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불복종 - 야생사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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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요약      

 

     1846년 미국 정부가 부과한 인두세를 몇 년 간 납부하지 않았던 소로우는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소식을 들은 그의 고모가 대신 세금을 납부해 겨우 하루 동안 유치장 안에서 지냈을 뿐이지만, 이 경험은 그에게 꽤나 큰 충격을 주었나보다.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노예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는 것을 거절했던 그는, 시민들에 의해 세워진 정부가 다시 시민들의 자유를 정당치 않은 이유로 제한하려 한다면 복종하지 않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라는 논지로 이 소책자를 쓴다.

 

     책의 후편에는 자연주의자로서의 소로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몇 편의 글들이 실려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주변의 자연 환경들에 대한 민감하고 예민한 감수성들을 보여주어, 앞의 글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2. 감상평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라는 조직 안에서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다. 때문에 국가라는 인위적인 권력의 정당성이나 그 권력행사의 당위성에 관한 의문을 갖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물이나 공기처럼 그것이 심각하게 우리의 생활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지금으로부터 190년 전 살았던 소로우는 상대적으로 오늘의 우리보다는 국가에 대해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무엇보다 당시 미국은 시민들의 피를 통해 얻어진 (영국으로부터의) 자유 위에 건설된 나라였으니까. 남의 손에 의해 독립을 얻고 그 ‘남’에 의해 독립 이전의 사회질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을 강제 받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배경이었고, 그래서 아무런 정치적 배경이나 힘도 없는 한 개인이었을 뿐인 소로우와 같은 인물이 홀로 국가권력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뭐 배경과 역사가 어떻든, 정당함의 문제는 어디에서든 적용되어야 하는 거니까. ‘사람 하나라도 부당하게 가두는 정부 밑에서 의로운 사람이 진정 있을 곳은 역시 감옥뿐’이며, ‘엄정하게 말하면, 정부는 피통치자의 허락과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외침은 너무나 당연한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원칙이지만,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적절한 반항이다. 그의 시대로부터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필요한 외침이라는 게 좀 슬픈 현실이지만.

 

     책의 후반부에 실린 에세이들은 전반부의 좀 더 정치적인 글들과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려는 노력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국가라는 제도에 태생적으로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국가가 행하는 모든 종류의 일에 거부의사를 표하는 아나키스트는 아니다. 도로와 교량 건설과 같은 일에 쓰이는 세금은 얼마든지 납부할 의시가 있다고 한다)

 

 

     부당한 권력에 대항해 싸워왔던 많은 사람들(간디나 마틴 루터 킹 같은)에게 영향력을 준 책이라고 한다. 단지 선거철에만 사용되는 선거용 민주주의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삶으로서의 민주주의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여전히 이 책을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언젠가 이런 책이 더 이상 현실적 필요로서가 아니라 역사적 자료로서의 의미만 가지게 될 그 날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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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라스 폰 트리에, 샬롯 갱스부르 (Charlotte Gainsbourg) 외 / 익스트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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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줄거리    

 

     형부의 도움으로 연인과 성대한 결혼식을 열고 있는 저스틴은, 결혼식 내내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감과 싫증을 느끼게 된다. 결국 결혼식은 파경으로 끝나고, 얼마 후 저스틴은 극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언니인 클레어의 집에서 살게 된다.

 

     한편 클레어는 거대한 소행성 ‘멜랑콜리아’가 지구의 궤도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녀의 남편인 존은 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행성은 그저 지구 근처를 지나칠 뿐이라며, 도리어 천체망원경까지 사다 놓으면서 안심을 시키려 하지만, 클레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한다.

 

     그리고 운명의 날. 잠시 지구로부터 멀어지는가 싶었던 멜랑콜리아는 다시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사실을 확인하고 극심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클레어는 아들과 함께 이제는 모든 이치를 깨달았다는 저스틴이 만든 요술동굴 안으로 들어가 멜랑콜리아를 기다린다.

 

 

 

2. 감상평    


     영화 전체가 무지하게 우울하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교향곡에 맞춰, 한참 몽환적인 영상들이 이어진다. 죽은 새들이 하늘로부터 비처럼 떨어지고, 발이 마치 두부 위를 걷는 것처럼 쑥쑥 빠지는 잔디밭 위를 아이를 안고 걷는 여인과 온갖 덩굴들이 발을 휘감고 있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지나간다.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히는 장면까지 나오고 나면 드디어 본 내용이 시작된다. 환타지 영화가 아닌 이상 이런 장면들은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나타내고 있는데, 하나같이 아주 심한 우울증에서 볼 수 있는 증상들이다. 영화 이름도 멜랑콜리아가 아닌가.

 

 

 

     인생에서 가장 기뻐야 할 한 결혼식마저 짜증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예식의 주인공인 저스틴 자신도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게 만드는 것. 또 결혼식 내내 여러 말썽들을 정리하며 중심을 잡아주던 클레어를 불안에 떨다 못해 공포까지 느끼게 만드는 그것은 극심한 불안장애를 동반한 우울증이다.

 

     영화 속에서 이 증세는 멜랑콜리아라는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달려오면서 발생되는 무엇처럼 그려지고 있지만, 두 자매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어떤 긴장감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건 단순한 우주의 위협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저스틴과 클레어 자매의 시선으로 본 외부의 위협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영화는 우울증 환자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처지는 요즘, 그래서 따라가기가 더 쉽지 않았던 영화였다. 보는 내내 기분이 점점 가라앉는 느낌. 이걸 목적하고 만들었다면,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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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키우는 일은

금방 무슨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을 키우는 것만큼 확실한 일은 없습니다.

 

- 옥한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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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연상호 감독, 권해효 외 목소리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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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될 예정인 한 마을에 사람들의 돈을 노리고 들어온 사기꾼 최경석. 그는 스스로 장로라고 칭하면서 서울에서 성철우라는 이름의 목사를 데려와 마을에 기도원을 차린다. 곧 이주를 하게 될 주민들을 위해 신앙촌을 건설하겠다며 헌금을 모금하고, 신통한 효력이 있다는 생명수까지 판매하기 시작하는 최경석. 하지만 성 목사는 그런 의심스러운 짓을 하는 경석을 강하게 막지 못하고 오히려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다니는 모습이었다.

 

     늘 술에 취해 있거나 잔뜩 찌푸린 인상으로 말 할 때마다 욕을 달고 사는 민철. 딸이 어렵게 벌어 놓은 등록금 통장을 가지고 나가 노름판에서 탕진하고, 여기저기 막 살아온 그는 우연히 시내에 나갔다가 최경석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누구를 믿어야 할까.

 

 

 

2. 감상평    

 

     영화 포스터에는 ‘당신이 믿는 것은 진짜입니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언뜻 사이비 종교를 비판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 사회의 ‘불신’이라는 문제를 다루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물려준 돈으로 기업 운영을 하면서, 평생을 고위층에 뇌물 퍼주고 검사들에게 떡값 챙겨주더니 다시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려고 편법 증여하다가 감옥까지 다녀온 이 모 회장이 ‘우리 사회가 좀 더 정직해야겠다’는 말을 했다는 우스운 소리부터, 임기 내내 거짓말만 반복하며(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악화,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면서 전 국토를 파괴했던 4대강 공사, 엄청난 규모의 해외 자원투자에 성공했다면서 실은 엄청난 손해만 끼쳤던 사건 등등) 엄청난 국가 부채를 만들고도 여전히 자기가 잘했다고 주장하고 돌아다니는 전직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이 되자마자 자신의 공약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현직 대통령까지, ‘불신’은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좀 먹는 문제꺼리다.

 

 

     이 영화 속에서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나는 겉으로는 한 없이 자애롭게 보이지만 실은 마을 주민들을 등쳐먹으려 하고 있는 최경석과 천하의 난봉꾼이지만 최경석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는 김민철. 마을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거짓 위로를 약속하는 최경석에게 신뢰를, 김민철에게는 불신을 보낸다. 낡은 점퍼보다는 양복을 입은 사람을 더 신뢰하는 사람들의 착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

 

     겉으로 보이는 것밖에 보지 못하는 어리숙한 사람들은 그래서 속이기가 참 쉽다. 사물과 세상의 실체를 알지 못하는,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 이들은, 찬바람에 거리로 나와 철도 민영화 반대를 위한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보다 양복 입고 세금으로 비싼 음식을 먹으며 방송에 나와 점잖게 헛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이 더 쉽게 믿어진다. 자기 출근 시간이 조금 더 늦어진다고 파업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쉽다. 나중엔 자기들이 생명수라고 알고 마셨던 물이 단순히 수돗물이라는 걸 알게 되겠지만, 그 땐 이미 챙길 거 다 챙기고 마을을 뜬 이후일 텐데.

 

 

 

 

     감독의 전작인 ‘돼지의 왕’ 때도 그랬지만, 영상이나 시나리오가 꽤 극단적인 감이 있다. 날카로움이 지나쳐서 그 칼을 쥔 사람의 손까지 베어버릴 것 같은 칼을 보는 느낌이랄까. 이 작품에서도 그려지고 있지만,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그 방식이 난폭해서는 결국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는 법이니까. 이런 면에서 비판을 하면서도 단순히 분노로 가득 찬 구호만이 아니라 낙관과 소망, 품위를 함께 담아서 하자고 말하는 파울로 프레이리의 주장은 한 번쯤 곱씹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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