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 더 리치 - 기후위기 시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나
틸 켈러호프.요르겐 랜더스 지음, 고은주 옮김, 강수돌 감수 / 이상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그렇게 마련된 재원을 가지고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책은 두 가지 주제를 동시에 말하려고 하는 건데, 하나는 부의 불평등한 분배 문제,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기후문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묵직한 주제를 다루기에, 책이 너무 작고 얇다는 점이다. 때문에 책 초반에 기후문제에 관한 내용이 잠시 언급되고는 이내 부의 불평등 문제, 그리고 부유세 도입의 당위와 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한 반박으로 나머지 부분이 채워져 있다. 결과적으로 기후문제는 부유세를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이유로서만 잠깐 제안되는 느낌.


이건 이중의 의미로 조금은 실망스러운데, 하나는 모든 문제의 기반에 기후문제가 있다는 식의 기후환원주의의 오류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돈만 있으면 기후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실 책에서 기후 문제가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부자들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기후에 영향을 끼치는지(예를 들면 1%의 부유층이 온실가스의 17%를 배출한다는 식의)를 지적하면서 그들에게 부유세를 걷어 기후문제 해결에 투입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이끌어 내는데, 사실 이런 식의 통계는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제프 베이조스가 11분 동안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오는데 3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다고(로켓의 연료 연소에서 발생하는 화학반응을 추산한 것으로 보인다) 말하면서, 이는 하위계층 10억 명이 평생 배출하는 양과 같다고 조금은 선동적으로 설명하지만, 뭐 사실 그런 식이라면 전 세계의 관광수요의 항공기 운영을 당장에 금지시키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부자에게 세금을 걷는다고 그들이 덜 발생시키지도 않을 것이고.



또, 책은 부유세에 대한 저항을 가볍게 생각하는데, 일부 부자들이 자신들이 세금을 내는 것을 기꺼이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 그 한 이유로 제시된다. 즉 부자라고 해서 모두 세금을 피해 달아나는 건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최근 아주 적은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대규모 국외이탈을 초래했던 프랑스의 예를 보면 문제가 생각만큼 감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의 호의에 의지해서 제도를 설계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사회주의라는 아름다운 이상이 어떻게 처절하게 실패했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지 않던가.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세금 제도에 관해서 언급하기도 하지만, 그 “국제적 공조”라는 것이 정말로 가능하기는 할까? 국제정치라는 건 사실 눈치게임과 비슷해서, 다들 자국의 이익부터 챙기려고 기회만 볼 뿐이 아니던가.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략에도 누구 하나 직접 군대를 파견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걸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위 선진국들이 부유세를 합의해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세금도피처 기능을 하는 국가들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고, 그런 국가에 특정한 세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국제적인 압박과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하는 점도 우리는 물어야 할 것 같다.





전 세계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완전히 고착화되었고, 이 새로운 계급구조는 혈통으로(상속과 복잡한 계급 내 혼맥으로) 이어어지기에 향후에도 쉽게 달라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부유세 같은 공격적인 명칭의 세금으로 간단히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역시 돈이 든다. 그런데 그 돈은 기후에 악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서 벌어진다는 점이 딜레마다. 전반적인 경제규모의 축소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 역시 해결이 난망해 보일 뿐이다. 관련 책들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건, 우리는 어쩌면 마지막을 코앞에 두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간만에 돌아왔습니다. 체스터턴의 "정통" 읽기! 이제 촬영은 모두 마쳤고, 편집만 남았네요.

■ 7장에서 체스터턴은 역사적으로 등장했던 다른 혁명적 사상들이 갖고 있는 모순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기독교야 말로 "영원한 혁명" 과정에 있다고 말합니다.

■ 오늘 우리의 교회가 이런 혁명적 정신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네 도서관에서 가볍게 책 두 권을 빌려 나오는 길... 길가에 웬 새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비둘기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너무 잘 생긴 녀석. 발톱도 장난 아니고, 일단 샤프하게 생긴 얼굴이 누가 봐도 귀티가 난다.


근데 녀석이 사람이 바로 옆을 지나가는 데도 날아갈 생각을 안 한다. 오히려 깜짝 놀라서 길가로 총총 도망치기만 하는 중. 어딘가 다친 것 같아서, 집으로 가던 발길을 돌려 새 옆에 거리를 좀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이게 무슨 새인가 사진을 찍어 AI에게 물어보니... 천연기념물인 "새매"라고 한다.


천연기념물이라는데 그냥 갈 수가 없어서 신고를 하기로 했다.


1. 강남구청 공원녹지과

사정을 설명했는데, 전화를 받은 담당 직원이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고 갈팡질팡한다. 그래서 구조센터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고 통화 종료. 확실히 이런 임무에 익숙하지 않다는 티가 팍팍 난다.


2. 서울시야생동물센터

똑같은 설명을 했고, 이쪽은 금세 말을 알아듣는다. 그런데 문제는 센터는 직접 구조를 하러 나가지 않고, 구조되어 온 동물들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그래도 천연기념물인 것 같다고 하니 사진을 요구해서 보내주었고, 센터에서 보기에도 천연기념물이 맞다고.. 이리저리 전화를 해서 구청에서 사람을 보내주기로 했다.


3. 119

구청에서 사람이 오나 싶었는데, 이내 전화가 온 건 119였다. 위치를 알려주니 비로소 출동을 한다. 얼마 후에 출동 중으로 보이는 대원에게 다시 전화가 왔고, 사진을 또 다시 보내주었다.


4. 구조대 도착

엄청 큰 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했다. 사실 새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30cm 안팎이었던 것 같은데.. 차는 굉장히 크더라. 대원들이 새를 포획해서 데려갔고, 천연기념물인게 확인이 되고, 정말 부상을 당한 거라면 서울의 잘 알려진 병원에서 치료해서 방사하는 절차로 진행된다고 안내를 해 주었다.



내가 보기엔 오른 쪽 날개 쪽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고, 바로 옆 도곡초등학교의 투명 방음벽에 부딪힌 게 아닌가 싶다. 얘가 정신을 다 못 차리고 이리저리 통통 튀며 도망다니다가 인근 빌라의 유리 현관에 자꾸 부딪히기도 하는 걸 보니...


암튼 심각하게 피를 흘리고 했던 건 아니라서, 날개쪽 부상과 뇌진탕 정도로 예상되는데, 건강히 치료되어서 돌아가길. 그나저나 강남 한복판에도 천연기념물 새매가 산다. 근처 선릉/정릉 같은 제법 큰 숲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구조대원 분도 매는 처음 본다고 하시는 걸 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던 듯.


갑자기 날도 추워졌는데 거의 30분을 밖에서 매 관찰하며 지키느라 감기온 듯. ㅋㅋ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카스피 2026-02-2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기빙님,좋은일 하셨네요^^

노란가방 2026-02-26 22:12   좋아요 0 | URL
어제 야생동물센터에서 직원분이 전화를 주셨는데,
오른쪽 날개 쪽에 골절이 발견되어서 수술을 했다고 하네요. 회복 과정을 보고 다시 방사할 거라고...
 


새로운 콘텐츠 아이디어 회의 중.....

역사를 전공한 두 형제와 얘기하다 보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 - 내 인생을 바꾼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문장
김남준 지음 / 김영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손에 든 저자의 책이다. 학창 시절 몇 권의 책들을 읽으면서, 청교도적 글쓰기의 맛을 톡톡히 봤던지라, 이 책의 내용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서문에서도 살짝 언급되듯, 이 책은 시와 산문의 중간 어디쯤인 것 같다. 굳이 분류하자면 시 쪽에 가까워 보인다.


“내 인생을 바꾼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문장”이라는 부제에 나와 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작 중 강한 인상을 받은 여덟 개의 문장들을 두고 깊은 시적 사유를 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저자가 고른 문장들이 하나같이 쉽게 읽히지 않는 것들이다.(어쩌면 그 때문에 이렇게 긴 감상과 해설이 나오게 되는 것일 지도) 예컨대 첫 번째로 고른 문장은 “내 마음이 내 마음을 피해서 어디로 간다는 말입니까?”로 시작된다. 여기에서 저자는 자신의 회심에 이르기까지의 신앙 여정 속 갈등과 방황을 읽어내고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네 번째인 “공간은 우리가 사랑할 것을 제시하나 시간은 그것을 빼앗아가 버린다”였다. 저자는 여기에서 짧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금세 사라져버릴 것에 대한 사랑 때문에 아파하지 말자고 결심한다. 흥미로운 접근이다.



저자의 이전 책들과는 문체나 내용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예상하고 펼쳐보면 당황할 수도 있겠다. 나이를 먹으면 어느 정도는 시인이 되는 걸까 싶었던 책이다. 최근에 읽었던 유진 피터슨의 시집도 살짝 떠오르고. 제목에 “밤”이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밤은 좀 센치해지는 면이 있지 않던가. 낮과는 좀 다른 정서로 손에 들 때 저자의 원래 의도를 조금 더 실감나게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