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시들지 않는다면,

꽃의 아름다움을 더 이상 묵상하지 않게 될 것이다.

꽃들을 쌓아 두려는 열정에 눈이 멀거나,

주변에 늘 있는 꽃을 진부하게 여기고 그 모습에 둔감해질 것이다.

- 조지 맥도널드

 

C. S. 루이스 엮음, 조지 맥도널드 선집』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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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한 신문사 연예부 수습으로 들어가게 된 도라희(박보영). 그 부서에는 도무지 제멋대로에다가 열정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우기는 부장 하재관(정재영)이 있었다. 첫날부터 된 통 깨지더니 하나부터 열까지 온갖 지적을 받으면서 금세 의기소침, 사표를 써야 하나 싶은 마음까지 들던 찰라, 우연찮게 톱스타 우지한(윤균상)에 관한 뉴스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간신히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그러나 갈수록 어려워지는 신문사 사정에, 감원정책까지 더해지면서 그 일순위로 연예부가 도마 위에 오르고, 이에 성격은 까칠해도 부원들 밥은 먹이겠다는 책임감으로 충만한 하재관은 점점 더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이 과정에 우지한을 우려먹으려는 악덕 소속사의 장대표(진경)의 일까지 덧붙여지면서 상황은 점점 더 꼬여간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 장대표와 손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위해 실직을 각오할 것인가. 이제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신입에게 이런 무거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다니...

   

2. 감상평 。。。。。。。   

     이제 20대 중반을 지나가는 박보영에게 딱 맞는 소프트한 코미디물. 그녀의 귀여운 매력이 시종일관 터져 나온다. 상사에게서 싫은 소리를 들을 때, 치열하게 다른 기자들과 취재경쟁을 할 때도, 삼엄한 경비(?)를 뚫고 톱스타와 11 인터뷰를 할 때도, 이건 뭐 언제 봐도 귀여움이 철철 흐르니..

     다만 덕분에 극의 분위기는 잠시라도 무겁거나 심각한 방향으로 제대로 진입하지 못한다. 분명 등장인물들은 나름의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보는 사람은 그게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는 달까.(이런 분위기라면 어떻게든 해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예상한대로 그렇게 되더라..) 이런 점은 어떤 사람들에게 좀 밋밋한 느낌을 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것 같다.

   

 

     최근 기자를 소재로 삼는 영화가 한 편 더 앞서 개봉했었다. 조정석 주연의 특종:량첸살인기라는 영화가 그것. 두 영화 모두 기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공통점 외에도 그 세계를 다루는 데 비슷한 관점을 보여주는 게 흥미롭다.

 

     ​요새는 기자와 쓰레기를 조합한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기자라는 직업에 덧붙여 있었던 신성함은 거의 사라진 게 사실이다. 이 영화들에서는 기자의 이런 직업적 몰락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특종의 조정석이 극 초반 사실상 해고를 당하게 되는 것도 신분에 광고를 넣는 회사와 관련된 또 다른 회사에 불리한 기사를 실었기 때문이고, 이 영화의 박보영도 초반에 비슷한 일을 저질렀다가 크게 혼이 난다. 사실상 돈(광고)으로 얼마든지 언론의 논조를 바꿀 수 있다는 소위 주류의 시각을 보여주는 부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 여론을 환기시키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기자만한 자리도 없다. 때문에 다시 두 영화 모두 진실을 밝히려는 기자의 노력을 그리는 데로 다시 돌아간다.(특종의 조정석의 경우 그 결심이 좀 갈팡질팡하다가 영 엉뚱한 방향으로 나간 감이 있긴 하지만) 슬픈 것은 이 지점에서 영화는 급격히 현실로부터 멀어지는 느낌을 준다는 점.. 하지만 뭐 영화가 꼭 현실의 초라함과 궁색함을 그대로 그려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그래도 막판에 피씨방으로 달려가는 기자들의 모습은 좀..;;)

 

     뭔가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지만, 크게 반향을 일으키는 것까지는 아니고.. 박보영만 두드러져보이던 영화. 뭐 가볍게 즐기기엔 나쁘지 않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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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정당이란 말을 경제적으로 해석하면 이런 우월재와 열등재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돈이 없을 때는 노동당이나 사회당을 구매하다가

돈이 많아지면 부자들의 보수정당을 구매하는 것이 계급정당의 시각이다.

계급투표라고도 한다.

 

이런 식이라면 20세기 내내 노동자 정당이 늘 이겼을 것이다.

계급적으로 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돈 많은 사람들은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박근혜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 우석훈, 잡놈들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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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판소리를 배우고 싶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그럴 수 없었던 진채선(배수지). 동리정사라는 이름의 조선 최초의 판소리 학당을 열어 제자들을 가르치던 신재효(류승룡)를 따라다니며 꿈을 키우던 그녀는, 마침내 남장을 하고 학교에 잠입(?) 하는 데 성공한다. 얼마 후, 경복궁 중건을 기념하는 낙성연회에 전국의 소리꾼들을 불러 모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채선과 재효는 그 경합에 참가하기 위해 한양 길을 나선다.

 

     그러나 금녀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고, 여기에 괴팍한 성격의 대원군이라는 캐릭터가 더해지면서, 채선의 노래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험으로 그 성격이 바뀌게 된다. 마침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게 된 채선.

 

 

 

 

2. 감상평 。。。。。。。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다보니 확실히 색이 예쁘다. 특히 극 후반에 수지가 입고 나오는 한복의 색은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확실히 한복은 그런 은은한 멋이 있는 옷이다. (뭐 수지라는 한 미모 자랑하는 배우가 입고 있으니.. 이 점도 무시할 수 없을 테고.)

 

    ‘소리를 중심소재로 잡고 있는 영화다 보니, 자연스럽게 극중 배우들이 연기하는 소리꾼의 수준에 집중하게 된다. 여기에 이제 배우로서 몇 발을 뗀 수지가 주연을 맡고 있다 보니 연기력에 관한 부분도 보통 수준 이상의 깐깐한 눈으로 보게 되는 것 같고.

 

     결론적으로 확실히 수지의 연기는 주연을 꿰차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뭐 요새는 주연급 연기라는 말이 머쓱해질 정도의 발연기를 보이는 연예인들도 배우인 척 가장하는 경우도 워낙 많으니.. 그에 비하면 최소한 성의는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녀를 지도했던 박애리 명창의 말처럼 수지의 목소리는 묘하게 판소리와 어울리는 듯하기도..

 

     사실 판소리라는 게 몇 달 배운다고 명창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녀에게 완벽한 퀄리티를 요구하는 건 무리이고, 이건 다른 베타랑 배우들도 마찬가지다.(그 와중에 송새벽의 목소리는 또 은근 인상적이었다) 크게 못 봐줄 만한, 혹은 못 들어줄 수준은 아니었다는 말.

 

 

 

     오히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뚝뚝 끊어지는 에피소드들 사이의 연계 부분이다. 실존인물을 다루기는 하지만, 사료가 남아 있는 부분이 많지 않고, 그래서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풍부한 소재였지만, (물론 그렇다고 지나치게 뻔한 전개를 만들어내길 바랐던 건 아니지만) 굉장히 건조하게 이야기들은 이어지고, 그나마 각 이야기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도 주지 못한다.

 

     작중 채선과 재효 사이의 애틋한 감정은 거의 설명되지 않아서 이게 뭔가 싶을 정도고, 신재효라는 이 분야의 대가의 면모를 제대로 그려내지도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류성룡과 신재효라는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건지 애매하다.)

 

 

     확실히 배우의 길을 걷고자 하는 수지는 쉽지 않은 영화를 만났다. 신인급 배우가 시대극의 주인공을, 그것도 소위 걸그룹 출신이 전혀 배운 바 없었던 판소리를 하는 역할을 맡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영화 내내 수지 자체에 클로즈업 하는 장면이 많아 꽤나 부담이 됐을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영화를 찍다 보면, 적당한 수준의 연애물에 출연하는 것보단 배울 게 많을 것 같다.

 

     총평을 하자면, 진채선을 소개하기 보다는 수지만 보여준 쇼케이스. 이걸 온전히 수지의 탓으로 돌리기엔 그녀로서는 좀 억울할 것이라는 점은 살짝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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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수업
조정로 지음, 연광석 옮김 / 나름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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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젊은 시절을 문화대혁명의 한 가운데서 보낸 화자는 당시 T(작가가 만들어 낸 가상의 도시다)라는 퇴락한 광산도시에 파견 나와 있던 좌파지지부대의 말단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그 때의 기억을 거의 다 어느 날, 예전에 죽은 줄 알았던 당시 같은 부대 소속의 엽삼호를 우연히 만나면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소명이라는 이름의 홍위병 소녀와의 애틋한 첫사랑, 지극히 고지식했던 엽삼호와의 일화, 그리고 T시를 사실상 지배하던 정치위원 강유 등 주인공 주변의 인상적인 인물과 함께했던 그 시대의 이야기가, 소명의 일기와 주인공의 회상을 통해 풀려나온다. 문화대혁명이 중앙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작은 지방도시와 시골에서는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었었는지, 직접 그 시대, 그 상황을 경험했던 작가가 소설로 풀어낸 작품.

 

 

 

2. 감상평 。。。。。。。

 

     문화대혁명은 자신이 주도한 대약진운동의 실패로(3천 만 명에 달하는 농민들이 아사했다고 한다) 정치적 입지가 줄어든 모택동이 이를 회복하기 위해 일으킨 과격한 정치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어린 학생들로 구성된 자발적인 좌파지지 부대인 홍위병들이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홍위병은 광기에 휘둘리는 폭력집단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뭐 오늘날 중국 공산당의 공식입장 조차 문화대혁명을 부정하는 지경이니까.) 모택동에 대한 광신적인 숭배, 전통유산에 대한 노이로제적 반감과 적극적인 파괴, 폭력성 등이 그 주된 이유고. 하지만 작가는 이 책에서 T시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활동했던 소명이라는 이름의 소녀 홍위병의 이야기를 통해 홍위병과 문화대혁명에 대한 좀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옳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건 아니다.)

 

 

 

 

     작품 전체를 통해 두드러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혁명은 누가, 어느 정도로,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그것은 소수의 혁명이론을 잘 교육받은 엘리트 계층만이 할 수 있는가? 그것은 한두 번의 짧은 시기 동안 일어나는 단회적인 사건인가? 그리고 그것은 이론을 발표하고 사람들을 설득해 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반대자들에 대한 제재까지 포함할 수 있는가?

 

     작품의 주인공 격인 소명은 십대의 소녀다. 그런 그녀는 시 당국에 의해 우파지지자로 몰려 한동안 고난을 겪게 된다. 그 이유는 그녀의 아버지인 류사리가 오래 전 국민당에 가입했기 때문이었는데, 이미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의 연을 끊었다고 생각했던 그녀에게 이 일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주의 추종에 열을 올리게 되었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학생들과 함께 베이징으로 가서 모주석을 위한 찬양집회에 참여하고 돌아온다. 그렇게 T시에도 자생적 홍위병이 생긴 것이다.

 

     그녀는 전문적으로 이론을 배우지 못했다. 그녀가 가진 것은 모주석의 어록과 그의 사상을 담은 몇 권의 책과 여기저기에서 전해지는 혁명의 정신을 담은 짧은 어구들이 전부였다. 그는 진심으로 혁명의 사상에 동의했고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모든 인민들의 자유와 평등, 다 같이 잘 살자는데! - 당시의 특별한 분위기에 힘입어 이를 자신의 삶으로 구체화 시키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모든 일들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

 

 

 

 

     혁명이란 필연적으로 자기를 부정하게 되는 속성을 지니게 되는 게 아닐까. 낡은 것을 타파하고 새 기운을 불어넣는 역동적인 운동인 혁명은,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부터 참여했던 사람들을 다시 타파의 대상으로 삼게 되는 것 같다. 결국 어느 순간 질서는 만들어지게 되고, 인류 역사를 돌아볼 때 어떤 질서도 모든 사람을 만족케 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문화대혁명 후반으로 넘어가면 홍위병들 사이에서도 주도권을 두고 싸움이 벌어졌다고 하니 뭐 말 다했다.)

 

     그렇다면 끊임없는 혁명, 개혁되는 개혁이 답인가 싶지만, 사실 이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 여기엔 안정감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좀 다른 차원의 에너지의 원천이 필요하다. 개혁을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헌신하도록 만들 수 있는 힘, 일종의 신앙이 필요한데, 그 때문인지 문화대혁명은 결국 모택동에 대한 개인숭배로 넘어가버린다.(그리고 이 점은 여타의 혁명을 천명했던 정부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고.. 이를 테면 북한의 김일성 숭배 같은..) 그런데 숭배의 대상은 오류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오류를 피할 수 없다. 이 괴리를 메우기 위해서 사람들은 힘을 동원한다. 이건 거의 정확히 그들이 이전에 타파하려고 했던 낡은 질서의 모습을 빼다 박은 모습이다.

 

     그렇다면 모든 혁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좀 우울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꼭 그렇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혁명은 혁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나은 삶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기 위한 데 목적이 있는 거니까. 혁명은 실패해도 그것이 잉태한 열매를 얻는다면, 그리고 힘을 얻어 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가게 만든다면 그것으로 의미는 있는 것일 테니까.(물론 그렇다고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이런 기능을 했다는 말은 아니다)

 

 

     간만에 좀 묵직한 역사소설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안에 등장하는 여러 역사적 사실에 대해 찾아보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덕분에 거의 아는 게 없었던 중국 근현대사에 대해 약간의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문화대혁명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평가가 흥미로웠는데.. 공산당의 역사해석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중국과 국정교과서로 정확히 동일한 작업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칭우파들은 뭐가 이렇게 닮은 건지. (공산당의 우클릭인가, 우파정당의 좌큭릭인가, 아니면 독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정당들 사이의 공통점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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