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코리아 - 파란 눈의 미식가, 진짜 한국을 맛보다 처음 맞춤 여행
그레이엄 홀리데이 지음, 이현숙 옮김 / 처음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맛있는 Eating  코리아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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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코리아 (원제: Eating Korea)>의 2017년 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2015년에 저자 그레이엄 홀리데이 (Graham Holliday)의 <맛있는 베트남 (원제 EATING VIETNAM : Dispatches from a Blue Plastic Table)>덕분에 알게 된 저자의 블로그 "누들파이" http://www.noodlepie.com/에서 반가운 한국 음식 사진과 출간 광고글을 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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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영국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젊은이로서 1996년 한국 익산에 와서 영어를 가르쳤던 그레이엄 홀리데이은 이후 베트남으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 짬짬히 베트남의 거리 음식을 섭렵해나가던 그가 냈던 첫번째 저서 <맛있는 베트남>은, "처음북스" 출판사의 북디자이너가 누구였던지 정말 단조로웠다. 한 컷의 음식 사진도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활자 after 활자"인 음식책이었으니까. 하지만 <맛있는 코리아>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는데도 사뭇 다르다. 편집이 깔끔하고, 입맛 돌게하는 음식 사진이 자주 등장한다. 현재는 소설도 쓰고 있고 명성을 많이 얻은 그레이엄 홀리데이의 문장력도 일취월장한 듯 하다. 재미있다. 게다가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음식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 그리고 한국인의 독특성을 관찰한 부분이 참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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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 진정성을 살짝 의심했다. 요샌 음식 이야기를 하면 다들 재미있어하니까. 게다가 홍어를 발효시킨 음식이나, 살아 있는 문어 멍게가 등장하면 영어권 독자들이 더욱 신기해할 테니까, 약간의 쇼맨쉽이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 하지만 <맛있는 코리아>를 읽어갈수록 그레이엄 홀리데이가 진심으로 한국의 음식을 알고 싶어하고, 이에 열정적인 노력을 쏟음이 느껴졌다. 6주 예정의 한국 여행을 마치고 아내에게 들려줄 선물로 강릉의 "반건조 오징어"를 사는 파란 눈의 외국인이 얼마나 있을까? 간장 명인이 차려낸 간장게장 밥상을 앞에 두고, '양반다리'로 앉지는 못하나 좌식 밥상 앞에서 몇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영국인이 몇이나 될까? 멍게의 풍미를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음을 알기에 부산에서 일부러 멍게를 실컷 먹는 외국인은? 게다가 기꺼이 홍어의 질긴 힘줄을 씹고 그 특유의 암모니아 향을 견뎌내다니! 그래서 그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더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1996년의 익산, 그 사람과 풍경을 상세히 기억하는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한국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입견이라도 있는지, 자꾸 한국의 변화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언급한다. 자신의 입으로, 한국에 비판적인 한국인의 입으로, 혹은 자신처럼 한국의 변화상에 비판적인 입장인 다른 외국인의 말을 빌어. 음식문화, 건축문화, 심지어는 성형과 화장의 대유행이라는 생활문화에서의 변화상까지 상당히 시니컬하게 묘사한다. 한국에 흥미있다는 외국인들에게 '인포먼트 cultural informant'를 자청하는 사람치곤 한국 문화에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자신의 문화적 자본을 드러내려는 이가 적지 않기에 난 이런 비평에 대해서 반은 흘려 듣고 반은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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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상당히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데, 한국인은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스스로를 낮추고 자신의 문화를 부끄러워하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자신을 포함 외국인은 김치와 된장 등 한국의 맛에 중독되는데 "한국 사람들은 계속해서 한국 음식을 두고 사과하곤 한다. 너무 냄새가 난다고, 너무 맵다고, 너무 이렇고 저렇다고 말이다. 한국 사람은 비 한국인, 특히 동양인이 아닌 비 한국인은 절대 한국 음식을 좋아할 리가 없다고 믿는다. (20)" 정부 주도로 한식의 세계화를 꾀한다지만, 정작 구체의 일상에서 한국인이 한식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소비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그레이엄 홀리데이의 통찰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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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홀리데이는 전작 <맛있는 베트남>에서도 "길거리 음식"을 예찬하며 파란 플라스틱 의자를 종종 언급했는데, <맛있는 코리아>에도 한국인이라면 익숙할 파란색 플라스틱 간이 테이블과 삼겹살에 소주, 치맥이 등장한다. 그가 탐색하고 싶어했고, 실제 탐색한 것은 네이버 파워 블러거들이 현란한 사진편집술로 가공한 음식이 아니라, 명동의 뒷골목, 진주의 전통있는 비빔밥집, 제주의 조용한 해물밥집 등이었다. 그의 접근 자세가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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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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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외국 학자들이 한국의 "신명," "효," 그리고 "한 恨"의 "본질"을 집요하게 궁금해하는 것을 보면, 그게 더 집요하게 궁금해진다. <맛있는 코리아>의 곳곳에서 "한을 품은 여자가 오뉴월 서리를 내리게 한다'거나, "한국 남성은 '한 제조기," 등의 '한 恨'에 대한 문구가 튀어나온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 바로 이 대화이다.

 

"알은 덤이야." 할머니가 말했다. "봐봐, 몇 개나 있는지 알겠어?"

"수입산인가요?" 내가 물었다.

끔찍함과 실망감이 할머니 얼굴에 나타났다. 내가 심하게 그녀의 한을 흔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91)

 

어떻게 읽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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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기질, 혹은 "한국적"이라고 사람들이 상상해온 것들에 대한 그레이엄 홀리데이의 생각이나 그의 지인들의 의견이 곳곳 돌출한다.

"회사와 결혼하고 두번째로 아내와 결혼"한 한국 남자들더러 "내가 한국 남성이라면 지금쯤 자살했을 거예요."라든지

"(40대 이후) 한국인 대부분은 사춘기 이후 성장하지 못했어."라며 많은 한국의 중장년층을 "정신적으로 별난 희생자들"이라 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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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홀리데이는 5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맛있는 코리아>를 마무리하며, "내가 이 한국 음식 여행에서 바랄 수 있는 건, 제때에 한장면을 보고 담는 것뿐임을 안다. (508)"고 자신의 저서의 의미를 자평한다. 500여 페이지 본문에 내내 나오지만, 한국이 그만큼 미친 속도로 변화하면서도 방향성이 없고, 변하고자 하는 욕구만 있고 전통의 상실이나 잊혀짐을 고민하지 않는다는 비꼼, 혹은 안타까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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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당신이 옳다 - 이미 지독한, 앞으로는 더 끔찍해질 세상을 대하는 방법
자크 아탈리 지음, 김수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언제나 당신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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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나 보이는 필독서 같아서 갖다만 놓고, 두께와 난해도에 압도당해 차마 손을 못대는 책들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나에게 자끄 아탈리(Jacques Attali)의 <등대>도 그 중 한 권인데 딱 봐도 프랑스풍 "지성미"가 폴폴 풍기는 작가의 외모 때문에 책을 골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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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너무 두꺼워서" <등대>에 도전하지 않았는데도, 서문의 화두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정신의 위대함에 대해 말함으로써 환희의 샘이 되기도 하는 (자크 아탈리 2013[2010]:9)" 그 '자기자신 되기(Devenir soi)'는 <언제나 당신이 옳다 (원제:Devenir soi)> 를 관통하는 핵심어이기도 하다. "자기자신 되기"는 "다른 사람의 불확실한 행동을 상관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지배하는 쪽에 내기"를 거는 (자크 아탈리 2016[2014]: 12) 태도이기도 한데, 이는 악의 세력이 부상하고 이미 끔찍하나 앞으로 더 끔직해질 세계에서 더 중요한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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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아탈리는 "나는 이제 지쳤다.… (중략) …그들 (권력자들)이 앞세우는 회의적인 태도와 파렴치함, 자기도취, 자기만족, 이기심, 탐욕, 소심함, 오만함을 보는 데에도 질려버렸다 (2016:11)"라며 권력자들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겠고, 차라리 내가 변하고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아탈리에 따르면 미래 사회에는 폭력, 무관용, 환경재앙, 식량 부족과 불균형, 빈부격차 특히 양극화, 실업 문제, 범죄율 상승, 인구노령화에 따른 다양한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질터인데 권력자들은 마치 자신을 선출해주면 문제를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양 포퓰리즘의 공약을 남발하지만 실제로는 그럴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그런데도 세상을 바꿔보려 하는 대신,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여기기에 이런 무능력한 권력층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 "참 희한한 세상"이라고 자크 아탈리는 탄식한다. 그리고 그런 류의 사람들에게 '정치소비자,' 혹은 "체념하고 요구하는 자 resignersreclamants' 라는 굴욕적인 이름을 지어준다. "지레 체념한 채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지 않고, 동시에 그들이 속박 받는 것에 대해 대가를 요구 (36)"하는 이들을 말한다. 듣기만 해도 굴욕적이고 두렵다. 내가 그런 "체념하고 요구하는 자"가 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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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자크 아탈리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전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 자신이 될' 힘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저항하는 법을 배우고 결정론적 사고에서 벗어난"다면 자기자신이 된 사람들이 대거 배출되고, 또 그 사람들이 서로를 도와서 세상을 더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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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솔깃해진다. 그렇다면 HOW?가 문제인데……<언제나 당신이 옳다>의 2장, 3장, 4장이 바로 그 "HOW"를 위해 할애된 장이다. '자기 자신 되기,' 즉 인생의 주인인 롤 모델들을 숱하게 예시로 보여준다. 알콜 중독에서 벗어난 스티븐 킹, 트랜스 젠더 중국 무용수 진싱, 커트 코베인 등의 예술인들은 물론 창업에 뛰어들어 인생의 주인이 된 기업가도 소개한다. 정치 혹은 사회 활동가로서 국가의 결핍분, 무능력함을 메워주는 사람들의 예도 소개한다.
자크 아탈리는 이렇게 '자기 자신 되기'에 성공한 이들의 교육의 혜택을 입었다고 보지 않는다. 도리어 교육은 "아이들에게 기존 사회를 재생산하도록 가르칠 뿐 (179)"이라며, 그보다는 변화의 '계기'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계기와 계기 사이에는 침묵과 집중, 명상의 단계인 '휴지기'가 필요한데 휴지기는 다시 다음의 다섯 단계로 심화될 수 있다.
1. 인간이 처한 상황과 주변 상황, 다른 사람들 ˖문에 자신의 삶에 가해진 속박과 한계를 파악한다.
2. 스스로를 존중하고 존중받도록 한다.
3. 자신의 고독을 인정한다.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4. 자신의 유일성을 성찰하라. 일생 동안 여러 재능을 동시에, 혹은 차례로 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인식한다.
5. 참자아를 발견한다. 스스로 선택한다.  

 

 좋은 말씀이라는 걸 알겠다. "언제나 당신이 옳다"라는 한국어판 제목도 사실, 용기를 주는 말이다. 휩쓸려가거나, 힘있는 자들에게 의존적이 되기 쉬운 세상에서 '네 안의 힘'을 믿고 '네 재능을 발휘하여 네가 원하는 대로 살라'고 메시지를 주니 참 듣기에 아름다운 말이다. 게다가 실제 그렇게 해서 '자기 삶'을 살고 '타인에게도 그들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이들'이 많다니 고무적이고.

그. 러. 나.

아탈리의 "자기 자신 되기"를 읽고도 공허가 풀리지 않는다. 그가 구체의 언어보다는 한차원 걸러진 어휘를 써서 일지도 모르겠고, 그 역시 지식 혹은 지식인이라는 권력을 쥔 소수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교육이야말로 체제순응적, 체제 재생산의 도구적 인간형'을 양산한다고 비판하지만, 그가 이렇게 정교한 언어로 전 세계인들에게 '자기자신되기'를 촉구할 수 있음도, 결국은 그 교육의 기회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잘 활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가지지 못하고, 고통이 앞서서 '성찰'이라는 말이 사치인 이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유일성을 성찰'하라는 조언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내가 자탈리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겠지만, 그는 적어도 무더운 여름날 소똥 냄새 나는 농장에서 땀흘려 일할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시원하게 내린 더치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삐딱선을 탐은 내가 그를 질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유일성은 고독이라는 동전의 이면 (196)"
*
"인생의 궁국적인 목표는 '체념하고 요구하는 자'가 되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 대신 창조자가 되어 자신이 지닌 고유한 가치와 열망에 따라 정의한 '나만의 의미 있는 삶', 즉 어느 누구도 똑같은 방법으로 디자인해낼 수 없는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197)"
*
"자본주의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한다. 즉 인간을 노동하고 소비하는 사물, 이윤의 순수한 원천으로 변화시킨다. 그후 자본주의는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해서 스스로 사라진다.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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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이미지 - 이미지 과잉 시대에 ‘생각하는 이미지’를 말하다 이종건의 생활+세계 짓기 시리즈 3
이종건 지음 / 궁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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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이미지 이미지 과잉 시대에 '생각하는 이미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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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모두에 "최," "순," "실"이라는 그 유명한 고유명사가 등장한다.  탈 진실(Post_Truth) 시대에 촛불 집회라는 "완전한 의미의 비폭력 상태를 유지 (8)"한 대한 민국국민을 칭송하는 동시에  가짜 뉴스 (fake news)의 치명적 독성을 환기시킨다. 말보다는 이미지에 의한 선동이 앞서서 진실을 가리는 탈 진실의 세상에서 '가짜뉴스'야 말로 "합리적 사고와 의사소통을 방해 (11)"한다고 이종건 교수는 강력히 경고하는 것이다. 현실을 치환하는 가짜 뉴스, 가짜 가벼운 이미지를 구별해내어 프로파겐다에 휘둘리지 않으려거든 '깊은 이미지'를 사유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 작업은 쉽지 않다. 물론 "없는 지점 곧 영점 零點에서 플러스를 다루는 것 (33)," 다시 말해 깊이 없는 것을 해명함으로써 출발할 수도 있는 작업이지만, '얕이,' '깊이' 등 언어 그 자체가 사물화 경향을 띠고, 개념 명사는 워낙 느슨하게 의미를 나르므로 '깊이 있음'을 묻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묻는 일 자체는 의미가 있다. 

*
  <깊은 이미지>는 "이종건의 생활 + 세계 짓기 시리즈"의 제 3권이다. 이전에 <시적 공간>, <살아 있는 시간>을 읽을 독자라면 "산다"를 능동사가 되도록, 능동의 힘을 부추기려고 내 놓는다는 이 시리즈 기저의 의도를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겠다. 혹은 메를로 퐁티, 아도르노, 발터 벤야민, 니체, 칸트의 인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적 레벨의 독자라면 <깊은 이미지>가 추구하는 깊은 메세지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다. 나의 경우, 두 둘다 해당 사항이 없기에 열심히 메모해가며 <깊은 이미지>를 읽어도 시선이 활자의 얕은 층만 오간듯 하다.  얕은 독해력이 안타깝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
그 얕은 독해력에 불구하고, 눈에 들어오던 문구가 있었는데, 바로 "어려운 아름다움 (63)"이 그것이다. 프로파겐다의 방편으로 전락하기 쉬운 '쉬운 아름다움(67)'과 달리, '어려운 아름다움'은 깊은 아름다움이기에 다른 차원의 삶의 진리로 나아가라고 우리를 추동시킨다. 이종건 교수는 "지도자의 격에 턱없이 못 미치는 미숙한 언어구사력도 문제였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사라져가는 주름살과 변해가는 얼굴 윤관은 적잖은 충격 (64)"이라며, 가짜 아름다움 즉 쉬운 아름다움에 현혹될뻔한 우리 국민이 그 얕은 프로파겐다에서 빠져나왔음을 축하하는 것도 같다. 그렇다고 완전히 빠져나온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탄핵 심판 앞에서 촛불과 태극기 양극으로 나뉘었던 대한민국은, 각자 자신의 신념에 부응하는 매체들만 믿고 다른 매체들은 불신하는 불통의 세계를 짓는 중 (130)"이며, 이미지는 "옷 젖는 줄 모르는 가랑비처럼 알게 모르게 스며들(131)'기에 계속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 있음은 계속 날카롭게, 근원을 묻는 질문을 던지는 삶과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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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이미지>를 읽으며, 소비주의 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의 허상을 진실로 믿고 추구하다보면, 더 큰 힘의 결집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페터 슬로터다이크 (Peter Sloterdijk 1947~ )의 경고가 떠올랐다. <분노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했는가?>를 <깊은 이미지>와 교차해 읽으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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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섭의 초등5·6학년 학군상담소 - 공부도 잘 시키고 노후도 든든한 가성비 최고 학군 찾기!
심정섭 지음 / 진서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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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섭의 초등 5*6학년 학군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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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섭" 친숙한 이름이기는 한데, 솔직이 누구이신지 잘 몰랐다. <심정섭의 학군 상담소>를 휘리릭 훑어보니 강남과 판교, 경기권 부동산을 꿰뚫고 있고, SKY내다볼 중고등학교 추천에 "신의 머리"를 가진 분 같았다. 살짝 선입견이 생겼다. 사교육, 강남불패신화 조장자 아닌가? 그런데 막상 <심정섭의 5*6학년 학군 상담소>를 찬찬히 읽어보니, 그렇게 단순히 말할 수 없겠더라. 뭐랄까, "부모 재력과 학업 성취도"의 상관관계를 마치 모두가 인정하는 "common sense"인양 이야기하고, 도곡동 일대와 판교 혁신학교 부근 부동산 시세 추이를 줄줄 꿰차고 있기에 살짝 삐딱하게 보려했더니, 그러기에는 굉장히 솔직하다. 솔직해서 피가되고 살이되는 구체적 조언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심정섭"의 네이버 "학군과 교육까페"를 많이 찾나보다.

350여 페이지의 두꺼운 책에서 의외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자녀교육은 종합예술이다 (80쪽)"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장이다. 유초등 시기의 영재교육이 오히려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죽일 수 있다며, 부모 욕심으로 아이를 괴롭히지 말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천부적인 능력을 존중하고, 내가 원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가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교육의 묘수를 찾기를 기대 (85)"한다고 의견을 피력한다. 20여년을 사교육, 입시현장에서 헌신해온 저자인지라 '자녀교육'을 예술에 비유하는 주장은 그가 숱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고, 제자를 길러내면서 경험으로 얻은 혜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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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심정섭의 초등 5*6학년 학군상담소>는 마침 잘 편집된 중고등학생용 참고서처럼 보기가 쉽다. 읽는 자, 독자의 수요와 니즈를 간파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이 책을 찾는 학부모 유형을 4가지로 정리하고 각각에게 가장 필요한 충고를 담은 사례나 페이지를 첫들머리에 소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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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제목에 "5*6학년"이라는 문구가 삽입된 이유도 설명한다. 학군을 바라보고 이사하기에 최적기는 아이가 초등 5*6학년 때라는 것이다. 이보다 이르면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늦어지면 아이에게 교육적인 효과가 낮아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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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정섭의 5*6학년 학군 상담소>는 심정섭이 직접 온오프라인에서 상담해준 숱한 학부모들을 실사례로서 본문에 녹여 냈기에, 구체성과 현실감이 크다. 이분야 까막눈 부모도, 뭐좀 아는 부모도 꽤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이 책을 꿰뚫는 기본적인 전제를 몇가지 뽑아보자면

1. 뭐니뭐니 해도 어느 지역, 어느 학교 출신이냐가 아이의 향후 미래에 큰 결정 요인이다.
2. 부모 재력 엄청나게 중요하고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본문에 평범한 서민가정에서 국제중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에게 심정섭 저자가 직언한다. 영국 보딩스쿨 같은 국제중을 서민출신 아이가 얼마나 위화감 느끼며 힘겹게 다니겠냐고. 차라리, 그럴 바엔 국제중 가지 말라고)
3. 영어보다 앞으로의 관건은 수학이다.
 아무튼, 제목인 "학군상담소"처럼 제대로 상담해주는 책이기에, "학군"때문에 이사를 고려하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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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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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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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제목 조오타! <책이 좀 많습니다> 누군가 자기를 소개하는 말에 이런 문장을 적어 놓는다면, 그 사람과 말 나눠 보고 싶어할 것 같다. 겸손한 느낌을 주지만 장난기도 느껴지게 도전적이기도 하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도대체 '얼마나 많길래!' '왜 하필 책인 많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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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많다는 분은 직업이 헌책방 사장님이시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골목길 문화 살리기, "이상하 나라의 앨리스" 작가 루이스 캐럴 자료 수집, 그리고 책 읽기와 쓰기에 열중한다. <책이 좀 많습니다> 이전에 이미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과 <심야책방>을 썼다. <책이 좀 많습니다>의 주어는 저자 "윤성근"이 될 수도 있고, 그의 손님들이자 애서가들, 혹은 이 책의 인터뷰이들이 될 수 있다. 총 23명의 인터뷰이가 등장하는데, 저자는 그들의 집을 수고스럽게 일일이 방문한다. 혹은 그들과 '냉면'을 먹거나, 점심엔 할인하는 호텔 뷔페를 먹거나 토끼처럼 귀엽게 깎아낸 사과를 함께 먹는다. 원래 알던 이들을 인터뷰했기에 소개글마다 애정과 따뜻함이 넘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면, "인터뷰어 폭이 넓은 만큼, 인터뷰이를 넓게 보여준다"라 할까?

책덕후 활자중독자 윤성근이 넓게 보는 만큼 인터뷰이의 책꽂이와 사람됨을 몇 페이지 안 되는 짧은 글에 압축해낸다. 헌책방 찾아오는 손님 중 책만 많다고 윤성근의 레이다에 걸릴 수 없다. 책장은 단촐해도 책 사랑이 뒤지지 않는 이, 책 속에서 행복을 찾는 이, 거주 공간보다 책 공간을 우선하는 이, 다양하다. 등장인물의 직업도 다양하다. 번역가, 기자, 회사원, 판소리 고수, 자유 기고가, 교사, 수의사 등.

그들의 책장을 훔쳐 보는 재미, 어떤 취향의 애서가이건 말이 잘 통하는 윤성근의 내공에 감탄하는 재미.

그래서 나는 <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고나서 근처 도서관마다 그의 책을 다 신청했다. 이런 책덕후들이 잘 살아야, 종이책 문화, 불 안꺼지리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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