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더이상 덴뿌라 하나씩 입에 물고 찐빵 같은 웃음만 지어도 행복한 어린애들이 아니었다. 그것이 서러웠다. 진만이, 승규, 만영이, 태용이,
승희, 정신이, 그리고 나 해금이. 우리 곁에 경애와 수경이가 있었다. 아홉 송이 수선화 중 두 송이가 졌다. 그리고 승희가 애를낳았다. 승희 아이는 새로 핀 꽃송이인가. - P42


"세상 사람들은 왜 아무렇지 않지? 아무렇지 않은 것이 나는너무 이상해.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혹시 말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물에 뭐든지 빨리 잊어먹게 하는 약이 섞여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누군가 공기중에 누가 죽었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살아가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약품을 살포한 것은 아닐까? 나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밥먹고 웃고결혼하고 사랑하고 애 낳고 그러는 게 이상해. 우리 식군 내가이상하다지만 말야."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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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구경 나가 미끄덩! 보고 웃다 나도 미끄덩!

카가노 치요조 - P155

산새의 꼬리 넌지시 밟고 있는 봄날의 석양
요사 부손 - P157

매화 향기에 장지문 열어보니 달밤이로세
코바야시 잇사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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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원래 우격다짐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좋아하는 천상민주주의자였다. 자신은 민주주의자가 확실한데 너희 엄마는 고집 센 것으로는 공산주의자, 맘대로 하는 것으로는 자유주의자라고 아버지가 우리 앞에서 엄마 흉을 본 적이 있다. 공산당과자유당을 번갈아 오가는 엄마인지라 이름 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 P21

"분필가루는 이제 그만 마실란다."
그러고도 아버지는 시내 학원가에서 몇 년을 더 ‘분필가루‘를마셨다. 이제 그조차도 그만두려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 이미그만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도 용돈 타 쓰는 일을 삼가야하리라. 무엇보다 내 나이 스무 살이 아닌가. 부모의 도움 없이스스로 살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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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곤 해도 불은 쬐지 마시게 눈사람이여

야마자키 소칸 - P121

소리로 죄다 내질러버렸구나 이 매미 허물

마쯔오 바쇼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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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것을 빼더라도 「닮은 방들」은 매력적이다. 최근 이 단편을 다시 읽고 두 번 놀랐는데, 하나는 40년 전에 수록된 이 단편 속 풍경과 2000년대내 데뷔작 「노크하지 않는 집 속 현실이 여전히 비슷하다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감히 견줄 바 못 되나그럼에도 불구하고 「닮은 방들」의 이야기가 훨씬 생생하고 젊게 느껴졌다는 거였다.  - P180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끝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그렇게조금씩 ‘바깥의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 이해가, 경청이,
공감이 아슬아슬한 이 기울기를 풀어야 하는 우리가 할 일이며, 제도를 만들고 뜯어고쳐야 하는 이들역시 감시와 처벌 이전에, 통제와 회피 이전에 제일먼저 해야 할 일인지도 몰랐다.  - P269

그리고 문학이 할 수 있는 좋은 일 중 하나는타인의 얼굴에 표정과 온도를 입혀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니 ‘희망‘이란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용기있는 사람들이 발명해내는 것인지도 모르리라.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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