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 지구화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본다면,

'자유 시장'이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구화로 인한 물질적 혜택을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2만이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나머지 5분의 3은 대단히 착취적인 노동 조건에서 뼈 빠지게 일하거나,

손바닥만 한 농지 또는 도시 빈민가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쳐야 한다.

구매력이 있는 5분의 2가 자유 시장에서 모든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 필립 맥마이클, 거대한 역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보다 높은 향기
김재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주인공 김브든(이름이 정~말 독특하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외국에서 지은 이름이란 설정)은 서울 한 중학교 축구부에 있는 소년. 나름 재능을 인정받고 있던 그에게는 민수라는 이름의 절친이 있었다. 둘은 함께 위대한 축구선수가 되기를 꿈꾸지만, 민수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브든은 오랫동안 좌절에 빠진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 그의 마음을 다잡게 만든 유미라는 여학생. 그녀를 위해 미국에, 그리고 우주에 가겠다는 꿈을 품은 브든. 그러나 작은 오해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았고, 다시 몇 년이 지났을 때 정말로 미국에서 공부를 하게 된 브든 옆의 빈자리는 또 다른 여자인 일라가 채우게 된다. 그리고 드러나는 오래된 인연.

 

     그렇게 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의 인생에도 이제 행복한 일만 생길까 싶을 무렵,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거침없이 흐르는 시간들.. 마침내 오래 전 그의 인생을 바꾼 한 가지 결심이 실현되던 날, 그는 충격적인 선택을 한다.

 

 

2. 감상평 。。。。。。。

 

     실제로 일본과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베이스 삼아 쓴 소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연애소설이면서,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로맨스라는 장르를 중심에 두고 보면 이 소설은 유미와 일라라는 두 명의 여자와의 애정행각(?)을 그리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만난 첫 번째 사랑은 주인공에게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도록 만들었고, 두 번째 사랑은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하며 공부해왔던 브든에게 인생과 행복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태도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드는 열쇠가 된다.

 

     그렇게 주인공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그의 성장 이야기라는 소재와 연결된다. 나름 괜찮은 구성이고, 이 책이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분명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500여 페이지나 되는 장편을 끌고나가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이야기가 제법 흥미롭게 진행되어서 이틀 동안 지하철 안에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몰입도. 이 소설의 장점이라면 역시 이 부분을 꼽아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다시 미국으로 옮겨 다니며 펼쳐지는 주인공의 여정도 흥미로운데(후반부로 가면 주인공의 사랑을 저절로 응원하게 된다), 저자 자신의 이력을 바탕으로 쓴 작품답게 세부묘사가 탄탄하다. 물론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이 부분에 꽤나 공을 들였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정도니 아직 농익은 프로의 냄새가 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초보 작가로서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아 보이긴 한다. 등장인물 중 민트라는 여자 캐릭터는 어떻게 되었을지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사라져버린 건 분명 작가가 놓친 부분일 것이다. 주인공이 만나는 여자마다 보기 드문 미인이라는 설정에다가, 하나같이 몇 마디 말로 주인공과 금세 엮여 버리니 이것만큼 공감되지 않는 장면도 없다.;; , 제법 긴 이야기인데도 서사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기억에 남을 만한 문장들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억지로 겉멋 잔뜩 든 문장들을 남발하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그래도 꿈과 사랑이 인간에게 최고의 감탄을 가져다주는 유일한 원천이라는 마지막 저자의 말은 인상적이다.

 

     제법 긴 이야기다보니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 한밤중에 마지막 장면을 읽고 난 뒤에는 한동안 가슴이 떨리기도 했으니까. 확실히 이성보다는 감성을 짙게 자극하는 작품. 이 책을 보면서 열심히 하기만 하면 너도 미국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어와 같은 교훈을 이끌어 내려는 건 좀 억지스럽다. (그래서 책 표지에 둘러놓은 띠지에 적혀 있는 하버드, MIT 한인학생회 임원단 추천 도서라는 문구는 좀 낯간지럽기도..)

 

 

     잘 그려진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좀 다른 떨림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계
박창진 감독, 신은경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나름 잘 나가던 사채업자였던 아버지를 배신한 부하에 의해 삶의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세희(신은경). 12년이 지나고 그녀는 잘 나가는 텐프로 마담이 되어 유명한 사채업자인 인호(이기영)에게 돈 버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인호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고, 악착같이 돈을 긁어모은 그녀는, 12년 전 그 녀석에게 복수를 계획한다.

 

     여기에 함께 참여한 것은 원래는 인호의 부하였으나 세희를 돕고 있는 용훈(강지섭)과 그 자신 역시 사채로 고통을 받다가 세희를 붙잡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민영(오인혜). 복수는 성공하는 듯하지만, 이 바닥에 원래 그렇게 배신의 배신을 하는 지저분한 곳인지, 감독은 영화 막판 쓸 데 없는 반전을 통째로 들어붓는다.

 

 

 

 

2. 감상평 。。。。。。。  

 

     어떤 느낌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지는 알겠다. 영화 제목부터 설계가 아니던가. 아마도 감독은 오션스 시리즈처럼 치밀한 작전이 얽히고설키는, 그런 잘 짜인 작품을 의도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의도와 현실 사이에 늘 격차가 존재한다는 거. 이 영화는 그 격차가 좀 많이 컸다.

 

     극중 설계란 사기 치기 위한 작전을 가리키는 은어 정도로 사용되는데, 일단 그 당위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작전 자체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보니 이게 뭐야싶을 정도로 허술하다. 게다가 이야기의 흐름은 지나치게 자주 끊어진다. 감독은 12년 후, 3개월 전, 2개월 전 같은 자막을 넣으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그렇게 하면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 되는 것은 맞지만, 치밀한 구성 없는 시점 전환은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한다.

 

 

 

 

     여기에,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오인혜의 연기력은 여전히 안타깝고(그냥 여러 영화에 출연하다보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발성부터 제대로 연기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주연인 신은경 역시 딱히 캐릭터에 몰입되지 않는다.(아무렴, 이런 캐릭터에 몰입이 될 리가..)

 

     조폭화 된 사채업자라는 막연한 이미지만 가지고 영화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면 거기서부터 감독의 오판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구성과 연기, 주제까지 뭐 하나 만족스러운 게 없는 영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줄거리 。。。。。。。  

 

     학창 시절 열 개가 넘는 자격증을 땄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서는 컴퓨터를 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 작은 공장에 취직할 수밖에 없었던 수남(이정현). 공장에서 남자를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하지만, 불행한 사고로 남편은 식물인간이 된다.

 

     남편을 위해 열심히 일해 집을 사기로 하지만, 그녀가 버는 것보다 집값은 더 빨리 올랐고, 결국 대출을 받아 전세를 내주고 쪽방생활을 시작하는 수남. 밀린 병원비를 내기 위해 결국 집을 팔려고 하지만, 그 동네가 재개발 지구로 지정되었다는 소식. 그러나 지구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이 재개발 반대 시위를 시작하면서, 다시 또 문제가 생겨버렸다.

 

     재개발을 찬성 서명을 받으러 다니던 중 반대측 도철(명계남)에게 봉변을 당해버린 수남. 이제 수남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다. 그녀의 작은 행복을 막으려는 사람들을 하나씩 처리하는 것이었다.

 

 

 

 

2. 감상평 。。。。。。。  

 

    2억 원으로 만들었다는 한 시간 반짜리 독립영화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잔혹성이 가미된 블랙 코미디. 일단 장르에서 내가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코미디와 잔혹함이 서로 결합(혹은 조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이상해야 하는데, 영화는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전혀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시체 팔이를 즐거운 게임인 양 묘사하던 버크 앤 헤어가 떠오른다.) 물론 이런 코드는 영화만큼 말이 안 되는 현실의 상황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영화 포스터에 적힌 두 마디,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어요열심히 살아도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은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새벽에는 신문 배달, 저녁에는 식당 주방일, 낮 시간에는 건물 청소까지 하면서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돈을 벌어도, 병원비를 빼고 나면 서울에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운 지옥 같은 세상. 누구는 30대에 정치인 아버지 만나 대학 정교수도 금세 되는데, 또 한 편에는 온갖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행복이라는 단어 자체를 잃어버리고 있는 현실..

 

     그런데 문제는 또 현실이 그렇게 점점 팍팍해 질수록, 없는 사람들끼리 더 많이 싸우게 된다는 것. 영화 속에서 재개발 문제를 놓고 싸우는 건, 저기 위에 계신 분들과 주민이 아니라 모두 그 근처에 사는 사람들끼리다. (어차피 비싼 양복 입고 사는 분들은 그 동네 오지도 않는다.)

 

 

 

     자, 현실이 이 정도라는 거 굳이 영화가 아니라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감독은 그냥 주인공의 잔혹성을 내세울 뿐이다. 사실 재개발은 그저 몇 푼의 돈을 만지게 해 줄 뿐, 그녀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무엇은 아니다. 그러나 수남은 그저 재개발을 위해 반대자들을 제거하는데 열심일 뿐이다.

 

     더더욱 문제는 그녀가 어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는다는 점. 물론 그녀의 삶을 그렇게까지 만들어버린 사회가 문제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나가면 좀 억지스럽다. 사실 삶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처음부터 그닥 진지했던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영화가 그 안에서 다루는 사회문제에 대한 가장 현명한 답을 늘 제시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은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긴 했다.(방법이 없으니 그냥 바다로 떠나라) 문제는 그게 썩 설득력도, 공감이 되는 면도 갖지 못했다는 것 뿐.

 

 

 

 

    영화는 우리 사회가 점점 이상적인 디스토피아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는 하다. 이미 사방에 수남 비슷한 사람들이 실제로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하고 있으니.. 뒷맛이 씁쓸한 영화. 확실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신학은 자신을 길게 설명하거나 변명하려고 하지 않고,

자기가 걸어야 할 길을 법칙대로 행하고 걸을 때,

외부를 향해 자기를 가장 확실하게 주장하는 셈이 된다.

 

- 칼 바르트, 개신교신학 입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