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기 얼굴을 보려면 반드시 맑은 거울이 있어야 하고,

군주가 자기의 허물을 알려고 하면

반드시 충직한 신하에 의지해야 하오.

군주가 만일 스스로 현인이나 성인이라 여기고

신하도 정확한 의견을 제시해 바로잡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에서 위험과 실패를 면하는 것이 어찌 가능하겠소?”

 

당 태종

 

 

- 오긍, 『정관정요』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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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미군이 시작한 베트남 침략전쟁에서 큰 공적을 올리고 돌아온 김진평 대령(송승헌)은 모 군교육기관의 교육대장을 맡고 있었다. 어느 날 새로 전입 온 경우진 대위(온주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을 우연히 만나고 사랑에 빠져버린다. 둘 다 유부남 유부녀였으니 말하자면 불륜이었지만, 이미 상대만 보면 떨리는 가슴을 어쩔 수 없었던 두 사람은 곧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여러 장소를 오가며 섹스를 하기 바쁘다.

 

     그래도 여자 쪽에서 먼저 정신을 차리고 만남을 끝내기를 요구했지만, 이미 남자는 말 그대로 중독된 상태였고 결국 사고를 치고 만다. 급격히 파국으로 치닫는 두 사람.

 

 

 

 

2. 감상평 。。。。。。。   

 

     여배우를 선택할 때 연기력보다는 몸매를 먼저 볼 것 같은 김대우 감독의 작품이다.(비난하는 건 아니다. 감독 나름의 기준이니까) 간단히 말하면 이번 작품에서 그는 너무나 깊게 빠져서 정상적인 사고나 행동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깊은 감정적 충동에 관해 그리고 있다.

 

     사실 이 소재가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칫 지나치면 결국 불륜미화로 전락해버릴 수 있으니까. 자신의 배우자의 믿음을 배신하고, 상대의 가정까지 파탄내면서 내 감정은 만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도의 이기적인 행동이 불륜 아니던가. 그런데 감독은 두 명의 주인공이 (특히 남자 쪽을)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런 부분을 잘 처리해내고 있다.

 

     마치 알콜 중독자가 술을 마시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술잔을 입으로 옮기고 있는 것처럼, 진평은 가흔을 찾아가지만 두 사람은 모두를 괴롭히면서까지 둘 만의 행복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파울로 코엘료라면 내면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옳다며 두 사람의 야반도주를 그렸을 테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면 아예 중혼(重婚)제도가 통하는 약간은 비현실적인 세계를 만들었을지 모르나, 우리의 김대우 감독은 아직 현실감각은 잊지 않았다.

 

 

 

 

     두 커플을 연기하는 네 명의 배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주인공인 송승헌이나 임지연 보다는 극중 가흔의 남편 역으로 나온 온주완이었다. 성공을 위해 상관의 비위를 맞추려고 무슨 짓이든 할 것 같은 경우진 대위의 약간은 섬뜩하기까지 한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살려낸다. 오랜만에 영화로 본 송승헌도 썩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남편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만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 억척스러운 아내 역의 조여정은 인상적인 조연으로서 약간의 연기변신을 꾀했다.

 

     문제는 계속해서 거슬리는 억양의 대사처리가 끝내 고쳐지지 않았던 임지연. 뭐 점점 나아질지 아니면 한 번에 노출로 확 주목 받고는 곧 사그라졌던 여배우들의 길을 따라 갈지는 두고 보면 알 거고..(근데 연기력이 부족하면 확실히 오래 가기는 힘든 게 사실)

 

 

     70년대 모습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큰 공을 한 분장팀, 세트효과팀은 확실히 제몫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완전히 그 시대의 모습을 옮겨 놓았다기보다는, 그 때의 분위기는 이어가면서 좀 더 현대적인 감각을 넣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아니 괜찮았다)

 

     다만 영화가 지나치게 늘어진다. 심지어 가흔의 친모나 진평의 아내 쪽은 뭔가 더 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편집된 듯한 느낌도 준다. 처음부터 여배우의 노출로 홍보를 하기로 작정한 영화이니만큼 정사신을 뺄 수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나머지 시간들도 그리 알차게 배분되거나 구성되지는 않았다. 극 후반엔 좀 지루해지기까지 하는 느낌. 메시지를 담기 보다는 그냥 이야기를 보여주기만 하는 영화의 한계도 살짝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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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 더못 멀로니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대학을 중퇴하고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니던 스티브(애쉬튼 커쳐). 우연히 친구 워즈니악(조시 게드)의 집에서 그가 직접 조립한 새로운 컴퓨터 모델을 보게 되고, 이를 가지고 직접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다. 우여곡절 끝에 양아버지의 집 차고에 친구들과 함께 직접 작업장을 차린 마이크(더모트 멀로니)라는 이름의 투자자와 함께 그의 첫 번째 작품 ‘애플’을 만들어 낸다.

 

     장치가 사람의 일부가 되게 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발상이라는 키워드는 그의 작업을 대변하는 말이었고, 그 결과 애플은 엄청난 성장을 거둔다. 하지만 끊임없이 재촉하고 대인관계에 있어서 지배하는 방식 이외의 것을 알지 못했던 그는 경영진과 잦은 충돌을 일으켰고, 결국 자신이 고용한 CEO 존에 의해 회사에서 쫓겨나고 만다. 하지만 회사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난 끝에 그는 다시 돌아와 새로운 혁신을 주문한다.

 

 

 

개인적으론 이 장면이 젤 인상적이다.

아버지의 차고에서 친구들과 만든 첫 메인보드를 동네 컴퓨터점에 파는 장면

 

 

2. 감상평 。。。。。。。   

 

    사람들은 그를 혁신의 대명사로 여긴다. 물론 어린 시절의 불행했던 경험들이 그의 성격에 문제를 일으켰던 것은 분명해 보이고, 애플이라는 기업이 높은 사양을 커버하기 위한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제3세계나 중국과 같은 장소에서 사실상 노동력착취에 가까운 일을 자행하고 있긴 하지만, 확실히 그의 아이디어는 오늘날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생산해 낸 것도, 그 앞선 작품인 아이팟이나 최초의 태블릿컴퓨터(아이패드)를 만들어낸 것도 사실상 그와 그의 동료들이었고, 삼성을 비롯한 세계의 나머지 기업들이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 거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확실히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까지 있었던 엄청난 혁신에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을 빼놓는 건 온당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영화는 그런 스티브 잡스의 대학시절부터 한 번 쫓겨났다 다시 애플사로 복귀하는 장면까지를 그리고 있다. 물론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이 시점엔 아직 아이팟도, 아이패드도, 아이폰도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매킨토시가 이제 막 개발되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영화는 그가 미치도록 매달렸던 한 가지 주제가 창의성이었다는 걸 잘 그려내고 있다.

 

     잡스 역을 맡은 애쉬튼 커쳐는 젊은 날의 잡스의 모습을 비교적 비슷하게 연기해 내고 있고, 적절한 분장이 더해지니 확실히 비슷하게 느껴진다.(이건 ‘스티브 잡스 : 미래를 읽는 천재’라는 약간은 낯간지러운 제목을 가진 다큐멘터리 영화 포스터에 등장한 실제 잡스의 얼굴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배우답게, 열정을 품고 있는 청년 잡스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왼쪽이 이 영화의 포스터에 나오는 애쉬튼 커쳐, 오른쪽은 다큐멘터리의 실제 잡스

 

 

     위에도 언급했던 다큐멘터리보다는 부드러운 진행과 전개였지만, 내용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영화 포스터 위에 적힌 ‘우리가 몰랐던, 그의 진짜 이야기’라는 말은 가끔 텔레비전에 생전의 잡스가 나오는 것만 봤던 사람들을 위한 구절인 것 같다. 그의 책이나 관련된 이야기들에서 거의 다뤄졌던 내용들이고, 내 경우엔 그의 딸과 관련된 에피소드 정도가 약간 새로웠달까. 이 영화야말로 잡스답지 않은 창의력 부족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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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나라의 국가 정치 구조는

결코 투표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아름답고 훌륭한 제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모든 사람이 항상 자신만의 세력을 형성해야만 하고,

공식적인 정치 기구에 이끌리거나 이용당하거나

유혹당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 요구해야 합니다.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절대로 정부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 하워드 진, 『역사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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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시대 - 인문.사회 담론의 전성기를 수놓은 진보 논객 총정리
노정태 지음 / 반비 / 201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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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나름 진보의 영역에서 이런저런 모습으로 활약해왔던 ‘논객들’의 책을 통해 그들의 사상과 인생을 평가해 보는 책. 논객들의 활동무대를 만들다시피 했던 강준만부터, 잘 알려진 진중권, 우석훈, 김어준, 유시민, 박노자 등과 같은 인물들이 저자 자신의 평가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

 

 

2. 감상평 。。。。。。。   

 

    저자는 서문에서 ‘사기’의 열전편을 예로 들며 이 책의 성격을 설명하려고 한다. 저자는 이를 대통령이나 거시지표와 같은 언급을 하지 않고 (좀 더 재미있는) 개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되, 그에 대한 자신의 평가까지 과감하게 덧붙이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리고 책은 이에 걸맞게 거침없는 저자의 판단과 평가 비판이 실려 있다.

 

     저자의 평가는 상당히 까칠하다. 이 사람은 이런 부분이 한계고, 저 사람은 또 저런 부분이 문제다. 물론 위인전을 쓰는 게 아닌 이상 비판적 부분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또 어떤 인물을 지지하거나 반대로 비판하고 공격하는 건, 독재국가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선 안에서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읽다 보면 세상 참 팍팍하게 산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나 같이 무식한 사람들은 잘 모르는 유명한(?) 사람들의 말을 굳이 억지로 문장 사이에 우겨넣는다든지, 현학적 수사가 난무하는 문체라든지 하는 부분도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고.(물론 나 읽으라고 쓴 건 아니긴 하다)

 

 

     책에 등장하는 논객들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가 상당히 침울하다. 한때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주장했던 그들이었지만, 지난 두 번의 대선결과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상황은 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일이 과연 의미가 있었는가 하는 자문을 하게 만들었나보다. 더러는 붓을 꺾었고, 더러는 고양이로 시선을 옮겼고, 또 더러는 현시정치에서 은퇴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의 뉘앙스도 비슷하게 우울하다.(어쩌면 앞서 말했던 저자의 까칠함은 이런 영향 때문인지도)

 

     덕분에 책을 읽는 맛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읽어도 신나지 않고, 재밌지도 않다. 역사의 어느 한 지점을 이런 식으로 정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도이긴 하지만, 동시대 인물들에 대해 이런 식으로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 작업인지는 확실치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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