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에로 영화 전문 감독 박정우(윤계상). 촬영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간 집에 웬 여자(은수, 고준희)가 들어와 다짜고짜 그를 때려눕힌다. 알고 보니 계약사기를 당해 그의 집을 자기 집인 양 알고 들어왔던 것. 정우는 사정이 딱하게 되었으니 새 집을 얻을 동안 일주일의 여유를 주겠다고 말했지만, 뭐 워낙에 예쁜 여자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까지 한 게 아니겠어?

     어린 시절 아역배우를 했지만, 부모님과 함께 오랫동안 외국에 나갔다가 엄마의 마지막 유언 비슷한 말을 지키기 위해 한국에 돌아와 배우가 되려고 하는 은수. 정우는 그런 은수가 은근히 마음 쓰였고, 그녀를 도와주기로 한다.(예쁘니까!) 그리고 둘 사이엔 뭔가 썸타는 느낌이...

     생계를 위해 에로영화를 만들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부모님 앞에도 떳떳하게 낼 수 있는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정우는 과연 그의 꿈을 이룰 것인가. 그리고 은수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2. 감상평 。。。。。。。  

     에로 영화라는 눈길을 끄는 소재를 영화 속에 집어넣었지만, 영화 자체가 B급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물이었고, 마지막엔 진심이 통하게 될 것이라는 소박한 바람을 담고 있는, 주제면으로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사실 뭔가 특별함을 느끼기엔, 주연을 맡은 남녀 배우의 연기력이 엄청나게 훌륭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물론 둘 다 착실하게 배워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의 전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단지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보조 소재로만 여겼던 에로영화 제작팀이라는 소재에 어떤 진정성 같은 것을 담아내려고 했던 게 더 눈에 와 닿았다.

 

 

 

 

     영화제작사라고 해봐야 스텝은 고작 세 명에 이제 갓 들어온 신입 한 명, 그리고 배우들은 죄다 벗을 줄만 아는, 연기력이라고는 도무지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온갖 종류의 패러디 제목을 가져다 붙이지만 내용이랄 것까지도 없는 그런 B, C급 영화들일 뿐. 그런데 그런 그들이 꿈을 꾸고 있다.

     감독인 정우는 물론, 그를 형으로 따르며 함께 하는 스텝들은 언젠가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의 배우들역시 비록 연기력이 부족하고 얼굴도 외모도 기성 작품들의 주연을 꿰어 차기엔 한참 부족했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참여할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하는 일을 한심하게 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사람마저 한심하게 보면 안 된다는 것. 뛰어난 외모의 주연 여배우보다 오히려 이들의 이야기가 좀 더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이런 진정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생각했던 것 이상의 작품을 봤구나 싶은 생각이 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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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교장 선생의 후원자들은 그 여자가 교장 자격이 없는 것을 알고는 다른 교장들을 감독하는 자리에 앉혔다. 그러나 그 일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 여자를 의회로 보냈고, 그 여자는 그 후로 행복하게 잘 살았다.  - 본문 중

 

 

 

1. 줄거리 。。。。。。。   

 

     모두 일곱 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이 대서사시는 거의 평생을 대학에서 일했던 C. S. 루이스가 어린 아이들을 위해 쓴 동화다. (실제로 출판된 순서와는 다르지만) 1장에서 나니아가 창조되고 마지막 7장에서 그 나라는 무너지고 그와 비슷하지만 질적으로 훨씬 더 우월한 새로운 나라가 나타난다. 2장은 가장 유명한 내용으로 옷장을 통해 환상 속의 새로운 나라인 나니아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 네 명의 남매 이야기가 실려 있고, 나머지 이야기들에서는 그 남매들을 비롯한 또 다른 아이들이 이 세계 속으로 들어가면서 얽히고설키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   

 

     지난 여름 생일 선물로 받았지만, 읽어야 할 다른 책들 때문에 좀처럼 펼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숙제였다. 일단 펴면 한 번에 읽어야 하는 데 중간중간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는 재미를 놓칠 수 없었고, 독서모임을 시작하기도 했고, 그 사이에 새로운 일들을 몇 가지 시작하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좀 없었달까.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은 23일간 충분한 반 강제(?) 독서 시간을 보장해준 예비군 훈련이 해결해 주었다. 무서운 일은.. 본문만 105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다 읽었는데도 예비군 훈련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내년엔 뭘 들고 가야 하나)

 

 

     일반적인 책들보다 가로, 세로가 약 3cm 가량 더 큰 제본인데도 무려 10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압도적인 분량으로 베고 자기 좋다는애교 섞인 투정을 받기도 하지만, 따로 읽어도 좋은 일곱 개의 이야기가 서로 논리적 일관성을 가지고 만들어 낸 거대한 세계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이정도 분량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래도 개인적으론 이런 무지막지한 합본은 책장에 꽂아두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독서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루이스는 이야기 전반에 걸쳐 성경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창조와 타락, 대속과 부활, 믿음과 새 창조의 완성 등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은 신학적 명제들이 이야기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나온다. 물론 이야기 자체가 어린 아이들을 위해 쓰였기에 이런 신학적 설명들은 철저하게 이야기라는 맥락에서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야기에 기독교적이 내용이 담고 있다고 해도, 재미가 없으면 누가 이런 두꺼운 책을 읽을까. 그런 차원에서 루이스는 자신의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마음껏 이 작품에서 표현해 낸다. 앞서 말한 신학적 명제들은 어느 것 하나 지나치게 두드러지지 않을 정도로 잘 짜인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고 있어서 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함께 차를 탔던 훈련 동기 한 명은 내가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 담긴 기독교적 은유를 설명해주기 전까지는 전혀 짐작조차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니) 뿐만 아니라 책 전체에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풍자들은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동화지만 단지 어린 아이들에게만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른들도 꼭 한 번은 읽어 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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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습니다.

 

나니아연대기를 다 읽었는데도 안 끝나더군요...;;;

 

내년이 두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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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신민에게는 자애로운 국부국모가 필요하다.

그러나 공화국의 주권자에게는

대통령과 영부인이 필요할 따름이다.

우리 마음속의 왕을 죽여야 민주공화국이 산다.

 

- 유시민, 후불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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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대 국가 -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허버트 스펜서 지음, 이상률 옮김 / 이책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1. 요약。。。。。。。     

 

     사진만 봐도 왠지 영국 사람일 것 같은 정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가 쓴 네 편의 글을 모은 책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국가의 통제(각종 행정조치)가 강화되는 것에 불안과 불만을 느낀 저자가 이에 반대하기 위해 쓴 것들이다.

 

     제1새로운 토리주의는 과거 왕정복고 시도 당시 왕정을 옹호하던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민의 자유에 무관심했던) 토리당에 반대해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던 휘그당의 후예인 자유당이 정권을 잡자, 이제는 시민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들을 만듦으로서 사실상 과거의 토리당과 마찬가지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2다가오는 노예제에서는 각종 정부의 규제법률로 인해 시민들의 자유가 크게 제한됨으로써 사실상 노예제와 다름없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제3입법자들의 죄에서는 당시 의회에서 법률을 제정하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들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입법활동을 함으로써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마지막 제4거대한 정치적 미신에서는 의회가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2. 감상평 。。。。。。。   

     동네 도서관에 들어온 신간 코너를 돌아보다가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책을 집어 든 책이었다. 책의 본문도 본문이지만, 책머리에 수 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는 번역자의 해설 부분이 흥미로웠다. 역자는 그를 저주받은 사상가라고 부르며, 그가 오랫동안 오해를 받아왔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한다.

 

     스펜서에 대한 오해는, 그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원조를 비판하고, 적자생존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정부에서 시행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강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치철학을 주장했다는 데 기인한다. 역자는 이 부분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사실 그가 이런 주장을 하게 된 배경을 이해한다면 이런 오해가 상당부분 풀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비친다.

 

 

     물론 이 책에 실려 있는 글들을 잘 읽어보면 역자의 이런 의견에 일정 부분 공감을 하게 된다. 사실 그가 시민의 자유를 이토록 주장했던 것은, 의회의 아마추어리즘으로 인해 불필요한 규제와 간섭이 난발되고 이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이 꺾이고 나아가 오히려 손해까지 보게 되는 상황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모든 종류의 규제를 철폐하고 완전한 자유경쟁에 맡기자고 주장한 것도 아니고, 정부 권력이 시민을 직간접적인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종류의 구속의 필요성까지는 인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조치가 사람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인지 불필요한 자유의 제약일 뿐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저자가 그토록 공격하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부의 복지지원 문제를 두고 보자. 당장에 먹을 것조차 충분하지 않은 시민이 실제적인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역자는 스펜서의 주장이 약육강식을 옹호한 것처럼 오해된 것은 그의 이론을 원래 의도에서 멀어지도록 오용한 사람들 탓이라는 논리를 펴는데, 이는 다시말하면 스펜서가 자신의 이론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상할 수 없었으니 그의 잘못은 아니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는 스펜서가 3장에서 지적했던 문제, 즉 입법자들이 그들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에 비춰 생각해 본다면, 스펜서 자신도 그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갈수록 정부의 권한이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스펜서의 주장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 자유를 옹호하던 정당, 정치세력이 이제는 과도한 규제를 통해 과거 반대하던 정치세력의 태도를 닮아가고 있다는 주장과(1), 의회의 권력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묻는 제4장의 내용은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가족에서의 원리(약자를 적극적으로 이끌어주고 돕는)와 사회에서의 원리(상황에 적합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보상을 받는다는)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오랫동안 생각해 보게 만들었던 부분이다.

 

     권력의 제한을 통해 시민의 자유를 가져와야 한다는 상황과, 반대로 시민의 자유를 위해 권력의 행사가 필요한 상황 사이의 조화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면서도 지속가능한 체제를 만들어가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인데, 진영논리로 점철된 우리나라의 정치계, 학계에서 이 작업이 과연 언제쯤 제대로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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