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코미디 영화.


수 조원짜리 정부 발주 사업에 신기술을 가지고 입찰에 도전하려는 주인공(하정우)이 옛 친구이자 경쟁사 대표가 주무부처 장관에게 로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로비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의 공략 대상은 중앙부터의 고위 관료인 최 실장(김의성)으로, 장관의 남편(이지만 관계는 썩 좋지 않은)이기도 했다.


영화는 로비를 위해 준비한 골프 접대가 이루어지는 골프장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최 실장이 한 여성 프로 골퍼(강해림)의 열성팬임을 알아채고는 선수와 스폰서십을 맺겠다고 사정하면서 간신히 골프 스케쥴을 잡는데 성공하지만, 로비 과정이 영 순탄하지 않다. 조금은 내켜하지 않는 듯한 진 프로와 주책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최 실장, 시종일관 틱틱대며 김을 빼는 박 기자(이동휘), 그리고 골프가 처음인 주인공이 한 팀을 이루어 벌이는 엉뚱한 접대 이야기.


사실 스케일이 크기 보다는 그냥 골프장을 배경으로 두런두런 입으로 만들어 내는 만담, 상황의 아이러니 같은 것들이 주무기인 영화다. 주연 4인방 중 세 명이 다들 연기 경력이 무시무시한 배우들인지라 이런 종류의 합이 또 잘 맞는다. 비교적 신인급인 강해림의 연기는 딱히 볼 게 없긴 했지만, 영화 내에서 맡은 배역이 적극적으로 내키지 않는 프로 골퍼라는 설정인지라, 또 조금은 딱딱한 연기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는 있다.


오히려 조연 쪽에서 작정하고 망가지는 모습이 재미있는데, 요새 핫한 여배우 차주영이 푼수끼 다분한 캐릭터로 나서고, 그 상대역으로 최시원이 나와서 역시 대놓고 망가진다.(다만 연기는 좀 과장된 느낌이 강해서 옷이 썩 맞지 않는 느낌이긴 했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력으로만 승부를 보는 건, 감독의 전작인 롤러코스터에서도 볼 수 있었던 부분.




 

공정은 어렵다.


영화의 대사 중에 그런 내용이 있다. 주인공이 최 실장에게 접근을 하면서, 특혜를 바라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말하자, 최실장은 차라리 특혜를 달라고 하는 게 편하다고 대답한다. 공정한 절차를 만들고, 심사를 하고 그렇게 해서 결정된 사안도 누군가로부터는 편파성과 특혜성을 지적받기 마련이라는 것.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 마인드랄까.


사실 영화 전체적으로 두고 봐도 강한 사회비판적 요소는 딱 여기 하나이긴 한데, 그 한방이 꽤나 인상적이다. 공정이란 무엇인지를 정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능력주의란 것도, 어디까지가 본인의 순수한 능력인 건지를 파고들기 시작하면 모호한 부분이 잔뜩 등장하기 마련이다. 법대로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법과 규정이 임의적이고 때로 불합리하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일까.


물론 아나키즘이 답이 될 수는 없다. 그건 사고를 중단하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니까. 어리는 어떤 식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좀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들, 미처 보지 못했던 약점들도 나타나겠지만, 그런 것들을 보완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인류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니까.




 

영화의 만듦새는...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애초에 주된 소재인 로비는 너무 허무한 방식으로 해결되고, 그 방식은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공을 들여 성사시킨 접대 골프 자체를 아무 의미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실 골프 자체도 제대로 마무리 되지 못했지만.


앞서 언급했던 사회비판적 요소도 딱 그 대사말고는 좀 더 발전되지 못하고 소비되어 버린다. 결국 남는 건 배우들의 망가짐, 슬랩 스틱 같은 것들 뿐. 물론 모든 영화가 진지해질 필요는 없고, 이런 코미디 영화도 나름의 가치와 자리가 있다고 본다. 그냥 머리 아픈 것 말고, 순수하게 웃어보자는 생각으로 본다는 또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


다만 이번이 세 번째 감독 연출작이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한 하정우의 감독으로서의 필모그래피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이 영화도 손익분기점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으니 말이다. 감독 자신과 친분이 있는 배우들을 조금은 쉽게 캐스팅해서 영화를 계속 만들어 나갈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영화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 개인적인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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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에 신경 쓰느라 몇 걸음인지 일일이 세어야 한다면

그건 춤추는 게 아니라 춤을 배우는 거라고 해야겠지.

편한 신발이란 신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는 신발이야.

눈이나 조명, 인쇄나 철자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야

제대로 된 독서가 가능하지.

완벽한 교회 예배는 그 형식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예배,

그래서 우리의 관심이 하나님께로만 향하는 예배일 거야.


- C. S. 루이스, 『개인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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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모자이크 처리하면서

유흥업소에서 남자 손님들이 홀복을 입은 여성을 초이스해서

옆에 앉히고 술을 먹이고 멸시하는 장면은

모니터를 통해 버젓이 흘러나왔다.


황유나, 『남자들의 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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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Worship - 우리는 예배 드리기 위해 구원받았다
존 맥아더 지음, 유경희 옮김 / 아가페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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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다른 사람들과 구분하는 가장 주된 요소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우리는 예배라고 답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무엇보다 예배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겉모습만 보면 그들과 다른 이들 사이에 차이는 많지 않다. 월요일이면 피곤한 얼굴로 출근과 등교를 해서 맡겨진 일을 처리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종종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때로 슬픔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역시나 예배다.


일주일에 하루를 빼서 진행하는 공예배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예배의 삶이기도 하다. 믿음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의 일은 다른 효과를 낳는다. 그 일 자체가 하나의 예배로 올려드리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바로 그 예배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쓰인 책이다.





저자는 “바른 방식”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이건 다분히 이 책이 쓰일 당시 미국의 많은 교회들 사이에 이른바 “이머징 처치”라는 유행에 휩쓸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배 후 “라인댄스”를 추는 정도는 약과고, 이른바 “R등급”의 설교(기독교인의 성이 주제인)를 한다고 광고하고, 역시나 예배 후에는 밴드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교회도 있고, 또 다른 교회는 예배광고 문구에 서커스와 곡예사, 동물과 팝콘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조합되어 등장하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는 바른 방식의 예배에서 강조되는 건 말씀(바른 교훈과 교육적 목적이 어우러지는 설교)이다. 이건 주로 공예배에 해당하는 지적이지만, 책에는 삶의 예배에 대한 강조도 빠지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도 예배(!)라고 말하며, 심지어 죄의 고백에도 예배적 성격이 있다고 언급한다.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식으로 조금 더 나아가는 통찰을 보여주기도 한다.


책의 후반부는 예배자의 태도, 예배자가 알고 있어야 할 하나님에 관한 지식 부분에 할애되어 있다. 하나님을 바르게 알지 못하면 자연히 예배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 자연스러운 전개다. 여기에서 특히 강조되는 건 하나님의 거룩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 그분의 엄격하심에 대한 환기 같은 주제들이다.


책 말미에 부록으로 실려 있는 찬양에 관한 고찰도 읽어볼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찬양”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지만, 영어로는 찬송(Hymn)과 가스펠송(Gospel song)으로 나뉘고, 그 둘 사이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Gospel Hymn같은 장르도 있다. CCM이라고 부르는, 현대적인 멜로디를 따르는 노래들도 보이고. 역시나 여기에서도 저자가 강조하는 건 그 가사의 내용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계속 새로운 노래들을 만들어야 하고, 그 형식도 고정되어 있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바른 내용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





사실 하나씩 뜯어보면 나름 일리가 있는 내용들인데, 전체적인 구성이 살짝 아쉽기는 하다. 내용들 사이의 연계와 전환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달까. 주제가 조금씩 쌓여가며 발전한다기 보다는 각각의 내용이 한 데 모아져 있는 느낌이다. 물론 한 번에 다 읽을 것이 아니고, 필요한 만큼 필요한 대로 찾아 읽어본다면 크게 문제는 아니긴 하다.


참 많은 예배를 하지만, 정작 예배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리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나가는 듯하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해도, 이런 고민을 하는데 좋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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