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 신영복 서화 에세이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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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요약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생각했던 생각들을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엮어 책으로 만들었다. 설명에 따르면 여기에 실린 내용들은 이 책을 내면서 새롭게 쓴 것은 아니고, 기존에 발표된 책들 중에서 가려 뽑은 글들을 모아 엮어 냈다고 한다.

 

 

 

2. 감상평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서 묵직한 온기가 느껴진다. 20년이나 되는 오랜 수감생활을 거치면서 세상에 관한 저자의 눈매는 매섭게 날카로워지기보다는 좀 더 많은 것들을 품어 낼 수 있도록 깊어졌나보다.

 

     (사실 이런 형식의 잠언집, 혹은 에세이집이 다 그렇듯이) 모든 페이지마다 깊은 여운을 주는 건 아니었지만, 찬찬히 읽다 보면 지금 상황에 맞는 저자의 무게 있는 조언, 혹은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는 장들이 분명 몇 장은 있을 법하다. 또,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한글 붓글씨들도 함께 실려 있는데, 부단한 연습으로 잘은 모르지만 확실히 어느 경지에 오른 수준처럼 느껴진다.

 

     복잡하게 머리 쓸 필요 없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읽을 만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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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 아웃케이스 없음
올리버 스톤 감독, 마이클 더글라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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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11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전직 월스트리트의 대부 고든 게코. 하지만 그에게 남겨진 것은 지금은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거대한 벽돌 크기의 휴대폰과 소지품 몇 개 뿐. 한편 그런 그와 의절한 상태인 딸 위니의 약혼자 제이콥은 자신을 키워준 제이블을 파산으로 몰고 가 결국 자살하게 만든 브레톤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뭐 당장 쫓아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를 엄청난 부자로 만들어줬다가 망하게 하겠다는..)

 

     잘나갔던 금융전문가와 잘 나가고 있는 금융전문가 둘이 손을 잡고 일을 꾸미지만, 과연 이 둘은 서로를 믿어도 되는 걸까. 이 가운데 제이콥의 연인이자 게코의 딸인 위니와 두 남자 사이의 관계 전개도 영화의 한 축을 차지한다.

  

 

 

 

2. 감상평    

 

     놀랍게도 이 영화에 전작이 따로 있었단다. 1988년 개봉했던 ‘월 스트리트’라는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도 감독은 올리버 스톤이, 고든 게코 역으로는 마이클 더글러스가 맡았고 영화 말미에 감옥에 가는 설정이었다. 이 영화는 그렇게 감옥에 간 게코가 출소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니, 22년 만에 나온 속편이다.

 

 

     영화 자체는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탐욕스러운 자본의 성격을 드러내면서, 그 안의 인물들의 성격 변화를 그려내는 드라마다. 연기파 배우들이 출동해서 이야기의 전개는 무리 없이 표현해 내고 있다. 캐리 멀리건이 조연인 위니 역으로 나올 정도니 뭐..

 

     문제는 역시 비주얼이 아닌 스토리로 이끌어 가는 이 영화의 특성상, 조금 더 치밀하고 단단한 이야기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야 쉽게 그려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어떻게 그런 일들이 가능한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이 부분은 주인공인 제이콥의 복수와도 관련되어 있어서 나름 중요한 주제였다) 하는 부분들이 좀 더 정교해야 하지만, 고작 증권가 찌라시 수준의 소문만으로 권선징악이 가능하다는 설정은 좀 약했던 게 아닌가 싶다. 여기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대체 에너지 회사는 도대체 왜 나오는지(PPL인가?) 모르겠고, 영화의 중후반부에는 게코와 위니, 제이콥의 관계가 엉키면서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원래 스토리가 흐려지는 듯한 느낌.

 

 

 

 

     물론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들은 많이 있다. 다만 대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해왔기에, 이걸 극으로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영화였더라면 이 작품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었을 것 같다. 영화 결말부의 가족의 회복도 나쁜 소재는 아니었지만, 이건 미국 영화에서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라 새로운 감이 없으니..

 

     여러 모로 탁월하다는 평가는 받기 어렵지 않나 싶다. 위기를 그려내는 방식이나 그 과정을 설명해 나가는 모양 모두 정교하지는 못하고, 적진 한 가운데 들어가서 휘젓는 모습의 주인공도 보이지 않는다. 금융위기의 원인은 단지 탐욕스러운 개인들 몇 명에게 있다기보다는 금융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인 맹점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이 부분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그냥..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가족 회복을 그리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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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의와 불합리는

같은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올바른 이성에 비추어 정의롭지 못한 것은

동시에 합리적일 수 없다.

- 헨리 조지,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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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짓
안토니오 니그렛 감독, 제임스 카비젤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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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주인공 네이트는 두 아들과 아내와 함께 사는 평범한 가장이다. 아니 조금 더 쉽게 돈을 벌어보려고 잘못된 부동산 거래를 하려다가 감옥까지 다녀온 그였으니 평범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아무튼 그런 일로 가정에서 그에 대한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고, 곧 이혼을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떠나고 있다.

 

     비슷한 시간 현금수송차량을 털고 4백만 달러를 훔쳐난 강도단. 이미 모든 도로가 봉쇄되어 있었기에, 그들은 검문을 받기에 앞서 돈을 일단 다른 차에 실어 놓은 뒤 다시 찾기로 한다. 공교롭게도 그 차가 바로 네이트 가족의 차가 된 건 단지 우연이었다.

 

     그렇게 강도단의 추격을 받게 된 네이트. 설상가상으로 아내는 그가 강도단과 한 패라고 생각하고 길바닥에 내버리고 떠나버리고, 머리가 좀 컸다고 큰 아들은 엄마 말만 듣고는 그를 도둑놈 취급하며 욕하기 시작한다. 땅이 넓어서 그런지 경찰은 영화 내내 거의 보이지 않고, 당연히 이 꼬여버린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역시 가장인 네이트 뿐이었다.

 

 

 

 

2. 감상평    

 

     영화는 초반부터 강도질에, 차량 추격전에 하며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더불어 등장한 액션 장면은 볼만 했고. 특별히 화려한 동작이나 엄청난 스케일의 무엇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추격전에서 나오는 긴장감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치밀하게 현금을 강탈한 4인조 강도단은 조금은 멍청해질 필요가 있었다. 쉽게 끝낼 수 있는 일을 생각 없이 대들다가 어렵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역시 총기 소유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미국다운 내용. 범죄자들은 늘 그렇듯 총질을 자유롭게 해 대고, 심지어 영화 막판으로 가면 평범한 가정주부처럼 보이던 네이트의 아내마저도 강도들을 향해 소총을 연사하기 시작한다. 견착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족히 수백 발은 쏠 수 있었던 그녀의 능력(?)은 신기에 가깝다. 여기에 역시 보통의 전직 부동산업자처럼 보였던 네이트는 평범한 가장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특수요원급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고.ㅋㅋ

 

 

 

     깨어진 가정을 지켜내는 가장의 활약과 그로 인해 다시 모이게 되는 식구들이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결말이 충분히 예상되었고, 역시나 그 틀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게다가 바로 옆에 강도의 시체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쓰러져 있는데 그 옆에서 가족들이 서로 얼싸 안는 장면을 연출할 정도로 영화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다. 지극히 남성적인, 폭력적인 부분에만 집중해 낸 영화. 아, 주인공하고 나쁜 놈하고 비슷한 색인 청바지와 검은 티를 입혀놔서 영화 후반부 맞장을 뜨는 장면에서 좀처럼 구별이 되지 않았다.

 

     아주 나쁜 수준은 아니었지만, 꼭 찾아볼 만한 영화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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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고선지 - 상
황인경 지음 / 솔지미디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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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고구려가 망한 후 유민이 되어 당나라에서 군인이 되기로 한 고선지의 아버지는 아들을 조상의 땅으로 보내 수련을 하도록 한다. 이윽고 모든 수련을 마친 선지는 당나라로 돌아와 아버지의 빽으로 군무에 뛰어들고, 타고난 성실함과 뛰어난 재능으로 곧 두각을 나타낸다. 당나라의 서쪽 변방을 지키는 안서도호부의 말단 장수로 시작한 그는 여러 차례 공을 세워 마침내 안서도호부의 수장에 이르지만, 사라센 제국과의 무리한 전투에 나섰다가 크게 패하고 수도로 돌아와 절치부심. 마침 일어난 안록산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되지만 그를 시기하던 무리에 의해 모함을 받고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2. 감상평      

 

     일단 책 소개와는 달리 전혀 박진감이 없다. 애초부터 사료에 그다지 많은 내용이 남아 있지 않은 고선지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다루려다 보니 지나치게 많은 상상력이 개입될 수밖에 없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렇게 빈약한 내용과 개연성, 전개를 가지고 세 권짜리 책을(다 더하면 무려 900페이지에 이른다) 써 낼 수 있었던 저자의 용기가 대단하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좀처럼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지 않고,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작위적인 느낌이다. 심지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 거의 융합되지도, 나아가 메인 스토리의 전개에 딱히 필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부용은 부용대로, 무치와 여노는 또 그들대로, 뜬금없이 나타난 울토는 또 제멋대로 움직일 뿐이다.

 

     무엇보다 미심쩍은 부분은 책의 상당 부분을 정말로 작가 자신이 썼나 하는 점이다. 책에는 지나치게 잦은 현대적 관점에서의 개입이 보이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이 평소에 하는 말과 지나치게 흡사하다. 심지어 그 내용마저도. 그분이 이 책의 내용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 일수도 있겠으나, 몇 년 전 그분과 이 책의 작가가 서로 밀접하게 교류하고 있었고, 실제로 많은 부분에 조언(종종 그 이상까지?)을 해주었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터라, 좀처럼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 그나마 그런 식의 개입이 전체적인 흐름을 툭툭 끊고 있으니 이건 뭐 말 다 했다.

 

 

     책 전체를 통해 작가 자신의 통찰력은 전혀 엿볼 수 없고, 심지어 상식에 관한 무지마저도 보여 실소를 자아낸다. 이를 테면 고선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그가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것처럼 서술하는 부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 용어는 마오쩌뚱이 펼쳤던 정치권력 투쟁과 관련된 약간은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말이다. 이걸 무슨 동서양 문명의 교류나 문화적 발전이라는 의미로 차용해서 사용하는 건 도대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 건지. 더구나 ‘문화’라는 말과 ‘혁명’이라는 말이 어디 어울리는 조합이란 말인가? ‘문화혁명’이라는 말처럼 반(反) 문화적인 말이 또 있을까.

 

     아마도 참고 문헌 중 지배선 교수가 쓴 책에서 이런 식의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그나마 고선지라는 인물 한 명을 놓고 제법 길게 쓴 책은 우리나라에 지 교수의 책이 유일할 것이다), 그 책에 관한 서평에서도 썼듯이, 고선지라는 인물은 고구려 부흥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냥 평생을 당나라의 장수로 살다가 죽은 사람일 뿐이다. 그가 실제로 고구려를 위해 한 일은 전혀 없는데도, 그냥 당시 세계 최강대국 중 하나인 당나라에 고구려 출신의 장군이 꽤나 높은 지위에 올라갔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를 애국자로,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건 어지간히 낯간지러운 일이다. 이건 뭐 아버지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그곳에서 시민권 받고 미국인이 된 걸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던 사람이 돈 좀 벌었다고, 당장에 우리나라로 데려와 한 자리 시키겠다고 하는 거랑 뭐가 다른지..

 

     백 번 양보해서, 고선지가 동서교류사에 일정한 역할을 감당했다는(물론 이 땐 주로 중앙아시아의 여러 소국들과 전투를 벌였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적극적인 역할을 감당한 건 그다지 없다) 것까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우리의 ‘영웅’까지 될 수 있는 레벨인지는 분명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역사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딱히 볼 게 없는 그저 그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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