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씬 낫지 않은가. 더군다나 관형사 ‘모든‘으로 수식되는 명사에는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을 붙이지 않는것이 자연스럽다. ‘무리‘나 ‘떼‘처럼 복수를 나타내는 명사도 마찬가지다. 이미 복수형을 하고 있는데 뭐하러 ‘들‘
을 또 붙인단 말인가. - P29

사랑이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

물론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라고 써•도 문제는 없다. 일부러 ‘것은‘과 ‘것이다‘를 반복해 써서•강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습관처럼 반복해서쓰면 문장이 어색해진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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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 33
김동인 외 지음, 현상길 엮음 / 풀잎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한국 단편을 읽었다. 폭염이 한창이던 8월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야 마무리했다. 쓰레기 재활용을 하러 나갔다가 눈에 띄어 득템한 책이다. 마침 한국 단편을 읽어봐야지 하던 차에 얼마나 반가웠던지.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보았던 친숙한 작품이 대부분이고, 간혹 처음 접하는 단편도 몇 편 있었다. 그 시절 국어 시간이 떠올랐다. 선생님의 말씀을 놓칠세라 귀를 쫑긋하며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던 기억 말이다. 또 한때 TV문학관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접했던 기억도 아련히 떠올라서 추억에 젖어 보았다.

 



김동인의 <감자>를 비롯하여 오영수의 <요람기>까지 33편의 한국 단편이 실려있다. 엮은이 현상길은, 서점에는 어른들을 위한 책과 취직을 위한 수험서들이 즐비하지만 중고생들을 위한 책은 없어서 그러한 갈증을 해소해 주려고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제시된 단편을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학교의 수행평가나 수능 논술 등 진학을 위한 기초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했으며, 7차 국어과 교육과정의 핵심적 목표인 창의적 국어 사용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각 단편은, 읽기 전에 알아두기-작품 읽기-읽은 후에 정리하기-깊이 생각해 보기-심화 문제 풀이5단계 독서 과정을 거치며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짜여 있다.

 



가난한 인력거꾼 하층민 김첨지가 겪어야 했던 비극적인 이야기 <운수 좋은 날>이나 김유정의 <봄 봄>, <금 따는 콩밭>, <동백꽃> 등은 교과서에서 낯익은 작품이며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다.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의 작품 <><독 짓는 늙은이>, <()>을 오랜만에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은 누이의 죽음을 통해 미성숙한 인물에서 성숙한 인물로 성장해가는 성장소설로 내적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모든 단편작품 앞에는 읽기 전에 알아두기코너를 두어 처음 읽는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략의 정보를 싣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처음 접한 단편은 김이석의 <실비명(失碑銘)>이다. 등장인물 덕구는 요즘으로 말하면 딸바보라고 할 수 있는데 인력거꾼으로 일하면서 딸 도화에 대한 헌신과 사랑으로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인물이다. 어느 해에 덕구는 마라톤 대회에서 삼등을 했는데 부상으로 받은 광목을 급성 폐렴으로 죽은 아내의 시체를 감아야 했다. 겨우 스물여덟이라는 꽃다운 나이의 아내를 꽁꽁 언 땅에 묻고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렇게 아내를 떠나보내고 딸을 키우며 그는 도화가 의사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한 꿈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았기에 아무리 힘든 일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지 않은가. 도화는 덕구의 바람과 달리 친구 연실이와 어울리면서 기생이 되고 싶었다. 그것을 안 덕구의 마음은 얼마나 허망했을까. 부모는 자식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식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무언가 수행하기 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맹목적으로 자신의 바람을 자식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지금도 부모의 바람과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오래전 작품이지만 오늘의 현실에 비교해 보아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김성한의 <바비도>도 처음 접한 작품인데 깊은 인상이 남았다. 주인공 바비도는 1410년 이단으로 지목되어 분형(焚刑)을 받은 영국 직공으로, 15세기 초의 영국 교회의 부패하고 타락한 권력에 맞서 끝내 죽음을 선택한다. 권력의 희생양이 된 바비도의 처형을 이벤트처럼 가볍게 구경하는 구경꾼들, 몽매한 민중의 행동과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절대 권력 앞에 한 사람 개인은 얼마나 미미하고 나약한 존재인지. 우리 현대사에도 얼마나 많은 사례가 있는가. 다양한 작가의 수작을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만 오타가 자주 눈에 띄어서 불편한 점도 있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서점과 출판계의 관심과 기대가 뜨거웠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물론 한마음이었을 것이다. 한강 작가는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한국 문학 작품을 읽으며 자랐기에 오늘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여름에 읽다가 남겨 둔 몇 작품의 소설을 읽으면서는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 단편들을 한강 작가도 수없이 읽었겠지 싶어서. 일제강점기에 쓰인 한국 단편 소설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데 빠뜨려서는 안 될 소중한 문학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단편 소설은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을 정신적 지주로 삼는 독자들에게 영원한 옹달샘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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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현상, 경제적 문제, 정치적 세력, 국제적 관계,
혁명적 사상, 자유주의적 경향

어쩐지 ‘적‘이 부담스러워 보인다. ‘적‘을 빼고 다시써 보면,

사회 현상, 경제 문제, 정치 세력, 국제 관계, 혁명 사상,
자유주의 경향

훨씬 깔끔해 보인다. 그렇다고 뜻이 달라진 것도 아니잖은가. 그러기는커녕 더 분명해졌다. - P19

‘적‘이나 ‘의‘를 반복해서 쓰는 이유는 습관이 들어서거나 아니면 다른 표현을 쓰는 것이 귀찮아서이리라. 중독이란 게 그렇잖은가. 습관적으로 편한 길을 택하는 것.
물론 선택은 쓰는 사람의 몫이지만.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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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쟁으로 인한 이런 심오한 변화는 적어도 어떤 단계부터는 그 일에 관계된 정신의 가치와 반비례했다. 맨 밑에는 전쟁의 발발에도 개의치 않는 순전히 바보들이거나 방탕한 자들이 있었다. 맨위에는 내적이고 주변적인 삶을 살면서 사건의 중대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서 사유 순서에 깊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뭔가 그 자체로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 시간의 순서를 전복시켜 그들을 그들 삶의 다른 시대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 P77

게다가 사람들은 베르뒤랭 부인에게 접근하는 찬란한 인사들의 수가 증가하면 할수록, 소위 그녀가 ‘따분한 자‘
라고 부르는 사람의 수가 감소했다는 걸 관찰할 수 있었다.
***그녀를 방문하고 그녀에게 초대받기 원하는 모든 ‘따분한 자 - P81

들‘은 일종의 마술적인 변신으로 돌연 유쾌하고 지적인 사람이 되었다. 간단히 말해 일 년 후에는 이 따분한 자들의 수가지나치게 높은 비율로 감소했으므로, 베르뒤랭 부인의 대화에서 그토록 큰 자리를 차지하고 또 그녀 삶에서 그토록 큰 역할을 했던 ‘따분함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은 거의 완전히사라졌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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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실패 없는 일본어 번역
윤지나 지음 / 소란(케이앤피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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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년 12월 번역 수업 특강 때 추천받은 책이다. 구판 초보 번역가들이 알아야 할 7가지의 개정판이라 한다. 저자는 전문 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통번역 입시학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번역했다는데 그중 내가 재미있게 본 닥터 고토의 진료소, 호타루의 빛도 있어서 반가웠다. 역서로 사랑의 메신저 컨시어지, 단박에 통하는 전달의 힘, 존경받고 유능한 리더를 만드는 말버릇 수업등 다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1. 번역가에게 필요한 건 무엇? 2.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 3. 프로 번역가로의 입문, 실무 번역 4. 분쟁을 부르는 사례들 5. 번역수주에 대해 6. 통번역대학원에 대해서

이렇게 여섯 가지를 담고 있다. 그동안 읽었던 번역 관련 책은 주로 출판번역가의 에세이와 출판번역에 대한 스킬을 알려주는 책이었는데 이 책은 회사 자료 번역부터 논문 번역 등 영상 자막 번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1장에서는 번역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과 자세에 대해 알려준다. 날카로운 판단력, 밤을 새도 끄떡없는 체력과 지구력은 기본이고 책임감과 성의는 번역가의 기본 예의라고 한다. 그리고 지나친 자신감보다는 소심한 번역가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내용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소심한 사람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한 번 더 검색하고 고민하고 검토하기 때문이란다. 자동차 운전의 경우도 자신감 있을 때 사고 확률이 높다는 말이 있으니 공감할 수 있는 얘기였다. 또 초보 번역가에게 필요한 자세로 가장 염두에 둘 것은 분야를 가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보통 현역 번역가들을 떠올리면 누구나 전문 분야가 있다. 경제, 문학, 실용 등. 하지만 이들도 처음부터 그랬을까. 경력이 쌓이면서 차차 자신의 전문 분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자신 없는 분야나 익숙하지 않은 형식의 문서도 무조건 받아들여 경험 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때 의뢰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진정한 프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장에서는 번역의 우선순위에 대해 알려준다. 오역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번역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등 맞춤법과 띄어쓰기 실수를 하지 않고 마감일을 목숨처럼 지킨다, 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중 일관성을 지켜야 하는 사항의 예를 들어보겠다. ‘유럽연합을 일본어로 번역할 때 歐州連合이라고 했다가 ‘EU’라고 하는 등 아무런 기준 없이 마구잡이로 쓰면 일관성이 크게 훼손된다. 이럴 때는 유럽연합을 歐州連合(EU)’으로 번역한 후 두 번째부터는 ‘EU’로 표기하는 것을 권장한다.

 



3장에서는 번역가가 실제로 마주하는 실무 번역의 다양한 예를 소개하고 있다. 회사 자료 번역, 논문 번역, 백서ㆍ법률 번역, 신문기사 번역, 비즈니스 레터 번역, 리플릿이나 팸플릿 등 인쇄물 번역, 출판 번역, 영상 자막 번역, 영상 더빙 번역, 녹취 자료 정리 및 번역 등이다. 참으로 다양한 번역이 있구나 생각했다. 실전 번역의 분야가 다양한 만큼 자신이 선호하거나 전문 영역으로 삼고 싶은 부분을 선택해서 공부하고 경력을 쌓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장과 5장은 실제 번역일을 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와 번역 일감을 받을 때 어떤 경로로 시작하고 번역료를 협상하는 방법과 계약서 쓰기에 대해 알려준다. 일한 대가를 제때 받지 못해서 심적 고통을 겪거나 분쟁까지 가는 사례는 많은 번역가가 경험했다는 얘기를 자주 접했는데 제도적으로 보호장치는 없는 건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느 직업이든지 그렇겠지만 번역가로서 무리 없이 성장해가려면 무엇보다(자신의 실력을 키워야 할 것이고) 자신의 실력에 맞는 번역료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통번역대학원에 대해서 알려준다. 저자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입시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만큼 입시요강이나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다양한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공부방법으로는 일본 신문 공부하기, 한자 쓰기 연습, 쉐도잉 등 노트테이킹, 작문하기, 면접 준비까지 다루고 있다. 작문이나 면접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꼭 통번역대학원 진학이 아니더라도 일본어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 나는 매일 1년 동안 일본어 뉴스 기사 번역을 한 적이 있는데,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사설을 읽더라도 소리내어 읽을 것, 열 장을 묶어 돌려가며 읽을 것, 한자 쓰기 연습을 매일 할 것, 한국 사설 읽기는 일주일에 한두 장을 골라 반복해서 읽을 것 등이었다. 생각해 보니 과연 유익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영어공부를 수십 년을 하고도 입이 안 떨어지는 우리의 현실을 떠올릴 때 읽고, 듣기만을 반복했기 때문이란다. 직접 소리내어 말할 때 회화실력은 월등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하나는 매일 드라마 한 편씩 보라는 조언이었다. 일드를 너무 좋아해서 공부는 하지 않고 이래도 되나?” 하는 자책을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보아야겠다. 드라마 보기로 회화 실력을 키우려면 한두 가지 프로그램을 정해놓고 질릴 때까지 보라고 했다. 역시 베테랑다운 조언이다. 일본어 공부에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요즘 내게 동기부여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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