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직원들이 동물 탈을 쓰고 벌이는 코미디를 다루는 영화다. 전반적으로 가벼운 터치를 통해 웃음을 이끌어내는 구성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어떻게든 성공하기 위해 간신히 들어간 로펌 대표의 지시로 동물원을 살리고자 엉뚱한 계획을 내놓는 주인공 강태수(안재홍)의 분전이 눈에 띤다.(다만 잘 뜨지는 않는 듯)

 

     ​다 망해버린 동물원의 무기력한 직원들 중에는 역시 단연 강소라가 눈에 띠는데, 생각만큼 개성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나머지 배우들도 거의 그럭저럭 선방 수준이고. 그리고 웹툰과는 달리 직접 사람이 들어가서 연기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얼마나 실감날까 하는 부분이 살짝 걱정됐는데, 역시나 좀 아쉬운 부분이 많다. 덩치가 큰 북극곰이나 고릴라 정도는 조금 볼만 했지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웃으라고 만들었는데 생각만큼 크게 웃기지 않았던 영화

 

 

 

 

     감독은 그냥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개인적으로는 이 때문에 충분히 웃기지 못했다고 본다) 주인공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동기들과 달리 이제야 겨우 비정규직으로 로펌에서 일하기 시작한 상태다. 자기 한 몸 망가지더라도 성공을 하고 싶지만, 또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그 자리에 올라가기에는 천성이 착한 그런 인물. 사실 얼굴 부터가 살짝 뭔가 억울한 일을 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여기에 그가 맡게 된 동물원을 인수한 것은, 사실 로펌 대표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페이퍼 컴퍼니였고, 대표는 동물원의 몸값을 올려 그 지역에 대규모 리조트를 개발하려는 회사에 비싼 값에 팔려는 속셈이었다. , 동물원이 잘 되더라도 곧 사라질 운명이었다는 것. 영화 속에서는 이게 몇 마디 말로(허영심이 잔뜩 있는 개발회사의 대표와의 협상으로) 어찌어찌 해결되는 그림이었지만, 실제 세계에서 이런 식의 부동산 투기와 유령회사를 통한 축재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날까.

 

     ​애인(전여빈)의 등을 쳐 먹고 나중에는 동물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로펌 대표에게 알려 일을 망치려는 남친 같은 짜증나는 캐릭터에 제대로 반격이 가해지지 않은 부분도 살짝 아쉽다. 아무래도 이런 영화는 나쁜 놈들에게 한방 크게 먹여주는 게 또 제 맛인데 말이다.

 

 

 

 

 

     이런 저런 요소들이 썩 잘 버무려지지 않은 느낌이다. 이 경우에는 영화의 관객 수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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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게....

제 블로그엔 그냥 책과 영화 리뷰가 올려 있을 뿐인데...

페미니즘의 극렬 지지자도, 또 극렬 반대자들도

똑같이 한 소리를 하고 간단 말이죠..

 

이런 걸 보고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는 건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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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가 된 후,

김지영 씨는 살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 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받들면서

좀처럼 비용으로 환산하려 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지.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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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20-02-17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 의원의 밥하는 아줌마 발언이 여기에 대한 생각을 잘 보여주지요

노란가방 2020-02-17 13:56   좋아요 0 | URL
집에서 혼자 밥을 해 먹어 보니.. 그게 엄청 힘든 일이더군요. ㅋ
아마 평생 누가 해 준 밥만 먹고 살다보니 자신이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이상한 일이죠. 만드는 일은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먹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죠.

카스피 2020-02-1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그리고 워킹파파도 요즘은 참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지요.

노란가방 2020-02-18 19:15   좋아요 0 | URL
네.. 애초에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니지요..
 
농경의 배신 - 길들이기, 정착생활, 국가의 기원에 관한 대항서사
제임스 C. 스콧 지음,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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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경의 배신이라는 책 제목을 들으면 어떤 게 떠오를까? 당연히 농사나 농업과 관련된 비판적 고찰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물론 이 책의 주요한 소재는 농업이다. 그러나 농사에 관한 책은 아니다. 저자는 정치학과 농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학 연구자이고, 이 책은 굳이 따지면 농업에 대한 문명사적 고찰을 담고 있다.(말만 해도 어렵다.)

 

     하지만 이 어려운 분류를 넘어서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 있는 바는 선명하다. 우리는 흔히 수렵과 채집을 하던 고대인들이 농업을 통해 엄청난 생산력의 향상을 이루어냈고, 이를 위해 대규모의 관개공사가 필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국가라는 기구가 만들어졌다는 서술을 믿고 있지만, 이런 표준적인 설명이 틀렸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농업혁명이 일어난 후에도 국가가 탄생하기까지 무려 4천 년 가까이 필요했으므로 둘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투입된 노동력 대비 생산량이라는 효율성만 따지면, 초기 농업은 대단히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했고 생산물도 보잘 것 없었다. 반면 적은 노동력만 투입해도 다양한 산물을 얻을 수 있었던 수렵, 채집은 효율성 면에서도 훨씬 뛰어났다. 굳이 넘어갈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가를 형성하고 대규모 관개를 통한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데에는 오히려 불편한 점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전염병 문제다. 특히 최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은 초기 국가들을 완전히 파괴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또 곡물중심의 식생활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제한된 영양소도 사람들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추측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렵과 채집, 그리고 유목을 주업으로 하는 이들은 국가로의 종속을 거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 중 하나였다. 국가에 속하게 된다는 것은 무거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가를 형성하고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강제력이 필요했다. 국가와 그 지배층은 세금을 거두기 쉽도록 사람들을 모아 정착시키고 농업에 종사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결국 수렵에서 농경문화로, 부족에서 국가로 자연스럽게 발전했다는 모델이 틀렸으며, 오히려 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내부의 통제와 외부의 적들을 관리하기 위해) 국가가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꽤나 충격적인 주장이지만,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수긍이 되는 면이 있다. 사실 우리는 오랫동안 인류의 역사가 매끄럽게 진화의 과정을 걸어왔다는 신화를 별다른 근거 없이 신봉해왔다. 이 과정에서 C. S. 루이스가 연대기적 속물주의라고 불렀던, 뭐든지 최근의 것이 좀 더 낫다는 식의 건방진 태도로 일관해 왔었고.

 

     사실 다윈의 진화론이 사회학과 인문학 전반에 걸쳐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면서 이런 경향은 거의 일반화되었다. 많은 학자들은 무조건 시간이 지나면 매끄러워질 것이라는 추측을 기정사실화 해 왔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실제는 좀 더 복잡하다는 상식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사회계약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저자는 국가의 해체를 보는 관점도 좀 다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파괴가 수반되기도 하지만, 좀 더 큰 문명사적 관점으로 보면 그건 한계에 부딪힌 중앙집권적 국가가 상당히 느슨한 분권적 상황으로 변화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 사람들은 오히려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조금 더 나은 영양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물론 새로운 억압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았지만)

 

 

     발전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나오미 클라인이 쓴 쇼크 독트린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소개된다. 거대한 지진해일로 초토화가 된 동남아시아의 한 해안마을에서 원주민들은 일제히 내륙으로 강제 이주를 당하고 그 자리에 현대식 리조트가 들어선 일이 있었다고 한다. 깨끗하고 현대적인 건물들을 보며 누군가는 지역이 발전했다고 좋아했지만, 조상 대대로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왔던 원주민들은 내륙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하던 발전이라는 것도 어쩌면 이런 식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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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6 사건은 박정희 독재정권을 끝마치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대통령 한 명이 죽으면서 정권 자체가 무너졌다는 건, 그 정권의 성격 자체가 시스템이 아니라 1인 중심의 사조직처럼 운영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독재정권이라는 것이 대개 그렇다. 하지만 거의 20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독재로 인해 야당은 절호의 기회를 살릴 만한 여력을 잃어버렸고, 결국 또 다른 군부 쿠데타로 전두환이 정권을 장악하게 된다. 덕분에 민주화는 또 한참 뒤로 미뤄지게 되었고.

 

     뭐 그래도 10.26의 의미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헌법 개정을 통해 영구집권을 시작했던 박정희를 멈출 수 있는 건 그 방법 밖에 없었을 테니까. 이후의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했던 것으로 인해 그 사건이 갖는 의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김재규는 박정희를 쐈을까

 

 

 

 

     영화는 점진적 민주화를 향해 가려고 애쓰는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영화 속 이름은 김규평/이병헌)와 절대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박정희, 그리고 절대충성으로만 살아가는 경호실장 차지철(영화 속 이름은 곽상천/이희준)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과 조금씩 달라져 가는 심정을 김규평의 입장에서 실감나게 묘사한다.

 

     영화에서 말하는 10.26의 이유는 점점 줄어드는 입지에 대한 불안감과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상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이유 설명인데, 그가 법정에서 했던 조금 더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말과는 차이가 좀 있다. 많이들 알려져 있는,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처럼 더 극적인 동기와 의미를 담을 수도 있었겠지만, 감독은 그쪽을 선택하지 않는다.

 

     사실 사건 이후 김재규가 보여준 행동을 보면, 애초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지는 않았던 것 같으니, 개인적 고민과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벌인 충동적 사건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듯도 싶다. 영화 내내 그렇게 현실주의자적 면모를 보였던 캐릭터가 벌인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설픈 구멍이 많긴 하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영화 내내 주연인 이병헌이 보여주는 연기력이 눈에 띤다. 당시 스타일대로 기름을 발라 뒤로 넘긴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고 등장한 그는, 조금은 침울한 모습의 김재규를 훌륭하게 재연한다. 특히 그 날의 사건 직후 흘러내린 머리를 무의식적으로 다시 쓸어 올리는 모습을 보며 감탄을 했다.

 

     박정희 역을 맡은 이성민도 최대한 원래의 인물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많은 연구를 한 듯하다. 특히 청와대 내 이발시설에서 내뱉은 첫 대사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리고 영화를 위해 살까지 제법 찌웠다는 경호실장 역의 이희준도 고생했고. 확실히 현대의 인물들을 재연하는 일은 좀 더 까다로운 것 같다.

 

 

 

 

     하지만 영화가 캐릭터 쇼나 분위기로만 기억된다는 것은 이런 종류의 영화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감독은 무엇을 말하려고 한 걸까? 김재규가 한 일은 의거였나, 개인적 동기의 살인이었나? 영화 말미 김재규의 재판 과정 영상을 통해 아주 조금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 듯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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