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네나 폐지를 수거하시는 노인분들이 계시죠.

제가 사는 동네에도 할머니 한 분이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동네 폐지를 모으시곤 합니다.

그래서 원래 재활용 쓰레기는 해가 진 후에 내놓아야 하는데

폐지 같은 경우는 가져가시기 쉽게 낮시간에 내놓곤 하는데요...


오늘 폐지를 모아 놓은 박스를 급해 내놓고 점심을 먹으러 다녀왔는데

나중에 집에 들어와서 생각하니 아차..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으려고 샀던 고구마 한 봉지를 

박스 안에 넣은 채 그대로 내놓아두었더라구요.

급히 나가봤지만 이미 박스는 사라지고... 아쉽...


그런데 저녁에 잠깐 과일이나 살까 하고 나가던 길에..

집 앞에 놓여있는 고구마 봉지를 발견했습니다.

박스를 내놓았던 딱 그곳에.. 제가 산 고구마 봉지가..

아마 폐지 수거하시는 할머니가 뒤늦게 발견하고 갖다놓으셨나봐요.


아직 이렇게 인간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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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머릿속으로 하는 모든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게 된다면그것도 청각만이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프라이버시라는 게 존재할 수 없는조금은 무섭고또 조금은 부끄러울 그런 세상이 이 영화의 무대다인류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지구를 탈출해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지만그곳에서 후에 노이즈라고 부르게 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앞서 설명한 증상을 겪게 된다주인공 토드 휴잇(톰 홀랜드)은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청년이다.


     언뜻 오래 전 일본에서 개봉했던 영화 사토라레가 떠오르는 설정이다다만 사토라레의 능력은 말 그대로 능력이었지만(그는 탁월한 외과의사였다이 영화의 노이즈는 그냥 현상이었고,(물론 일부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환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기도 했다사토라레는 본인이 알지 못했지만이 영화에서는 모두가 그런 상황을 알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때문에 사토라레 특별관리위원회’ 같은 억지 조직을 만들어야 했던 사토라레와는 달리이 영화는 모두가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살 수 있을지 좀 더 현실감 있는 세계를 그려낸다.

 





     흥미로운 건 영화 속 프렌티스 마을에 여성이 전혀 없었다는 것당연히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고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마을의 남자들이 전투를 위해 나가있는 동안 그 행성의 외계인이(외계인은 나중에 들어온 인간이 아닌가 싶지만여성들을 몰살시켰다는 이야기여기에 어느 날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나온 바이올라(데이지 리들리)가 등장하면서 소동이 일어난다영화 속 노이즈는 여성은 감염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모두가 생각이 드러나는 세계에서 그렇지 않은 존재는 오히려 이상한 경우가 되어버린다우선은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때문이고내 생각은 상대에게 알려지지만 상대의 생각은 알 수 없다는 불안감나아가 분노 때문이기도 하다그리고 영화 후반에 밝혀지지만영화 속 프렌티스 마을에 여성들이 없었던 이유도 이것과 관계가 있었다.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혐오는 비단 영화 속의 문제만은 아니다우리도 수없이 현실 속에서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니까특정한 종교인종직업부의 수준학력출신 지역 등등 하나씩 꼽자면 수도 없을 정도다영화는 이런 주제를 극적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비밀과 사생활이라는 은밀한 영역도 살짝 건드린다(다만 충분히 깊이 있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여성에 대한 프렌티스 시장의 공격에는 두려움과 부끄러움 중 어느 쪽이 더 강하게 영향을 끼친 걸까.

 





     예수님은 언젠가 감추고 숨겨둔 것이 모두 드러나게 될 날이 올 거라고 말씀하신다(마 10:26). 그리고 많은 기독교인들은 천국에 이를 때 우리가 아무 것도 감출 수 없게 될 거라고 믿는다나를 완전히 드러내는 건 생각보다 훨씬 두려운 일이다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을 꾸밀 수 없으니 말이다(명품으로 몸을 감싸거나과시적인 근육단련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사람을 볼 때 훨씬 더 흥미로운 부분이 먼저 보일 테니까).


     하지만 C. S. 루이스는 바로 그런 생각(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조차 내려놓아야 그곳(천국)에서의 다음 발을 내딛을 수 있다고 말한다그곳은 내가 가진 의로움을 의지하지 않는 존재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니까어쩌면 이 영화 속 프렌티스 시장은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했을 것 같다그리고 그런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은 당연히 천국일 리 없었고.

 





     소재를 통해 흥미로운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었지만영화의 전체 전개는 좀 평범하다단순한 추격전이 영화 내내 이어지고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증상들은 소소한 유머코드나 배경으로만 소비되는 듯하다조금은 아쉬웠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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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은 우리가 만일 진리의 이야기에 우리를 맡기고 

또 그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실천함으로써 

교회 안에 이루어지는 공동체에 우리를 맡기기만 한다면

지금껏 우리 자신의 힘으로 성취한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람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약속으로 시작한다.


- 스탠리 하우어워스윌리엄 윌리몬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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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6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란가방 2021-03-26 12:52   좋아요 0 | URL
네 반갑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좋네요.
저는 그냥 평범한 책 읽는 사람입니다.
구름책방이라고 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해보려고 혼자 낑낑대는 중입니다.
유튜브 채널도 하나 운영하고 있어서요,
시간 되실 때 ‘구름책방‘이라고 검색해 보시면 책과 관련된 여러 콘텐츠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
 



2일 - [책] 1세기 그리스도인의 선교 이야기

3일 - [책] 사본학 이야기

5일 - [영화] 시빌

9일 - [책] 우주의 구조

10일 - [책] 코로나19 이후 시대와 한국교회의 과제

11일 - [영화] 이미그레이션 게임

18일 - [책] 풀잎관2

25일 - [영화] 카오스 워킹



충분한 독서시간을 갖지 못하는 건,

일이 많아서일까

마음이 분주해서일까.

그래도 부동산 알아보는 데 들어갈 시간은

이제 낭비하지 않아도 되니 좀 나아지려나...


몇 달 만에 영화관에 가본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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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3-01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방을 얻으셨나 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노란가방 2021-03-02 08:29   좋아요 0 | URL
네. 이제 대출만 나오면 됩니다. ㅋ
 


불행은 엄연한 사유재산이다

불행도 재산이므로 버리지 않고 단단히 간직해둔다면 

언젠가 반드시 큰 힘이 되어 나를 구원한다.


- 소노 아야코약간의 거리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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