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을 사라고, 비전을 판다고 사방에서 난리입니다.

하지만 저는 하루하루 정당한 소득을 위해 일할 사람,

뇌물을 거절할 사람, 없는 사실을 지어 내지 않을 사람,

자기 일에 숙달한 사람이 아쉽습니다.

 

- C. S. 루이스, 『기독교적 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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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변증
정성욱 지음 / 홍성사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하버드와 옥스퍼드에서 학위를 마친 저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교에서, 기독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제자들과 한 대화를 책으로 엮었다(대부분은 사실이나 일부 윤색은 있었던 듯). 질문과 답변의 내용은 대체로 기독교 교리의 타당성과 유효성에 대한 변호들인데, 책 제목처럼 그리 무겁지 않은 선에서 대화들이 오고간다.

 

 

2. 감상평      

 

     제목은 참 잘 뺐다. 그런데 책의 내용이 제목이 가진 무게를 제대로 지탱해내지 못하는 듯하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서평을 봐도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글들이 몇 개 보인다. 제목을 보고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편하게 기독교의 진리를 전하는 탁월한 책인가 싶어 읽기 시작했다면(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 약간 실망을 할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과 형식 자체는 기독교 진리를 전달하는 데 두고 있다는 건 맞지만, 책 뒷표지에 실려 있는 추천사들처럼 ‘시원하게 정리해 줄 해갈의 답변서’(김삼환)나 ‘사막 한 가운데서 만난 오아시스’(김진홍), ‘복음주의 지성계의 차세대 리더 정성욱 박사가 온몸으로 쓴 포스트기독교시대의 사도행전!’(유종성, 두란노출판본부장) 까지는 전혀 아니다. 책의 내용에 큰 문제가 있다고 까진 할 수 없지만, 탁월한 수준이라고는 말을 못하겠다.

 

     책의 스타일은 약간 변주를 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올드(old)하다. 물론 진리의 내용이야 시대에 따라서 변개시킬 수 있는 게 아니긴 하지만, 그 전달 방식은 좀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이 저자가 쓴 다른 책들을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왜 이분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복음주의 신학자’라고 불리는 지 이 책을 통해서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하버드와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복음주의 진영의 신학자라는 이유에서라면 좀 슬플 것 같다.) 무엇보다 요새 사람들은 이 책에 실린 정도의 머리 아픈 내용도 읽기 싫어하지 않던가.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변증보다는, 기독교회 안에 있는 신자들의 기본적인 소양을 쌓는 데 좀 더 유용할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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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2010년 서해 백령도 부근에서 우리나라 해군 소속의 초계정 천안함이 침몰해 수십 명의 병사들이 죽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 일에 온 나라가 놀랐고, 국방부는 한 달 여 만에 북한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에 의해 침몰한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백서를 발간한다. 하지만 ‘과학적’이라는 보고서의 주장과는 다르게, 초기부터 정부 측의 발표에는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고, 심지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해명조차 여러 차례 바꿔왔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해양과 선박 전문가 두 명(신상철, 이종인)의 설명을 바탕으로, 정부가 애써 감추려고 했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별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진실을 감추고 나아가 이 거짓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조차 억압하는 현실을 비추면서, 감독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소통의 문제로까지 나아가려 한다.

 

 

 

 

 

 

2. 감상평    

 

     처음부터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 느닷없이 북한에 의한 폭침설이 나오더니 그대로 확정되었다. 모든 증거는 꿰어 맞춰지고 있었고, 뉴스에 증거라고 발표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어이가 없었다. 그래놓고선 후다닥 모든 일을 정리했고, 장엄한 영결식으로 순직한 군인들을 영웅으로 만들더니 이 결론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빨갱이로, 종북주의자(?)로 몰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급해서 이렇게 서둘러 덮어버린 걸까.

 

 

     이 영화는 사건을 재구성하며, 정부에서 감추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 실체에 대해 합리적인 추론을 하고 있다. 영화 속 추측이 사실과 완전히 부합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적어도 파란 매직으로 1번이라고 써 있는, 잔뜩 녹슨 어뢰 잔해물을 가지고 북한이 침몰시켰다는 증거라고 주장하는 군 관계자보다 신뢰감이 느껴지니..

 

     영화는 그동안 고소, 고발을 통한 언론통제와 협박으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들도 담담하게 보고한다. 이미 선수가 바다 위로 떠올라 주민들도 다 볼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군에서는 바로 그 지점을 수색하지 않고, 하루가 지난 후에야 전혀 다른 곳부터 수색작업을 벌였다는 것과, 어뢰로 인해 폭침되었을 경우 당연히 보여야 할 적외선 관측기 상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군은 처음에 이 영상이 없다고 잡아 때다가 나중에야 드러낸다), 그리고 보고서에는 배 아래에 아무런 좌초의 흔적이 없다고 명시했지만 실제로는 그 흔적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는 어이가 없을 정도의 사실까지...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협박전화까지 하며 극장에서 내리도록 만들었다는 자칭 ‘보수단체’는 대체 뭘 보고 흥분한 걸까. 영화를 제대로 보기는 했을까. 아니면 그냥 무조건 자기편이라고 생각되는 쪽이 무슨 헛소리를 해도 쪽쪽 빨아주려는 변태들인 걸까. 영화 어디가 순직자들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영화는 진실을 감추고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군과 정부의 권력자들에게 의혹의 화살을 날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군과 정부는 합리적인 질문에 합리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어용단체들을 동원해 덮으려고만 하고 있으니.. 그나마 머리도 나쁜지 헛발질에, 자기 발에 스스로 올무를 채우는 짓(개인으로 고소하면서 공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증언은 뭐냐)을 하는 걸 보면 어이가 없기까지 하다.

 

 

     대단히 잘 만들어진 영화. 집 근처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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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역적의 후손으로 관직에 나갈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게 되자, 살 길을 찾으러 배워둔 관상이었다. 그런데 그 솜씨가 대단하다. 내경(송강호)의 이야기다. 그의 소문을 듣고 찾아 온 기생 연홍(김혜수)에 의해 한양으로 상경한 내경은, 우연히 관상으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으면서 사헌부를 장악하고 있던 김종서와 친분을 쌓게 된다.

 

     병약한 왕 문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왕권을 위협하는 수양대군을 견제하려는 김종서. 내경의 능력을 알아본 왕은 김종서를 도와 어린 세자를 지켜달라는 유지를 남긴다. 마침내 문종이 승하하고 뒤를 이어 어린 단종이 왕위에 오르고, 수양대군은 자신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알아맞힐 수 있는 내경은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2. 감상평    

 

     사람의 얼굴 생김새를 보고 그의 앞날을 맞출 수 있다는 관상은, 엄밀히 말하면 요새도 사용하는 통계적 예측이다. 특정한 형태의 외형을 가진 사람들이 행한 일들을 누적시키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정한 외형을 가진 사람이 하기 쉬운 일들을 알아맞힐 수 있다는 것. 물론 문제는 단순한 통계적 예측과는 달리 ‘외형’과 ‘미래의 할 일’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매커니즘이 딱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고, 때문에 둘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가 어려운 것. 정확히 말하면 영화 속 내경 역시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의 성격을 알아맞히고 있지, 미래를 예언하고 있지는 않다. 이건 어느 정도 한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인생을 반영한다는 면에서 상식선에서 수긍할 수 있기도 하고.

 

 

 

 

 

     암튼 각설이 좀 길었다. 영화는 꽤나 흥미롭게 진행된다. 소재도 그렇고, 명품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 - 무려 송강호, 김혜수, 백윤식, 이정재에 최근 뜨고 있는 조정석까지 -은 이름값이란 게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다. 여기에 조선시대 역사에서 가장 익사이팅한 장면 중 하나인 세조의 왕위 찬탈을 그리고 있으니 기본적인 줄거리도 쓸 거리가 많다. 게다가 화려한 색채의 (조금은 퓨전을 가미한) 의상들을 비롯한 미술팀의 탄탄한 실력까지 눈에 보인다. 한국 영화도 이제 (돈만 들인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충분히 구현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새삼 드는...

 

     다만 두 시간이 훌쩍 넘는 상영시간은 재고해 볼 필요도 있지 않았을까? 또, 두 시간을 지나면서 맹렬하게 터뜨리는 감정선은 조금 과한(혹은 지루한?) 느낌이었다. 아들이 죽은 거야 물론 슬픈 일이지만, 관객들은 이미 바로 앞서 반정의 현장에서 더욱 충격적인 일까지 경험하지 않았는가. 차라리 오열하는 장면을 몇 컷의 정지화면과 함께 몇 초간의 무음(無音)으로 처리했더라면 좀 더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확실히 나쁘진 않았다. 깊은 고민이나 시사점까지는 주지 못했지만, 두 시간을 밝은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면 그 자체로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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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포켓
마이클 코렌트 감독, 마이클 매드슨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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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줄거리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바비. 겉만 보면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그였지만, 실은 전문 소매치기였다. 며칠 전 경찰의 지갑을 훔치다가 경찰배지까지 훔쳐내는 바람에 단숨에 뉴욕경찰들의 목표가 되어버린 그였지만 잘도 도망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얼마 전 만나 함께 잠자리를 가졌던 루시가 우연히 그의 앞에 나타났고, 그녀는 자신이 바비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고백한다.

 

     당장 빚에 쪼들려 소매치기로 근근이 먹고 사는 바비로서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 그래도 천성이 아주 악하지는 않은 지라(자시는 결코 가난한 사람들의 것은 훔치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장면이 한 번 등장하기도..) 어쩔 줄 몰라 하며 고민을 시작한다. 과연 그의 선택은?

 

 

 

 

2. 감상평    

 

     미국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젊은 남녀 간의 사랑을 그려내는 영화다. 소매치기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데도 꽤나 가볍다. 우리나라였다면 당장 일이 끝나고 돌아가서는 험악하게 생긴 놈들한테 위협을 당하거나 얻어맞는 신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더구나 여주인공은 바비가 빈털터리 소매치기란 걸 알면서도 그와 함께 살려고 한다. 역시 잘 생기면 모든 게 용서 되는 건지도..

 

     언뜻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다지 심각한 위기를 겪지 않는다. 물론 소매치기인 바비가 경찰들에게 쫓기기도 하고, 루시는 하룻밤을 같이 보낸 남자의 아이를 가지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런 일들은 그냥 작은 에피소드 정도로만 여겨질 뿐 주인공들의 인생을 뒤흔들 정도의 무엇은 분명 아닌 것처럼 그려진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90분 가까이 이어지니, 약간 싱거운 맛이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

 

 

 

 

     그래도 가벼운 느낌 덕분인지 영화는 시종일관 경쾌하게 진행된다. 심지어 바비가 소매치기 기술을 시전(?) 하는 장면들은 무슨 현대무용을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결국 바비는 자신이 원해서 소매치기를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루시를 위해서 손을 씻기로 하기까지 하니, 범죄 미화라고 비난하기도 그렇고.(물론 그동안 한 짓을 어떻게 처벌받느냐는 남겠지만)

 

     그냥 좀 덜 진지하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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