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바꿀 계획은 있으나 정작 자신을 바꿀 계획은 없는

사회 개혁가들과 공동체 지도자들은,

경건하다지만 세속에 물든 자들이다

 

- 엘리자베스 오코너, 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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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세계적인 소셜 미디어 기업 서클(영화 속 설정으로는 미국인의 80%가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니)에 입사하게 된 메이(엠마 왓슨). 회사의 수장인 에이몬(톰 헹크스)은 정보의 공개와 투명성이라는 기치를 걸고 초소형 카메라장치를 개발해 곳곳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우연한 사고에서 이 장치 덕분에 살아난 메이는 곧 에이몬의 비전에 적극 동조하고, 곧 자신이 24시간을 공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심한다.

     전 세계의 수천 만 명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단숨에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메이. 이 인기를 바탕으로 에이몬은 그녀를 회사의 좀 더 중요한 결정을 하는 자리에 초청했고, 메이는 내친 김에 전 국민을, 나아가 전 세계인을 서클러(서클에 가입한 사람)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비밀은 범죄라고까지 외치던 메이. 하지만 프로젝트가 지속되면서 그녀의 가족들, 아끼던 친구들이 희생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그녀의 생각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가 아쉽다. , , , (?)에서 끝난 느낌이랄까? 우선 에미온의 화려한 비전의 이면에 감춰진 문제가 무엇인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물론 대충 짐작은 간다. 빅데이터를 수집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메이와 그에게 지속적으로 위기의식을 불어넣는 초기 개발자 타이의 의혹은 의혹차원에 그친다. 오히려 메이에게 더 큰 타격을 준 것은 그녀의 부모님에 악플과 새로운 프로그램 공개시연 행사에서 벌어진 사고인데, 그 정도 문제라면 판을 이렇게까지 키울 필요는 없었다. 이미 현재의 기술로도 수없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니까.

     구조상 아쉬움을 더욱 키우는 건, 역시 마지막 메이의 복수(?)’ 혹은 역습이 어떤 효과를 냈는지가 분명히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망했다는 말이야 들려오지만, 사람이 죽는 장면이 나왔다면, 관객은 당연히 그에 대한 적절한 반대급부로서의 처벌, 혹은 심판이 내려지는 모습을 보기 원하는데 그게 없다. 물론 어떻게 보면 상당히 쿨한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평범한 복수물로 마치는 것보다는.

 

 


     사실 이 영화의 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극적 구성보다는 영화 속 등장하는 중심소재, 개념이다. 영화는 단순히 지나친 SNS의 폐해를 그리는 수준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물론 구성이 지리멸렬하게 끝나서 그렇게만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투명성’, ‘정보의 공개와 같은 가치를 표현하는 단어들이었다. 메이는 단순히 인기를 끌고 싶어서 자신의 삶을 공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이 가치에 동의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었다.

     물론 사회가 투명해지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를 테면 정치인들의 비자금 조성이라든지, 권력을 남용하는 무능한 통치자를 끌어내릴 때 이건 중요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특정한 사조나 관념이 모든 것을 덮어버릴 정도로 강력해지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투명성도 마찬가지다. 정보의 공개가 유익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것을 다 공개해버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어 버릴까?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것이고, 대개는 이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일 게다.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다.(이건 C. S. 루이스가 한 말이다) 뭐든지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사람들로 하여금 제각각 판단하도록 하자는 말은 굉장히 진보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누가 정보를 수집, 저장, 배열, 선별할 것인가)은 물론 그 최종적인 목적지가 과연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도 불분명하다. 개인의 영역이 공공의 영역과 통합되어 버릴 때 는 어디로 갈 것인가.

     언뜻 이런 과정에서 나를 버리고 최종적인 일자와의 통합에서 구원을 찾으려는 오래된 철학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 방법이야 명상에서 최신의 IT 기기들로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목적지에 더 쉽게 도착할 수 있을까. 제법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그걸 제대로 표현하거나 대답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 심지어 주인공 메이는 여전히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 듯하고, 그가 내 놓은 답이란 더 많은 사생활의 공개였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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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마틴 스콜세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월 스트리트에서 성공해 보기로 작정한 조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일명 페니스톡(몇 센트짜리 싸구려 주식)을 파는 일로 시작해, 타고난 말빨로 승승장구를 하며 돈을 벌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게 거의 사실상 사기에 가까운 비정상적 주식판매였다는 점인데, 돈에 눈이 먼 그에게 그런 것 따위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남의 등을 쳐서 돈을 버는 일이 어디 마음이 편하기만 할까. 이 극도의 스트레스(아마 여기엔 약간의 죄책감과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해진 것이리라)를 풀기 위해 마약과 섹스에 집착하기 시작한 조단. 그러는 동안 조금씩 아내와의 사이에도 거리가 생기고, 그를 목표로 한 FBI의 수사망도 점점 좁혀 들어온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왔다.

 

 

 

 

2. 감상평 。。。。。。。

     빈손으로 시작해 월 스트리트를 주름잡는 상류층까지 오른 조던 벨포트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하지만 그의 성공기는 단순히 자수성가 한 사업가의 이야기로만 읽을 수 없는 게, 그가 돈을 번 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 영화의 제목처럼, 그는 늑대처럼 사람들의 약한 마음을 물어뜯고, 속임수로 평범한 이들의 돈을 강탈해온 거니까.

     기본적으로 영화의 시작부터 이 점이 분명히 드러나 있기 때문에, 좀처럼 주인공의 삶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 섹스와 마약으로 채워진 화려한 파티며, 흥청망청 돈지랄을 하는 모습도 신이 나기는커녕, 인상만 찌푸려질 뿐.(이거 보고 경쾌했다는 반응들은 뭐냐. 뭐가 됐든 즐기면 그만이라는 건가)

 

 

     기본적으로 조던의 성공은 탐욕을 바탕으로 한다. 그 자신의 탐욕은 물론, 다른 사람의 탐욕을 절묘하게 이용했던 인물. 물론 그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투기적 기대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약탈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까? 아무튼 조던의 손에 들린 것은 총이 아니라 전화였으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의 탐욕이 모여서 거대한 탐욕의 우상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모든 우상들의 속성이 그러하듯, 이 우상은 그것을 만든 이들을 도리어 착취하고 마지막에는 그들 위에 쓰러져 모두를 파멸로 몰아간다. 사실 이런 모습은 그리 특별한 게 아니라서, 오늘날에도 선거철마다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테면 남들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자기 집값을 올려주기만 한다면 온갖 사기꾼이며, 저열한 수준의 정치인들에게 기꺼이 투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유권자라든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다. 교도소에서 나온 조던이 유명한 강사가 되어 성공의 비결을 가르치는데, 그 강연에 참여한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흐리멍덩한 모습니다. 감독은 이를 통해서 그들이 가진 탐욕이 얼마나 허황된 (그리고 결국은 자기를 파멸로 몰고 갈) 것인지를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늑대 앞에 자기 넓적다리를 내어주는 미련한 양떼들..

 

     다만 세 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은 좀 길다. 아주 빽빽하게 핵심을 넣어둔 거라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닌데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좀처럼 주인공의 입장과 생각에 몰입이 되지 않으니... 세 시간 동안의 꼴불견 영상을 보고 나면, 이런 식으로 사는 이들에 대한 혐오감만 강해진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 대한 혐오감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보내는 세 시간은 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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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이 소중하다 - 한 뉴요커의 일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서동수 옮김 / 세미콜론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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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는 대니는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듣게 된다. 아내인 패티가 지하철역에서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는 것. 둘 사이에는 이제 겨우 10개월 된 아들 잭이 있었다. (이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지...)

     사고를 당한 지 2년 후, 대니는 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냥 아무 거나. 눈에 보이는 것은 뭐든 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이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냥지나쳐버렸는지를 새롭게 깨닫게 된다. 일상적으로 보던 것들의 소중함을 그림으로 표현해 낸, 일상 드로잉 에세이.

 

 

 

2. 감상평 。。。。。。。

     이 선물 받은 책을 딱 펴 보는 순간 하는 소리를 냈다. 선물한 사람의 마음이 느껴져서다. 얼마 전부터 펜 그림 연습을 시작한 나에게, 첫 장부터 수많은 펜 그림들로 채워진 이 책은 마치 보물상자 같은 느낌이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에 담겨 있는 그림들은 한 번쯤 따라 그리고 싶은 충동이 잔뜩 차오른다.

     일상 속 평범해 보이는 것들을 그리는 작가는 그것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긴 그렇다. 무슨 대단한 예술가들이 그리는 것들도 결국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이 아니던가? ‘모나리자는 옆집 아주머니고, ‘별이 빛나는 밤은 어느 도시의 많고 많은 밤 풍경들 중 하나다. 그 평범한 것들에서 특별함을 발견한 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그 특별함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설득에 성공한 것이 예술이다.

     만물을 경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그래서 특별함이 느껴진다. 그가 그림을 그리거나 무슨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해도, 그냥 삶 자체에서 예술적 기품을 흘러나온 달까.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모든 것에서 소중함을 발견하게 된다면, 지금 보단 서른 배 쯤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어쩌다 보니 매력적인 그림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책 속에 담긴 글도 제법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깊이가 있다. “사람들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이유가, 실제로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 것을 그리기 때문이라는 부분은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다. 직접 작은 그림들을 그려보고 있는 나로서는, ‘눈에 보이는 대로그리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절감하고 있는 차였다.

     그런데 어디 그림만 그럴까. 인간을 대하는 데에도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생각을 먼저 꺼내 대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선입관을 갖고 사람을 대하고, 선입관을 갖고 일을 대하고, 선입관을 갖고 책을 대하고... 예수께서는 천국은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세상을 본다. (물론 뱀처럼 지혜로워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볼 때, 그 안에 담긴 섭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꽤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 책의 글자가 마치 손으로 쓴 것처럼 제각각이다. 펜그림과 함께 특별한 느낌을 주니, 눈은 좀 아파도 괜찮게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책장에 페이지가 표시되지 않을 것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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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세상을 조종해온 세 가지 논리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이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1. 요약 。。。。。。。

     보통선거권, 복지제도, 민주주의와 같은 오늘날에는 거의 상식적으로 여겨지던 사회제도들은 처음부터 모든 사람의 것은 아니었다. 소수의 귀족들, 혹은 엘리트들에 의한 과두정이 일반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 이런 정책들이 채택되는 것에 대한 집요한 거부와 방해가 있었다.

     저자는 기존의 체제와 방식을 고수하려는 이들, 즉 보수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변화에 저항해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피면서, 여기에서 세 가지 주요한 수사적 표현들을 정리해 낸다. 역효과명제, 무용명제, 위험명제가 그것.

 

     ​역효과명제란, 새로운 변화가 의도치 않은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기 때문에 변화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고, 무용명제는 아무리 해 봐도 변할 것은 없다는 식의 체념(정확히 말하면 상대를 체념시키려는)에 기초한 주장이다. 그리고 위험명제란 새로운 변화가 기존에 얻어낸 이익마저 상실시키고 말 것이라는 일종의 위협이고.

 

     ​물론 이런 명제들은 단독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결합되거나 교대로 사용되는데, 문제는 그것이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는 점. 예컨대 어떤 것이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면, 그것이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하는 역효과나 위험 따위는 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식으로 저자는 이 수사적 공격이 실은 선입관과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경향이 단지 보수파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책 말미에 가서는 이와 거의 비슷한 진보세력의 변화와 진보 찬양 일색의 수사법을 제시하면서, 그것이 얼마다 앞서 제시했던 명제들과 비슷한지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2. 감상평 。。。。。。。

     다른 책들을 보다가 여기저기서 언급되었던 바로 그 책이다. 자칭 보수 세력의 지배가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시기, 왜 도대체 진보세력이라는 사람들은 좀처럼 강력한 추진력을 갖지 못하는지 궁금했다. 물론 그게 한 가지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강력한(물론 여기서 강력하다는 말은 압도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거나 그런 뜻은 아니다. 그만큼 여러 사람들과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 명제들이 얼마나 우리 곁에 가까이 와서 힘을 발휘하고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달까..

 

     ​적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 수십 년을 넘은 오래된 이런 명제들이 오늘날에도 펄펄 살아서 날뛰는 건 긍정적인 걸까, 부정적인 걸까. 우리는 이런 명제들에게 수없이 협박당하고, 조롱당해 오지 않았던가? 복지제도를 확대하면 당장에라도 나라가 거덜 날 것처럼 겁을 주고(하지만 실제로 국가 재정을 소진시킨 건 수십 조를 강바닥 파는 데 쓰거나, 측근들에게 몰아준 그네들이다), 뭔가 새로운 정책들을 시도하려면 빨갱이니 주사파니(이게 언제적 주사파냐 도대체..) 하면서 협박하는 모습은 이제 지겨울 정도로 익숙하다.

 

     하지만 저자는 보수파를 싸잡아서 비난하고 조롱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책은 좀 더 시니컬했을 것이고, 보수와 별 차이가 없는 진보의 레토릭을 다루고 있는 6장 같은 부분은 아예 빼는 게 나았으리라.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정치인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하는 말을 좀 더 깊게 뜯어보고, 분석함으로써,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려고 했다고 밝힌다.

     그리고 사실, 그 넘어서는 사안마다 판단해야 하는 것들이다. 반드시 보수적 주장이 틀린 것도, 진보적 주장이 옳은 것도 아니니까. 그 때문인지 책은 딱 세 가지 주요 명제를 밝히는 데까지만 나아가고, 그것이 갖고 있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함의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어떤 의미에서는 좀 아쉽기도 하지만, 뭐 이 정도도 크게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좋든 싫든, 우리는 정치인들이 내뱉는 말의 홍수 속에서, 그리고 그 말들을 자기들의 입장에 맞게 편집해서 쉴 새 없이 내 보내는 언론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으로 여기는 아바타로 살고 싶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우선은 그들의 말에 담긴 핵심 논리가 무엇인지를 알아채고, 다음으로는 그 주장이 얼마나 탄탄한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 시작으로 좋을 것이다. 보수 쪽이든, 진보 쪽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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