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신자유주의가 강화되면서

국론 분열이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 국가 내의 다양한 의견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또한 개개인이 처한 경제적 삶과 경제적 운명이 다르기 때문에

국론이 통일되는 일은 처음부터 있을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의 과정을 통해서 서로 다른 의견들을 조율해나가고,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 사회 전체적인 행복 및 후생 수준을 높여나가는 일이다.

그러나 강요된 국론 통일은

비정규직이나 여성과 같은 경제적 약자의 의견을 무시하게 되고,

이미 파편화해 분할통치하에 있는 사람들을

국가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폭압적으로 이끌어나간다.

 

- 김태권, 어린왕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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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거대한 외계 비행선의 공격으로 쑥대밭이 된 메트로폴리스. 슈퍼맨이 나타나 이를 막아내지만, 이 양반이 좀 와일드하게 싸우는지라 그 가운데 또 엄청난 피해들이 발생한다. 자신의 회사건물이 무너지고, 여러 직원들까지 죽거나 다치게 된 걸 알게 된 부르스 웨인(변신하면 배트맨). 사람들이 슈퍼맨의 힘이 인류에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던 차, 이런 일까지 일어나니 여론은 금방 들끓기 시작한다.

 

     마침내 슈퍼맨을 막기로 결심한 배트맨. 딱히 배트맨과 싸우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상황에 몰려 그와 대결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슈퍼맨.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배트맨을 중상모략하며 그가 무너지기만을 바라는 렉스.

 

 

 

2. 감상평 。。。。。。。

 

     사실 뭐 처음부터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였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죽도록 싸우다가 나중에는 화해하고 한 편이 되어 나쁜 놈들과 싸우게 된다는 내용. 영화의 포인트는 초반부 두 영웅의 대결을 얼마나 납득이 가게 설명할 수 있느냐와 오락영화다운 재미를 만들어 냈느냐가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 후반부 블록버스터급의 화려한 대결장면은 헐리웃의 막강자본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등장하는 장면이었으니, 시원한 액션오락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좀 늦은 보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망토 입은 두 영웅만이 아니라 후속작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할 원더우먼이나, 아주 잠깐 떡밥만 던지고 사라진 플래쉬맨, 아쿠아맨 등 DC코믹스의 다른 영웅들을 살짝 맛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관심 있게 지켜봤던 다른 한 부분, 즉 배트맨과 슈퍼맨 사이의 대립이 썩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시종일관 음울한 분위기의 배트맨이 슈퍼맨을 제거하려는 마음을 품게 된 이유가 뭔지 정확히 설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악당들, 그것도 차원을 달리하는 엄청난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수많은 선량한 피해자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엔 슈퍼맨이 이룬 업적이 너무 막강하지 않던가?

 

     물론 역사를 보면 대부분의 평범한 대중은 영웅의 출연에 환호하다가 곧 냉랭하게 돌아서기 마련이지만, 그런 식으로라면 당장 미국 정부부터 전복시켜야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아니던가. 더구나 배트맨 자신도 나쁜 놈이라고 생각되면 가리지 않고 총기를 난사하는 다크한 영웅이면서 말이다. (물론 로맨티스트인 슈퍼맨과 염세적 분위기를 잔뜩 풍기는 배트맨이 이후 한 팀이 되었을 때 나타날 시너지는 기대가 되긴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배트맨의 모습에서 오늘날 네오콘에 장악된 미국정부의 행태가 떠올랐다. 임의의 기준을 가지고 누군가를 악이라고 규정지은 후, 무조건 제거하러 나서는 모습이 꼭 닮았다.

 

 

 

 

     영화의 또 다른 축이 될 수도 있었던 악당 렉스의 존재감이 미미해진 것도 아쉬운 부분. 배트맨과 슈퍼맨 사이의 대결에 힘을 쏟다보니, 렉스가 왜 저런 짓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생략되었다. (그냥 타고난 악당?) 나중에 두 영웅을 한 데 모으는 촉매제로 사용하려다보니 일찌감치 등장시키긴 했는데,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 캐릭터다.

 

     두 주인공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대립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되니, 자연스럽게 관심은 영화 속 다른 캐릭터들에게로 돌려지고, 이 가운데 등장하는 원더우먼이 딱 눈에 들어온다.

 

 

     서로 다른 두 영웅의 세계를 봉합하기 위해 억지로 애를 쓴 느낌. 덕분에 정교함이 좀 떨어지는 느낌. 물론 지나치게 철학적으로 만들 수 없었을 상업영화로서의 한계도 있긴 했겠지만.. 뭐 누가 시켜서 억지로 그렇게 한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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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

 

     도쿄 인근의 한 상점가에 자리 잡고 있는 보관가게. 돈을 받고 정해진 기간 동안 물건을 맡아주는 가게다. 요금은 하루에 단돈 100. 맡길 수 있는 물건은 무엇이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이를테면 금고업, 창고업 쯤 되는 것 같은데, 이 가게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오래된 일본식 가게를 겸한 가정집의 대청마루에는 늘 꼿꼿한 자세로 앉아 책을 보는 젊은 주인이 앉아 있다. 그런데 주인은 앞을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 하지만 그는 찾아오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기가 막히게 기억하고, 맡긴 물건을 틀림없이 잘 보관해 준다.

 

     사람들은 온갖 물건을 가져오는데, 그 중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들이 있었다. 이 소설은 그렇게 물건을 통해 주인과 만나는 사람들이 치유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 감상평 。。。。。。。

 

     딱 이런 느낌을 위해서 도서관에서 한참을 고른 책이다. 물론 내용을 알고 고른 건 아니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면 참 뿌듯하다. 지나치게 감성적이지 않으면서, 좋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따뜻한 이야기. 일본 소설은 이런 게 딱 읽기가 좋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본 저자 이름이 어딘가 낯익다 싶었는데, 전에 읽었던 고양이 변호사라는 작품의 그 작가였다. 그 작품 역시 비슷한 분위기의 재미있는 소설이었는데.. 딱 한 편 밖에 못 봤던 작가라 알지 못했다. 어쩌다 보니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오야마 준코의 작품 두 권 모두를 다 읽게 되었다.

 

 

     드라마 작가이기도 한 오야마 준코는 차분히 카메라에 담듯 배경과 인물들을 묘사하는데, 그 묘사가 참 따뜻하다. 적당한 수준으로 끊어지는 구성은 마치 드라마 연속극을 보는 듯해서, 중간 중간 쉬어가며 볼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큰 구성에 익숙해질 무렵, 작가는 갑자기 10년이 넘는 시간을 빠르게 흘려보내는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미소년으로 묘사되는 가게 주인이 나이를 먹는 모습은, 조금 안타까우면서도 또 다른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특별한 구성은, 역시 서술의 시각이 사람이 아닌 사물이나 동물이라는 것. 예컨대 첫 번째 에피소드의 화자는 가게 앞에 걸려 있는 포렴이고, 또 다른 이야기는 자전거가 자신의 입장에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반적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벗어나 약간의 무지와, 새로운 시각으로 평범한 사건을 재해석하는데 핵심적인 요소.

 

 

     마음을 좀 정돈시키고, 편안하게 읽기에 좋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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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기독교적이라는 것은

그 일에 어떤 종교적인 특징이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이 믿음과 소망과 사랑 가운데 행해졌음을 의미합니다.

 

- 폴 스티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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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내각, 국회, 법원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국가조직 회계검사부의 유능한 팀장 마츠다이라(츠츠미 신이치)는 부하직원인 토리(아야세 하루카)와 아사히(오카다 마사키) 등과 함께 오사카 지역의 공공기관의 예산감사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OJO라는 이름의 이상한 조직에 대해 알게 되고, 연간 5억 엔을 소비하는 그 조직이 정체에 관해 의심을 품게 된다.

 

     영화는 토요토미 히데요시 가문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숙청될 때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히데요시의 손자 쿠니마츠가 사실은 살아남았고, 그의 후손이 현대 일본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설정을 배경으로 한다. 오사카 지방 사람들은 멸문당한 토요토미 가문에 애착을 품고 있었고, 그 후손을 보호하는 나름의 독립조직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OJO라는 것. 심지어 그들은 비밀리에 일본정부와 협상을 맺고, 전쟁(2차 세계대전)에 필요한 돈을 대는 대신 매년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는데, 회계감사원인 마츠다이라의 눈에 이것이 포착된 것.

 

     이 와중에 토리의 좌충우돌식의 행동으로 OJO에서 목숨처럼 지키려던 아가씨가 납치된 것으로 안 오사카국의 남자들은 일제히 일어나고, 한바탕 큰 싸움이 벌어지기 일보직전까지 몰린다.

 

 

 

 

2. 감상평 。。。。。。。

 

     우리에겐 그저 임진왜란을 일으킨 전쟁광으로 더 깊게 인식되어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그런 히데요시에게 한 지역 주민 전체가 애착을 갖고 있고, 그 후손을 지키기 위해 그 지역의 모든 남자가 일어난다는 설정을 보면, 기억이라는 게 참 제멋대로일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그저 누군가가 말한 것에 따라 한 소녀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일어난다는 설정은 좀 오싹하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전체주의의 극치가 아닌가. 도시 곳곳에 토요토미 가문을 상징하는 호리병이 놓인 것만으로, 경찰 업무를 비롯한 모든 일이 중단되고 그 많은 남자들이 단체로 나와 선 모습은, 역사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모든 과정이 오직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전해지는 전통이라는 설정은, 일견 매우 가부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속 꽤나 자주 등장하는 한 고등학생 아들이 간절히 여자가 되고 싶다며 고집스럽게 세일어복을 입고 등교하는 모습을 우호적인 시선으로 그리고 있는 걸 보면, 좀 복잡하다. 한편으론 이런 소동 자체를 좀 비꼬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꼭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고..

 

 

 

     뭔가 벌어질 것처럼 잔뜩 바람을 불어 넣은 공이, 한쪽 구석에 난 작은 구멍 때문에 금방 쪼글쪼글해진 느낌이랄까.. 전형적으로 용두사미였던 영화. 애초부터 설정 자체가 조금만 진지하게 따져보면 허점이 너무 많은지라,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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