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겨울에 수박이나 딸기를 먹지 않아도 탈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겨울에도 여름철 과일을 먹기 위해

수많은 오염원을 가동하고, 이를 비용으로 지불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제철이 아닌 과일을 먹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고만 생각하지,

환경을 더 오염시켰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조두진, 소농의 공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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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8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9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969년 실제로 일어났던 할리우드의 유명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다만 영화의 많은 부분(특히 결말부분도)은 가상의 이야기다. 예컨대 디카프리오가 맡은 주인공 릭 달튼 캐릭터는 가공인물이다. 하지만 감독은 매우 충실하게,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할리우드의 풍경과 관행 등을 그려낸다. 영화사적 가치를 포인트로 삼아 감상할 만할 듯.

 

     이런 시대극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영화인데, 반대로 영화 자체가 그런 그림 보여주기단계에 너무 오랫동안 머문다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별다른 정보 없이 영화관에 들어갔다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인물과 배경을 묘사만 하면서 진행이 되지 않아 살짝 당황했다. 이후 40분간도 비슷했는데, 그제야 영화표에 이 영화의 상영시간이 3시간이라고 써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그리고도 한참을 더 이런저런 전조들만 보여주다가 마지막 20분 쯤부터 마구 쏟아내기 시작하는 구성. 호흡을 길게 하고 봐야 하는 영화다.

 

 

 

 

 

      영화사에 대한 조예는 부족하지만, 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전반부부터 강렬한 인상으로 등장하다가 후반부에 점점 중요하게 부각되는 히피족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기존 사회의 관습에 저항하는 다양한 조류의 활동들, 작업들을 의미한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평화를 사랑하자와 같은 정치적 구호를 외치면서, 공동생활을 하고, 자신과 자녀들의 이름을 자연물에서 따오고, 꽃을 자주 사용하는 등의 특징적인 외형을 보여준다.

 

     ​다만 애초에 거대한 혼합주의적 국가인 미국에서 시작된 운동이기 때문인지, 온갖 잡다한 것들이 자유라는 이름 안에 다 수용된 측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무분별한 환각제, 약물남용, 그리고 영화 속에도 잘 묘사되는 것처럼 폭력에 저항하기 위한 폭력이라는 문제도. 이쯤 되면 그냥 이건 시키는 건 하기 싫고 제멋대로 하겠다는 어리광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철학의 부재, 정확히는 일관성 있는 철학이 없는 상태로, 행동을 우선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런 일관성의 부재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문제다.

 

     ​자신들의 폭력성을, 그런 성향을 갖게 만든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는 그 대표적인 예다. 모든 것을 구조적인 문제로 치환해서, 구조를 바꾸면 자연스럽게 다 해결될 것이라는 천진한 대답은, 이들이 얼마나 천진한 사고로 뛰어들었는가를 보여준다. 물론 단지 천진난만을 넘어 도덕과 윤리 자체를 부정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도 했으니 더 문제고.

 

 

 

 

 

     참고로 영화의 결말은 실제 사건과 사뭇 다르다. 아마도 감독의 의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조금은 과격하게 보이는 그 장면은 아마도 실제 사건에서 희생된 희생자에 대한 일종의 추모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다만 이 장면도 자연스러운 액션이라기보다는 그냥 분풀이(?) 느낌의 작위적 동작들, 딱 그 시대 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을 듯한 그림이었다.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해 60년대 할리우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해 나간다는 흥미진진한 스릴러를 기대하지는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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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10-14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를 많이 하고 보았고 기대를 충분히 채워 즐거웠던 영화였습니다. 다른 관점과 감상을 남겨주셔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특히 저 어릴 때 환상을 가지던 히피 문화를 감독이 가루가 되게 까 놓았는데, 그런 관점을 갖는 입장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철학과 대안의 부재. 자유를 넘어선 방종.
영화를 보며 미처 못한 생각도 글쓴님 글을 보며 떠올렸습니다. 마지막 액션씬이 뜨거운 사이다 버전 추모식이기도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자본이 떠받친 할리우드(주류 문화)는 여전히 건재하고 니들 히피(반문화)는 개박살 나서 흔적도 없지, 메롱. 하는 승자의 세레모니 같기도 합니다. 너무 나간 비유일까요ㅋㅋㅋ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노란가방 2019-10-14 09:06   좋아요 1 | URL
혼자 주저리 떠든 부족한 글에,
이렇게 잘 아시는 분들이 반응을 보여주시면 얼굴이 뜨거워지곤 합니다. ^^;
댓글 감사합니다.

두 번째로 지적해 주신 포인트는 정말 그럼직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B급 정서가 어떻든 그 바닥에서 성공한 감독이긴 하니 말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반유행열반인 2019-10-14 09:09   좋아요 0 | URL
잘 아시는 분 호칭은 거두어주세요. 지나가던 무지렁이입니다. 그저 과격한 영화도 좋아하는.
흥미있는 영화에 대한 글 남겨주셔서 제가 감히 댓글도 남길 수 있었네요. 좋은 한 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문학적이지 않은 독자의 확실한 증표는

전에 읽었다라는 말이 그 책을 읽지 않을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 C. S. 루이스, 오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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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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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인 바벨탑 공화국이란 무엇일까.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정신에 관해 저자는 이렇게 정의한다.

 

바벨탑 멘털리티는 고성장 시대에 더 높은 곳을 향하여경쟁하면서 갖게 된 서열주의 이데올로기로, 낙오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심성이다.(p. 15)

 

      저자는 우리 사회가 이런 바벨탑 멘털리티, 바벨탑 정신으로 살아오고 있다고 말한다. 그 중심에는 수도권 집중과 부동산이라는 문제가 놓여 있다. 아파트 가격에 따라 서열이 결정되고, 이 과정에서 집을 갖지 못한 사람들과 지방에 사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수탈을 당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질은 자연스러운 부작용이다. 이 저주받을 바벨탑에서는 조금이라도 윗층에 거주하는 이들은 아래층에 있는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모두가 문제를 인식하지만 누구도 현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는 배경에는, 주택소유자의 70%가 가격상승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 기인한다. 누가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상황을 굳이 나서서 바꾸려 하겠는가. 심지어 지방민들 역시 여유가 있으면 수도권에 집과 땅을 사두는 상황이니 속으로는 이런 현실에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방민들이 지방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 것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것.

 

     물론 이건 단지 정의의 문제만은 아니다. 국토의 특정한 지역에 집중된 삶의 패턴은 필연적으로 나머지 지역의 황폐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엔 지방 소멸이 그 대표적인 결과물. 마치 사하라 사막이 점점 경계지역들을 삼키며 면적을 키우듯, 지방의 소멸은 최종적으로 수도권, 서울의 소멸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수많은 인용문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구성된 본문을 읽다보면 점점 암담한 느낌이 든다. 전 국민이 이 섬뜩한 줄 세우기 놀이의 어딘가에 서 있는데다가, 윗층에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은 바꾸려 하지 않고, 그 중간 어디에 있는 이들은 그냥 현실에 눈을 감아 버리고 있다. 저 아래층에 있는 이들조차도, 시선이 위쪽으로만 고정되어 있어서 현실을 바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그럼? 그냥 사는 수밖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이 책의 바벨탑을 옆으로 누여놓은 형태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꼬리칸에 살던 이들은 엔진실로 향하는 모험을 결행했지만, 현실 속 바벨탑의 아래층 사람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끝내기에는 영 꺼림직했는지, 저자는 나름의 해결책을 제안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수도권 이외의 지방들을 살리는 정책인데, 앞서도 지적했듯 지방민들도 지방을 살리기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선 지방분권도 그다지 좋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저자는 중앙대 교수인 마강래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지방을 큰 권역으로 재편하고, 그 거점이 되는 도시를 중심으로 집중하는, 압축도시의 형태가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가능하면 모여 살아야 편의시설이 충원되어 살만한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논리. 물론 여기에도 꽤나 많은 난점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을 돌파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성경 속 바벨탑처럼, 언젠가 현실 속 바벨탑 역시 붕괴될 것이다. 경제의 영역에서 쌓기 시작했지만, 점차 정치, 사회 전반을 잠식하며 높이 올라가기 시작한 이 저주받을 경쟁은 어떻게 끝이 날까. 분명한 건 탑에 가까이에 서 있을수록 그것이 붕괴될 때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겨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갭 투자라는 이름의 투기가 유행했다. 전세가가 매매가에 거의 근접한 기형적인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바로 전세로 내놓았다가 가격이 올라가면 팔아서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었다. 물론 이건 엄청난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투기였고,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빚더미에 앉게 된다. 이런 엉터리 투기가 무슨 대단한 투자전략인양 온갖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유튜브 강의가 나도는 게 바벨탑 공화국의 현실이다

 

     지금은 그렇게 확장할 때가 아니라 밀착할 때라는 저자의 주장을 곱씹어 볼만 하다. 조금은 다르지만 우석훈의 책들에서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해결책이다. 성장률은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고, 성장에 기초한 확장정책은 실패할 것이다. 국가만이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물론 아무리 이런 이야기를 해도, 자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예나 오늘이나 그대로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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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 영화는 대개 심각하고 침울한 분위기인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는 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사실 주연인 조정석, 윤아 자체가 눈물을 쏙 빼거나 긴장감이 들게 만드는 배우들은 아니니까. 감독은 상황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마치 캐주얼한 게임을 진행하듯 가볍게 그리고 있다. 여기에 두 배우를 중심으로 틈이 날 때마다 주고받는 유머가 더해지면,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장르의 영화가 나온다.

 

     ​몇 년 전부터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각종 대형 사고들이 일어나면서 주로 심야시간에 재난시 대처요령을 담은 프로그램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송출되고 있다. 물론 대개는 내레이션과 함께 연기자들이 대처방법을 연기하는 재미없는 방식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걸 갖고 재난대비 교육을 하면 되겠다 싶은 것.

 

     ​화재 시 탈출구가 될 수 있는 옥상의 문을 잠가두는 것은 일단 소방법 위반인 상황이고, 위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할 책임자가 나 몰라라 자기 혼자 도망가는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 외에 재난 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안내방송을 잘 듣고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든지, 유독가스에 노출된 사람을 어떻게 구호조치를 해야 하는지, 방독면의 한계 사용 시간 등등 예비군 훈련 때 틀어주면 딱 좋겠다 싶은 영화.

 

 

 

 

 

     ​변변한 직장도 없이 집안의 애물단지 처지인 주인공 용남이 가진 유일한 특기는 대학교 동아리에서 배웠던 암벽등반 기술뿐이었다. 영화 속 대사 가운데는 왜 하필 그런 쓸 데 없는 동아리에 들어갔느냐는 핀잔까지 있을 정도. 이 말에는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아리 활동은 쓸 데가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하긴 요새 몰리는 동아리는 공무원시험이나 입사시험이나 영어자격을 위한 스터디 모임 같은 것들이니.

 

     모든 것을 돈을 벌기 위한 과정으로 만들어버리는 자본주의의 속성은 이런 농담 속에서도 묻어나온다. 그냥 일찌감치 모든 사람을 부유하게 만들어준다는 비전은 거짓으로 드러났고, 도리어 이제 모두를 돈에 매인 노예로 전락시킨 체제는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특히나 오늘날의 돈 버는 기술이란 더 이상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금융기술을 이용한 타이밍 싸움, 혹은 토지와 같이 대체재가 없는 것들을 대상으로 한 투기처럼 진정한 생존에는 아무 짝에도 필요 없는 것들이다.

 

     영화는 그렇게 무시 받던 재주가 모두를 구하는 존재가 된다는 미운 오리새끼의 서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물론 실제 삶 가운데서 그런 미운오리들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가끔 보이더라도 금세 눈앞에서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수많은 미운 오리들이 큰돈은 벌지 못하더라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 진짜 좋은 세상이 아닐까. 암벽 등반이면 어떻고, 독서나 수영이면 어떤가.

 

 

 

 

 

     ​딱 편하게 볼 수 있는 명절용 오락영화. 꼭 암벽등반 같은 기술이 아니라도, 구급법과 같이 자신과 옆에 있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응급조치법은 알아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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