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괴물 백과 - 개정판
곽재식 지음, 이강훈 그림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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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일단 그 웅장한 위용에 손을 뻗었다. 거의 8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꺼운 책들이 도서관에 꽂혀 있는 걸 보면, 이런 책들은 누가 가져가서 보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여기에는 “한국 괴물 백과”라는 흥미로운 제목이 붙어있으니 조금은 다를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책 내부는 아주 깨끗하긴 했다.


책 뒤에 실린 출처 이하를 빼면 본문은 750페이지 가량 되긴 하는데, 각 항목마다 한 페이지는 일러스트가 실려 있어서 글 부분만 보면 그 절반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각 항목에 실린 소개글이 한 페이지를 다 채우지 않기도 해서 생각만큼 그리 읽을 내용이 많은 책은 아니다. 한 300페이지 전후의 보통의 단행본 정도랄까.


책은 소설가인 작가가 글쓰기를 위해 한국의 고문헌에 나오는 다양한 괴물들에 관한 내용을 블로그에 모으면서 시작되었다. 아마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 모을 생각은 없었을 듯한데, 확실히 좋은 작품은 충분한 자료조사로부터 시작되는 법인지 꽤나 본격적으로 자료를 수집했고, 그 결과 이렇게 책까지 엮어 나오게 되었다.


책의 매 항목마다 독특한 느낌의 일러스트가 실려 있어서 보는 맛이 있다. 그림작가의 공 또한 이 책의 완성도를 분명 높여주는 요소다. 검은색과 밝은 형광 녹색으로만 그린 이미지들인데 이게 또 나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각 요괴의 이름까지도 밝은 녹색으로 적어두었는데, 이게 좀처럼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피로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요괴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나 싶다.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중국이나 심지어 멀리 인도에서 건너온 것들의 현지화 버전이기도 했지만, 또 자신이(혹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직접 경험했다는 식의 괴담도 적지 않다. 물론 저자도 종종 언급하듯, 대개는 착각이나 상상의 산물이긴 했겠지만, 일부는 실제 존재하던 어떤 것에 과장된 표현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들을 잘 가공만 한다면 흥미로운 한국형 환타지들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일부는 이미 영화화되기도 했다고 한다. 몇 년 전 나왔던 “물괴”라는 영화는 중종 시기 실제로 퍼졌던 소문을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이었다. 흥미로운 항목들로는 구렁이 모양으로 집안의 재물 운을 관장한다는 업신, 마치 좀비를 떠올리게 하는, 되살아난 시체를 가리키는 “재차의”(혹은 흑수), 인어와 꼭 같은 모습의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비유설백” 같은 요소들은 현대적으로 충분히 멋지게 각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외에도 요괴는 아니지만, 그것이 담긴 책들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역사적 정보들도 얻을 수 있는데, 북방 이민족들이 조선인들을 “대두인”이라고 불렀다는 설명이 재미있었다. 우리민족은 대대로 머리가 컸었나 보다.


심심할 때 가볍게 넘겨보기에 괜찮은 책이다. 혹 창작자들이라면 이 책에 실린 항목들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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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으로 가득한 이 사회 속에서

확고한 자아정체감은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식 없이 정체성을

외적 환경으로만 미루어 짐작하는 건 매우 위험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모두가 성공이라 여기는 유명 대학에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내 적성에 과연 맞는지’가 고민된다면 어떨까요?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부적응하는 청춘이 의외로 많습니다.

……

자신에 대한 명료한 의식과 이해,

안정적 가치를 만들지 못한 채 살아왔다면

이런 위기마다 엄청난 불안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 한기연, 『이 도시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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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이 제시된 최초의 형태는 좋은 소식이었다.

이는 옛 영어 단어 가스펠의 원래 의미다.

나는 지금 기독교 신앙이 새로운 소식임을,

그 자체로 좋은 소식임을 아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이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식이 되어 버렸다고 말하는 것이다.


- 톰 라이트, 『이것이 복음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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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여행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병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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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년 전 우리나라에도 “람세스”라는 소설로 널리 알려졌던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의 책이다. 이 책도 나온 지는 꽤 오래된 걸 보면, 그 때 불었던 이집트 바람을 타고서 낸 것으로 보인다. 제목처럼 이 책은 이집트를 여행하는 기분을 들게 해 주는 일종의 기행문이다.


보통 이런 책은 어떤 지역의 유명한 곳 중심으로 큼직큼직하게 훑어가는 게 보통이지만, 이집트라는 나라는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곳이다 보니 그런 식으로 훑어가더라도 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책은 이집트 땅 곳곳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유적들을 마치 가이드 하듯이 잔뜩 담고 있다. 나 같은 초짜 관광객들에게는 조금은 벅찰 정도로 많은 곳을 돌아다니니 살짝 어지럽기도 하다.





고대 이집트는 나일강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좁은 폭의 땅이었다. 그 외의 나머지 지역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건조했지만, 나일강이 이뤄놓은 비옥한 퇴적토는 농사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주어 지중해 전역에서도 유명한 비옥한 농업 생산량을 자랑했다. 그런 경제력 덕택에 고도의 문명을 일찍부터 이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연히 다양한 유적들 역시 이 나일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이 책의 이집트 여행은 그런 나일강을 따라서 진행된다. 나일강 하류인 북부 삼각주에서 시작해, 서서히 상류인 남쪽으로 거슬러 가는 방향이다.


그런데 이런 방향은 한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이집트라는 나라가 수천 년 동안 파라오라는 이름의 통치자 아래 지배된 땅이긴 하나, 시대 별로 수많은 왕조들이 교체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하는 방식으로 면을 정복해 가는 식의 여행은, 서로 다른 왕조의 유적들을 그 실제 존재했던 연대 순서와는 상관없이 만나게 되니 말이다. 물론 그런 것까지 구별할 줄 알면 더 이상 초보 여행객은 아니겠지만.


사실 책은 본격적인 연구서가 아니긴 하다. 각각의 왕조가 남긴 기념물들의 특징이라든지 연대적 변화 같은 것은 관광객의 주요 관심사도 아니고. 사방이 사막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어떻게 저렇게 웅장한 기념물들을 남길 수 있었을까 하는 면 하나만으로도 아마 실제 관광객들의 눈과 머릿속은 불꽃놀이로 가득차지 않을까?





온통 이집트 이야기만 하는 이집트에 푹 빠진 작가다운 책이다. 이런 책은 그냥 책상에 앉아서 읽는 건 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실제 이집트 여행을 떠나서, 여정 가운데 틈틈이 살펴본다면, 어지간한 가이드북보다 훨씬 더 깊은 정보를 실감나게 얻게 되지 않을까.


덧. 사방에 오타가 넘쳐난다. 당장 14페이지에는 아우구스투스를 “아우구스티누스”라고 적어놓았다.(솔직히 헷갈릴 만큼 비슷한 이름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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