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충격적일지 모르지만, 인간 언어의 기원을 살펴추론해 보면 인간 언어는 ‘진실을 표현하기 위해 발명된게 아닌 것 같다. 질서를 내면화하기 위한 의미를발견하고 그것을 전달하는 도구였을 뿐이다. 그러니까오감으로 느낀 것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은애초에 불가능한 바람이다. 언어는 눈으로 본 것을 묘사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P62
이렇게 만들어진 한국어를 쓰면서도 여전히 ‘우리말‘로 써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좋다. 그러면 하나씩 짚어 보자. 우리말은 어떤 것인가? 가끔 순우리말이라고도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앞에 붙인 순이 한자말이다. 토박이말이라고도 하는데 이때 ‘토‘는 ‘본토本土‘의 준말이다. 고유어는 아예 한자말이다. 표기도 마찬가지이고, 한자漢子말을 빼면 논의시작하기 어렵다. - P70
지 않다. 예를 들어 ‘토시‘나 ‘에누리‘와 같은 말을 일본말의 잔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한국 고유어이다. ‘구라‘도 그렇다. 일본말의 잔재가 아니다. 어원이 애매하긴 하지만, 여기서 ‘애매‘라는 말도 일본식 한자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 P79
그것도 그렇지 않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태조실록>에 나오는 단어다. 한중일 다 같이 사용했던 단어였던것이다. 한자어에는 그런 게 많다. - P80
순수한 문화 같은 건 없다. 뒤섞이면서 풍부해지는것이다. 한국어의 강점은 순수해서가 아니라 소리글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문화의 언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영어가 그랬듯이. - P87
문화와 언어는 흐르고 뒤섞여서 바다를 이루는 것이다. 언어는 더욱더 그렇다.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기도하다. 그런 의미에서 순수한 일본제 한자어 같은 것은없다. 일본에서 번역한 한자어가 일본제이니 쓰지 말라는 소리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소리다. 배은망덕하고 후안무치하다. 개가 사람을 문다고 사람도 개를 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들이 쇼비니스트라고 우리도 쇼비니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쇼비니즘은 자멸하는 길이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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