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는 뜻밖에 부자유스러운 법이다.
하지만 그 부자유를 감수하기 때문에,
권력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권력을 맡길 마음이 나는 것이다.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1』
1. 줄거리 。。。。。。。
러시아의 핵무기 발사 코드를 빼내기 위해 크렘린에 침입해 들어간 에단 헌트 일행은 중간에 다른 이들에 의해 코드가 빼앗긴 것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 곧 대규모의 폭발사고가 일어나면서 테러의 주도자로 몰리기까지 한다. 결국 대통령은 조직 해체 명령(고스트 프로토콜)을 내리지만, 에단은 핵전쟁을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비공식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나선다
2. 감상평 。。。。。。。
뭘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다. 어디서 돈이 났는지 그렇게 최첨단 장비들을 펑펑 쓰고 다니는지 하는 것들은 굳이 물을 필요가 없는 영화, 철저하게 눈요깃거리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만들어서 계속 흥행을 이어간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닌데 끊임없는 장비의 업그레이드로 이번 편도 어느 정도는 버텨주고 있다. 이 장비빨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진 모르지만. 아, 그보단 부쩍 노쇠해진 톰 크루즈가 먼저 하차할 수도 있겠다.
진행의 속도가 빠른 건 이런 영화가 가진 또 하나의 미덕이다. 질질 끄는 게 없으니 스토리는 분명해지고, 감정선의 낭비가 없으니 몰입도는 높아진다. 다만 덕분에 실컷 무엇인가를 본 것 같긴 한데 뭘 봤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재미있다는 평은 있어도 감동을 받았다는 소감은 적은 이유다. 근데 그걸 감독도 관객도 알고 만들고 보는 거니 또 뭐라 할 것도 없다.
심심하다면, 볼만 할 것 같다. 늘 중간은 가는 시리즈니까. 다만 시리즈 별로 가장 인상적인 기술이 하나씩은 있었는데, 이 영화에선 어떤 걸 꼽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닥 인상적이진 못했다.
체제를 공격하지 말고 낙후시켜라
- 베르나르 베르베르, 『여행의 책』
필리핀의 한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괴질병. 그리고 얼마 후 일본에서도 가벼운 감기증상으로 시작해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어 마침내는 피를 토하고 죽는 병이 발생해 급격히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관계당국은 질병의 원인은 물론 정체조차 파악하지 못해 급속도로 전염되는 질병을 어찌하지 못한다. 최초의 환자를 진찰했던 츠요시는 질병의 원인을 찾아 아본 공화국이라는 작은 섬나라로 떠난다. 여기에 그의 대학시절 사랑이자 조교였던 에이코가 WHO의 관계자가 되어 돌아오면서 잔잔한 로맨스까지 더해진다.
인류멸망이라는 거창한 부제를 붙여놓은 건 확실히 배급사의 과장으로 보인다. 영화는 일본 열도 내에서 급속하게 퍼지는 전염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섬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다른 나라로의 전염까지는 말하고 있지 않다.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의 생존의 위기까지는 처음부터 다룰 생각이 없었던 것. 전형적인 재난영화의 공식을 따르는 그냥 평범한 영화지만, 그래도 나름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급성전염병이 퍼졌을 때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언뜻이나마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를 중단한 인류의 삶의 방식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신경을 쓴 부분도 보인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그리 높게 평가할 수 없었다. 질병 전파의 주요 내용은 그냥 자막으로 처리되고 있고, 영상은 그저 단편적인 혼란상만을 주로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생뚱맞은 ‘아본 공화국’(그냥 필리핀에서 찍은 걸로 보인다)으로의 탐사나 일본 정부도 제대로 못한 원인균 발견을 (상당히 어설퍼 보이는) 일개 재야 학자가 분리해낸다는 설정 등은 급히 만들어진 텔레비전 용 영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으니까.
작은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가 금방이라도 멸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오래전부터 품어왔던 인류 공통의 감정인 듯하다. 과학이 발달하고 의학기술이 폭발적으로 진보했음에도 여전히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니 그럴 만도 하다(물론 오늘날엔 이게 단지 기술적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도 많이 얽혀있지만). 단 몇 달 만에 일본의 거리가 비어버리고 사회기능을 유지하는 인력들이 죽어버리면서 기능이 마비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던 것들이 언제라도 금방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이 자명한 사실을 좀 더 솔직히 인정한다면 좀 겸손해질 만도 한데, 다들 뭐 그리 자신만만한 건지.
배우들의 연기는 나름 선전했다. 다만 너무 큰 규모의 이야기를 너무 적은 상상력과 제작비로 다루려 했던 듯, 힘에 부치는 게 느껴진다. 영화의 다큐멘터리화(?)를 막기 위해 츠요시와 에이코의 러브스토리나 간호사 가족의 애틋한 정을 넣으려 했던 것 자체는 좋았으나, 그마저 충분히 감동을 주기에는 영화가 너무 산만했다.
정부에서 “우리는 가난하지 않다” 혹은
“우리는 복지를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진짜로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과연 그래”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계획하고,
그런 활동이 자연스럽게 출산으로까지 이어지는 순간,
그때 우리는 이 어두웠던 순간들을 빠져나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한다, 그 말을 잃어버린 경제,
그건 경제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 우석훈, 『디버블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