르, 피아니스트 그리고 드러머의 건초염과 마찬가지로 직업병인 셈이다. 쉴 새 없이 그려대고 또 그리니 건초염을 피할 수 없었으리라.

2004년에도 여행자들은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을 선호했을 텐데, 크레이그 톰슨은 쉴새 없이 그려댄다. 모로코와 유럽의 이국적 풍경, 사람들 그리고 모델료를 요구하지 않는 길고양이들을 그린다. 그래서인지 나에겐 [만화가의 여행] 에서 아래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여행 도중, 그림 그릴 도구를 잃어버린 만화가는 초조해하다 못해 "불행"하다고 느낀다. 페퍼민트가 뜨거운 물에 우러나오는 그 2~3분도 못 참고, 서가에서 책을 뽑아오는 나의 불안증을 되돌아보게 한다. 




[만화가의 여행]을 읽으니, 모로코 여행이 크레이그 톰슨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막연하게라도 그려진다. 그가 [하비비]에서 담아냈던 사막의 고요함, 유목민의 삶, 오리엔탈풍의 건축물, 종교와 상징들은 2004년의 여행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자신을 "이 가난에 찌든 땅에서 오리엔탈리스트의 환상을 실천하는 어리석은 관광객"이라고 자조하면서도, 자신에게 호객행위를 하다가 도리어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가난한 모로코 아이를 이해한다. 자신의 백인성(백인됨)을 모로코 여행 내내 의식하지만, 이를 위계 만드는 데 이용할만큼 비열하지 않다. 성찰적인 모습을 보여서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여행의 상황 자체가 그를 겸손한 백인되게 유도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 곳, 이국적인 모로코를 원할 때 떠날 수 있다는 여행객의 우월성이 성찰적인 태도를 유도했을지도....




[하비비]로 처음 만난 크레이그 톰슨을 더 알고 싶어 [만화가의 여행]을 읽었는데, 도리어 다 읽고 나니 다시 [하비비]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왠 꼬리가 꼬리 물어 빙빙 도는 독서인가! [담요]를 중간에 끼워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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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19 18: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담요 ~ 북플에서 보고 다들 평이 좋아서 담아두고 있던 책이에요 ~ 이 분 유명한 준이시군요. 크레이그 톰슨! 기억하고 꼭 읽어보고 싶어요 ~ ㅎㅎ 알라님 페퍼민트 이야기 읽으니 제 생각도 나요 ~ 깜박하고 책없이 외출하면 , 서점부터 찾아 먼저 들르곤 했지요 ㅋㅋ

얄라알라 2022-02-22 18:09   좋아요 1 | URL
^^ mini74님
요샌 오프라인 서점이 없어서 mini74님 책사랑 펴시기 힘드실 때도 있겠어요.
그런데
설마 엘레베이터 고층 올라갈 때 책 펴서 읽으시는 건 아니신지요?
전 소설 장르 읽을 땐 그래본 적도 있어서요^^ 뒷 페이지 내용이 너무 궁금하다 보니 ㅋ

레삭매냐 2022-02-19 19: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도서관에서 빌렸
답니다.

저자가 이슬람주의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쓴 거라는 걸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기대
가 되네요.

요제프 멩겔레 책도 읽어야
하는데, 세상은 넓고 죽을
때까지 읽을 책들은 차고
넘쳐 나네요.

아 당장 읽어 볼랍니다.
바로 옆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레이스 2022-02-19 2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하비비는 없네요
만화가의 여행은 빌려놓았어요
읽다 좋으면 살거예요~^^

얄라알라 2022-02-19 21:04   좋아요 2 | URL
^^올해 초 han님의 서재에서 blankets 처음 알게 된 후
담요 말고 다른 책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레삭매냐님, 그레이스님께서도 읽으셨고 또 읽는 중이시라니

왜 이리 좋은가요?^^
온라인 공간, 뵌 적도 없으신 친구분들이지만 같은 책을 다른 공간이지만 곁에 두고 읽는다는 경험이 주는 이 흐뭇한 엮임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왜 공공도서관에서는 그래픽 노블에 박한지,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차차 선정 기준이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persona 2022-02-19 2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델료를 요구하지 않는다니. 정말 그런 거 같아요. ㅋㅋㅋ 그래서 점점 인물화에서 인물 아닌 것으로 관심이 넘어가나 봅니다. 어쩔 수 없이… ㅎㅎㅎ

얄라알라 2022-02-21 11:01   좋아요 2 | URL
역시나, 그림을 아시는-직접 그리시는- persona님,그 부분을 놓치지 않으셨네요 ^^

엊그제 읽은 에밀리 노통브의 [갈증]에서는 기적을 선사받은 사람들이 도리어 예수에게 갖은 비난과 더한 요구를 하는 묘사가 나와요,
저는 [만화가의 여행]을 읽을 때, 어떻게 초상화를 받아가면서 그림 그려준 사람에게 돈을 요구할 수 있지? 이런 생각도 했답니다...제가 그 세계를 혹은 미국인 여행객과 모로코 현지인의 세계를 너무 몰라서 들었던 궁금증일 수도 있지만요

coolcat329 2022-02-20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비비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보려구요. 이책은 제가 사는 시에 딱 두권있더라구요. 신청해도 좋을 책 같아요.

얄라알라 2022-02-21 11:02   좋아요 1 | URL
coolcat님, 바로 실행에 옮기시려는 아름다운 마음^^

저는 저희 시 도서관에 ‘조지오웰‘ 그래픽 노블, 허먼 멜빌 그래픽 노블,등등 여러번 시도했는데 신청 반려당했어요.
coolcat님의 신청이 잘 접수되기를 희망합니다!

noomy 2022-02-20 1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 도서관에도 없네요 ㅠㅠ 사서 봐야 할까 봐요. 재미있어 보이는데.

얄라알라 2022-02-21 11:03   좋아요 1 | URL
저자의 말 그대로, 본 메뉴 너무 오래 기다리다 지칠 타이밍에 나오는 에퍼타이져 같은, 팬 서비스 작품 같아요.

이렇게 여행기를 남기면 바로 책으로 나올 수 작가들의 삶, 멋져여^^
 


2월 16일 "명확한" 목표. 2권. [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사회]는 몇 년 전, 산만한 가지치기에 피곤해져서 읽다 중단했었다. [아이 사라지는 세상]은 2022년 다시 읽었다. 



[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사회] 저자는 "왜 지리 교과서에서 맬서스를 언급하면 안 되나? 인구 논의에 지리학이야 말로 유용하지!" 하는 문제의식에서 책 쓰기를 마음 먹었다고 한다. 지리학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는 저자 윤정현은 고등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친다. 참고 문헌만 14쪽에 이르는 꼼꼼한 문헌연구로 축적한 자료 보따리를 [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사회]에서 다 풀어 놓았다. 



목차를 살피며, [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사회]의 전체 윤곽을 그려보았다. 책을 끝까지 읽으니 도리어 윤곽선이 흐려지다니! 목차 소제목 배열로도 추정할 수 있겠지만, 키워드들이 교집합인지 차집합인지 알기 어렵게 교차된다. 저자는 미셸 푸코를 소개하며 프랑스어 포풀라시옹을 만지작거렸다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인구론의 우생학적 함의를 언급한다. 피임약 챕터에서는 한국 사회 출산장려정책에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성토한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을 소재로 한 소설 [개구리], [미생], [설국열차] , [올리버 트위스트] 등을 예시로 들어 독자의 주의를 환기한다. 그러나 [걸리버 여행기]가 왜 필독서인지 설명하는 데 페이지를 과하게 할애했다. 고령화 사회 디지털 격차 문제를 언급하며 노령공학gerontechnology과 노인친화적 도시까지 등장시킨다.  

저자가 헌신적 노력으로 자료를 수집하였음이 행간에서 느껴지기에 독자로서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하지만 자료의 잡곡을 두세번 체에 걸러 내었더라면 훨씬 맛있는 밥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2018년 12월,  "#헬조선 #소확행 #자식농사?" 라는 제목의 토크쇼가 열렸다. 이를 활자로 풀어낸 책이 바로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출산율 제로 시대를 바라보는 7가지 새로운 시선]이다.




책의 서문에서, 대한민국 저출산 현상을 사회구조의 문제나 출산장려정책 실패로만 볼 게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 이유로 7가지 시선을 대표하는 7분야 (인구학, 진화학, 동물학, 행복심리학, 역사학, 빅데이터)의 전문가가 토크쇼에 참석했다. 각자 전공 분야의 관점에서 저출산 현상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7가지 시선을 요약해 본다. 


1. 장대익(진화학) 

 "짝짓기"나 "번식"이라는 단어를 종종 쓰는 장대익에게 불편감을 느낄 독자도 있겠다. 진화학자의 언어이다. 진화학자 장대식은 현대 한국 사회 저출산 현상을 "주위 환경에 오래 적응해온 인간 마음이 본능적으로 작동한 결과" (25)라고 파악한다. 경쟁이 치열한(혹은 치열하다고 인식되는) 사회 성원들은  K-선택, 그러니까 '양보다 질' 전략을 취한다.

2018년 12월 토크쇼 당시에는 장대익 교수가 "한국 초저출산 문제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모델"을 수립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했다. 2022년 시점에서 이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이 궁금하다. 장대익은 흥미롭게도 진화학자의 장기적 관점으로 현시대 저출산 문제를 진단하면서도 굉장히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짝짓기에 성공한 커플을 지방으로 유도하는 제도를 마련하면 어떨까요아이들 교육문제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지방에서 지내도록 하는 거죠 커플이 다시 수도권에 올라올 즈음에  결혼한 커플을 순환보직으로 내려보내고요삶의 물리적 심리적 밀도를 낮추려면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요?" (205) 인구학자 조영태 역시 장대익과 마찬가지의 입장에서  "제주도 5년 살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당신이 소위 "지방민"이라면 이런 해법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2. 장구 (동물학)


서울대 수의학과 장구 교수는 '서가명강과 '차이나는 클라스'의 스타강사라고 한다. 그가 쓴 [멍이가 임신을 했어요]의 제목처럼, 그는 인간 특화의 저출산 문제보다는 비인간까지 포괄한 '출산' 전문가이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에서는, 수의학과 생명공학의 교점에서 재생산신기술을 소개하고 이 기술이 어떤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는지 정리해준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 사회 저출산 현상에 특화되었다기보다는 일반론적 강의라고 느꼈다. 장구 교수는 동물 세계에서도 불임과 난임은 환경오염, 기후(heat wave 같은 변화), 대사변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하다가, 출산의 감동을 끌어오며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그는 편의점 정크푸드가 생물학적 불임을 초래하니, 디저트세를 부과해야한다고도 주장한다. 저출산 현상을 생물학적 원인과 연결지으려는 그의 시도를 긍정하면서도, 그가 제시하는 해법이 추상적이고 적시성이 낮아보여 아쉬웠다. 



3. 서은국(행복심리학)

행복 분야 전문가인 Ed Diener 밑에서 공부한 서은국 교수(UC Irvine) 역시 '세계 100인의 행복학자'이다. 최근 [임신중지: 재생산을 둘러싼 감정의 정치사]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서은국 교수 역시, 재생산을 행복감과 연결해 파악한다. 그에게 감정이란 "진화의 여정에서 습득한 생존 지혜"(58)를 담은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행복할 때, 즉 뇌의 파란 신호등이 켜져 있을 때 더 많이 출산한다는 것이다. 서은국 교수는 저출산을 인간의 '자연에 대한 반역'으로 규정하면서, 쉬운 말로 설명한다. "신혼부부가 책을 200 읽은  아이를 낳을지 말지 결정하지는 않습니다….아이를 인생에 착륙시킬 활주로가 확보" (70)된 후에 출산을 결정한다고 표현했다. 





    4. 허지원


    뇌인지과학을 전공한 허지원 교수는 "비출산의 심리학적 기제와 기능"에 초점을 둔다. 그녀는 현대인이 사소한 좌절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동기화되었는데, 이는 회복탄력성을 기를 기회를 차단하는 셈이라고 안타까워한다. 허교수는 그 연장선상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비혼, 비출산 결정을 해석한다. 결혼생활처럼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도전 앞에서 사람들은 감정적 에너지 투자를 축소한다는 것이다. 

    나는 허지원 교수가 "좋은 엄마"에 대해 서은국 교수와 사뭇 다른 해석을 내리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두 분 모두 심리학 전공인데도, 서교수는 에릭슨을 인용해가며 "좋은 엄마=행복한 엄마"의 공식을 제시한다. 반면 허지원 교수는 "좋은 엄마" 압박이야말로 불행의 시작이라면서 "그럭저럭 좋은 엄마 good enough mother"로도 충분하다고 다독인다. 가족 역시, 미디어에서 신화화한 정상가족을 벗어나 '느슨한 가족'을 사회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5. 송길영

        




    송길영은 저출산이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현실이라면서, 데이터를 통해서 그 현실을 명확히 들여다 보려 한다. 저출산 정책집의 추상적인 통계나 딱딱한 조항이 아닌, 말랑말랑한 구체의 현실을 보여주는 그의 접근법은 무척 흥미롭다. 현실을 외면한 국가주의적 발상 '1-2-3 운동'이 왜 '1-2-3-4 운동'으로 패러디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결혼 후 1년 내 임신하고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았다가는 40대에 파산할 수 있는 현실부터 파악해야 프로파겐다라도 설 자리가 있는 것이다. 


        



      송길영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와 본다. "구글 검색창에 '엄마처럼' 써넣으면 연관어가 ' 살아' '살기 싫다' 뜹니다...저출산의 책임과 해결책을 해당 세대에게만 미룰 것이 아닙니다대신 이제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명의 엄마와 아빠를 위해서 시스템을 갖춘 배려' 준비해야   입니다." (139) 


      6. 주경철(역사학)

      역사학자인 주경철은, 저출산 현상이 우리 시대한국만의 문제인가유사한 사례는 없는가다른 사회와의 비교를 통한 우리 사회 문제를 어떻게 진단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에서는 사회병리적 수준의 인구감소 사례를 1990년대 러시아에서 찾는다. 


      7. 조영태(인구학)


      조영태는 "한국 정부의 저출산 대응 정책에는 '역사학적이며 생물학적이고 심리학적 본성에 대한 고찰이 빠져 있다"(173)고 비판한다. 그는 저출산 논의가 제도와 구조에 집중되어, 관련 예산 역시 보육환경 개선에 주로 쓰이지만 복지정책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은 이 사회에서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고밀도를 지각하면서, 각자의 생존에 에너지를 축적하여 살아남으려 하지 재생산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은 밀도 높은 사회에 청년들이 적응하는 과정" (189)인데  "기성세대 중심의 제도와 규범으로 사회질서를 유지"(193)하려는 시도는 실패가 뻔하다는 입장이다. 청년들에게 좀 더 살만한 세상, 경쟁 밀도가 낮아진 세상을 경험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게 된다는 입장. 조영태가 내놓은 구체적 해법으로는 '서울로 집중된 청년 관련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획일적인 사회 규범 느슨하게 풀기' 등이 있다. 


      한국 사회 저출산을 "문제"나 "국가적 재앙"으로 "병리화"하기 이전에 "현상"으로 놓고, 그 현상부터 파악하려는 시도. 7가지 시선에서 파악하려는 시도가 굉장히 흥미롭고 유익하다. 코로나 때문에 별다방 도서관 오프라인 회동이 어렵겠지만, 7분의 전문가를 다시 한 자리에 모시고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시즌 2를 진행해주기를 독자로서 부탁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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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i74 2022-02-17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들도 새끼를 키우기 힘든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황이 되면 알을 버리고 간다던 글이 생각납니다 ㅠㅠ알라님 정리 정말 잘하셔서 편하게 잘 읽었습니다 *^^*

      얄라알라 2022-02-17 00:47   좋아요 1 | URL
      얼마 전 최재천 교수님께서, 운영하시는 유투브 갑자기 조회수 치솟은 이유가 저출산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석한 동영상 때문이었다고 하셨어요.
      상대적으로 덜 친숙한 설명이라 그랬을 텐데,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에서는 비중있게 다루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새들이 알을 버리고 간다는 건, mini74님 덕분에 처음 들어봅니다. 엄마새의 심정(?)을 상상한다는 게 인간 중심적이긴 하지만 새들도 얼마나..흑...

      2022-02-17 0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8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9 0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2-02-17 0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들은 정희진 선생님 강의에서도 남편에게 매 맞고 돈도 벌어야 하고 수발해야하는 노부모 있고 자식까지 있는 경우 도망치는 여인들이 있는데 이때 이 여인들을 두고 사람들은 모성애도 없고 자식까지 버리고 도망치는 비열한 여인들로 그리는데 만일 이런 상황에 처했을때 상상하보라 하시더라구요. 임신중단과 모성애 관련 이야기 나올때였는데 뒤통수를 누가 세게 친듯 했어요.

      얄라알라 2022-02-18 12:45   좋아요 2 | URL
      vita님 말씀하시니 생각나는 친구가 있어요

      친구는 남편도 대학원생
      본인도 대학원생
      소득은 적고
      아이들은 둘이고

      ˝전쟁 통에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어머니도 있었다. 더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많다˝ 이런 뉘앙으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지금 와서 보면 큰 충격파의 말이 아닌데도 당시에는, 충격을 주었던 생각이었어요...

      2022-02-17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8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2-02-19 1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을 낳는 것도 중요하
      지만 건사하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결혼 시스템에서
      태어난 아이들만 케어하는
      국가 정책도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얄라알라 2022-02-19 11:31   좋아요 3 | URL
      레삭매냐님 정말 중요한 말씀이십니다.

      김희경 선생님의 스테디셀러 영향도 있겠지만
      요즘은 워낙 정상가족 프레임 깨기에 대해 많이 생각 공유하시니
      대놓고 생각 이야기하기 더 편해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론상 그렇고 가끔 제가 결혼 관계 내의 가족만 생각하고 있는 걸 깨닫고 부끄러워 화끈거릴 때도 있습니다.

      레삭매냐님께서는 [페인트] 혹시 읽어보셨는지요?^^

      mini74 2022-03-08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배울 점 많았던 글 , 알라님 당선 축하드려요 ~~

      얄라알라 2022-03-10 11:06   좋아요 0 | URL
      mini74님, 들려주셔서, 부족한데도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북플 그렇게 열심히 활동했어도 깜냥이 깜냥인지라
      당선은 수 년 만에 처음입니다.
      부끄럽네요^^

      새파랑 2022-03-08 18: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정 독서 북사랑님 당선 축하드려요~!!

      얄라알라 2022-03-10 11:15   좋아요 1 | URL
      ˝열정˝ 오랜만에 듣는 말이라 감사한 선물입니다.^^ 새파랑님!
      여유로운 목요릴 보내시기를

      2022-03-08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0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03-08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 축하드령요

      얄라알라 2022-03-10 11:16   좋아요 1 | URL
      ^^ 그레이스님, 제가 요즘 북플 조금 덜 자주 들어와서 인사가 늦어버렸어요 늘 따뜻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서니데이 2022-03-08 1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얄라알라 2022-03-10 11:17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제가 요새 조금 게을러져서 책과도 어색해진 사이가 되었는데 많은 플친님들께서 축하해주시니 다시 열심 읽어야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고요 서니데이님께서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하라 2022-03-08 19: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알라님^^

      얄라알라 2022-03-10 11:18   좋아요 1 | URL
      이하라님 감사드립니다.
      올려주시는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행복한 목요일 보내시고 계시기를

      독서괭 2022-03-09 0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럭저럭 좋은 엄마˝라는 표현 넘 좋은걸요??
      얄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얄라알라 2022-03-10 11:19   좋아요 2 | URL
      그쵸? 꼭 ˝엄마˝가 아닌, 다른 많은 영역에서도 밖에서 그려놓는 이상적 타입이 아닌, 내가 추구하는 상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독서괭님도 축하드립니다!!!
       
      산 사람은 살지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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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2년 2월 3일. 단 하루 만에 나는 소설가 김종광을 좋아하게 되었다. [산 사람은 살지]를 읽고. 심지어 작가가 "갚을 수 없는 덕분"이라며 감사를 올린 출판사 "교유서가"까지 좋아졌다. 덩달아, 김종광 소설가더러 "꾸준히 쓰기는 했는데, 한 방이 없었다"라고 평했다는 '그 누구'에게 욱했다. '뭐야! 김종광 소설가의 꾸준함을 폄하하는 당신은 한 방 날렸어?'하고.

      *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활자로 세상 접해온 나는 어쭙잖게 "시골 쥐와 도시 쥐" 우화를 들먹이며 농촌 낭만화를 경계하라는 설교도 해봤다. 정작 나는 참깨와 들깨를 구별할 줄도 모른다. 농촌 체험한답시고, 8월 불볕 더위 땡볕에 논에 놀러 갔다가 동네 분들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올라왔던 경험도 고백할 수 있다. "고대로의 시골 이야기"인 [산 사람은 살지]를 읽으며 '무식해서 용감했음'을 부끄러워한다. 이 작품은 뭐랄까, 로빈슨 크로소의 이야기를 비틀어 쓴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처럼 TV 드라마 [전원일기]를 안방 아랫목으로 오그라진 할머니의 시점에서 다시 조명한 작품이라 할까? 22살에 가난한 시골 농가로 시집와서 땔감 모으러 산을 타고, 시집살이 하고, 농사 지으며 평생 살아오신 할머니의 일기를 토대로 시골에서의 삶과 가족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김종광 작가의 어머님 일기장이 [산 사람은 살지]의 기초 뼈대 세우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보았던 똑같은 문장을 [산 사람은 살지] 주인공 할머니의 일기장에서 만났으니까. 다복한 할머니는 자나 깨나 자식들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시는데, 특히 글 쓰는 큰 아드님의 책이 잘 팔리기를 손이 닳도록 기원하신다.

      * *

      경험주의는 만능 열쇠가 아니겠지만, [산 사람은 살지]를 읽으며 '김종광 작가의 시골 삶이 작품의 진실성을 더해주는구나, 이건 흉내 낼 수 없겠다' 싶다. 어떤 대상이든 글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취사선택된 스펙트럼 안에 갇히겠지만, 이왕이면 가까이 다가가본 대상을 재현하는 게 더 진솔한 작업이겠다.

      * * *

      좋았던 문장이 너무도 많다. 이 작품, [산 사람은 살지]



      범골 노인네들 태반이 시경리 육묘씨에게 못자리를 맡긴다. 허나 움직일 힘이 남은 농부에겐 못자리는 마지막 줏대나 다름없었다.

      "기계꾼이 다 농사짓는 세상에 못자리까지 남에게 맡기면 그게 농사인가. 농사꾼 체면에 못자리만큼은 직접 해야지. 꼭 돈이 문제가 아니라 농민의 자존심이라는 게 있잖아." 남편이 하던 말이었다. (49)




      못자리들 하는 걸 보니, 눈물이 난다. 박사조카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못자리 철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구경이나 하다니... 은퇴한 건가, 은퇴당한 건가. 밭농사가 무슨 농사인가. 논농사를 지어야 진짜 농민이지. 나는 더이상 농민이 아니다. 남편이 없으니 농민의 아내도 아니다. (305)



      면 차원으로 유명한 노씨넥 심청댁이었다...아들만 여섯이었다...그 중에 5남이 중풍, 치매 쌍으로 걸린 지 엄마를 15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이 동네가 없어져도 그 효자 얘기는 남을 거다 (269).



      큰 아들은 몸이 야위었다. 작은아들은 병원에서 비만이라고 했단다. 큰며느리는 몸이 아픈 곳이 많단다. 걱정 안되는 자식이 없다. 딸은 손마디가 아픈 게 장모 닮았다고 사위가 말한다. 키가 작은 것도 내 탓, 아픈 것도 내 탓, 부족한 엄마는 원망투성이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 게 아닌데, 나도 하고 싶은 일, 꿈이 있던 젊음이 있었다. 늙고 병들고 망가진 모습, 나 자신도 싫다. (281)




      고3 손자는 집에서 공부하느라 힘들고, 중학교 입학식도 못 치른 외손자, 학교 개학 연기된 초5 외손녀, 초2손자는 종일 게임하느라 바쁘고, 유치원 손녀는 유치원 가고 싶다고 난리란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이구, 손자손녀들이 학교에 가야 내 자식들이 덜 힘든데 (301)




      큰 아들 걱정을 해서인지 다시 배가 아프다. 신경성인가보다.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내가 아파서 입원하면 작은 아들이 고생하고 돈이 들어간다. 큰 아들 걱정한다고 작은 아들 고생시키면 안 되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밥을 했다. 아무 탈 없이 검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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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i74 2022-02-04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꾸준함이 얼마나 큰 힘인데 말이죠. ~ 마지막 문장 할머니의 자식걱정에 울컥하네요. 왜 그리 아파도 참으시는지 ㅠㅠ

      얄라알라 2022-02-04 08:23   좋아요 2 | URL
      mini74님. 할머니의 큰 아드님이 대학 시간 강사인지라 자식들 중 가장 빈곤하게 살거든요. 그래서 맞벌이하는 둘째네가 할머니 편찮으시면 돈을 많이 쓰게 될 텐데, 그것까지 염려해서 몸 챙기시는 할머니 마음에 저도 맘으로 울면서 읽었네요...

      아프셔서 우울한 마음이 할머니 일기 종종 드러나는데,
      조금이라도 덜 아플 때 더 많이 읽고 써요. 우리.^^

      psyche 2022-02-04 0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 친 문자에 울컥했어요. 예전에는 엄마들이 왜 그러는지 몰랐는데 저도 이제 점점 그렇게 되어 가네요. ㅜㅜ

      2022-02-04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4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4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2-02-04 1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뽑으신 글만 봐도 체험적 글로 느낄 수 있네요. 살아 있는 글이랄까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산 저는 농촌의 얘기를 낯설게 느낄 수도 있겠으나
      독서를 통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검색해 보겠습니다.^^

      얄라알라 2022-02-05 06:49   좋아요 1 | URL
      페크님, 도시에서만 살아오셨군요?^^
      이 책 읽으며 농촌 마을 단위의 삶에서 ‘숟가락 갯수‘까지 서로 세는 삶의 장단점을 생각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한국 사회도 가족친족 관계의 끈끈함과 여러 의무들이 많이 약화되었지요. 이 또한 장단점이 있을터인데, 전 홀가분해진 게 더 좋더라고요.

      제가 올린 사진말고 실제 표지가 더 예뻐요^^ 혹 기회되신다면 즐독하시리라 믿습니다!

      Meta4 2022-02-06 0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장바구니에 키핑합니다. 농촌 배경 소설에 관심이 많아, 찾아 읽는 편인데.. 그리고 쓰고 싶은 리뷰를 만지작 거리던 중인데.. 읽고 함께 얘기해볼게요.

      얄라알라 2022-02-06 03:45   좋아요 0 | URL
      Meta4님 반갑습니다.
      저는 농촌 배경 소설을 따로 찾아 읽거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소설, 푹 빠져 읽었기에 리뷰를 올렸네요. 작성 중이신 리뷰가 어떤 작품에 대한 걸까, 서재 찾아뵙도록 할게요.

      저는 [산 사람을 살지]읽으며, 주인공 할머니 ˝기분˝의 둘째 아드님, 극진한 효성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만 ‘평균치‘를 다르게 보는가, 제 야박한 시선을 반성하기도 했고요. 동시에 ˝기분˝ 할머니를 비롯,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할머니들은 특히나 자녀의 효/불효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갈리는 것을 보고, 농촌적 삶의 특징일까? 김종광 작가의 세계관인걸까? 얕은 호기심도 품어보았습니다. Meta4님께서도 관심 두신 부분이면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