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오스트레일리아
하워드 앤더슨 지음, 정해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어렸을 때 호주 남부의 한 동물원에 잡혀들어와 살고 있던 오리너구리 앨버트. 동물원의 다른 동물들이 늘 동경하며 말하는 ‘올드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곳에 가기로 한 그는, 사육사 몰래 동물원을 빠져나와 대륙 남북을 종단하는 열차를 타고 북쪽으로 간다.

 

     하지만 앨버트가 만난 세계는 동물들의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인간 세계와 똑같이 속이고, 함정에 빠뜨리고, 착취하는 공간이었다. 의도치 않게 연달아 사건에 휩쓸리고 만 앨버트는 잭, TJ, 등 새롭게 만난 동료들과 함께 쫓기는 신세가 된다. 졸지에 악명 높은(?) 갱단의 두목이라는 소문까지 퍼진 앨버트. 하지만 올드 오스트레일리아를 향한 그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끝까지 싸워보는 수밖에.

 

 

2. 감상평   

 

     푸른 색 표지 위에 오리너구리 그림이 턱 하니 그려져 있는 게 인상적이다. 놀랍게도 소설은 모험을 떠나는 오리너구리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었다!!

 

     동물들이 사람처럼 옷을 입고, 말을 하고, 장사와 도박, 무장까지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일종의 우화다. 오리너구리 앨버트는 일종의 유토피아를 찾아 동물원을 탈출하지만, 그가 맞닥뜨린 건 인간사회와 똑같은 경쟁과 속임수, 다툼이었다. 작가는 동물들의 세계를 통해 인간사회를 풍자하고,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지키며 이상향을 향해 계속해서 ‘뛰는’ 앨버트를 통해 꿈을 포기하지 말고 장애를 넘어서라고 충고한다.

 

 

     오리너구리를 비롯한 호주 특유의 여러 동물들이 등장한다는 면은 특색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내용이나 주제가 특별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주인공 못지않게 요즘 내 상태가 암담했음에도 딱히 용기를 불러일으킨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사회 풍자가 특별히 탁월해서 맞장구를 치며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주제 또한 청소년 권장도서 정도를 넘어서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오리너구리만 빼면 묘사가 새롭다거나 하지도 않다.

 

     소설 내내 오리너구리가 뛰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어떤 모습을 떠올리며 쓴 걸까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 둔해 보이는 동물이 물갈퀴가 달린 발로 육지에서 얼마나 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나쁘진 않지만, 임팩트도 부족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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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물과 같아서 언제나 낮은 곳에 고이기 마련이다.

 

- 강지영, 『하품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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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 죽은 남자 스토리콜렉터 18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주인공이자 사건을 서술하는 관찰자인 히사타로는 특별한 능력, 아니 체질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이 되면 같은 날을 아홉 번이나 반복해서 겪게 되는 것. 정확한 원리는 모르지만 히사타로는 그걸 ‘반복 함정’이라고 나름 정리해 놓고 있었다.

 

     새해를 맞아 히사타로의 가족과 친척들은 할아버지 댁에 모여 하룻밤을 보낸다. 모임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하루인가 싶었지만, 다음 날 아침 그는 할아버지의 집에서 눈을 뜨게 된다. 이른바 '반복 함정‘에 빠진 것.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보내는가 싶었는데, 어제와는 다르게 할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히사타로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 반복함정의 가운데 7일(첫 날은 반복되는 지 알 수 없으니 빼고, 마지막 날은 그대로 확정되어 다음날로 이어진다) 동안 용의자인 가족들을 하나씩 묶어놓으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또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 할아버지의 살해는 계속된다. 과연 그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2. 감상평   

 

     묘하게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다. 특정인에게만 시간이 반복된다는 설정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 소재가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둔 갈등과 경쟁, 그리고 사촌 사이의 로맨스까지 더해지면서 한결 복잡해진다. (이런 종류의 퍼즐식 작품에서 적당한 복잡함은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여기에 할아버지의 집이 외부인의 출입이 거의 없는 일종의 자체적 밀실처럼 설정되니 가족들 중 누가 진범일까 하는 (작가와 독자 사이의) 머리싸움까지 생기니 꽤나 몰입도가 높아진다.

 

     특히 일본 소설을 읽을 때 자주 느끼는 어려움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다. 워낙에 길기도 한 데다, 이 녀석이 저 녀석 같고, 그 녀석은 왜 여기에서 이런 말을 하고 하는 식이라 초반에는 한참 헤매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등장인물을 모임에 참여한 가족들로 한정시켜 놓은데다가, 같은 사건을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겪는다는 설정이라 인물들을 익히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다. 물론 이 부분은 단순히 이름을 구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 만이 아니라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기도 하고.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이랄까, 공포감이랄까 뭐 그런 게 작품 전반에 깔려 있어서 읽는 게 즐거웠다. 여기에 책 말미의 의미심장한 반전 비스무리한 내용에서는 나도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턱 하니 꺼내놓아(물론 앞서 힌트는 충분히 제시되었다) 끝까지 재미를 주려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기도 한다.

 

     독특한 느낌의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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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방송사 부장으로 일하는 신혜(엄정화)는 외주제작업체의 젊은 PD와 하룻밤을 보낸 후 연애를 시작하고, 해영(조민수)은 남편을 잃은 뒤 하나뿐인 딸을 정성들여 키우다 느지막이 만난 남자와 소박하지만 알콩달콩 연애를 하고 있는 중이다. 유일하게 결혼생활을 지속중인 미연(문소리)는 매일 밤 침대에서 남편과 묘한 신경전이 일어난다.

 

​    40대에 접어든 세 명의 친구들의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개성 있는 사랑 이야기.

 

 

 

2. 감상평  

 

    성(性)이라는 걸 전면에 내세워 3, 40대 여성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낸 영화. ‘관능’이라는 생각보다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놓았지만, 영화의 중심은 그 나이대 여성들에게 있음직한 사랑이라는 감정이야기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딱히 이 영화만이 주는 매력이라는 건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3, 40대 여성이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성적 소재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적당한 갈등을 넣었다가 말 몇 마디 하고 나서 서둘러 봉합되는 구조는 너무 익숙했다. 주인공들이 문소리, 엄정화, 조민수 같은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빈약해지지 않았을까.

 

 

 

 

    가벼워서 봄바람에도 훅 하고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무게감에, 세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제시해 놓고서는 하나라도 얻어 걸릴까 노린 것 같은(확실히 그 편이 안전하긴 하다) 얄팍함도 엿보인다. 전체적으로 나쁜 수준은 아니었지만, 딱히 개성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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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가 우연한 충돌로 생겨났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기체의 출현도 우연이고,

인간의 진화 과정 전체도 우연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모든 생각도 우연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모든 사람은 물론

유물론자들과 천문학자들에게도 해당하는 사실입니다.

 

만약 그들의 생각, 즉 유물론과 천문학이 그저 우연의 부산물에 불과하다면,

우리가 왜 그것들이 옳다고 믿어야 합니까?

저는 한 가지 우연이 다른 모든 우연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할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우유 단지를 엎어 우연히 생겨난 모양이

그 단지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엎어졌는지

제대로 설명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 C. S. 루이스, 『피고석의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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