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평양의 영어 선생님
수키 김 지음, 홍권희 옮김 / 디오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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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out You, There is No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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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나의 목표는, 바깥 세상이 북한 주민의 고통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변화를 낳는 것을 돕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하게 한다는 희망 아래 북한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11쪽, 아! 영어 원문을 궁금하게 만드는 번역문입니다! )


 

수키 김, Suki Kim. 아몬드 모양의 눈동자가 40대 중반이라는 나이의 무게를 잊게 가벼운 반짝임으로 나를 응시했다. 매혹적인 외모에 단번에 호감이 생겼다. 사실 작가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유니언신학대학 교수 현경의 최신작,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뉴욕』에서 '수키 킴'을 언급했기에 읽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단단한 턱선에 먼저 매료되다니! 

*

본문 어딘가에선가도 일본 모델과 똑 닮았다는 이유로 모델 제의를 많이 받았다는 어머니의 외모를 언급했는데, 수키 김이 과장하지 않았을 거다. TED 강연을 비롯해 그녀와 등장하는 여러 인터뷰를 샅샅이 뒤져보니 심지어 말투까지도 매력적이다.

https://www.ted.com/talks/suki_kim_this_is_what_it_s_like_to_go_undercover_in_north_korea?utm_campaign=tedspread--b&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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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때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계 미국인인 수키 김은 첫 장편소설 『통역사 (The Interpreter)』(2003)로 많은 문학상과 풀브라이트 펠로우쉽 등을 휩쓸었다고 한다. 여러 대륙, 여러 나라를 다녀 본 행운아이자 열정적이고 솔직한 성품의 프로페셔널이라는 것을 『평양의 영어 선생님』행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그녀는 한국어와 영어 이중언어사용자이면서 외모가 "한국"스러운 미국인이기에 '평양과기대'에서 북한 대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칠 기회도 얻었다. 아니 그 기회를 노리고 자원했다. 말하자면 잠입 저널리즘 (undercover journalism)으로 북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대담한 시도이다. 실로 그녀는 서문에서 2014년 출간된 이 책으로 인해 위험에 빠졌을지도 모르는 북한 내 동료영어교사와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면서도, 협박성 e메일에 대해서는 "언론의 도덕적 가이드라인 운운하며 북한의 지침에 따른 북한식 진실 보도를 북한이 허가해줄 때까지 기다리며 관망만했던 우리 모두의 손에 묻어 있다 (11)"고 기자이자 작가로서의 사명감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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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감시를 의식해 소리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는 단어는 "slaves" 였다!!!!!
수키 김이 최초로 북한에 방문한 해는 2002년이었다. "Harper's Magazine"의 취재원이었다. 이후 2011년에는 영어교사 자격으로 평양과학기술대학(평양과기대)의 북한에 몇 달간 체류했다. 그녀는 삼엄한 감시를 받는 와중에 직업정신을 발휘해서 매일의 대화와 사건을 세세히 기록하고 USB에 숨겨두었다. 이후, 안전하게 미국으로 돌아와 그 자료를 보충할 외부 자료를 더 찾고 탈북자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개인의 회고록 이상의 글을 쓰고자 했다. 그녀의 책과 종종 비교된다는 신은미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다녀오다』는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적어도『평양의 영어 선생님』 은 귀한 자료(극소수의 허가받은 외국인밖에 접근할 수 없었던 북한의 내부, 북한 젊은이들의 생각)를 도매금에 팔아넘기는 싸구려 글이 아니다. 진정성을 뭐라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수키 김의 글에서는 진정성, 그리고 따뜻함이 느껴진다. "북한을 구제하자!"는 가진 나라의 온정주의가 아닌, 형제와 부모를 전쟁통에 잃고 이산가족이 된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안타까움과 절절함이 기저에 깔려 있기에. '눈물'이나 '울다'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기도 한다. 사실 70년대생인 그녀에게서는 묘하게도 그 이전 세대(아마도 그녀 가족사의 영향이겠지만)의 정서와, '분단 이전의 하나인 국가로서의 한국'에 대한 노스텔지어까지 느껴진다.
*
요새 연일 미치광이 "rocket man"으로 국제사회에서 희화화되는 북이 설마 전쟁을 일으키겠느냐 생각이었지만, 『평양의 영어 선생님』을 읽으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영문학을 전공해서인지 작가는 언어에 무척 민감했는데, 북한에서는 공영방송에서도 '대가리통'이니 '패거리'니 '조준발사사격' 등 전투적 언어를 밥 먹듯 쓰고 일상에서도 젊은이들이 호전적인 언어를 쓴다고 기억했다. 마치 준 전시상황인 양. 무엇보다 문제는 오랫도록 움직일 자유, 생각하고 말할 자유를 차단당하고 정보조차도 주어진 대로만 주입받는데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사실 수키 김이 주로 상호작용한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금수저 중의 금수저 엘리트 청년들이기에 북한 주민이라는 일반범주를 대표할 수 없겠지만) 은 변화를 추구하기엔 과하게 길들었다. 이 책의 원제인 "Without you, There is No Us"가 뜻하듯, '수령님이 아니고서는 아무것도 아닌 우리'식, 광기의 집단주의에 빠져 있다면 어쩌면 광기가 물리적인 힘으로 표출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일 듯하다. 북한 사회를 "horrific"하다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비유한 그녀의 안위가 걱정되어서 나는 Google에 "Suki Kim 2017"이라고 검색하기도 했다. May Peace be with you! May peace be with two Koreas, on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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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 밀양 할매 할배들이 발로 쓴 대한민국 ‘나쁜 전기’ 보고서,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분 후보작
밀양 할매 할배들 지음 / 한티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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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활자로만 문제의식을 소비하는 비겁자의 의례 중 하나는, 최신간 소비.  나름 명분을 끌어오며 독서하는데, 우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더 많이 알리고 우연한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같이 목소리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명분.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는 부제가 "밀양 할매 할배들이 발로 쓴 대한민국 '나쁜 전기' 보고서이다. "탈핵 탈송전탑 기행"에 참가한 주민의 목소리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인 이계삼이 정리해서, 국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 10여년 해오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육성을 가급적 생생히 옮기되, 원정대(?)가 만난 다른 지역 주민들의 고충과 연대의 요구도 담고, 탈핵으로 나아가야하는 과학적인 자료들도 중간중간 실은 책이다. 여러 이유에서 메모하며 읽었고, 읽게 되는 책.
*

본문에 등장하는 분들은 "밀양 송전탑 건설"의 문제를 '사람보다 전기 우선'하는 인권의 문제로 파악한다. 투쟁이 외부에 알려질수록, 장기화될수록 한전이 제시하는 보상금은 억대로 올라갔다고 하지만, 끝까지 보상 합의라는 회유에 넘어가지 않은 분들은 "돈보다 더 소중한 무엇," 즉 존엄성과 살 권리를 지키고자 함이라고 한다. 단순히 자신의 삶이 아닌, 미래 세대 그 땅에서 살게될 자손들의 삶을.

*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을 읽다보면, "한전"으로 집약되는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의 논리는 한국의 미세먼지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의 대응 방식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먼저, 숫자 놀음의 면에서. 이미 많은 국민에게 알려졌지만 한국의 미세먼지 기준치라는 것은 상당히 느슨하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때는 미세먼지라는 용어대신 '부유먼지'를 제안하는 개소리도 들리기도 했다. 국민의 경각심을 낮추어 안전불감증에 걸려 침묵하는 양으로 만드려는 전략이었다. 송전탑의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다. 나는 전기 kV, kW이런 걸 잘 구별도 못하는 무식쟁이이지만, 스웨덴은 2밀리가우스(mG), 네델란드와 스위스 이스라엘은 10mg를 안전기준치로 삼고 있다는데 한전측은 무려 833mG를  기준치로 삼으며 "문제 없다"고 주민을 회유한다는 데서 불끈하지 않을 수 없다.  

 

 


탈송전탑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결국 탈핵으로 이어진다.

1.    이름의 정치학

Ÿ   신고리 3*4호기는 행정구역상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위치했으나, 울산원전이라 하면 울산 지역민이 반발하고 서생원전이라 하면 서생 배라는 특산물이 안 팔리게 생겼기에 결국 신고리 3*4호기로 명명

Ÿ   기장지명 회피: 기장 지역에서 나는 미역, 멸치 등 수산물 판매에 영향, 실제 세슘과 요오드 검출로 길천 어업은사실상 소멸. 

Ÿ   경주 방폐장의 원이름은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BUT 이름 세탁으로 원자력환경공단

 

2.    한전의 전략

Ÿ   숫자놀음: “833mG 안되니 괜찮아요.” (그러나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전자파의 장기노출 한계치를 2mG로 설정, 강원도 삼척 옥원리의 경우 철탑 아래 측정치가 이미 60mG 이상)

Ÿ   위협

Ÿ   축소: “그냥 전봇대

Ÿ   돈으로 회유

Ÿ   분열조장: “당신들끼리 싸워보세요.” (보상금 등을 놓고 내부분열이 일어나도록 조장, 원전 찬성 주민들만 단체로 일본 환경관광여행을 시켜준다든지 하는 일차원적 향응도 대접)

Ÿ   감사원과 밀약: JTBC 뉴스 중 성매매 현장에서 감사원 간부 적발, 한전 직원이 접대하다 적발된 경우.

Ÿ   원전 안전 First, 주민 안전 뒷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쓰나미에 대비하는 것은 좋은데, 마을은 원전 부지보다 저지대가 되어버렸어요. 7m 차이가 나요. 원전 안전은 그렇게 챙기는데 주민 안전 조치는 하나도 없어요. 작년 8 25일에 50세대가 침수되었습니다.” (151, 길천 마을 주민)

3.    건강 불평등의 지형도

Ÿ   월성 핵발전소 인근 감포읍 대본리 해녀 12명 전원 갑상샘암, 삼중수소제거설비를 4호기까지 모두 달지 못하여 배관에다 하나를 달아서 옮겨가며 제거하는 수준.

Ÿ   오마이뉴스충남 당진의 765kV 폐형광등 실험

라돈 걸”: 시계침 끝의 형광물질(방사능 물질인 라돈) 을 붓으로 하던 여공들이 붓끝을 혀로 핥아서 가지런히 하며 일하는 과정에서 라돈에 노출되어 백혈병 등으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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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독종 - 한국인, ‘승부사의 DNA’가 다시 시작된다
황인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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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독종


“세계는 우리를 대접하는 데 우리가 스스로 낮출 필요는 없습니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한국, 한국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워싱턴 D. C. 동포 간담회 연설문 중에서)


 20여 년을 마케팅 분야에서 헌신해온 저자 황인선이 2년 반이나 공을 들여 집필했다는 책을 몇 시간 안에 다 읽자 저자에게 미안해졌다. 자신에게 익숙한 공부와 경험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다양한 자료를 모으고 치밀하게 글을 준비한 흔적을 페이지마다 느꼈으니 말이다. 황인선은 "한국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위기이기에 이 땅에 작가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8)"  『꿈꾸는 독종』을 썼다 한다. "한국의 성공 동력은 무엇이었으며,  국가적 골든 타임(golden time)의 이 시기에 어떤 동력으로 치고 나가야 할 것인가?"을 탐색한다. 마케터로서의 실전 감각과 직관으로 그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는데, "독종" 그리고 "꿈꾸는 독종"이 그 것이다. 전자는 대한민국의 고속성장 신화를 이룬 과거의 성공 동력이고 후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형 성공 동력을 뜻한다. 사실, '깡패 영화'에나 나올 듯 구시대적 어휘로 들리는 '독종'은 다른 말로 "깡"이요, 이스라엘 어로는 "후츠파(chutzpah. 담대함, 돌파력)"이라 할 수 있단다. 황인선은 대한민국 국민이 21세기를 맞아, 예전의 깡에 창조적 감성까지 더해 대한민국만의 "꿈꾸는 독종"이 된다면 더 크게 비상할 수 있으리라고 온 국민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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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독종』의 1장에서는 대한민국 국민만 정작 인정 안하는 3가지(북핵위협 하에 전쟁 발발 위험, 초대강국인 일본 중국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 중 마지막으로 "한국은 선진국인데 한국인만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민족적 자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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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오늘날 세계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한국을 만든 동력을 분석한다. 마케터답게 제대로 잘 지은 소제목을 빌어와 나열하자면, "가문의 영광을 위한 가문의식과 뜨거운 교육열," "불안의 다이나믹, 빨리빨리 문화와 깡다구 정신," "바둑형 평등사상," "종교전쟁이 없는 나라," "선비 정신이 만들어낸 공부력." "젊음과 흥이 넘치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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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에서는 이런 한국이 겪고 있는 위기를 조목조목, 현실감 있게 드러내 준다. "'달달'을 선호하는 honey 문화와 슬랙티비즘 (Slacktivism. 말뿐인 행동주의), 뒤틀린 mom문화, 무한 경쟁 체제, 창의적 인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 창맹(創盲, Creative Idiot) 행태 과잉, 헬조선과 N포 같은 셀프 동정" 등이 그것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정신이야 말로, "꿈꾸는 독종"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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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에서는 제 아무리 4차 혁명 시대일지라도 "꿈꾸는 독종"을 대체할 수 없다며 우리 스스로를 브랜드화하자고 충고한다. 공부로 시작하라고 한다. 한국의 저력은 오랜 선비정신에서 나왔는데, 정작 대한민국 국민은 일제가 선비문화를 폄하하고 부끄러워하도록 유도했기에 그 가치를 모른단다. 선비처럼 공부하라, 그 공부력이 우리를 구원해줄지이니. 또 하나, 독특하게도 황인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국 "여성적인 힘, 그 중에서도 마더쉽(mothership?)에 달렸다고 예측한다. 박근혜를 통해 봤듯, 아버지의 리더쉽이란 전투적으로 경쟁을 부추기지만 엄마의 마더 리더쉽은 무한 경쟁 시대에 브레이크와 핸들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황인선이 조목조목 짚어준 다양한 예측 중에, "한국 스타일의 공부 공동체"가 가진 잠재력에 가장 눈이 갔다. 주변에 고학력, 가정의 천사인 이들이 많은데 그런 이들이 '공부'라는 키워드로 공동체성을 발휘한다면 그 자신의 자존감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 같다. 게다가 이 제안은 상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서 성공한 사례들로 입증되고 있다니, 나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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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으로 이룩한 국민의 정부, 그런데 요새 나라 안팎으로 여러 소음이 들린다. 다시 힘을 모으고, 진짜 당면한 숙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매진해야 할 때, "꿈꾸는 독종"은 좋은 자극제가 된다. 2년 반이라는 귀한 시간을 내어 국민에게 고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써준 황인선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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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애비뉴의 영장류 - 뉴욕 0.1% 최상류층의 특이 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
웬즈데이 마틴 지음, 신선해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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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ates of Park Avenue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


 많이 팔린 책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원제:Primates of Park Avenue) 』의 저자 웬즈데이 마틴(Wednesday Martin)의 인터뷰 영상 및 책 프로모션 동영상을 보았다. 말하는 방식, 주로 쓰는 어휘, 금발에 단정한 외모, 여러 지표는 그녀가 상당히 매력적이고 지능적인 인재임을 나타낸다. 예일대학교에서 문화연구와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를 읽고 짐작하건대, 시댁 또한 상당한 재력가이다. 시누이가 맨허튼 어퍼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  유치원 중에서도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유치원에 금수저 아이 넷을 다 보냈으며 시아주버님 댁과 시어른 모두 뉴욕에서도 가장 집값 비싸다는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사니까. 저자는 9*11 테러 이후, "참극의 현장으로부터 멀어지는 동시에 시댁을 더 가까이 두고 싶어서 (19)" 어퍼이스트사이드로 이사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에드워드 윌슨, 마가렛 미드, 제인 구달, 로버트 트리버스 등의 인류학자와 그 이론을 익숙하게 듣고 자란 그녀는 커서 문화 이론을 전공했던 이력을 살려서 이 '어퍼이스트사이드' 정착기를 일종의 문화탐험지, 즉 민족지(ethnography)로 꾸려보고자 기획한다. Ph. D. 땄어도 학계에 남으려는 생각을 진작에 버리고 작가로서 진로 모색을 하던 그녀로서는 무척 영리한 선택이었다. 실로 그녀는 자신의 기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 』로 유명해졌다.

 

저자 웬즈데이 마틴 1975생 뉴요커. 예일대 Ph. D. 작가. 

몸매(+몸매관리 능력)와 얼굴과 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을 본문 중간중간 내비침. 역시나 성공한 뉴요커로서의 관리된 몸과 자세. 나는 그녀를 살짝 질투하고 있는 듯함.


 

웬즈데이 마틴은 예일대 학부와 대학원 강의실에서 건져온 문화이론과 인류학 현지조사 실습 경험을 십분 살려 "Going Native"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아! 물론, 맨허튼 상류층 집단의 텃세는 심했다. 자존심 강한 엘리트 여성으로서 받아들이기 곤혹스러웠겠지만, 극심한 집단 왕따 경험도 당했다. 강펀치 맞고, 집단에서 그림자 유령취급 당하는 상태를 그냥 놔둘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인간의 친구 암컷 영장류들에게서 배웠던 전략을 활용하여 상황을 역전시킨다. 뒤로 물러나는 대신에 전투적 전면전으로써. 그녀는 1000여만 원은 훌쩍 넘는 헤르메스의 버킨 백을 남편 찬스, 금수저 아줌마 연줄 다 동원해서 구매해 주구장창 들고 다닌다(오죽하면 정형외과에서 버킨 백과 작가로서의 생명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까지 했을까?). 자신이 고학력 작가이며 '당신들을 소재로 한 글을 쓸 거라'는 정보를 슬슬 흘리면서 문화적 자본에서도 우위의 패를 펴 보인다. 경쟁적으로 몸매관리를 하는 맨하탄 상류 전업주부들을 '멘하탄 게이샤manhattan geisha'라며 폄하하면서도 자기 자신도 죽을 힘을 다해 몸매 다듬기에 열을 올리고 비싼 미용실을 매주 드나든다. 발레 동작을 주로 하는 'Physique 57'의 회원으로서 'soul cycle' 회원 여성들을 '바이크 폭주족' 같다고 경멸하는 데도 서슴없다. 흠, 그래서?
웬즈데이 마틴이 솔직히 인정한 그대로, 이 책은 학문적 성격이 짙은 문화 연구를 지향했으나 절반의 성공만 거두었다. 저자가 지나치게 "going native"하는 바람에, outsider의 시각을 놓치고 insider로서의 관점과 유대감만 부각시켰으니까. 아이를 유산한 자신을 위로해주던 어퍼이스트사이드 여성들에게서 "인간 여성이자, 어머니로서의 부드러운 연대, 협력정신"을 발견하며 감동하는 마지막 장에서는 손이 오글거리긴 했다. 이미 내부자가 된 그녀로서는 책의 마무리로서 가장 훌륭한 선택이긴 했어도,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동시에 일반인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뉴욕 0.1% 최상류층에 밀착 접근해서 이처럼 재밌는 책을 써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아카데미아에서만 소통되고 그들만의 언어로 찬사와 비판을 겹겹 뒤집어쓴 책보다는 사람들의 손끝으로 전해지며 와글와글 읽히는 책이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웬즈데이 마틴은 영리한 작가이다. 적당히 대놓고 세속적이면서도 고아함을 잃지 않는 그녀가 부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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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에비뉴의 영장류』를 읽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어휘들. Lulu, SoulCyle, Pysique57, 헤르메스 버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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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 자기답게 살고 싶은 그녀들의 운명, 선택, 회귀 여행
현경.김수진 지음 / 샨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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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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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리베카 솔닛 강연 다녀온 후, 강연장에서 구매한 그녀의 책을 읽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찾아 읽었다. 그러다 '현경'의 신작이 생각났다. 독립심 강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 독신여성들의 교차점과 차이점을 더듬어보는 일이 흥미로울 것 같아서 같은 시기에 현경의 책도 읽었다. 제목이 꽤 길다.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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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문을 제외하고는 실제 김수진이라는 한국 30대 독신여성이 썼다. 어떤 온라인 서점에서는 현경과 김수진을 공저자로 올렸지만 당장 교보문고 온라인 서점만 검색해보아도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의 저자로 "현경"이라는 이름만 올라 있다. 실제 본문의 모든 문장은 현경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인터뷰한 김수진이 썼는데.

더 흥미로운 점을 찾았다. 본문에 등장한 '현경'의 매력적인 사진들에 실제 저자 김수진은 다소곳한 여고생을 연상시키는 몸가짐의 "뒷 모습"만 보여준다. 제대로 얼굴과 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현경'은 노란색, 보라색, 화사한 색의 옷을 입고 전면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

샨티라는 출판사에서 이 책의 집필을 진행해줄 인물로 김수진을 추천했을 때 '현경'이 그녀를 택한 것은 이유가 있다. 이 사진들에서 그 이유를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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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김수진 저자가 현경과 나란히 얼굴을 모두 드러낸 사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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