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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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극작가 가스파르. 그래도 그가 쓴 작품이 어지간히 인기가 있어 뭐 하나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는 매년 겨울 한 달씩 파리에 머물며 집필활동을 하고 있었고, 이번 방문도 그런 연례적 방문이었다. 한편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 매들린은 전직 강력계 형사로, 지금은 현업에서 물러난 후 휴가를 즐기러 파리에 왔다. 이번 방문에서 그녀는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갖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이 인터넷 예약프로그램의 문제로 같은 시간, 같은 아파트를 예약하게 되었다는 것. 얼마 동안의 신경전이 끝나자 비로소 그들이 대여한 아파트가 숀 로렌츠라는 이름의 한 예술가의 집이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있었던 숀 로렌츠는, 거리의 그라피티 화가에서 주류 미술계의 천재 화가로 이름을 떨치게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비극적인 가정사와 이와 관련된 미스터리한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두 사람은 숀이 생전에 남긴 정보와 단서들을 따라가며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나선다.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콤비가 티격태격하며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

 

2. 감상평 。。。。。。。

     기욤 뮈소라는 작가의 책을 처음 본다. 당연히 사전에 작가의 필체라든지, 이야기 전개 방식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채, 표지만 보고 선택한 책. 하지만 직접 읽어본 적은 없어도 이름은 제법 여러 번 들어봤던 작가였다. 어느 정도 이름값은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갖고 있었다.

     이야기는 세밀한 묘사로 시작된다. 각각 가스파르와 매들린의 입장에서 본 파리의 인상은 묘하게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서로의 성격을 반영하듯 다른 느낌을 주는데, 같은 대상을 다르게 묘사하는 능력은 작가의 재능을 보여준다. 훌륭한 이야기 솜씨 덕분에 처음부터 이야기에 쉽게 빠져 들어갈 수 있었고, 제법 두툼한 책이었지만 기대감을 갖고 끝까지 읽어나갔다.

 

     ​초반 캐릭터 구축에 힘을 쓴 저자는,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숀 로렌츠가 겪은 비극적 사건을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숀의 마지막 행적을 따라가면서 제기된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식으로 작품의 성격이 전환된다. 일종의 추리소설 느낌도 나는데, 아쉬운 건 추적의 한 축인 가스파르가 비전문가이다 보니 그가 제시한 추리도의 얼개가 썩 튼튼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 여기에 작중에서 그의 직업이 극작가로 나오지만, 이런 부분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살짝 아쉽고.(반면 매들린의 전직은 사건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작품 중반 사건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숀 로렌츠가 오랜 공백 기간 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었는데, 이 사건은 생각보다 너무 쉽게 해결되고, 그 그림들이 이후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약간 좌충우돌하는 상황인데, 용케 많은 가능성들 가운데서도 진실을 찾아 가는 것이 대단하다 싶은 정도.

     역자는 후기에서 이 작품에서 아버지의 사랑이 두드러진다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까지 강하게 드러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심정이야 절박했겠다 싶은 면이 있지만, 사실 이야기 자체는 가스파르와 매들린 두 사람의 묘한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어가고 있으니까. 마치 엑스파일시리즈의 멀더와 스컬리처럼 두 사람이 어떻게든 엮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살짝 들 정도였고.

 

 

     깊은 감동이나 여운까지는 아니었지만, 시간 날 때 읽을 꺼리로는 충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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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그리스도 C.S. 루이스
페리 브램릿 지음, 강주헌 옮김 / 엔크리스토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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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C. S. 루이스에 관한 책들은 일반적으로 그의 저작에 담긴 주제들을 분석하거나 루이스의 인생의 주요 경험들을 연대순으로 나열하는 식으로 전개되었다. 물론 특정한 주제에 관해 집중한 서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책들이 그가 어떻게 완고한 무신론자에서 기독교인으로 변화되었는지에 집중했었고, 그의 교우관계를 다룬 책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른 관점에서 루이스를 바라본다. 이 책은 루이스의 일상적인 신앙생활이 어떤 모습이었는가에 집중하면서, 그가 성경을 어떻게 대했는지, 기도습관은 어땠는지 하는 부분을 탐구한다. 물론 이 때 사용된 자료는 루이스가 남긴 저술들과 편지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증언들이다. 같은 자료를 가지고 관심사에 따라 어떻게 서로 다른 작품을 쓸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책.

 

  

2. 감상평 。。。。。。。

     C. S. 루이스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보고 있는데, 이 책은 위에 설명한 것처럼 독특한 주제로 루이스를 읽어내고 있다. 루이스의 일상을 살짝 엿보는 느낌이랄까. 보통 루이스에게 관심을 갖는 부분은 그의 뇌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지적인 문장들이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그의 문장을 인용하는 것을 즐기고, 그의 생각을 주제로 다양한 토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루이스가 기독교에 관해 쓴 문장과 말들은 단순히 지적인 영역에서만 통용되는 건조한 문구들이 아니었다(이런 차원에서 어쭙잖게 그를 인용하고, 그의 주장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은, 그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를 보여줄 뿐이다). 그는 진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위해 애를 썼고, 그가 교회에 관해서, 신앙에 관해서, 나아가 기독교가 지니고 있는 가치에 관해서 한 말들은 그런 경건한 삶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열매들이었다.

     이 책은 그런 기본에 집중한다. 누군가 루이스가 어떻게 신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깊은 신학적/신앙적 통찰을 가질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는 이 책에 실린 내용을 바탕으로 대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통찰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신앙의 훈련에서 나온 것이라고.

     C. S. 루이스라는 사람의 매력을 아는 팬이라면 이 책 또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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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웨스 볼 감독, 딜런 오브라이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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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전편 말미, 마침내 미로에서 탈출한 토마스 일행.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인원들이 그들을 헬기에 태워 정신없이 한 기지로 이송한다. 그곳에는 다른 미로에서 빠져나온 아이들도 잔뜩 있었다. 오랜만에 몸을 씻고 편안한 가운데 음식을 나누는 일행. 하지만 수상한 방의 존재를 알게 된 토마스는 그 기지가 아이들을 재료삼아 바이러스 치료약을 만드는 위키드의 공장임을 깨닫고 동료들과 함께 탈출을 감행한다.

 

      다시 한 번 위키드의 추격을 피해 산 속에 있다는 저항조직을 찾아 나서는 일행. 온통 황폐해진 도시 속 갖은 위험을 넘어 마침내 산에 도착한 그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으로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2. 감상평 。。。。 。。。

     전편이 가지고 있었던 독특함은 어느 샌가 소리 없이 사라져버렸고, 영화는 갑자기 평범한 좀비물로 성격이 변해버렸다. 인물들은 여전히 어디론가 달리고 있긴 한데, 이젠 딱히 전략적 사고 같은 건 하지 않고 그저 본능에 따라 살기 위해 적들의 반대편으로 달리고 있을 뿐이다

     확실히 영화의 무대 자체는 전편에 비해 넓어졌고, 감독이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의 형태도 자유로워졌다. 완전히 폐허가 된 대도시와 사막화되어 거대한 모래언덕이 사방에 쌓여 있는 공간은, 뭔가 익숙하면서도 이색적인 독특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런 배경에 좀비들의 추격은 이미 레지던트 이블시리즈에서 봐왔던 장면들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앨리스만큼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고려한다면, 훨씬 볼품없는 액션만 살짝 등장하는 정도.

     전체적으로 1편과 3편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이상의 의미를 느끼기 어려운 작품. 주인공 토마스는 여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고, 동료들의 존재감은 거의 사라졌으며, 기껏 만들어 놓은 이야기는 단번에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최악의 전개.

 

여전히 허술한 토마스. 폭탄과 기폭장치를 들고 적들을 위협하려면,

저런 식으로 팔 몸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면 안 된다.

저격이라도 당하면 말짱 헛 일이 되지 않겠는가.

 

     인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해, 면역을 가진 아이들로부터 골수를 추출해내는 공장을 만든다는 끔찍한 계획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는 상투적인 구호 아래 정당화된다. 굳이 아이들이 희생자가 된 것은 힘과 조직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쉽게 속이고 이용할 수 있는 약자기 때문. 실제로 역사를 보면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다. 개발을 위해 가난한 이들의 거주구역을 강제로 철거하고 살 곳이 없는 이들을 내어 쫓아버리고, 장애인 학교 설립은 기를 쓰고 막으려 하고, 사회 초년생들은 한 없이 착취당할 뿐이다.

     지금까지의 전개로만 보면 후속편에서는 이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성공시키는 모습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에서야 그렇게 무모하게 덤벼들어도 감독의 버프를 받으면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현실의 약자들은 언제쯤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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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작가가 되고 싶었던 종수(유아인)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물류회사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에서 어린 시절 한 동네에 살았던 해미(전종서)를 만났고, 대화를 이어가면서 호감을 갖게 된다. 아프리카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 해미 대신 그의 집에 가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을 하기로 한 종수. 그리고 얼마 후 귀국한 그녀는 벤(스티븐 연)이라는 이름의 오빠와 함께 돌아왔다.

     공항에서 셋이 만난 첫 순간 느껴지는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묘한 감정. 딱히 하는 일도 없었지만, 포르쉐를 타고,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파스타를 요리하고, 낮에는 카페에서 책을 보는 벤은 종수와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았다. 영화는 이후 한 동안 종수가 느끼는 그런 묘한 감정을 중심으로 셋의 부자연스러운 동행을 그리다가, 해미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해미를 찾아 나서는 종수. 그의 눈에 처음부터 수상하게만 보였던 벤만 들어온다. 그리고 한 번 그렇게 시작하니 모든 것이 의심스럽기만 하고... 마침내 파국을 맞는다.

 

 

  

 

2. 감상평 。。。。 。。。

     이루고 싶은 꿈이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에 발목이 잡혀 버둥거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작가지망생인 종수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긴 했지만 아직 무엇을 써야 할지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분노조절장애로 사고를 치고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 파주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에게는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좁은 빌라 원룸에 살고 있는 해미는 아마도 카드빚에 허덕이고 있는 것 같다. 가족들과의 연락도 끊어지고, 이벤트 걸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동료라고 부르기에는 뭐한, 외로운 상황.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가진 돈을 다 털어 멀리 아프리카 사막에까지 다녀오지만, 그녀의 결론은 노을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것.

 

     ​그런데 그런 이들 옆에 전혀 새로운 캐릭터가 나타났다. 딱히 하는 일도 없어 보이지만 젊은 나이에 포르쉐를 타고 다니고, 넓은 집에서 취미로 요리를 하고, 대낮에도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저녁이면 친구들과 홈 파티를 하는 벤의 라이프스타일은 앞서의 두 젊은이들이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삶의 균형에 균열을 일으킨다.

     마치 불과 물이 만난 느낌. 수증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그건 종수의 심경을 흔들어놓고, 해미의 생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모든 모습을 보면서도 벤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 지은 채, 일견 그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는 것. 그러면 벤이 또 악역인가 하고 물으면 여기엔 쉽게 그렇다고 답하기도 어렵다. 영화 내내 그가 보여준 건 해미와 종수에 대한 호의와 선물이었으니까.(물론 수상함으로만 따지면 감당이 안 될 정도지만)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단어가 부조리이다. 벤의 삶을 뒤쫓으면서 종수는 인생의 부조리함을 강하게 느낀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종수가 겪고 있는 문제는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갔고, 아버지의 성격에는 문제가 있었고, 그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가난한 젊은이였다. 해미가 지고 있는 빚은 경제적인 문제였지만 그녀의 나머지 삶 전체를 괴롭히는 올무와 같았다. 그런데 그게 그들을 괴롭힌다.

 

     ​어쩌면 이 부조리를 가장 강하게 느꼈던 것은 벤과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해미였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그녀와 벤 사이의 관계는 연애 감정이 아니었고, 일방적으로 호의를 주고받는, 어떻게 보면 원조교제느낌과도 같았다. 이런 상황은 그녀 속 그레이트 헝거(Great Hunger)’의 성향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일.

     해미의 실종은 단순한 강력사건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삶의 부조리를 강하게 느낀 그녀의 자발적인 선택이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렇게 보면 부조리를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하고 해소하기 위한 종수의 선택이 파국으로 끝나는 것도 한 가지 선택. 그럼 벤은? 그 역시 이런 삶의 부조리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소소한 일탈로 쌓인 스트레스를 배출하고 다시 일상의 안전함으로 돌아간다.

 

 

 

 

      이 모든 이야기 속에서 젊은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묻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하다. 어른이 사라져버린 시대. 마치 소설 파리대왕속 아이들처럼, 인물들은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다가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물론 여기서 어른이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존경할만한 어른이 없다.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건설을 기를 쓰며 막고, 비참하게 죽은 어린아이들을 기리기 위한 작은 공간마저 반대하고, 철지난 50년 전 인물을 끌어들여 권력을 이어가려고 한다. 그렇게 유지한 비틀린 사회구조는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을 고립시키다가, 결국 파국으로 몰아넣고 말 것이다.

 

     해미는 어디로 간 걸까? 종수는 왜 그렇게 벤을 의심스럽게 여기는 걸까, 그리고 벤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영화는 수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지만 명확히 대답을 하지는 않고 끝나버린다. 사실 뭐 우리 삶이라는 게 그렇게 딱 떨어지는 게 많지 않기도 하지만... 우리 주변에 이렇게 사라져버린 해미와 이렇게 폭발해버린 종수는 얼마나 많을까. 또 이렇게 고민하지 않고 순응하는 벤은 또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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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크리스티앙 데마르 외 감독, 필리프 카트린느 (Philippe Katerine) 외 목소리 / 아트서비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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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줄거리 。。。。。。。

     때는 1930년대 프랑스 파리. 영화 속 세계는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 에펠탑이 두 개인 일종의 대안 세계다. 이 세계에서 여전히 프랑스는 나폴레옹의 후계자들이 다스리는 제정이었는데, 얼마 후 세계 곳곳의 과학자들이 사라지면서, 인류의 기술은 증기기관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당시 권력자는 전쟁을 위해 불사의 약을 개발하기 위해 남은 과학자들을 연행해 연구를 강요하고 있. 주인공 아브릴의 부모와 할아버지는 이를 비밀리에 개발 중이었으나, 성공을 목전에 두고 경찰의 습격을 받아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10년 후, 혼자가 된 아브릴은 독학으로 화학을 공부하면서 부모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를 쫓는 이들이 있었다. 도망, 납치, 그리고 격투(?)까지 이어지는 아브릴의 모험이 이어진다.

   

 

 

2. 감상평 。。。。 。。。

     우리나라에선 쉽게 접하기 어려운 프랑스 애니메이션이다. 처음엔 무슨 영화인지 전혀 모르고 보기 시작했는데, 다 보고 나니 포스터에 그려진 두 개의 에펠탑이 보였고, 아브릴이 항상 들고 다니던 스노우볼 속 모형도 마찬가지로 두 개의 에펠탑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고로 나폴레옹 3세가 죽고, 그의 아들이 제위에 올라 프로이센과의 휴전협정에 서명하면서 프랑스 제정이 그대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흥미로운 설정. 근현대 역사에 관해 어느 정도 사전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초반 쏟아지는 풍자에 미소가 저절로 띄워질 수 있는 부분.

 

      여기에 익히 잘 알려진 그 시대 저명한 과학자들이 일제히 납치되면서 기술발전이 지체되고, 증기기관의 고도화에 이르렀다는, 이른바 스팀펑크물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감독은 꽤나 정교한 설계를 통해, 정말로 그런 기계장치들이 가능한 것처럼 그려놓고 있다.

 

 

 

      다만 영화의 성격이 명확하지 못했던 부분이 약점. 영화 초반 세계의 과학자들이 납치되어 사라지면서 세계에 큰 변화가 생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 당연히 그 과학자들을 납치한 이들이 누군지,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회복시킬지가 이후 영화의 중심 주제가 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여기서 감독은 뜬금없이 말하는 도마뱀들(외계인들?)을 출연시켜 보는 사람을 어이없게 만든다. 이런 식의 대안역사물에서는 일단 기본적으로 가공의 기술이나 문화가 실제 인물과 함께 등장하면서 흥미를 일으키는 포인트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그냥 단순한 공상과학물과 차이가 뭔가.

 

     ​여기에 미국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진 눈과 귀에는 좀 허전하게 느껴지는 (특히) 음향, 음성 부분도 살짝 아쉬운 요소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배경음악과 음성은, 잘 해야 책을 실감 나게 읽는 정도니 뭐.

     소재를 재미있게 잡았는데, 그걸 좀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요령이 필요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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