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 밀양 할매 할배들이 발로 쓴 대한민국 ‘나쁜 전기’ 보고서,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분 후보작
밀양 할매 할배들 지음 / 한티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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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활자로만 문제의식을 소비하는 비겁자의 의례 중 하나는, 최신간 소비.  나름 명분을 끌어오며 독서하는데, 우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더 많이 알리고 우연한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같이 목소리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명분.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는 부제가 "밀양 할매 할배들이 발로 쓴 대한민국 '나쁜 전기' 보고서이다. "탈핵 탈송전탑 기행"에 참가한 주민의 목소리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인 이계삼이 정리해서, 국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 10여년 해오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육성을 가급적 생생히 옮기되, 원정대(?)가 만난 다른 지역 주민들의 고충과 연대의 요구도 담고, 탈핵으로 나아가야하는 과학적인 자료들도 중간중간 실은 책이다. 여러 이유에서 메모하며 읽었고, 읽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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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등장하는 분들은 "밀양 송전탑 건설"의 문제를 '사람보다 전기 우선'하는 인권의 문제로 파악한다. 투쟁이 외부에 알려질수록, 장기화될수록 한전이 제시하는 보상금은 억대로 올라갔다고 하지만, 끝까지 보상 합의라는 회유에 넘어가지 않은 분들은 "돈보다 더 소중한 무엇," 즉 존엄성과 살 권리를 지키고자 함이라고 한다. 단순히 자신의 삶이 아닌, 미래 세대 그 땅에서 살게될 자손들의 삶을.

*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을 읽다보면, "한전"으로 집약되는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의 논리는 한국의 미세먼지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의 대응 방식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먼저, 숫자 놀음의 면에서. 이미 많은 국민에게 알려졌지만 한국의 미세먼지 기준치라는 것은 상당히 느슨하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때는 미세먼지라는 용어대신 '부유먼지'를 제안하는 개소리도 들리기도 했다. 국민의 경각심을 낮추어 안전불감증에 걸려 침묵하는 양으로 만드려는 전략이었다. 송전탑의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다. 나는 전기 kV, kW이런 걸 잘 구별도 못하는 무식쟁이이지만, 스웨덴은 2밀리가우스(mG), 네델란드와 스위스 이스라엘은 10mg를 안전기준치로 삼고 있다는데 한전측은 무려 833mG를  기준치로 삼으며 "문제 없다"고 주민을 회유한다는 데서 불끈하지 않을 수 없다.  

 

 


탈송전탑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결국 탈핵으로 이어진다.

1.    이름의 정치학

Ÿ   신고리 3*4호기는 행정구역상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위치했으나, 울산원전이라 하면 울산 지역민이 반발하고 서생원전이라 하면 서생 배라는 특산물이 안 팔리게 생겼기에 결국 신고리 3*4호기로 명명

Ÿ   기장지명 회피: 기장 지역에서 나는 미역, 멸치 등 수산물 판매에 영향, 실제 세슘과 요오드 검출로 길천 어업은사실상 소멸. 

Ÿ   경주 방폐장의 원이름은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BUT 이름 세탁으로 원자력환경공단

 

2.    한전의 전략

Ÿ   숫자놀음: “833mG 안되니 괜찮아요.” (그러나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전자파의 장기노출 한계치를 2mG로 설정, 강원도 삼척 옥원리의 경우 철탑 아래 측정치가 이미 60mG 이상)

Ÿ   위협

Ÿ   축소: “그냥 전봇대

Ÿ   돈으로 회유

Ÿ   분열조장: “당신들끼리 싸워보세요.” (보상금 등을 놓고 내부분열이 일어나도록 조장, 원전 찬성 주민들만 단체로 일본 환경관광여행을 시켜준다든지 하는 일차원적 향응도 대접)

Ÿ   감사원과 밀약: JTBC 뉴스 중 성매매 현장에서 감사원 간부 적발, 한전 직원이 접대하다 적발된 경우.

Ÿ   원전 안전 First, 주민 안전 뒷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쓰나미에 대비하는 것은 좋은데, 마을은 원전 부지보다 저지대가 되어버렸어요. 7m 차이가 나요. 원전 안전은 그렇게 챙기는데 주민 안전 조치는 하나도 없어요. 작년 8 25일에 50세대가 침수되었습니다.” (151, 길천 마을 주민)

3.    건강 불평등의 지형도

Ÿ   월성 핵발전소 인근 감포읍 대본리 해녀 12명 전원 갑상샘암, 삼중수소제거설비를 4호기까지 모두 달지 못하여 배관에다 하나를 달아서 옮겨가며 제거하는 수준.

Ÿ   오마이뉴스충남 당진의 765kV 폐형광등 실험

라돈 걸”: 시계침 끝의 형광물질(방사능 물질인 라돈) 을 붓으로 하던 여공들이 붓끝을 혀로 핥아서 가지런히 하며 일하는 과정에서 라돈에 노출되어 백혈병 등으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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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독종 - 한국인, ‘승부사의 DNA’가 다시 시작된다
황인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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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독종


“세계는 우리를 대접하는 데 우리가 스스로 낮출 필요는 없습니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한국, 한국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워싱턴 D. C. 동포 간담회 연설문 중에서)


 20여 년을 마케팅 분야에서 헌신해온 저자 황인선이 2년 반이나 공을 들여 집필했다는 책을 몇 시간 안에 다 읽자 저자에게 미안해졌다. 자신에게 익숙한 공부와 경험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다양한 자료를 모으고 치밀하게 글을 준비한 흔적을 페이지마다 느꼈으니 말이다. 황인선은 "한국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위기이기에 이 땅에 작가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8)"  『꿈꾸는 독종』을 썼다 한다. "한국의 성공 동력은 무엇이었으며,  국가적 골든 타임(golden time)의 이 시기에 어떤 동력으로 치고 나가야 할 것인가?"을 탐색한다. 마케터로서의 실전 감각과 직관으로 그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는데, "독종" 그리고 "꿈꾸는 독종"이 그 것이다. 전자는 대한민국의 고속성장 신화를 이룬 과거의 성공 동력이고 후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형 성공 동력을 뜻한다. 사실, '깡패 영화'에나 나올 듯 구시대적 어휘로 들리는 '독종'은 다른 말로 "깡"이요, 이스라엘 어로는 "후츠파(chutzpah. 담대함, 돌파력)"이라 할 수 있단다. 황인선은 대한민국 국민이 21세기를 맞아, 예전의 깡에 창조적 감성까지 더해 대한민국만의 "꿈꾸는 독종"이 된다면 더 크게 비상할 수 있으리라고 온 국민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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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독종』의 1장에서는 대한민국 국민만 정작 인정 안하는 3가지(북핵위협 하에 전쟁 발발 위험, 초대강국인 일본 중국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 중 마지막으로 "한국은 선진국인데 한국인만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민족적 자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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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오늘날 세계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한국을 만든 동력을 분석한다. 마케터답게 제대로 잘 지은 소제목을 빌어와 나열하자면, "가문의 영광을 위한 가문의식과 뜨거운 교육열," "불안의 다이나믹, 빨리빨리 문화와 깡다구 정신," "바둑형 평등사상," "종교전쟁이 없는 나라," "선비 정신이 만들어낸 공부력." "젊음과 흥이 넘치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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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에서는 이런 한국이 겪고 있는 위기를 조목조목, 현실감 있게 드러내 준다. "'달달'을 선호하는 honey 문화와 슬랙티비즘 (Slacktivism. 말뿐인 행동주의), 뒤틀린 mom문화, 무한 경쟁 체제, 창의적 인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 창맹(創盲, Creative Idiot) 행태 과잉, 헬조선과 N포 같은 셀프 동정" 등이 그것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정신이야 말로, "꿈꾸는 독종"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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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에서는 제 아무리 4차 혁명 시대일지라도 "꿈꾸는 독종"을 대체할 수 없다며 우리 스스로를 브랜드화하자고 충고한다. 공부로 시작하라고 한다. 한국의 저력은 오랜 선비정신에서 나왔는데, 정작 대한민국 국민은 일제가 선비문화를 폄하하고 부끄러워하도록 유도했기에 그 가치를 모른단다. 선비처럼 공부하라, 그 공부력이 우리를 구원해줄지이니. 또 하나, 독특하게도 황인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국 "여성적인 힘, 그 중에서도 마더쉽(mothership?)에 달렸다고 예측한다. 박근혜를 통해 봤듯, 아버지의 리더쉽이란 전투적으로 경쟁을 부추기지만 엄마의 마더 리더쉽은 무한 경쟁 시대에 브레이크와 핸들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황인선이 조목조목 짚어준 다양한 예측 중에, "한국 스타일의 공부 공동체"가 가진 잠재력에 가장 눈이 갔다. 주변에 고학력, 가정의 천사인 이들이 많은데 그런 이들이 '공부'라는 키워드로 공동체성을 발휘한다면 그 자신의 자존감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 같다. 게다가 이 제안은 상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서 성공한 사례들로 입증되고 있다니, 나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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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으로 이룩한 국민의 정부, 그런데 요새 나라 안팎으로 여러 소음이 들린다. 다시 힘을 모으고, 진짜 당면한 숙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매진해야 할 때, "꿈꾸는 독종"은 좋은 자극제가 된다. 2년 반이라는 귀한 시간을 내어 국민에게 고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써준 황인선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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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애비뉴의 영장류 - 뉴욕 0.1% 최상류층의 특이 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
웬즈데이 마틴 지음, 신선해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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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ates of Park Avenue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


 많이 팔린 책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원제:Primates of Park Avenue) 』의 저자 웬즈데이 마틴(Wednesday Martin)의 인터뷰 영상 및 책 프로모션 동영상을 보았다. 말하는 방식, 주로 쓰는 어휘, 금발에 단정한 외모, 여러 지표는 그녀가 상당히 매력적이고 지능적인 인재임을 나타낸다. 예일대학교에서 문화연구와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를 읽고 짐작하건대, 시댁 또한 상당한 재력가이다. 시누이가 맨허튼 어퍼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  유치원 중에서도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유치원에 금수저 아이 넷을 다 보냈으며 시아주버님 댁과 시어른 모두 뉴욕에서도 가장 집값 비싸다는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사니까. 저자는 9*11 테러 이후, "참극의 현장으로부터 멀어지는 동시에 시댁을 더 가까이 두고 싶어서 (19)" 어퍼이스트사이드로 이사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에드워드 윌슨, 마가렛 미드, 제인 구달, 로버트 트리버스 등의 인류학자와 그 이론을 익숙하게 듣고 자란 그녀는 커서 문화 이론을 전공했던 이력을 살려서 이 '어퍼이스트사이드' 정착기를 일종의 문화탐험지, 즉 민족지(ethnography)로 꾸려보고자 기획한다. Ph. D. 땄어도 학계에 남으려는 생각을 진작에 버리고 작가로서 진로 모색을 하던 그녀로서는 무척 영리한 선택이었다. 실로 그녀는 자신의 기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 』로 유명해졌다.

 

저자 웬즈데이 마틴 1975생 뉴요커. 예일대 Ph. D. 작가. 

몸매(+몸매관리 능력)와 얼굴과 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을 본문 중간중간 내비침. 역시나 성공한 뉴요커로서의 관리된 몸과 자세. 나는 그녀를 살짝 질투하고 있는 듯함.


 

웬즈데이 마틴은 예일대 학부와 대학원 강의실에서 건져온 문화이론과 인류학 현지조사 실습 경험을 십분 살려 "Going Native"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아! 물론, 맨허튼 상류층 집단의 텃세는 심했다. 자존심 강한 엘리트 여성으로서 받아들이기 곤혹스러웠겠지만, 극심한 집단 왕따 경험도 당했다. 강펀치 맞고, 집단에서 그림자 유령취급 당하는 상태를 그냥 놔둘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인간의 친구 암컷 영장류들에게서 배웠던 전략을 활용하여 상황을 역전시킨다. 뒤로 물러나는 대신에 전투적 전면전으로써. 그녀는 1000여만 원은 훌쩍 넘는 헤르메스의 버킨 백을 남편 찬스, 금수저 아줌마 연줄 다 동원해서 구매해 주구장창 들고 다닌다(오죽하면 정형외과에서 버킨 백과 작가로서의 생명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까지 했을까?). 자신이 고학력 작가이며 '당신들을 소재로 한 글을 쓸 거라'는 정보를 슬슬 흘리면서 문화적 자본에서도 우위의 패를 펴 보인다. 경쟁적으로 몸매관리를 하는 맨하탄 상류 전업주부들을 '멘하탄 게이샤manhattan geisha'라며 폄하하면서도 자기 자신도 죽을 힘을 다해 몸매 다듬기에 열을 올리고 비싼 미용실을 매주 드나든다. 발레 동작을 주로 하는 'Physique 57'의 회원으로서 'soul cycle' 회원 여성들을 '바이크 폭주족' 같다고 경멸하는 데도 서슴없다. 흠, 그래서?
웬즈데이 마틴이 솔직히 인정한 그대로, 이 책은 학문적 성격이 짙은 문화 연구를 지향했으나 절반의 성공만 거두었다. 저자가 지나치게 "going native"하는 바람에, outsider의 시각을 놓치고 insider로서의 관점과 유대감만 부각시켰으니까. 아이를 유산한 자신을 위로해주던 어퍼이스트사이드 여성들에게서 "인간 여성이자, 어머니로서의 부드러운 연대, 협력정신"을 발견하며 감동하는 마지막 장에서는 손이 오글거리긴 했다. 이미 내부자가 된 그녀로서는 책의 마무리로서 가장 훌륭한 선택이긴 했어도,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동시에 일반인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뉴욕 0.1% 최상류층에 밀착 접근해서 이처럼 재밌는 책을 써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아카데미아에서만 소통되고 그들만의 언어로 찬사와 비판을 겹겹 뒤집어쓴 책보다는 사람들의 손끝으로 전해지며 와글와글 읽히는 책이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웬즈데이 마틴은 영리한 작가이다. 적당히 대놓고 세속적이면서도 고아함을 잃지 않는 그녀가 부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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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에비뉴의 영장류』를 읽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어휘들. Lulu, SoulCyle, Pysique57, 헤르메스 버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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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 자기답게 살고 싶은 그녀들의 운명, 선택, 회귀 여행
현경.김수진 지음 / 샨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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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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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리베카 솔닛 강연 다녀온 후, 강연장에서 구매한 그녀의 책을 읽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찾아 읽었다. 그러다 '현경'의 신작이 생각났다. 독립심 강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 독신여성들의 교차점과 차이점을 더듬어보는 일이 흥미로울 것 같아서 같은 시기에 현경의 책도 읽었다. 제목이 꽤 길다.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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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문을 제외하고는 실제 김수진이라는 한국 30대 독신여성이 썼다. 어떤 온라인 서점에서는 현경과 김수진을 공저자로 올렸지만 당장 교보문고 온라인 서점만 검색해보아도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의 저자로 "현경"이라는 이름만 올라 있다. 실제 본문의 모든 문장은 현경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인터뷰한 김수진이 썼는데.

더 흥미로운 점을 찾았다. 본문에 등장한 '현경'의 매력적인 사진들에 실제 저자 김수진은 다소곳한 여고생을 연상시키는 몸가짐의 "뒷 모습"만 보여준다. 제대로 얼굴과 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현경'은 노란색, 보라색, 화사한 색의 옷을 입고 전면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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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라는 출판사에서 이 책의 집필을 진행해줄 인물로 김수진을 추천했을 때 '현경'이 그녀를 택한 것은 이유가 있다. 이 사진들에서 그 이유를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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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김수진 저자가 현경과 나란히 얼굴을 모두 드러낸 사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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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이방인 - 내 안의 낯선 나를 발견하는 시간
로버트 레빈 지음, 홍승원 옮김 / 토네이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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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Stranger in the Mirror



  "My brain is malfunctioning." '미드'로 영어 공부하던 시절, 어쩌자고 이 문장이 마음속에 콕 들어와 박혀 나가지를 않았다. "내 뇌가 오작동 중이라서요." 이 한 문장으로 몸과 정신, 자아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생명공학이 발달한 21세기에서 '뇌'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거울 속의 이방인 (원제: Stranger in the Mirror)』의 저자 로버트 레빈(Robert Levine) 박사에 따르면, 4000년 전 고대 이집트인은 인간 존재의 본질이 뇌가 아닌 심장에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조차도 심장이야말로 인간 정신의 핵심이라고 믿었다니!

*

 

 "자기 자신을 정의하려는 것은 자기 이를 깨물려는 것과 같다."는 철학자 앨런 와츠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아 탐색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로버트 레빈은 『거울 속의 이방인』의 결론을 명쾌하게 기술했다. 그 주장을 크게 3가지로 나누자면, 먼저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분하는 경계는 모호하고 가변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Cogito"의 원문장을 "나" 가 아닌, "우리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수정해야 할지 모를 만큼 인간에게 자아란 개인이라기보다는 공화국 같은 것이다. 셋째 자아(self)라는 실체는 끊임없이 변한다. 이 세 주장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진정한 자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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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빈 박사(홈페이지: http://www.boblevine.net/)  는 미국을 대표하는 사회심리학자이자 문화에 따른 시간관념의 차이뿐 아니라 '자아' 개념을 주로 연구해왔다. 가장 최신작인 『거울 속의 이방인』은 그의 농익은 학문적 성과물인 동시에, 심리학뿐 아니라 생물학, 의학, 문학, 기생충학, 범죄학 등에서의 다양한 일화를 끌어와서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일반 대중이 읽어도 푹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흥미로운 소재와 연구물을 많이 소개하기에, 쉴 새 없이 메모하며 읽다 보면 『거울 속의 이방인』의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내가 이해한 수준에서 쉽게 풀어 말하면 다음과 같다. "내 안엔 내가 너무 많아. 아니, 내 안엔 우리가 너무 많아.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일관되고 의지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통합된 자아상이 가능하겠니? 그건 (특히 서구문화에서 추앙받는) 문화적 상상의 아이콘이야. 네 아이디어가 너만의 독창성의 산물이라고? 20년 전의 네가 현재의 너와 같다고? 미국 사회는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라고? NON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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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우리 개개인이 '거울 속의 이방인'으로서 길 잃은 어린 양처럼 헤매여야 한다는 무책임한 주장은 아니다. 인간의 자아는 타자, 혹은 종으로서의 전체와 모호한 경계를 이루며 연결되어 있고 유동적이라는 속성은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로버트 레빈 박사의 말을 그대로 빌어오자면 "가변성이야말로 모든 가능성의 시작이다. 유동성은 유연성을 만들고, 이 유연성은 엄청난 가능성을 이끌어낸다. 바로 그걸 가지고 자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 (중략)…내가 나인 것을 내려놓을 때 나는 비로서 나일 수 있다."

 
 

 

Ch2. 외계인 손 증후군 AHS

Ch 3.Phantom Limb // BIID (body integrity identity disorder) // 흥미로운 생각 거리, "일단 우리 몸 밖으로 나온 배설물 (침, 똥, 눈꼽)에 대한 극도의 불쾌감 // 찾아볼 인물 MIT의 Hugh Herr

Ch4. "유전적 정보상 어느 정도는 모두 우리" 말파리 유충의 숙주가 되다 → self/non-self 경계에 대한 의문 제기

Ch5. DID (해리성 정체 장애) 영화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을 반영한 "Eve White"의 사례

Ch6. 책 제목을 따온 장, "거울 망상증 mirrored self misidentification" // Oh, My God 존경하는 올리버 색스 교수 역시 "얼굴 인식불능증 prosopagnosia"로 고생했었다니 // 8명의subject에게 최면 걸자 거울 속의 자신을 stranger로 인식

Ch7. "Spooky Conincidence"라 할 수 있는 일란성 쌍둥이들의 사례 : Daphine & Barbara : JIm springer & Jim Lewis

Ch.8 도플갱어와 아바타가 생명공학과 의료의 발달로 현실화?

Ch9. Cogito의 재개념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챕터로서 <지킬박사와 하이든>의 저자 스티븐슨이 꿈에서 계시받은 내용에 의거해 소설 집필한 일화 & 로버트 레빈 자신이 젊은 교수로서 강의 나설 때 내 안의 다른 연극적 자아가 성공적인 재담으로 강의 performance를 훌륭히 수행한 사례 & "보르헤스와 나" 언급. 로버트 레빈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스티븐슨의 경우  집필을 위해 마약 도움을 얻었다는 의혹 제기됨.

Ch 10. "환청"에 대한 이야기 : Herbert Mullin이라는 70년대 연쇄살인범(serial killer)를 예시로 환청 듣는 자들의 사례, 현대 서구 사회에서 생각은 자기 안에서 하고 말로 뱉어내지 않도록 문화화(이 부분이 흥미로웠음, 입 밖으로 생각을 내는 자들은 보통 정신이상자로 여겨지는 사회, 하지만 역사적 자료를 뒤져보면 꼭 그랬던 것만은 아님)

 

Ch.11 자기통제에의 환상// delay of gratification // cf. 댄 에일리 // 237쪽 외 2번이나 언급하는 Victor Hugo의 사례 (자기 규율은 어려워, 그러니 난 차라리 발가벗고 글 쓰겠어. 콧바람 쐬러 나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룰 수 있게) // structured proscrastination (Ph. D 논문 진도 안나가자 돈 주고 엄마를 대체할 잔소리꾼 고용해서 성과 얻은 사례 

 ch13 일본 VS 미국

일본에 교환교수로 나가 있으면서 경험한 일본인의 문화, 특히 조교로서 온갖 굳은 일을 다하고 심지어 본인의 연구인데도 교수들의 무언의 압력 떄문에 공동저자로 그들의 이름을 무임승차, 올려준 Sato라는 조교의 사례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가면/ 위선의 의미 /

개인주의라른 환상, 심지어 개인주의 사회에서조차 대부분은 상호의존적 경향을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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