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는 우주선은 하나의 커뮤니티, 즉 단일 공동체이다. 그리고 이러한 진리에 대해 가장 무지하며, 가이아를 향하여 가장 악랄한 공격을 가하고 있는인류 집단조차도 엄연히 이 지구공동체에 귀속되어 있고, 지구공동체의 물리적 변화와 작용에 영향을 받고 있다. - P57
산과 숲은 지구의 발명품이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삶을 일궈온 결정적 장소이기도 하다. 약 5500만 년 전부터 1500만 년동안 지구에서 거대한 산들이 융기하여 산맥을 형성했다는진화사적 대사건을 전혀 모른 채, 초기 호모 사피엔스들과 그조상들은 산과 숲 근처에서 빙하기를 견뎌내며 서식했다. - P65
이렇게 보면, 숲은 인간이 온 곳이자 인간의 마을이 시작된 곳이며 인간을 살려주는 곳이자 회복시켜주는 곳이다. 숲은 처음부터 인간에게 ‘품이었고, 어머니였다. 태어나면 태(胎)를 산림에 묻고, 조상의 시체를 산소(所)에 묻었던 고려인의 풍속은 산림의 모성(母性)에 대한 인식에 기초한 것이었다. 인간이 문화적 존재자라면, 숲은 인간의 문화적 생존을가능하게 한 모성의 시원(始源)이었다. - P68
산을 소요하는 사람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천연한 자연을 닮는 것. 우주가 바라는 것과 자신이 바라는 것이 일치하며, 청화한 우주와 청화한 자기 마음 사이에 아무런 간극이 없는 상태에 처하는 것. 산이라는 하나의 세계가 곧 자기자신으로 여겨지는 상태의 지속뿐이다. - P81
실제로 내가 청혼을 하기 위해 그녀 집에 갔을 때, 그녀부모님의 반응은 몹시 차가웠다. 마치 전 세계의 냉장고 문이 한꺼번에 열린 것 같았다. - P105
숲에는 누군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숲의 식구들이 그리고 지구가, 지구의 문법이, 지구의 신음이, 우리의 책임이,우리의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또 우리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 때로는 감격에, 때로는 영감에 조용히 마음설레는 우리 자신이다. - P12
경이로운 것은 숲의 녹엽 식물들의 생존 활동으로 인해 생기는 생태적 효과이다. 이들은 광합성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인 산소를 대기에 쏟아내면서 지구 대기 내 산소 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대기 중 산소 농도는 약 21퍼센트로(인체에 이로운 산소 농도는 21~23퍼센트이다) 이 농도는 지구에대기가 생긴 이래 12~35퍼센트 사이에서 주기적으로 상승과하강을 반복하며 동식물 종들의 번성과 멸종을 좌우하는 역할을 해왔다. - P28
숲에서 우리가 받는 쾌적한 느낌은 식물들이 내뿜는 피톤치드의 향 때문인데, 피톤치드는 식물들이 발산하는 대표적인 독성 물질(방어성 물질)이다. 5,000개 이상의 성분을 함유한 피톤치드의 독성은 그 이름에서 확인된다. 피톤치드는 식물(Phyto)‘과 죽이다(Cide)‘는 뜻이 결합된 단어이다. 우연히도 인체에는 이롭지만, 어떤박테리아나 곤충에게는 독성을 발휘하는 독극물이 바로 피톤치드인 것이다. - P29
숲의 실재에 다가가려면, 숲의 시간을 상상해야 하며, 숲에서 이동하는 대신, 어슬렁거려야 한다. 그리고그러려면 반드시 혼자여야 한다. 가을 숲은 홀로, 멈추어서서 바라보는 자를 반긴다. - P42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 죽음이라는 시간을 살고 있는 한겨울의 나무들, 그러니까 존 내쉬는 겨울나무의 일관되고 뚝심 있는 웅크림만이 아니라 늙음과 죽음의 몰골마저 그려내려 했던 것이다. 죽음이란 가면을 벗은 삶인 것 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 것"(기형도)이라고 썼던 시인의 감성을 우리는 존 내쉬의 그림에서 재발견한다. - P45
숲은 미술관이다. 화가처럼 숲에 사는 녀석들은 속임수에능하다. 속이기, 숨기, 숨겨 놓기, 아닌 척 딴청부리기라는 분야에서 이들을 따라갈 자가 이 우주에 다시없다. 숲과 자연에 관한 생태적 삶과 생태적 상상력이 우리의 숲길 산책에 동반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 P9
숲은 서두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곳이다. 숲에선 어린이가 되어야 하고 느림보가 되어야 한다. 어슬렁대며 바라보고 기록하기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숲이다. 숲을 찾아갔다.면, 비밀의 단서를 찾아보라는 숲의 주문에 응답해야 한다. - P10
우리가 살아있는 한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불안, 걱정, 두려움 등을 이기는 전략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다만, 한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반복해서 읽으며 언어를 습득하듯이 훈련을 쌓아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