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벌거숭이 화가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5
문승연 지음, 이수지 그림 / 길벗어린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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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전에 봤던 동화책 보다는 글씨의 양이 적고대신 그림이 더 많다작품 자체가 이야기 보다는 이미지 쪽에 더 집중한 느낌인지라 책의 주요 대상도 좀 더 어려 보인다글씨를 몰라도 그림만 보며 책장을 넘길 수 있을 만한.


     대신 색감은 훨씬 다채로운데스토리에 그림과 색칠이라는 소재가 들어가기도 한다엄마가 목욕물을 준비하시는 동안 두 어린 남매가 바디페인팅 물감을 꺼내 서로의 몸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려간다는 이야기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통해 상상력을 확장시켜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색감의 그림들이 아이들의 시각을 적절히 자극해 줄 수 있을 것 같고그림으로 표현된 상상의 세계가 아이들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을 듯하다그 상상의 세계가 눈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에도 그려질 수 있었으면 더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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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결사대, 마을을 지켜라 고래뱃속 창작동화 (작은 고래의 바다) 3
박혜선 지음, 정인하 그림 / 고래뱃속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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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이 얼마 전 네 번째 조카를 낳았다벌써 큰 조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하니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선물하고 싶어서 골랐다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지만사람들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인데재미있는 발상에 은근 사회적 메시지도 담고 있는 괜찮은 작품이다.

 


     주인공인 토끼는 마을 주민이라고는 딱 할머니 세 분만 사는 어느 시골 마을 근처에 살고 있는 녀석이다친구들로는 고라니멧돼지비둘기다람쥐가 있는데여느 때처럼 할머니들이 농사짓는 작물들을 마구 헤쳐 먹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계속 이렇게 들짐승들이 농사를 망치면 마을을 떠나야겠다.


     할머니들이 떠나면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된 동물들은 비밀 작전을 통해할머니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도록 만들고자 한다농작물은 특별한 날에만 조금씩 먹고할머니들의 건강을 위해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게(?) 해야겠다는 것그렇게 할머니들과 함께 사는 법을 택한 동물들의 마음이 전해졌는지할머니들도 그런 동물들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살게 된다는 이야기.

 


     일단 그림체가 귀엽다비밀결사대 동물들도 그렇고할머니들도 개성 있게 잘 그렸다그림작가에게 박수를갈수록 노령화 되어가는 농촌 문제와자식들이 오기를 바라며 자신의 생일날 아침 일찍부터 음식을 준비했지만 결국 친구 할머니들과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숙자네 할머니의 이야기에서는 살짝 찡하기도 하고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토끼의 관점에서 조금은 엉뚱하게 이해하고 서술하지만그게 더 마음이 아픈.


     이야기는 종을 뛰어넘는 공생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세상은 인간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조금 더 빨리 기억해야 했다이야기 속 동물들조차 할머니들과 함께 살기 위해 자신들의 탐욕을 절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데우리는 얼마나 더 자연과 다른 생명체들을 해치며 욕심을 채우려고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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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의 자리로 - 그 나라를 향한 순전한 여정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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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읽었던 기도의 자리로와 함께 나온 책이다기본적으로 앞선 책의 리뷰에 썼던 내용과 비슷한 감상이다존댓말을 사용하지 않는 루이스의 글은 조금 어색하고기존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과 차이점을 두어야 한다는 출판사와 번역자의 의식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한다.(어느 쪽이 원문을 더 잘 번역했다는 말은 아니다개인적으로 그 정도의 실력은 없다.)

 


     번역에 관한 이슈를 잠깐 미뤄두고 보면역시 루이스는 루이스라는 생각이 든다여러 권의 책들에서 뽑아낸 단편적인 글들이지만금세 그의 논리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된다이번 책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을 중심으로 모은 글들인데,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가 다른 피조물들과의 관계도 교정한다는 내용을 바큇살과 중심축테두리에 빗대 설명한 순전한 기독교의 한 부분부터 그 비유의 적절함에 감탄하게 된다전쟁의 상황에서도 지적 활동과 미적 활동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국가나 이념에 대한 과도한 충성이 왜 기독교적이지 못한 지를 능숙하게 설명하는 부분 등도 아주 인상적이다.


     C. S. 루이스는 20세기 전반부를 살다 간 인물이지만그의 글은 21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그 사유의 깊이는 물론독자와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전달하는 표현력과 문장력까지개인적으로는 20세기에 나타난 교부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루이스의 책은 초기 교부들이라고 불리던 분들의 글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 책의 바른 용도는 아직 루이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글을 소개하고나아가 이 책 속에 언급된 원래의 책들을 찾아 읽어보도록 만드는 것일 듯하다이 책이 좋았다면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직접 그 글의 원래 맥락이 무엇이었는지 찾아서 읽고 좀 더 큰 기쁨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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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은 본래 사람에 대한 믿음의 정도를 이르는 말이었다

그것은 총체적 인격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와서 이 말은 

단지 돈 지급 능력을 이르는 말로 굳어졌다

인격과 신용이 분리된 것이다.


박남일어용사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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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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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희곡이다작가는 몇 권의 전작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었는데어떻게 보면 같은 세계관의 스핀오프 같은 느낌도 살짝 준다이야기는 폐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어려운 수술 도중 사망한 아나톨이 저승의 세계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내용을 축으로검사와 변호사격에 해당하는 두 인물이 생전에 부부였다는 것재판장은 순교당한 기독교인이라는 것유죄를 선고받으면 또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야 한다는 설정 등이 덧붙여 있다.


     사후 심판에 관한 모티브야 수많은 작품들에서 다루어졌던 내용이다작가는 여기에 어떤 변주를 주었을까우선은 심판의 기준이고쉴 새 없이 주고받는 인물들의 만담에 가까운 대화들(이건 프랑스 소설이나 영화의 특징인가 보다)이 그것이다그 중에서도 역시 두드러지는 건 아나톨의 영혼을 대상으로 한 재판 부분.

 


     검사역인 베르트랑이 아나톨의 유죄를 촉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가 인생을 낭비했다는 것이다원래 그의 운명은 배우가 되는 것이었음에도 판사가 되어 재능을 낭비했고학창시절 극단에서 만난 여자를 좋아했음에도 그녀와의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고 대신 뚱뚱한 여자를 만나 결혼한 것이 죄라는 말인데그곳에서는 전혀 다른 기준이 통한다는 대사가 몇 번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쉬이 공감되는 내용은 아니었다그 동네 사람들 특유의자아실현에 대한 미신적 집착이 드러나는 부분이랄까.


     문제는 자아실현이 그 자체로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어떤 천재적 재능을 가진 사람의 자아실현을 위해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소진되고 희생되어야 한다면 그건 괜찮을까그건 주변사람들의 자아실현을 막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어떤 사람이 깊은 사랑과 애정으로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면 그건 자신의 자아실현의 기회를 포기한 것이지만 과연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애초에 자아실현을 기준으로 삼으려는 태도 자체가 무리였다는 것이다그리고 작품 속 자아실현이라는 것도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는 식의 자유에 대한 찬양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이 시국에 마스크를 불태우며자유를 누리겠다고 주장하는 미성숙한 인간들이 주장하는 그것과 비슷한.

 


     이외에도 검사역은 베르트랑과 그의 전 부인이자 변호사역을 맡은 카롤린 사이의 티키타카를 통해 몇 가지 관점이 오고가지만 앞서 지적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좀 더 전통적인 관점을 지닌 카롤린의 주장은 반복적으로 시대에 뒤쳐진’ 것으로 치부되며 무시된다마음껏 즐겨라너 자신을 규제하는 일체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아라 같은 파울로 코엘료 식의 격언들만 보인다


     가벼운 코미디물 정도긴 하지만깊이가 부족하는 느낌. 그나마 문장이 난해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긍정적인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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