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말하는 의사 Episode 2 - 26명의 의사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의사의 세계 부키 전문직 리포트 3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지음 / 부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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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말하는 의사 Episod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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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의 의사들, 의 주인공 Dr. House나 일본 만화 <닥터 K>등, 의사는 일반인의 호기심과 경외감을 일으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메디컬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에는, 그 자신도 유한의 존재이면서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독특성도 한 몫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외부적 관점이 아니라, 내부인의 관점에서 본 의사 집단과 직업을 궁금해할텐데, 2011년에 <의사가 말하는 의사>라는 책이 나왔다. 진로 고민하는 청소년과 대학생, 진로지도를 고심하는 학부모와 교사를 주요 대상으로 의사 20명이 직업 세계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준 책이다. 총 4장 구성의 이 책은 '내과'부터 '정신과'까지 각 분야 의사 20명의 이야기를 엮었는데 2017년에 나온 개정판 <의사가 말하는 의사 Episode2>역시 마찬가지의 구성이다. 총 26명의 필진이 대부분 바뀌었고, 기존 필진도 13년의 시차에 맞도록 글을 손질해 새롭게 읽히는 재미를 준다.

26명이나 되는 의사들이라 직업관, 의대 및 분과 선택의 계기, 심지어는 가정 배경과 출신학교 들이 다 다르지만 이들을 묶어 주는 공통용어가 있으니 바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이다. 이 단체는 한국 사회 민주화와 국민 건강권을 고민하던 의사들이 뜻을 모아 87년 창립한 단체로서 현재에도 소외 계층을 위한 진료활동뿐 아니라, 의료 제도 개혁 및 정책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그래서인지 의료 혜̓과 접근권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고 보듬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이보라(녹색병원) 내과의는 본인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고학하며 세상의 부조리를 청소년기에 느꼈다는데, 세월호 참사 유족과 쌍용 자동차 단식 노동자를 현장 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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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석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고공 농성 과정에서 무릎을 다치자 70미터 굴뚝을 사다리를 타고 한 발 한 발 올라가 치료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적고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 "경찰은 스티로폼이 녹아내리는 최루액을 다량 살포하였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고립되면서 그동안 없던 병도 생기는 노동자가 많아졌는데 사 측은 의료진마저 출입을 막아 버렸다. 전쟁 중에도 부상자는 치료하는데 의료진 출입을 막아 버리는 비인간적인 폭압에 우리는 당연히 항의하였다 (8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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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말하는 의사 episode2>가 자기 확신과 우월감을 바닥에 깔고 신비화 전략과 난해한 문장으로 쓰였다면 이렇게 재미있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 자체가 청소년과 대학생 예비 사회인들에게 그 직업의 실상을 가감 없이 전달함을 목적으로 했기에 <의사가 말하는 의사 episode2> 역시 의사 지망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솔직하고 쉽게 쓰여 있다. 의대가 신이 아니며 의도와는 달리 종종 실수도 하고 실수를 통해 진화한다는 솔직한 고백도 한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과 이승홍(서울시립은평병원)은 처음 정신과에 입문했을 때 환자가 머리가 아프다기에 주구장창 타이레놀을 처방해주었음을 부끄러워한다. 마취통증의학과 백남순 (포천병원)은 코믹하기까지 한 에피소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충남 홍성의 보건지소에서 첫 환자를 대면하던 날, 약이름을 몰라서 선임자가 적어 놓은 약품명을 5분 동안 말그대로 베껴 그렸다고 한다. 이런 에피소드에서만 그쳤다면 의사라는 직업을 희화하고 말텐데, 그 이후 많은 환자를 만나면서 의사로서나 사회적 의식을 가진 실천하는 운동가로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함께 이야기해주니 참 재미있다. 나아가 부록으로는 "의사지망생 궁금증 27문 27답"을 실어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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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인 의사들의 짧은 글을 모두 다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서문을 읽으니 더 크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의사로서의 본질적인 역할은 환자와의 관계에 달려 있다. 결국 이 시스템 속에서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것, 좌절을 느끼는 것 모두 의사로서 맺을 수 있는 관계와 맥락을 통해 결정된다. 단지 지위와 소득에 연연해하는 의사라면 의사 본연의 역할에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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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 된다
황상민 지음 / 푸른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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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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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 된다>를 읽으며 두 가지 면에서 허를 찔렸습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보았던 황상민 박사는 유해 보이는 인상만큼 읽기 편한 문장을 구사합니다.  하지만 독자를 배려한 친숙함도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학자적 마인드를 숨길 수 없더군요. 두 번째, 저는 <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 된다>가  '대통령 후보'에 집중한 대선준비용 분석일 거라 착각했는데, 이 책은 한국인의 심리를 집합적 차원에서 분석하는 데서 나아가 개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힐링 효과까지 내더군요. 재미있게 단숨에 읽고 나니, 주변에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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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코앞에 두고 출간한지라, 저는 황상민 박사가 살짝 대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책을 썼다고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 된다>는 출판사 측에서 뽑은 부제인 "심리학자 황상민이 찾은 대통령을 만든 한국인의 심리"가 드러내듯 이 책은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에 대한 분석과 전직 대통령 및 19대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이미지 분석을 주로 담았습니다. 황상민 박사는 분명히 견해를 밝힙니다. "안타깝지만 다음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아도 노무현이나 이명박, 심지어 박근혜 때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232)" 심지어는 현재 많은 국민들이 "훌륭한 인격을 갖춘 구세주(64)"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조차도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박근혜가 2009년과 2017년 극적으로 이미지 변화를 맞은 것과 같은 운명을 겪을지 모른다고도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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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박사는 뽑아 놓고 후회하는 대중의 심리를 "루빈의 컵 (Rubin's vase)"과 "결혼 배우자 선택과 그 이후의 심리"에 비유합니다. 결혼을 앞두고 "대화가 잘 통해서, 영화 취향이 비슷해서" 상대를 선택했다며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예비신랑, 신부치고 결혼 생활 오래 유지하는 것을 못 봤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대충 괜찮아서 하는 결혼이 후회를 남기듯 대충 나아 보여서(186~7)" 대통령을 뽑았다가는 유권자가 착한 대통령을 나쁜 대통령, 독재자 만들고 후회할 게 뻔하답니다. 즉, 독재자 초청을 막기 위해서는 유권자 개개인이 우아한 척 포장하지 말고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서 선거권을 행사하고 대통령을 깨어있게 해야 한답니다. 정치가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착한 대통령을 나쁜 대통령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먼저 "내 이익을 극대화시켜줄 대통령 후보를 뽑습니다. 이후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종업원인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두 눈을 치켜뜨고 지켜봐야 (231)"합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황상민 전 연세대학교 교수는 박근혜가 대통령 후보 시절 여성 대통령 프레임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려 하기에 "박근혜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일반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겪거나 사회적 역할을 하며 산 적이 없는데 (7)"하며 비판했더니 정교수직에서 타의로 쫓겨났다고 합니다. 이후 "연구 결과를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과 공유하고 소통했었어야 했다"며  "제 욕망에 충실하지 못했던 지난 삶을 후회(208)"했답니다. 그 덕분에 일반 대중도 하버드대 출신 심리학자 황 박사의 펜끝으로 펼쳐진 생각들을 이렇게 접할 수 있으니, 독자로서는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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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힘 - 미래의 최전선에서 보내온 대담한 통찰 10
고장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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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山)사람'에게서는 세속의 먼지 냄새와 다른 청량한 솔향이 풍길 것 같다. 한 마디로 시야가 넓으리라는 기대가 드는데, 을 읽으며 작가의 시야가 아예 우주적 차원으로 넓음에 큰 지적 충격을 받았다.  SF 영화 분석해낸 가벼운 글 모음이겠거니 속단했던지라, 부제인 "미래의 최전선에서 보내온 대담한 통찰 10"을 흘려 보았는데 실수였다. 은 45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께 만큼이나 내용도 묵직하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인류의 미래를 조망하는 대담한 "SF의 힘"을 역설한다.  어느 한 페이지도 빨리 넘기기 아까울만큼 독자의 닫힌 귀와 눈을 열어준다. 뜻밖의 '개안'을 횡재한 기분이다.
*
지구, 그것도 한국이라는 작은 땅에 묶인 육체성과 사고의 편협을 부끄럽게 만들어준  고장원 작가는 SF 작가이자 과학칼럼니스트, 평론가이자 대학 초빙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을 읽고 짐작하건대, 분명 다독가에 문화 전분야에 관심이 높은 팔방미인일 것이다. SF영화는 물론이거니와 국내외 SF 소설, 다양한 과학이론 등을 밀가루 주무르듯 다루고 인용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SF 영화 꽤나 보았다는 마니아도 고장원 작가 앞에서는 명함을 함부로 내밀기 어렵겠다. 작가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솔직히 '이 책에서 인용하고 언급하는 그 숱한 책들을 작가가 정말 다 읽었을까?'싶을 정도로 방대한 SF소설과 영화가 이 책에 등장한다. 과학소설의 효시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1818)을 비롯, 1869년 작품인 <해저 3만 리그>와 종말을 다룬 만화 <1호선>, <심연의 하늘>에서 일본 세카이계 소설 등등.  '과연 다 읽고 볼 시간이 있었을까?' 그렇다고 믿는다. 고장원이 보이는 미래를 통찰하는 힘은 거져 얻어진 것이 아닐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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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혔던 지적 욕구의 활로를 뻥 뚫어주듯 차원이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는 고장원은 계급사회, 차별과 폭력, 우주쓰레기 등 환경 문제, 우주적 차원에서의 제국주의 문제, 대재앙 서사의 네러티브 분석, 세계화의 양면성, 다른존재와의 조우가 제기하는 윤리적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모두 10개의 챕터로 엮어냈다. 이라고는 하지만, 사회과학과 인문학에서 익숙하게 들어온 화두들을 녹여서 미래 사회를 이야기하기에 한 마디로 통섭적 시야의 인문과학서라는 인상이다.  그의 지향과 세계관은, 세카이계 세계관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부분에서 역으로 유추할 수 있었는데,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회공동체에 관한 언급이나 묘사가 거의 없으며 작품을 관통하는 묵시록적 재앙의 원인을 설명해줄 국제기구나 국가 내지 이러한 기구의 대표자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세카이계 계열의 대재앙 러브스토리는 타자와의 현실적인 관계 설정 없이 홀로 감정적 마스터베이션에 만족하려는 성향이 짙다보니 인간과 사회 그리고 양자 간의 관계에 관한 성숙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 (227). 현실계에서 이탈한 환상적 시공간에 안주하며 이기적인 신화를 새로 쓰려는 세카이계 작품들의 정서는 아무리 그럴듯한 세기말의 분위기를 연출한들 일본 정부와 지베엘리트의 과거 책임을 방기하는 몰역사적 태도와 따로 ˗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228)."
위 인용문에서도 알 수 있듯, 고장원 작가는 인간 개체의 안위확보나 호기심 충족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 국가 아니 나아가 초국가 혹은 그 이상의 우주적 연대 혹은 공생을 꿈꾸고 이야기한다. 막연히 몽상가처럼 책임감 없이 눈 감고 환상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유전공학, 우주공학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최신 연구및 이론들을 끌어와 꼭꼭 씹어 이야기해주기에 독자의 끈끈했던 눈에서 점액이 벗겨져나간다. 이렇게 닫혔던 눈을 개안시켜준다는 데 어찌 놓칠 수 있으리. 450여 페이지의 밀도 높은 글을 어찌 짧은 한 편의 리뷰에 압축하기 어렵다. 직접 읽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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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 - 상처받은 나를 치유하는 고전의 지혜
강경희 지음 / 동아일보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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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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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왜, 무엇 때문이었냐?'고 물어보기 어렵겠다.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의 저자 강경희는 분명 젊은 시절 남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얌전하지 않은 우울과 번뇌의 시절을 보낸 듯하다.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의 탄식이 우울과 함께 자리했 (241)"다는 그녀의 20대, 왜 그리 행복하지 않았는지 물어보기는 민망하다. 사실은 좀이 쑤시게 궁금한데 말이다. '우울'을 10년 화두로 안고 가던 그녀의 강의실에서 한 20대 대학생이 "위로받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그녀는 화답했다. 그녀 자신이 중국에서 치열하게 공부했고, 그녀가 어려울 때 위안의 카우치가 되어주었던 중국 고전문학을 통해서. 즉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는 표면적으로는 중국 고전문학의 입문서이지만, 깊숙히 읽다 보면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스스로 치유할 용기를 북돋워 주는 고마운 명상서이다.

*

강경희는 소동파 蘇東坡, 사기 事記, 장자, 공자, 시경 詩經, 주역 등을 읽다 보니, "어느새 위로를 받고 아픔이 치유되었다.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이 더 이상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았다 (6)"라면서 '나를 치유하는 고전 읽기'의 놀랄만한 치유력을 강조한다. 나아가 혼자서만 편해지지 않고, 그 치유력을 타인과 나누고자 자판을 두드렸다. 한 마디로 "흰 종이 위에 검을 글씨로" 썼다. 마치 사마천이 "죽느냐, 궁형의 치욕 속에서 평생 사느냐?"의 결단을 두고, "비루하게 죽어버리면 후세에 문채(文彩)가 다 드러나지 않을 것이 한스러워 (164)," 삶의 연장을 결단하고 붓을 들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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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스로 "순서와 관계없이 읽어도 괜찮다 (7)"라고 권할만큼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의 8장은 각각 독립된 주제로 이뤄져있다. 그런데도 유독, 소동파와 사마천에 저자의 공감이 더 깊이 느껴지는 건 나만의 감각일까? 혹은 강경희가 10년 우울과 허무감의 터널에서 헤어나오는 데 가장 빛을 많이 던져준 이들이 실로 소동파와 사마천일까?

강경희는 소동파(1036 ~ 1101)에게서는 고통을 긍정하는 힘을 보았다. 흔히 우리는 고통을 극복의 대상화하지만 사마천은 "고통의 뒷몃을 볼 줄 아는 안목"과 "고통이 주는 선물을 향유할 능력(40)"으로 고통을 동의하고 성장했다. 인품의 깊이가 대단한 소동파는 깊은 관조와 긍정으로 유배생활에서 "수인 囚人"이 아닌 "유람객 (27)"이 되어 "현실의 누추함을 몰아"낼 수 있었다. 

사마천은 썼다. 남겼다. 흔적을 남겼다. 마치 오자서와 계포가 굴욕의 시간을 더 큰 뜻을 품고 굴욕으로 여기지 않고 건너온 뒤 족적을 남겼듯, 사마천은 썼다. 강경희도 쓰기 시작한다. 아울러 독자더러 쓰라고 권한다. 꼭 출판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말하는 것은 치유의 첫걸음이며, "글쓰기야말로 말하기 보다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 (201)"이기 때문이다. 이 때 치유는 종교학자 정진홍교수가 일깨워주듯 "치료의 주체는 타인이지만 치유의 주체는 자기일 수 에  없 (198)"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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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강경희 작가는 그녀의 강의실에서, 혹은 그녀가 좋아하는 차를 함께 마시며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 하얀 종이에 검은 글씨로 옮겨진 그녀의 깊이에 이미 반했으므로. 그녀가 인용했듯, "글(文)이란 그 사람의 인품이 그녀낸 무늬(文)"(18)라면 그녀의 무늬는 소박하지만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의 무늬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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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에 저자가 두 번이나 인용한 장자의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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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의 물을 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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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의 힘 -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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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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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계발서'라  뭉뚱그려지는 장르의 책들을, '읽기는 읽되' 마음 깊숙히는 그 저자나 독자까지 얕잡아 보던 습성이 있다. 대개 "~의 힘"이라는 제목의 책들이 그런 부류이기에 <혼자있는 시간의 힘>을 처음에 얕잡아 펼쳤다. 몇 장을 넘기기가 무섭게 이내 '아이구, 형님'하는 심정으로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읽었다. 내 마음을 들킨듯, 혹은 나와 큰 줄기에서는 생각을 같이하는 선배를 만난듯 후끈후끈했다. 가슴이. 밑줄 치며 읽고 싶은 부분이 많았는데, 이 저자는 어찌나 친절한지 독자의 시간을 절약해주며 밑줄을 팍팍 그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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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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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자신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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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과 마음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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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오심은 나를 갉아먹는다. 증오심을 버릴 때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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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고독이야말로 큰 뜻을 이루게 해줄 자산이다"


책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저자를 프로파일링하게 되는데 사이토 다카시는 빈틈이 없다. 무예로 친다면 아마 축지법 쓰는 단계의 무인이라할까. 혼자한 고독의 수행이 힘이 되어, 마음의 단단함과 사람됨의 폭이 깊은 것 같다. 여러 모로, 큰 응원과 자극이 된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이제는 이런 책을 읽을 시간조차 아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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