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책을 쓰는 시대다. 아니, 써야 하는 시대다. 오래 살기 때문이다. ‘어디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누구‘라는 정체성으로 살아야 할 기간이 길다. 적어도 책 한 권 분량의 콘텐츠가 있어, 그것으로자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사회에서 책은 명함 같은 것이다. 그래서 책이 있으면 일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매일 산에만 다녀야 한다. - P102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내가 못 쓰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글쓰기에 정해진 법은 없다. 나는 앞으로 글로써 성취할 미래를 상상한다. 글쓰기 학교 교장이 되어 있는 나를 그려본다. 서두르지 않고, 그렇다고 쉬지도 않고 그곳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글쓰기에 비법이나 왕도는 없다. 그저 고통에 익숙해지는 길만 있을 뿐이다. 나는 생각이 곪아 터져 글이 될 때까지 아픔을 참는다. - P106
책을 독파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문장으로 접근해보라. 문장을 필사하고 암송해보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럴>로 친숙한 디킨스는 필경사 출신이다. 당시에는 인쇄술이 대중화되지 않아 베끼는 방법으로 여러 권의 책을 만들었는데, 디킨스는 이 작업을 하다가 작가가 되었다. - P109
아무튼 나는 시간이라는 우군을 믿는다. 역량이 부족하고 타고난 재주가 없어도 시간을 들이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대통령의 글을 쓸 때도, 다른 일을 할 때도 이렇게 주어진 시간이 늘 의지가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시간으로 겨루•는 건 자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거로 승부를 내자는 생각으로 일해왔다. 시간은 늘 글쓰기의 최대 응원군이자 축복이었다. - P122
자료는 파랑새와 같다. 여기저기를 찾아 헤매지만, 결국 자기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료 찾기는 자기 안의 파랑새를 불러내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칼럼이나 강의 안에 파랑새는 없다. 하지만 칼럼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 자기 안의 파랑새를 불러낼 수 있다. - P159
평소에 쓸거리를 만들어두는 방법이 메모다. 하나하나가 글의 조각이 되니 메모를 일상화해야 한다. 글쓰기는 아이들 블록 놀이와 같다. 다양한 모양의 블록 조각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블록 - P165
•조각만 많으면 집도 짓고 자동차도 만든다. 글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만들어둔 블록을 써먹는 게 글쓰기다. - P166
메모하기 시작한건 《대통령의 글쓰기》를 쓰고 나서다. 처음에는 하루 하나 쓰기도 버거웠다. 그러다 하루 세끼 밥 먹듯 세 개 정도는 쓰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열댓 개씩 쓰는 날도 종종 생겼다. 3년 가까이 1,700개를 썼다. 책을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 책을 쓰고 싶어졌다. 그리고 책이 써졌다. 그렇게 《강원국의 글쓰기》가 세상에 나왔다. 결국 메모가 책이 된 것이다. 어떤 주제든 메모를 1,000개 정도 하면 책을 쓸 수 있다. - P169
글을 쓰려면 세 가지와 만나야 한다. 사람, 책, 자기 자신이다. 이가•운데 가장 만나기 쉬운 게 책이다. 그러나 나는 많이 읽지 않았다. 그렇지만 잘 쓴다. 읽기가 공부라면, 쓰기는 시험이다. 공부 열심히 한다고시험 잘 보는 것은 아니듯, 많이 읽었다고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써본사람은 안다. 쓰기 위해 읽는 것과 읽기 위해 읽는 것은 매우 다르다. 가끔 내가 신기하다. 독서를 안 하고도 왜 이렇게 글이 술술 써질까.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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