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에서 가볍게 책 두 권을 빌려 나오는 길... 길가에 웬 새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비둘기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너무 잘 생긴 녀석. 발톱도 장난 아니고, 일단 샤프하게 생긴 얼굴이 누가 봐도 귀티가 난다.


근데 녀석이 사람이 바로 옆을 지나가는 데도 날아갈 생각을 안 한다. 오히려 깜짝 놀라서 길가로 총총 도망치기만 하는 중. 어딘가 다친 것 같아서, 집으로 가던 발길을 돌려 새 옆에 거리를 좀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이게 무슨 새인가 사진을 찍어 AI에게 물어보니... 천연기념물인 "새매"라고 한다.


천연기념물이라는데 그냥 갈 수가 없어서 신고를 하기로 했다.


1. 강남구청 공원녹지과

사정을 설명했는데, 전화를 받은 담당 직원이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고 갈팡질팡한다. 그래서 구조센터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고 통화 종료. 확실히 이런 임무에 익숙하지 않다는 티가 팍팍 난다.


2. 서울시야생동물센터

똑같은 설명을 했고, 이쪽은 금세 말을 알아듣는다. 그런데 문제는 센터는 직접 구조를 하러 나가지 않고, 구조되어 온 동물들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그래도 천연기념물인 것 같다고 하니 사진을 요구해서 보내주었고, 센터에서 보기에도 천연기념물이 맞다고.. 이리저리 전화를 해서 구청에서 사람을 보내주기로 했다.


3. 119

구청에서 사람이 오나 싶었는데, 이내 전화가 온 건 119였다. 위치를 알려주니 비로소 출동을 한다. 얼마 후에 출동 중으로 보이는 대원에게 다시 전화가 왔고, 사진을 또 다시 보내주었다.


4. 구조대 도착

엄청 큰 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했다. 사실 새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30cm 안팎이었던 것 같은데.. 차는 굉장히 크더라. 대원들이 새를 포획해서 데려갔고, 천연기념물인게 확인이 되고, 정말 부상을 당한 거라면 서울의 잘 알려진 병원에서 치료해서 방사하는 절차로 진행된다고 안내를 해 주었다.



내가 보기엔 오른 쪽 날개 쪽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고, 바로 옆 도곡초등학교의 투명 방음벽에 부딪힌 게 아닌가 싶다. 얘가 정신을 다 못 차리고 이리저리 통통 튀며 도망다니다가 인근 빌라의 유리 현관에 자꾸 부딪히기도 하는 걸 보니...


암튼 심각하게 피를 흘리고 했던 건 아니라서, 날개쪽 부상과 뇌진탕 정도로 예상되는데, 건강히 치료되어서 돌아가길. 그나저나 강남 한복판에도 천연기념물 새매가 산다. 근처 선릉/정릉 같은 제법 큰 숲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구조대원 분도 매는 처음 본다고 하시는 걸 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던 듯.


갑자기 날도 추워졌는데 거의 30분을 밖에서 매 관찰하며 지키느라 감기온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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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2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기빙님,좋은일 하셨네요^^

노란가방 2026-02-26 22:12   좋아요 0 | URL
어제 야생동물센터에서 직원분이 전화를 주셨는데,
오른쪽 날개 쪽에 골절이 발견되어서 수술을 했다고 하네요. 회복 과정을 보고 다시 방사할 거라고...
 


새로운 콘텐츠 아이디어 회의 중.....

역사를 전공한 두 형제와 얘기하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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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 - 내 인생을 바꾼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문장
김남준 지음 / 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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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손에 든 저자의 책이다. 학창 시절 몇 권의 책들을 읽으면서, 청교도적 글쓰기의 맛을 톡톡히 봤던지라, 이 책의 내용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서문에서도 살짝 언급되듯, 이 책은 시와 산문의 중간 어디쯤인 것 같다. 굳이 분류하자면 시 쪽에 가까워 보인다.


“내 인생을 바꾼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문장”이라는 부제에 나와 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작 중 강한 인상을 받은 여덟 개의 문장들을 두고 깊은 시적 사유를 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저자가 고른 문장들이 하나같이 쉽게 읽히지 않는 것들이다.(어쩌면 그 때문에 이렇게 긴 감상과 해설이 나오게 되는 것일 지도) 예컨대 첫 번째로 고른 문장은 “내 마음이 내 마음을 피해서 어디로 간다는 말입니까?”로 시작된다. 여기에서 저자는 자신의 회심에 이르기까지의 신앙 여정 속 갈등과 방황을 읽어내고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네 번째인 “공간은 우리가 사랑할 것을 제시하나 시간은 그것을 빼앗아가 버린다”였다. 저자는 여기에서 짧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금세 사라져버릴 것에 대한 사랑 때문에 아파하지 말자고 결심한다. 흥미로운 접근이다.



저자의 이전 책들과는 문체나 내용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예상하고 펼쳐보면 당황할 수도 있겠다. 나이를 먹으면 어느 정도는 시인이 되는 걸까 싶었던 책이다. 최근에 읽었던 유진 피터슨의 시집도 살짝 떠오르고. 제목에 “밤”이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밤은 좀 센치해지는 면이 있지 않던가. 낮과는 좀 다른 정서로 손에 들 때 저자의 원래 의도를 조금 더 실감나게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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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시간 - 나이답게 말고 나답게 살자
이수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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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워킹맘인 저자가 차분하게 정리해 설명해 주는, 워킹맘으로 중년을 살아내는 방법을 담은 책이다. 사실 제목을 보고서 뭔가 내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집어 들었는데, 사실 40대라는 나이 말고는 겹치는 부분이 그리 많지는 않다.


책은 주로 워킹맘, 그러니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을 예상독자로 상정하고 쓰였다. 때문에 육아나 자녀교육 같은 내용들이 많이 보인다. 어느 날 저녁, 퇴근을 했는데 아이는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생긴 두 시간의 공백 동안 갑자기 인생의 공허함을 느끼고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는 저자는, 아이가 자신의 삶의 굴레가 아니라 에너지였음을 깨닫고 더 잘 키우기 위한 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시작한다.






다만 이 계획은 소위 ‘대치맘’ 같은 극성스러운 통제적 부모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어설픈 완벽주의를 버리라거나, 우선 자신이 먼저 행복한 엄마가 되라고 권한다.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갖거나, 잠을 충분히 자고, 취미를 가져보라는 조언은 신선하기도 하다. 자녀에게 지나치게 몰입해서 시야가 좁아진 부모가 종종 어떤 진상이 될 수 있는지 그리 어렵게 않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더더욱 한 발 물러서 조금은 여유있게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게 느껴진다.


3, 40대 자녀를 키우면서 일을 손에서 완전히 놓지 못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여러모로 공감이 되는 면이 많이 있을 것 같은 책이다. 물론 그것도 다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빈정거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뭐 그런 사람은 안 보면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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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25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본적으로 워킹맘으 대치맘이 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어요ㅜ.ㅜ

노란가방 2026-02-2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겠네요..ㅋ ㅠ
 
성경책 파는 조선 상인들 믿음의 글들 399
이원식 지음 / 홍성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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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보통 이런 책은 신학을 전공했거나 역사 전공을 한 학자들이 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저자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일단 흥미가 생기는 부분이다) 저자가 어쩌다가 이런 책을 쓰게 되었는지 설명이 없어 오히려 궁금해진다.


책은 한국 개신교 전래 초기, 성경이 어떻게 보급되었는지 그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는 구성을 취한다. 대동강의 토마스 선교사, 존 로스, 매킨타이어를 중심으로 한 북방 중심의 성경 번역작업들, 이수정을 중심으로 한 남방(일본) 중심의 번역작업들, 그리고 번역된 성경을 국내로 반입해 보급했던 초기 권서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의 독특한 배경 때문인지, 이야기는 학술적인 정리보다는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을 묘사하는 것처럼 설명된다. 쉽고 재미있다는 말이다. 사실 새로운 정보가 담긴 건 아니다.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그걸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는 누가 쓰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


조선 땅에 성경이 전해진 과정을 읽다 보면 참 감동적이다. 알음알음 성경을 알게 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 책을 열어 읽기 시작했고, 믿음이 생겨나고, 세례를 청하게 된다. 선교사보다 앞서서 성경이 들어왔고, 후에 들어온 선교사들은 이미 준비된 신자들을 만나게 된다. 언더우드가 했다는 말이 이 모든 걸 설명한다. “나는 조선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러 왔는데, 열매를 거두기에 바쁘구나.”


참고로 구름책방에도 관련 영상이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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