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니까 조용해졌어.”
“그러네요.”
“다들 너무 자기 말만 하잖아.
세상이 중학교 교실도 아니고 모두 잘난 척 아는 척 떠들며 살아.
그래서 지구가 인간들 함구하게 하려고 이 역병을 뿌린 것 같아.”
“마스크 안 쓰고…… 떠드는 놈도 있어요.”
“그런 놈들이야말로 혼쭐이 나야 해.”
-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중에서
돈은 참 중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세상에서 완전히 초탈한 도인이거나,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는 바보거나. 심지어 예수님도 돈이 필요 없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으셨다. 사도들 가운데는 돈을 맡아 관리하는 관리인이 지정되어 있었고(요 13:29), 그분이 따로 돈을 벌지 않으시고도 가나안 전역을 여행하며 가르치실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여성들이 그분이 쓸 것을 후원했기 때문(눅 8:3)이었다.
그리스도인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돈을 벌고 쓰는 과정에서 비그리스도인들과는 좀 다른 기준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그저 열심히 돈을 벌고 헌금을 잘 하면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가르쳐 온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돈에 관해서 배울 수 있는 곳은 “세상”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돈의 영역을 세상에 내어준 꼴이 되어버렸다.
다행이 근래에는 이 부분에 관한 신앙적 조명을 더해주는 책들이 종종 보인다.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전직 펀드매니저였던 저자가(현재는 목사) 돈과 신앙의 관계를 밝히고, 건강한 재정관리 방법에 관한 조언을 듬뿍 담아서 썼다.
사실 책 초반은 조금은 일반적인 검토를 담고 있다. 돈이 가지고 있는 우상적 성격과 여기에 빠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파괴적 결과들에 관한 내용이다. 물론 충분히 좋은 내용이지만, 꼭 이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통찰은 아니다.
이 책의 진가는 후반부에 있다. 펀드매니저라는 경력을 반영하듯 크리스천 개인의 가계와 경제 영역에 있어서 지혜로운 재정 사용법에 관한 실제적인 내용들이 많이 보인다. 크리스천은 재정과 관련해 “특별관리자”로서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소비 지수”를 통해 지출 규모를 가늠하고, (아마도 저자의 전공인듯한?) 행동경제학 이론을 통해 돈과 관련된 우리의 심리적 함정을 인지하도록 돕는다.
마지막 4장에서는 노동수익과 자본수익의 성격과 각각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바른 투자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항목에 따라 가계의 지출 비용을 조절하고, 나아가 헌금과 공공선을 위한 재정 운용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내용도 그렇고 방법도 매우 실제적이다.
이런 책들이 좀 더 많이 나온다면, 한국 교회의 바른 재정 이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목사가 강단에서 설교로 할 수 있는 내용은 주제 면에서나 내용의 수준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느 분야처럼 비전문가의 조언은 구멍도 많고, 오해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성경에는 구원을 얻기에 충분한 진리가 충분히 담긴 책이지만, 우리의 경제적 인식과 재정사용에 관한 내용은 일반은총의 영역 안에서 경제를 제대로 공부한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책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교회가 참 많다. 서울 시내 밤 풍경을 보면 여기저기 내건 빨간 십자가들을 정말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 그런 모습을 보며 경관 공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교회가 이 땅에서 불신과 기피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제는 교회가 교회답지 않다는 데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시작된 교회는, 태생적으로 희생과 섬김 위에 세워졌다. 하지만 어느 샌가 교회는 다툼의 자리, 권력과 재물을 쌓는 곳, 규모로 자랑하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모든 교회가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교회가 그런 곳이 되어버렸다는 사실 자체가 교회의 특별함이 무엇인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 좋은 교회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는 늘 보인다. 물론 ‘좋은 교회’를 구분하는 기준이 제각각이라, 누군가는 시설이 잘 갖춰지고 안락하게 예배할 수 있는 자리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 가운데는 교회다운 교회, 교회의 본질에 충실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공동체를 찾는 이들이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경기도 오산에서 맨 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한 작은 교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늘땅교회”는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깊이 탐구하고 그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한 목사의 기도로 개척된 교회다.
가족 같은 교회를 지향하고, 매 주일을 축제처럼 즐거워하려고 애쓴다. 담임목회자의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부교역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그들이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특별히 다음 세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데, 무엇보다 담임목사 자신이 아이들과 직접 어울리는 데 시간을 많이 낸다.
책에는 저자가 목회하고 있는 교회의 이야기들과 함께, 교회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아울러 반복적으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핵심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본질에 대한 고민은 처음에만 할 것이 아니고, 반복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사람이라는 것이 간사해서 안정되고 이제 됐다 싶으면 선명했던 처음 목표가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물론 저자에게도 그런 식의 변화가 전혀 없었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품고 목회를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슨 대형 교회가 아니라도, 본질을 충분히 살려가는 데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초기 기독교 공동체와 더 가까운 모습이기에, 이쪽이 좀 더 유리할 지도 모르겠다.
하늘땅교회의 앞으로 모습이 기대된다. 이 교회는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변화되어 나갈까? 그 과정에서 한국 교회에 좋은 작은 교회 모델을 제시해 주는 교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