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가 하는 일을 누군가는 타자화라고 불렀다.
사람들을 ‘타자’로 분류하는 것은 그들이 나와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이상함에 초점을 맞추고,
그런 특성들로 축소시켜 그들을 비인간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들 어떤지 알잖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되고
그들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어진다.
- 팀 켈러, 『팀 켈러의 방탕한 선지자』 중에서
소설은 프랑스의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고 있는 90세의 할머니 잔의 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편은 일찍이 세상을 떠났고, 물려받은 저택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지만, 그녀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알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설 속 잔이 뭔가 엄청난 모험을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90세라는 나이는 그런 것들을 하기에는 조금 무리일 테니까. 대신 잔은 이웃집에 사는 노부부나 마을에 사는 친구들과 만나 식사를 하고, 카드게임을 하고, 수다를 떤다. 일요일마다 성당에 가는 것도 잊지 않았고.
정원에서 가꾸고 있는 텃밭을 관리해 주는 정원사와,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부, 종종 찾아오는 자식들과 손주들도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이다. 여전히 스스로 운전도 할 줄 알고,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조금씩 해서 냉장고에 저장해 두는 건 중요한 소일거리다.
봄부터 시작해 겨울로 끝나는 이 지극히 평온한 어떤 할머니의 일기를 보며 묘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오래된 생활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잔에게는,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의 알람도, 별 공감이 되지 않는 다른 사람의 글과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야 한다는 압박도, 끊임없이 나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없다. 그저 날씨에 따라, 몸 컨디션에 따라 하루하루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갈 뿐.
문득 전에 봤던 일본 영화(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김태리 배우 주연으로 리메이크를 했었던) “리틀 포레스트”라는 작품도 떠오른다. 시골 마을에 내려온 젊은 여성이 혼자 생활하면서 주변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을 해 먹는 이야기일 뿐이었는데도 보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었던.
요샌 이런 걸 힐링이라고도 부르지만, 사실 그런 걸 본다고 뭔가 치유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 안에 있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일깨울 뿐. 현대인의 삶이란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손에서 빠져나간다. 우리는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그렇게 흘려보낸 날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곤 한다.
물론 잔의 모습이 우리 모두가 따라가야 할 삶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너무 각박하게, 여유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잘 산다는 건 하루하루를 뭔가로 꽉꽉 채우는 것과는 좀 다르다는 걸 깨다는 건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노인의 통찰도 인상적이고, 노인 특유의 고집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내는 부분도 재미있다.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 아, 왜 책 제목이 “체리토파토파이”냐면... 할머니가 파이에 넣을 체리를 냉동실에서 꺼내려다가 실수로 작은 체리토마토(방울토마토)를 꺼내 넣어버렸던 에피소드에서 나왔다. 토마토 파이라니...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