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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복의 성자
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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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일에 싸인 신비의 나라로 여기던 인도의 이야기인데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가 워낙 호평이어서 궁금한 마음과 기대감으로 만나게 되었다.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주인공을 내세워 인도의 아픈 역사, 정치 현실을 놀랍도록 예리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주인공 안줌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게 태어났는데 이런 제3의 성을 힌두어로 히즈라로 부른다고 한다. 자웅동체의 동물이 있다는 것은 들어보았지만 인간에게 그런 경우가 있다니. ‘불가촉천민에 해당하는 히즈라안줌이 인도의 역사, 종교, 정치상황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변화되어 가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종교 때문에 분리된 역사가 있다는 것은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잔혹한 이야기가 들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의 분신인 듯한 건축학도 틸로를 비롯하여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시체 안치소에서 일하다 잔혹한 폭도들에게 아버지를 잃고 그들에게 복수하려고 이슬람교도가 되어 사담 후세인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담, 자본주의 제국과 인도와 미국의 국가 테러리즘, 모든 종류의 핵무기와 범죄 등 온갖 사회문제를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십년이 넘도록 단식투쟁을 하는 아자드 바르티야 박사 등 인도라는 나라를 이해하는데 생생한 역할을 하는 등장인물들이다.

 

 자하나라 베굼이 네 번째 아이를 낳았는데 아들이라는 산파의 말을 듣고 엄청 기뻐한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이름 아프타브 라고 지어주고 이튿날 아침 찬찬히 아이의 몸을 살펴보던 베굼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들인 줄 알았던 아이의 몸에 남자와 여자의 성징이 함께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심장이 죄어들고 뼈가 재로 변하는 기분이 들더니 자신과 아기를 죽여 버릴까 하는 복잡한 마음까지 생긴다. 세상 대개의 것에는 암수가 정해져 있거늘. 참담한 심정이 된 베굼은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신께 기도를 올리면 여아의 성징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다섯 살이 되자 학교에 들어가 일 년도 안 되어 쿠란을 거의 암송하고 아홉 살에는 고전음악과 전통 경음악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만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자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하게 된다. 또 미루고 미루었던 할례를 받아야 할 차례가 되자 베굼은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 고백을 하는데...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악몽을 털어 놓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부부는 절실한 마음으로 의사를 찾아갔는데 봉합수술을 하고 약도 처방해 줄 수 있는 외과의사를 소개할 수도 있지만, 표면적인 것만이 아니라 히즈라의 성향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 말을 듣는다.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비용을 마련하려는 부모의 노력과 달리 아프타브는 립스틱을 바르고 하이힐을 신은 여자의 모습에 매료되고 점점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꿈의 집이라는 의미의 콰브가로 불리는 하벨리(인도의 전통적인 저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님모 고라크푸리와 친해진다. 여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과 여자가 되고 싶다는 아프타브와 달리 님모는 뭔가 세상 물정을 아는 듯한 말을 한다.

 

신이 왜 히즈라를 만들었는지 알아?”

아뇨, 왜 만들었는데요?”

일종의 실험이었어, 신은 행복할 수 없는 생물체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한 거야. 그래서 우리를 만들었지.”(P39)

 

 콰브가에서 사는 사람은 모두 행복하다고 여겼던 아프타브에게는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행복한 사람이 없고 있다고 해도 가짜고 속임수 일 뿐이라니. 보통 사람들은 물가 상승, 자녀 입시, 남편의 폭력이나 힌두-이슬람 폭동, 인도-파키스탄 전쟁에 대한, 결국은 해결되는 외부적인 걱정이지만 히즈라들은 그것 말고도 극복해야 할 걱정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불행한 존재라는 것이다. 행복하다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열네 살이 되어서야 님모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데. 키가 커지고 근육질이 되고, 더구나 여자가 되고 싶은 아프타브에게 치명적인 변성기가 찾아오자 자신이 혐오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된다. 삶의 의욕을 잃고 혼란스러운 아프타브는 열다섯 살이 되자 히즈라들의 공동체 꿈의 집을 뜻하는 콰브가로 들어가 우스타드 쿨숨 비의 제자가 되어 안줌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세월이 흘러 안줌은 델리에서 가장 유명한 히즈라가 되었고 버려진 아이 자이나브를 만나 엄마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이루었다. 더 완벽하게 여자가 되고 싶어서 수술을 하고 후유증으로 두 개의 목소리를 갖게 되었지만 그렇게 콰브가에서 삼십 년 넘게 살다가 마흔 여섯이 되었을 때 그곳을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유치원생이 된 자이나브가 시름시름 앓게 되자 기도를 하러 아지메르에 갔다가 구자라트를 경유하게 되는데 구자라트의 폭동을 겪고 죽을 뻔했던 고비를 넘기고 돌아오지만 그 충격으로 딴 사람처럼 변하고 콰브가 식구들과 불협화음이 결심을 굳히게 한다.

 

늙은 새들은 어디에 가서 죽나요? 하늘에서 우리 머리 위로 돌처럼 떨어지나요? 길거리에서 새들의 시체가 우리 발부리에 걸리나요? 우리를 이 지구에 보낸 전지전능한 존재가 우리를 데려갈 적당한 방도를 마련해 놓았을까요?”(p16~17)

 

그녀는 묘지에서 나무처럼 살았다. 새벽이면 까마귀들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박쥐들을 맞이했다. 해질녁엔 반대로 했다. 새벽과 저녁 사이엔 그녀의 높은 가지들에 흐릿한 형체로 앉아 있는 유령 독수리들과 교류했다. …… 사람들이 그녀를 서커스 없는 광대, 궁전 없는 여왕이라고 헐뜯을 때에도 그 상처가 그녀의 가지들 사이로 산들바람처럼 불어가게 했고, 살랑거리는 잎사귀들의 음악을 고통을 달래주는 진통제로 삼았다.(P13~14)

 

 돌아올 거라 믿었던 콰브가 식구의 생각과 달리 묘지에서 정착한다. 이맘에게 삶의 의미를 묻던 안줌은 황폐한 묘지에 살면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데 이전과 달리 정치 상황이나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오랜 염원을 실천하며 세상이 아무리 헐뜯고 상처를 주어도 산들바람을 음악처럼 여기고 고통을 나누며 살아간 것이다.

 

비루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그런 것처럼 일단 벼랑 끝에서 떨어지면 추락을 멈출 수 없어.”

그리고 우리는 추락하면서 역시 추락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매달리게 되지. 그 사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좋아. 우리가 사는 여기 이곳, 우리가 보금자리로 삼은 이곳은 추락하는 사람들의 집이야. 여기엔 하키 카트(‘현실의 의미)가 없어. 이봐,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현실이 아냐. 우린 진짜로 존재하는 게 아냐.”(P117~118)

 

 콰브가에 두고 온 자이나브를 키우며 행복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울적해진 안줌이 자신은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자,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반박하는 사담에게 다그치는 말이다. 아무것도 아닌,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너무나도 적확하게 직시하는 안줌의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작가는 이렇게 철저하게 한 사람 한 사람 그 마음속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한다. 죽을 것 같은 고통과 체념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어떤 연민과 동정을 보태지 않는다. 그 태연자약함이 더욱 마음을 아리게 한다. 이것은 조국의 현실을 아파하고 진실 그대로 알리려는 그녀만의 방식이며 내공이 아닐까 싶었다.

 

 안줌의 삶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인도의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첨예한 대립 상황과 부패한 권력자들의 정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2002년 힌두교도가 수천 명의 무슬림을 학살한 구자라트 폭동은 인도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폭동이라고 한다. 대학 때 연극 연습에서 만난 친구였던 나가, 비플랍, 무사, 세 사람 모두 이 소설의 또 다른 중심인물인 틸로를 사랑하지만 틸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무사이다. 이들은 분리 독립운동으로 들끓었던 카슈미르에서 재회한다. 카슈미르 분쟁은 영토 문제를 중심으로 하여, 종교 문제, 지역 패권 문제, 그리고 주권 관련 정치문제로서의 여러 가지 성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정부군의 총에 맞은 아내와 어린 딸을 잃은 무사는 정부군에 맞서는 이슬람 전사가 되어 지하운동을 하며 쫓기는 신세이고, 정보국에서 일하는 비플랍과 신문 기자인 나가는 그 지역에서 근무 중이었다. 무사의 은밀한 연락을 받고 카슈미르에 오게 된 틸로는 위기에 빠지고 비플랍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면서 이들의 운명은 뒤얽히게 되는데...

 

언젠가는 카슈미르도 그런 식으로 인도를 자폭하게 만들 거야. 그때쯤 너희는 공기총으로 우리 모두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눈이 멀게 만들어버렸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눈이 성한 너희들은 너희가 우리에게 한 짓을 볼 수 있을 거야. 너희는 우리를 파괴하고 있는 게 아냐. 일으켜 세우고 있는 거지. 너희가 파괴하고 있는 건 너희들 자신이야. 쿠다 하피즈, 가슨 씨”(P567)

 

 어느 날 무사가 틸로의 셋방에 찾아왔다가 만난 비플랍에게 얘기하는 장면이다. 언제나 군인의 총 조준기 안에 들어있었던 카슈미르인 사람들의 억압적인 삶, 무고한 사람들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는 사람들, 그 역사적 현장을 자세히 알게 되어 참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파괴하려 할수록 민중은 일어선다는 것을 많은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지 않은가. 이제는 군부와 카슈미르인의 대립의 양상도 바뀌었는지 군중의 분노는 결국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을 무너뜨리겠다는 망상으로 몸담아왔던 일이 틀렸음을 비플랍은 인정하게 된다. 종교적인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고 또 방글라데시로 분열되었음에도 지구촌에서는 아직도 안타까운 종교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아룬다티 로이는 1997년 데뷔소설작은 것들의 신으로 인도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상금과 인세를 NBA(나르마다강 보전운동)이라는 단체에 기부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을 만큼 환경운동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한편 정치에 대한 관심과 인권을 옹호하는 다방면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시간과 신념이 담긴 이 작품을 통해서 인도의 슬픈 역사와 민중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무것도 아니었던 안줌은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여성정체성으로 잔나트 게스트하우스에서 꿈을 펼쳐 나갔다.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사람들을 편안히 쉴 수 있게 보금자리를 내어주고 매춘부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던 여자의 시신을 받아들여 장례를 치러주기도 한다. 그곳은 힘없고 가엾은 타인과 자신을 위한 파라다이스였던 것이다. 틸로는 아이를 원한 적이 없었지만 버려진 아이를 유괴하여 미스 제빈의 엄마가 되어 잔나트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온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픔이 아이를 원하게 했을까.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에 놀랍고 의아해 한다.

 

  ‘지복의 성자이며 위로받지 못한 자들의 성인사르마드를 의지했던 안줌은 자나이브와 우다야 제빈의 엄마만이 아니라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한 모든 이들의 어머니로 거듭난 것이 아닐까. 억압에 굴종하지 않고 자유와 사랑을 향한 자신의 길을 나아갔던 것이다. 히즈라였던 안줌과 틸로의 만남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었다. 아픈 상처가 없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서로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세상, 그것이 자유와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느껴졌다. 보석 같은, 거대한 폭풍 같은 소설, 물에 풀어놓은 잉크처럼 느껴지는, 대담하고 충격적일 만큼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언론의 호평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깊이 공감하고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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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1~3 - 전3권
쓰루타니 가오리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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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를 한창 많이 보던 어렸을 적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무서운 만화를 보던 기억, 순정만화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책 서핑을 하다 발견한 이 책, 툇마루가 나오는 책 제목도 눈에 띄었고 수채화처럼 느껴지는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되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우수만화도서> 선정작!’ 이라는 평가도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여학생과 할머니의 나이차이가 58살이나 차이 나는 BL 친구라고. BL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Boy Love’의 약자라고 했다. 그러니까 소년들이 우정을 넘어서 사랑하는 이야기? 가 나오는 만화라는 것이다. 그런 BL만화를 좋아하는 75세 할머니와 17세 여고생의 우정 이야기라니. 하지만 우려와 달리 이야기는 소소하면서도 설렘과 웃음을 주었던 흡족한 만화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느 무더운 여름 유키 할머니는 단골 카페 마운틴에 간다. 그런데 카페 문에는 오랫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과 함께 폐점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숨을 헐떡이며 쉴 곳을 찾다가 우연히 들른 서점.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고생 우라라를 만나게 되고 그녀들의 우정이 시작된다. 우연한 만남이 우정으로 바뀔 줄은 그녀들 자신도 몰랐으리라.


  요리 책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예쁜 그림의 표지에 시선이 머문다. <너만 바라보고 싶어>라는 제목의 만화. 우라라는 북커버를 씌워드릴까요? 하고 묻지만 유키는 괜찮다며 사가지고 집에 돌아간다. 사람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지는 걸까.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때는 모르지만 떠난 뒤에 그 허전함은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운틴 카페가 문을 닫아서 슬펐고, 거의 1년 만에 서점에 갔다 왔다면서, 3년 전에 사별한 남편과 주저리주저리 대화를 시작한다. 그제야 아까 서점에서 사온 만화가 생각나서 읽기 시작한다. , 젊은이들이 읽는 걸 모르고 사왔네, 하면서 결혼했을 무렵 만화를 읽었던 젊은 날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다. ... 그런데 유키 할머니 의외로 거부감은 없는 모양이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다시 서점을 찾았는데, 재고가 다 떨어져서 주문을 하고 기다려야 된단다. 우라라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유키 할머니에 대한 미묘한 교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나이 차이를 넘어선 우정이 세상에 존재하긴 하지만 17세 여고생과 75세 할머니와의 우정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우라라는 집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고 학교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지도 못한다. 한참 외모에 신경 쓰는 예민한 나이 인데도 남들이 뭐라 하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성적이고 사교적이지도 않은 우라라가 서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궁금했다. 고등학생이라면 한창 공부해야 할 때인데 책을 좋아해서 그런가. 그런 우라라에게 딱 한 가지 부러운 게 있었으니, 그것은 좋아하는 관심사로 친구들과 신나게 수다를 떠는 것이다. 하지만, 우라라는 친구들이 수다를 떨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워 할 뿐이다. 뒹구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 터뜨린다는 사춘기 여고생이 이야기 할 상대가 없어서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다니 딱한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하면 사교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서점 동료에게 물어도 지금도 충분히 사교적이잖아, 하는 말만 돌아올 뿐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유키 할머니가 주문한 책이 입고되었다는 전화를 하는데... 뭔가 조금씩 바뀌어가고 싶은 우라라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유키 할머니는 슈퍼에서 야채를 사면서도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이 나이에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웃겼다. 그래 순수한 마음이 있어서 그럴 거야. 우라라가 있는 나카 서점에 찾아온 할머니는 내친김에 이것저것 물어본다. 이런 책이 유행인거냐, 이런 책을 처음 읽었지만 응원하고 싶어진다면서 3권의 표지는 다른 사람인 것 같은데 이상하다고. 그건 어른이 된 마코토와 사쿠라 인데요, 가슴은 두근거리면서도 우라라는 설명해주느라 애쓴다.


  할머니도 서서히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집에서 서예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만나는 사람들은 노인과 어린이 뿐이고, 누군가와 만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할머니의 말에 우라라는 귀가 쫑긋해지면서 공감하는 눈치다. 자신이 생각하던 친구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할머니를 친구로 인정하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것으로 실컷 수다 떠는 것을 얼마나 바랐던가. 소심한 우라라는 좋으면서도 내색도 못하고, 또 유키 할머니는 이런 내가 나이어린 여고생과 어울려도 되는 건지 미안해하는데, 우라라는 오히려 기쁘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그러면 이 책 다 읽고 문자를 보내도 되느냐는 유키 할머니의 말에 우라라는 바로 네, 라고 대답한다. 표현하는 것이 아직도 서툴고 조심스러운 우라라 이지만, 서로 공감대가 생겼다는 것이 엄청 기쁘고 행복해 보였다.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은 58살이라는 나이차이도 괜찮은 것일까. 어찌 생각하면 현실성 떨어지는 면도 없지 않지만 조금씩 스며들 듯 친근감 있고 진지한 대화가 이어져서 웃기기도 하고 순수함이 느껴졌다.


……


  우라라와 함께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만화 이야기를 하고 돌아온 할머니는 앞으로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지 계산해 보고는 안타까운 마음이 된다. 1년 반에 한 권씩 나오는 책을 기다리기 힘드니까 읽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할 일이 생긴 우라라는 열심히 궁리하며 검색하기 바쁘다.


  노인과 어린이만 찾아오는 집에 새 손님 우라라가 오는 것이 정말 기쁜 모양이다. 여고생이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딸에게 조언을 구하더니 카레를 만드는 등 정성을 쏟는다. 우라라 역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여전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좋아하는 것으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이 꿈에 그리던 것이었지만 막상 닥쳐서는 쩔쩔매는데... 겨우 말을 마치고는 그런 자신을 대견해 한다. 그렇게 조금씩 변화되는 우라라를 보는 것이 즐거웠다. 책 속의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카레를 먹으면서 점점 친해져간다.

 

  어느 날 우라라는 <너만 바라보고 싶어>의 작가 코메다의 동인지 이벤트가 이케부쿠로에서 열린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이런 기회는 흔치않은 기회라서 할머니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메시지를 보내고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답장이 오지 않자 우라라는 괜히 얘기했나, 걱정하고 있는데 할머니의 전화가 온다. 함께 가자고 얘기 해줘서 고맙다고. 아이돌을 좋아하는 소녀들의 들뜬 모습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떠난 남편을 생각한다. 두 시간이나 기다리는 것이 힘들어서 전망대를 올라가지 않았던 옛날 일을. 그 다음이 있을 줄 알았다는 할머니의 말에 뭉클해졌다. 지금 할 수 없는 것은 나중에도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를 살면서 소중한 것을 먼저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작가 코메다 선생을 만나서 악수를 하는 우라라, 1년 반은 너무 길다고 책을 좀 빨리 써달라고 얘기하는 할머니,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할머니를 보고 놀라면서도 동요된 표정이다. 함께 책을 사가지고 오며 기뻐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소녀들 같다.


  한편 우라라의 소꿉친구였던 츠무구는 여자친구 에리와 잘 되어가지 않으니 괜히 우라라에게 푸념을 하고 에리는 우라라를 보면서 오히려 미묘하고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다. 무엇 하나 분명하게 표현하고 요구하는 것이 힘든 자신이 답답해서 우라라는 할머니에게 상담하러 가야지, 생각하는데...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할머니는 우라라가 들어오자, 읽고 있던 만화 이야기를 시작하며 반가워한다. 우라라는 만화 속에 나오는 사랑 말고는 몰라서 그런지, 에리가 내비치는 말과 표정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말을 꺼낸다. 실제로 친구와 어울리고 싸우면서 지내보아야 마음속을 알 수 있을 텐데 만화책에만 빠져서 혼자 즐기는 우라라에게 인간관계는 참 어려운 숙제 같은 거였다.


할머니가 저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내가 우라라 학생이라면 말이죠. 그냥 그려 봤을지도 몰라요.”

우라라 학생은 이렇게 만화를 많이 보면서 직접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아뇨, 그렇진... 저 같은 게...”(2P93)




매사에 자신 없는 말만 하고 말을 끝맺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답답했다. 왜 그렇게 자신이 없는 걸까.


... 그게 아니라 전 보는 게 좋아서...”

그래요? 그래도 모르는 거라우.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되기도 하는 법이니까.” 

(2P94)


  할머니도 우라라를 만나면서 새로운 삶의 의욕을 느끼는 것 같다. 왜 아니겠는가. 좋아하는 만화 이야기로 즐겁게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가 생겼는데.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한 할머니는 서점에 들렀다가 <너만 바라보고 싶어>를 한 달에 한번 연재한다는 정보를 알고 나서 우라라에게 그 반가운 소식을 알리는 장면은 정말 웃겼다. 친척 아이라도 만난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사버렸다는 할머니의 말에, 그 기분 안다고 맞장구치는 우라라. 할머니와 우라라는 만화 주인공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할머니가 이제 매월 한번 씩 회동을 하자는 이야기를 꺼내자 대찬성이라고 대답하는 우라라. 우라라는 두 시간 동안이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에 놀란다.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서서히 바뀌어가는 우라라가 보였다. 만화를 그리면서 할머니의 말을 떠올린다. 꽁꽁 숨겨 놓았던 꿈을 이제야 발견한 것처럼 마음이 바빠진다.


  이제 우라라의 미묘한 변화는 주변에서도 알아차리게 된다. 외출도 잘하고 활발해진 것 같다는 엄마의 말씀이 들린다. 우리 친구들의 우정은 한 걸음 쉬게 되는데, 바로 우라라가 대학입학을 앞두고 수험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


  우연한 만남과 만화를 매개체로 겨우 친구가 되었는데 그동안 만나지 못하고 어떻게 잘 참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할머니의 말씀을 되새기고 꿈을 다지는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좀 흐른 어느 날, 우라라는 5월에 열리는 동인지 이벤트에 함께 가자고 할머니를 찾아오는데... 세상에, 주인공 작가는 우라라 자신이었다! 할머니의 말에 등 떠밀려 막연하게 동경했던 만화에 한 발짝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좋아하는 만화 이야기로 수다 떨 수 있는 소중한 친구가 생겼고, 우라라가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꿈을 펼칠 수 있어서 할머니는 행복했을 것이다. 적잖은 나이 차이지만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용기 있게 나아가는 우정이 참 예쁘게 느껴졌다. 친구들 사이에서 희미한 존재였던 우라라, 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한 뼘 정도 자란 우라라의 성장 일기를 본 느낌이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는데 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 열린 마음과 용기만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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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할 것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속은 복잡하게 타오르지만 가능하지 않은 여건에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갈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설렘과 행복한 마음이 되는 것이 여행이 아닌가 싶다. 어쩌다 한 번의 여행도 지친 마음을 재충전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 한 동안은 그 기분으로 살지 않는가. 그런데 여행으로 먹고 살 수 있다고? 정말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여행크리에이터와 여행오퍼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또 여행작가, 여행유투버 등 여행을 테마로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현장 인터뷰가 들어있어서 그야말로 여행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여행크리에이터나 여행오퍼레이터라는 용어가 좀 생소하긴 하나 크리에이터(creator)라는 말이 창조자라는 뜻임에 말 그대로 콘텐츠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여행이라는 분야, 즉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독창적이며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대리만족 또는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를 유발시키는 사람을 말한다. 그 여행콘텐츠는 여행 영상이나 사진, 카드뉴스, 글 등으로 남길 수 있다. 여행오퍼레이터는 패키지여행 때 인솔하는 여행사 직원을 생각하면 된다. 예전 다니던 직장에서 팀 인센티브를 받아 팀원과 함께 했던, 내겐 첫 해외여행이었던 사이판 여행이 떠올랐다. 그때 여행사 직원 한 명이 공항에서 우리와 만나 인원을 체크하고 여권을 걷고 나눠주고 여행지에서도 편안하게 인솔해주었던 그 역할이 여행오퍼레이터였던 것이다.


 이처럼 여행이라는 주제를 다룬 책이지만 보통의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일로써 여행을 하는 직업인의 이야기이다. 당찬 이십 대 김은지 작가의 첫 직장이었던 L여행사 시절의 이야기와 여행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현재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펼쳐진다. 평범했던 어린시절부터 해외여행을 꿈꾸다가 여행사에 취직하고 나서 삶이 바뀌었다. 출장 겸 첫 여행의 설렘을 블로그에 기록하면서 지금은 30개국 80개 도시 여행기를 수만 명의 구독자와 공유하는 상위 1% 블로거로 성장했으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삶을 살고 있다.


 모든 면에서 어중간하고 딱히 잘하는 것 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그녀의 겸손함 인듯하다.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사에 응시했지만 그때까지 단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었던 그녀의 간절함은 합격으로 이어졌고, 여러 차례의 해외출장을 통해서 업무를 익히고 여행객들을 인솔하면서 점점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으로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사전에 공부하고 미리 준비하는 자세와 태도가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간절한 꿈을 향해 노력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두 가지 직업의 세계와 현장 인터뷰는 여행을 통해서 먹고사는 직업의 세계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직업의 장단점, 요구되는 자격증이라든가 수입, 전망 등등. 현장 인터뷰 코너에서는 단순히 여행에 대한 로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 많이 나왔다. 순수한 여행이 아닌 일로써의 여행이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불협화음도 잘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에겐 공항에 가는 것이 특별한 기쁨이 될 수도 있는데 이들에겐 어느 정도 지났을 땐 아무런 설렘도 없고 그저 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이 웃음이 났다. 나라면 안 그럴 텐데. 하지만 역시 많은 인터뷰이들이 여행을 정말 좋아했으며 자신들의 일에 만족하고 있었다. 나도 옛날에 이 분야의 직업에 대한 정보나 관심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함으로 채워주는 여행, 그 여행을 하면서 먹고산다는 일은 분명 멋진 일인 것 같다. 힘들지 않은 직장이 어디 있겠는가. 보기 싫은 상사와 매일 눈 마주쳐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것을 참아내야 소박한 일상이나마 유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일로 업을 삼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여행을 좋아해서 그것을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에게 자세하고 유용한 정보가 되리라 믿는다. 그 외에도 밋밋한 일상에 젖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뜨끔한 동기부여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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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없는 평생직장 편의점으로 먹고살기 - (창업11년차 점주가 알려주는 편의점 경영의 모든 것 먹고살기 시리즈
한상우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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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나는 편의점과 친하지는 않다. 하지만 24시간 영업을 모토로 하는 이용의 편리성 면에서 우리 주변에 자주 눈에 띄는 친숙한 존재이기도 하다. 사회 초년생들이 처음 알바를 하게 되는 곳이 편의점이고, 일본의 소설편의점 인간이 아쿠타가와 상 수상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친밀한 장소가 된 듯하다.(이건 내 생각) 그렇다고 그 공간이 문학으로 표현된 것처럼 낭만적인 공간은 아닐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하루하루의 시간을 보내면서 온갖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공간이니만큼 또 하나의 전쟁터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백화점에서 영업 및 관리 본부장을 지내다가 50대 초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의류업 등 사업을 두 번 말아먹고 편의점을 만나 고군분투하여 운영 10년 만에 연 매출 9억을 돌파하며 세븐일레븐 가맹점 중 평당 매출 1위를 달성하였다. 결코 쉬운 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시스템화 된 직장이든 자영업이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서툴렀지만 실패를 교훈삼아 성공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그런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하나의 점포로 연 매출 9억을 달성하다니 대단하고 경이롭게 느껴졌다. 외국인과 관광객이 많은 부산에 소재하고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였을까. 그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60대가 된 지금 대기업 중견간부 연봉 정도로 안정된 생활을 이루었고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취업 준비생이나 자영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재능기부도 하는 등 동양학 공부와 색소폰을 즐기는 청춘으로 살고 있다는 저자. 은퇴 없는 직장이라는 자신의 일터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넘쳐흘렀다. 역시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성공인의 포스도 대단하다.

 

 

1. 퇴직 후 도전한 편의점 창업

2. 가맹점 계약 및 입지 선정

3. 개점을 전후해서 해야 할 일들

4. 매장 운영 실무

5. 매출 업up 판매 전략

6. 이윤 업up 판매 전략

7. 고객 늘리는 노하우

8. 직원 관리 노하우

9. 본사와 협력하기

10. 자영업을 꿈꾸는 분들게

이러한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참으로 많은 편의점이 눈에 띈다. 회사별로 브랜드 가맹점이 있다 보니 경쟁도 심할 것 같은데 문 닫은 편의점은 없고 새 건물만 생기면 어김없이 편의점 하나씩은 입점해 있다. 요즘 같으면 최저시급이 인상되어 많은 자영업자들이 울상이라는 기사가 얼른 생각이 난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많은 편의점이 생겨나는 걸까.

편의점이라는 창업 아이템이 유리한 이유를 들고 있다.

1. 경험이 없어도 운영이 가능하다.

2. 투자비가 적게 든다.

3. 연평균 수입액을 예측할 수가 있어 안정적 수입을 얻을 수 있다.

4. 신상품의 공급이 원활하다.

5. 여러 곳의 다점포 운영이 가능하다.

6. 투잡을 할 수 있다. 

 

보통 초기 창업자나 은퇴자가 창업 직종으로 많이 선택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가맹 편의점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1. 깔끔해 보인다.

2. 실패 리스크가 적어 보인다.

3. 경험 없이도 운영할 거 같다.

4. 알바만 투입하면 24시간 잘 돌아갈 것 같다.

5. 투자비가 적어 보인다.

6. 인지도 있는 대기업 가맹점이라 신뢰감이 간다.

 이 항목은 무조건 믿기보다는 잘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현장에서 아르바이트 경험도 해보고 각오를 단단히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업무에 쉬워 보이지만 근처에 동종 업종이 생기기만 하면 매출이 반토막 날 수도 있으니 위치 선점이 가장 중요함은 물론이다.

가맹 편의점 창업 절차

<창업 FLOW>

현장 체험(판매 경험)2. 가맹 브랜드 조사3. 지역 선택4. 상권 분석5. 입지 및 점포 위치 선정6. 점포 앞 유동 인구 분석7. 자금 계획 수립8. 가맹 계약9. 인테리어 공사10. 개점 행사11. 중간 점검(월간, 연간 매출 분석) M/D 개편

 이 절차에서 중요한 것은 창업 전에 현장 판매 경험을 꼭 해보라는 조언이다. 개인 편의점을 할 것인지 편의점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고 지역은 집에서 가까울수록 좋다. 알바가 갑자기 안 나오거나 긴급한 일이 발생할 때 신속한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권 분석에 있어서는 본사의 안내나 소상공인 지원 센터 홈페이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직접 발품을 팔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동인구 분석은 오전, 오후, 야간, 주말 등 시간대를 달리하면서 살펴서 그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계약을 위한 자금 계획에서는 자기 자본을 70~80%로 창업비용으로 활용하며 별도의 여유 자금을 갖추는 것이 좋다.

 가맹 계약을 할 때는 가맹 본사마다 계약 조건의 차이가 있지만 다음의 것은 특히 체크해 봐야 한다.

점포 운영 타입

주요 계약 조건: 계약 기간, 본사 지원 항목, 영업시간

이익금 배분율

가맹 본사별 장단점 비교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치면 이제는 매장 운영 실전에 들어간다.

저자는 아내와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업무 분담을 하고 직원이 갑자기 안 나오거나 긴급할 때 대체함으로써 내실 있는 편의점 운영으로 성공한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상품 준비다. 필수 상품, 신상품, 자신의 상권에 맞는 상품들을 골라서 발주해야 한다. 편의점 업무를 떠올리면 단순한 과자나 인스턴트식품만 떠올랐는데 업무가 꽤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물건이 없어서 손님이 그냥 돌아갈 때라고 하는데, ‘공급이 수요를 창출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밖에도 알바 구하기, 미성년자 가리기, 진상 고객 대처하기 등 편의점의 애로점에 대해 알려준다. 특히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팔았다가는 범법자가 되고 판매금치 처분을 받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판매 부진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편의점도 많을 것이다. 경영주가 좋아하는 상품 위주로 발주하거나 오픈 때 상품 위치가 몇 년이 지나고 변동이 없다거나 폐기 상품 등 판매 직원들 때문에 속을 썩는 경우 등이다. 여러 가지 사정이 복합되면 당연히 매출도 떨어지고 힘들어지기 때문에 의욕을 상실 할 수도 있다.

영혼 담은 인사보다 좋은 접객은 없다

1. 진솔함이 담긴 목소리로 인사하기

2. 인사법은 고객에,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하기

3. 가급적 힘차고 활기차게 인사히기

4. 가벼운 유머 인사말 하기

5. 혼이 들어간 인사하기

 

 매출 증가 이윤 증가를 위한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다양한 행사 상품으로 가격 저항을 피하고 진열을 바꾸는 노력, 주 고객의 눈높이에 맞게 진열 하는 세심함을 기울여야 한다. 박리다매(薄利多賣)보다는 고()마진 상품으로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마진이 낮은데 상대적으로 매출이 높으면 소득세 기준이 높아져서 종합소득세가 높게 부과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변화의 흐름을 잘 읽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혼족들이 늘어나는 추세의 변화에 맞추어 간편식 코너를 늘리거나 객단가를 높이는 노력, 단체 고객을 늘리기 위해 찾아가는 발품 등을 통해서 이윤을 높이고 단골 고객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단골손님이 찾는 상품을 기억하는 것은 단골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성공의 관건이 아닌가 싶다. 판매 사원이 매출을 좌우한다는 것을 볼 때 한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보듬고 위해 줄 때 좋은 이미지의 점포를 만들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본사 매니저를 가까이해서 상품 정보를 얻고 판매 전략을 세우는 등 매니저와 소통을 잘 하는 점포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과연 언뜻 보기에 쉬워 보였지만 나름의 노력 없이는 매출 1위 달성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1등은 둘이 될 수 없으니까. 1위가 아니라도 자신의 직장에서 긍지를 갖고 행복한 마음으로 가계를 꾸려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편의점 예찬으로 가득하다. 잃어보기도 하고 다시 우뚝 일어섰으니 그 자부심만으로도 행복할 듯하다. 자신의 가게를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유용하고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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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사회 - 당신의 모든 것이 수집되고 있다
프랭크 파스콸레 지음, 이시은 옮김 / 안티고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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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사회>는 메릴랜드 대학의 법학 교수이자, 예일 대학의 로스쿨 정보사회프로젝트의 제휴 연구원, 빅데이터 ․ 윤리․ 사회 협의회의 회원이기도 한 프랭크 파스콸레가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처음엔 책의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은 비행기, 기차, 자동차에 탑재되어 있는 시스템 정도였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참으로 놀라웠다. 사실 우리가 ‘블랙박스’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 수년간의 비행기 추락, 격추 등 대형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블랙박스를 찾기 위하여 분투하는 뉴스를 들으면서 블랙박스가 중요한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하는 거구나 하는 정도였다.

 

 현대사회는 빠르고 복잡하게 흘러가는 정보사회다.

인간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정보를 완전히 정부나 기업에서 손금 보듯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소름이 돋는다.

 

 저자는 평판, 검색, 금융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되어 버린 컴퓨터, 지구촌 세계를 이어주는 인터넷 그 속에서 일어나는 세계는 실로 방대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정보를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면 무수한 정보들이 뜬다. 그런데 거기에도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듯이 블랙박스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충격적인 사건들이 있을 때 마다 용의자가 인터넷 검색을 한 기록이나 카드사용 기록을 조회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개인의 정보를 조회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조금은 알고 있었다.

 

우리가 쓰는 신용카드, 휴대전화 등 생활 필수품을 쓰면서 우리는 우리의 모든 정보를 정부나 기업에 감시당한 채 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 블랙박스는 충격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는 기업, 정부의 비밀주의가 개입되어 거기에 관계된 수많은 사람들이 나락으로 떨어진 극명한 사례라고 한다. 그런데도 그런 기업, 금융회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살린다. 처벌받은 책임자도 없었을 뿐더러 지금까지 그 비밀로 부쳐졌고 결국은 손해를 보는 사람은 무고한 개인이다.

 

 원래 비밀을 만들고 키우는 것은 정부와 기업의 이익, 권력을 위한 거대한 포장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정보 데이터를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은밀히 거래하는 비밀주의에 개인이 대항할 재간은 없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대상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가 좀 더 공부하고 깊은 관심을 갖는다면 커다란 손실을 좀 더 완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현대사회는 점점 더 빠르고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급변해 갈 것이다. 생활이 편안해진 만큼 인간관계에서는 각박해진 면도 없지 않다. 각종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전자매체에 이미 익숙해졌고 그러면서 현실의 인간관계는 소원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부분을 전문가의 수년간에 걸친 방대한 연구의 결과물을 읽으면서 현대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빠르고 편리한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 세상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당신의 모든 것이 수집되고 있다."

"모든 비밀은 깊고 어두워진다. 그것이 비밀의 본성이다."
-코리 닥터로우,<리틀 브라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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