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불에 갖다 대도 황금은 빛을 내고 쭉정이는 연기를 내는 것처럼,
똑같은 도리깨로 쳐도 짚은 짜부라지고 알곡은 걸러지는 것처럼,
압착기에서 똑같은 힘으로 짜내도 기름과 찌꺼기는 섞이지 않는다.
이처럼 똑같은 고통에도
선인은 시험당하고 정결해지며 순수해지지만
악인은 공격당하고 파멸한다.
- 아우구스티누스, 『신국론』중에서
고기를 먹지 않고서 철분 결핍증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식물에 많이 들어 있는 수산염, 타닌, 피틴산이 철분 흡수를 막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시금치가 철분이 풍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시금치에 들어 있는 철분의 2퍼센트만이 체내에 흡수된다.
철분이 비헴철의 형태로 들어 있어서 그렇고,
시금치에 수산염이 많이 들어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 다이애나 로저스, 롭 울프, 『신성한 소』 중에서
15세 이상 관람가 공포.
영화는 주변의 온갖 심령현상을 유발하는 인형인 애나벨을 하필 자신의 집 지하실에 둔 워렌 부부에게서 시작한다. 그런 집에 딸 아이를 혼자 두고(물론 보모인 메리가 함께 있긴 했지만) 1박 2일 일정을 떠난 부모.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한 딸 주디와 보모인 메리는 그럭저럭 시간을 잘 보내나 싶었지만, 메리의 친구 다니엘라가 등장하면서 모든 게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들어가지 말라는 지하실에 굳이 들어가서 온갖 것들을 다 만지고, 심지어 워렌 부분의 집 이곳저곳을 뒤지기까지 하던 짜증유발자 다니엘라의 활약(?)으로 결국 애나벨이 깨어난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이런저런 공포 장면이 이어지는데, 생각보다 그 정도가 덜하다. 우선은 애나밸이라는 인형 자체가 동양의(예를 들면 일본의) 인형에 비해 훨씬 투박하고 우스꽝스럽게 생겼던 데다가, 다른 공포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덜컥거리는 느낌이랄까. 이게 왜 15세 이상 관람가인지를 알 것 같은 느낌.
목적이 좋으면 다 좋은가?
영화를 보는 내내 속이 터지게 만드는 다니엘라의 만행은, 알고 보니 자신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심령 현상에 일가견이 있어 보이는 워렌 부부의 집에 가면, 죽은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이쯤 되면 애가 좀 생각이 모자란 건가 싶은데, 영화 내내 수많은 사망플래그를 세웠는데도 끝까지 무사하다(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부분 중 하나다). 심지어 영화 말미, 돌아온 워렌 부부는 다니엘라의 사정을 듣고는 그녀가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수를 써 주기까지 한다. 고등학생이나 돼서 벌인 분별력 없는 행동이 일으킨 수많은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은 채. 이것이 미국식 교육인 건가....
가장 위험한 건 부모.
근데 집에 이렇게 위험한 물건들이 잔뜩 있는데, 고작 지하실 문에 자물쇠 몇 개 달아놓는 걸로, 그리고 그 열쇠를 책상 아무 데나 던져 놓는 걸로 안심하고 떠나는 부모가 제일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보모를 구해 놓기는 했다지만, 저렇게 집 전체를 맡겨놔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의 태평함이 인상적이다.
뭐 하룻밤이야 무슨 큰일이 날까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런 지하실에 그런 물건들이 없는 평범한 가정 이야기고.... 애초에 뭔가 사건이 일어나게 할 작정이 아니었나 싶은(그래야 영화가 되니) 허술한 설정에, 익히 예상되는 공포 시쿼스들.. 사실 영화를 보는 시간 내내 웃으면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