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지방의 한 자동차 판매원인 정수(하정우)는 딸의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사가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완공된 지 몇 달밖에 지나지 않은 터널 속으로 들어간 순간, 악몽이 시작된다. 갑자기 붕괴된 터널 속에 고립된 그는 급히 구조요청을 하지만, 완전히 무너진 터널 속에서 그를 구해내는 일은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겨우 작은 생수 두 병과 생일 케이크만 가진 상황에서 지나가는 날짜들. 휴대폰 전원마저 끊어지면서 외부와의 연락까지 차단되어 버린다. 설계도와 다른 부실공사 덕분에 구조작업은 지지부진해지고, 이 와중에 인근의 신도시 입주를 앞두고 서둘러 또 다른 터널공사를 위한 발파작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까지..

 

 

 

 

2. 감상평 。。。。。。。

 

터널에 갇힌 남자와 그를 구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들, 정부, 언론, 그리고 소위 국민들을 다룬 이야기. 장르를 따지면 재난영화인데, 이런 영화에 흥미를 고조시키기 위해 흔히 등장하는 나쁜 놈들이 영화 정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구조 과정 중에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에게 와 인근의 제2터널 굴착공사를 시작하라는 동의서를 들이미는 공무원은 저절로 욕이 나오게 만드는 장면이긴 했지만, 영화 자체서 딱히 푸쉬를 받는 역할은 아니니까.)

 

덕분에 개인적으론 영화를 보는 동안 오직 핵심 소재, 즉 과연 정수가 살아서 구조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주인공의 심리를 얼마나 잘 연기해 내고 있는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 특히 아내의 심리 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같은 부분이 눈에 크게 들어왔는데, 하정우와 배두나의 조합(이라고 하기엔 영화 속 둘이 만나는 장면 자체가 거의 없긴 하다)은 역시 나쁘지 않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하정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고립상황이라는 설정 상 매우 제한된 공간에서 연기를 해 내야 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맡은 상황에 몰입한다. 문득 전에 출연했던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비슷한 상황 속 연기를 했었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혼자서도 극을 어느 정도 이끌어 갈 수 있는 좋은 배우. 다만 터널 속에 혼자 고립된 보통 사람이라기엔 너무 침착하고 단단해 보인다.

 

 

 

 

사실 보기에 따라선 영화는 소위 헬조선의 온갖 치부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시사적 시각도 가득하다. 부실투성이 터널공사는 자재를 빼돌리고 실제 설계도와는 다른 시공을 한 덕분에 무너졌고, 기자들은 특종을 내려고 고립된 사람의 휴대폰 배터리를 낭비하게 만든다. 사람이 갇혀 죽어가고 있는데 공청회장의 어떤 인사는 양복을 말쑥하게 빼입고 인근의 터널공사가 지연되며 하루에 15억씩 손해 본다며 경제논리를 들먹인다. 여기에 구조작업 중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고스란히, 구조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공무원까지..

 

세월호 유가족 때문에 경제에 손실이 크다고, 나중엔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모든 책임을 도리어 피해자에게 돌리는 미친놈들이 가득한 실제 현실은 영화 속 곳곳에 묻어 나온다. 물론 상업 영화다 보니 감독은 상당히 점잖게 그려나가고 있어서, 그냥 휴먼드라마로만 볼 수도 있을 정도.

 

 

얼마 전 대통령이 국민들을 향해 헬조선운운하며 우는 소리 하지 말라고 점잖게 타이르는 내용의 칙서를 낭독하는 시간이 있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유독물질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 받고, 일본군에게 끌려가 몹쓸 짓을 당한 분들 대신 사과 한 마디 없는 위로금을 활짝 웃으며 받아오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이제 또 무슨 짓을 권력을 가진 인간들로부터 당할까 두려워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닌가. 모든 사고가 대통령 때문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어주는 상식적인 공감능력을 바라는 게 그렇게 무리한 일인 건가.

 

어쩌면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재난을 겪고 나온 생존자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엄청난 트라우마 때문에 다시 터널 앞을 지나기만 해도 손과 발이 떨리고, 심장이 뛰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옆에서 사진 찍으려고 줄 서 있는 정치인들이 아니라, 같이 옆에 앉아서 안정이 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따뜻한 손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갈수록 고착화 되고 있는 신분제 아래서, 저 위에 계긴 놈들은 처음부터 그런 경험 자체를 할 수 없었을 테니.. 우리끼리라도 서로를 위로하며, 격려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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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아일랜드 방문을 앞두고 루이스는
이탈리아의 돈 조반니 칼라브리아 신부에게,
자신이 태어난 조국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가톨릭이든 프로테스탄트이든 그의 동포 모두가
어떤 성령이 그들을 인도하는지 모르고 있으며
사랑의 결핍을 종교적 열정으로,
서로에 대한 무지함을 정당한 종교적 행위로 착각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심정도 덧붙였다.

요컨대 루이스의 주장에 따르면,
악마가 정치를 거점으로 삼을 때
사람들은 종교와 정치를 혼돈하는 커다란 실수를 범한다는 것이다.

- 데이비드 다우닝, 반항적인 회심자 C. S.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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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글쓰기는 사악함과 투쟁하는 일이 아니라
어리석음을 극복하려고 하는 일입니다.
사악함과 어리석음은 모두 인간의 본성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승산이 높은 것은 어리석음과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리석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덜 어리석어질 수는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유시민, 『표현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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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대한제국의 초대황제인 고종황제가 늘그막에 낳은 딸 덕혜. 하지만 고종이 갑자기 승하하면서 그녀를 보호해 줄 마지막 얇은 막마저 사라져 버린다. 일제의 뜻에 따라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고, 일제의 선전도구로 살아가던 그녀에게의 유일한 소망은 어머니가 계신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 하지만 상황은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녀가 꿈꿨던 일들은 모두 실망을 넘어 절망으로 되돌아 올 뿐이었다.

 

     국가주의에 기반한 거대한 폭력에 의해 망가져버린 한 여성의 삶을 그려낸 역사물. 물론 영화에 나온 모든 내용이 사료에 근거한 실화는 아니다.

 

 

 

 

2. 감상평 。。。。。。。

 

     영화에 대한 잡설들이 하도 크게 들려서 그랬는지, 본 영상이 시작되기 전에 나온 자막이 눈에 강렬하게 들어온다. 영화는 그런 비판들이 나올 거라고 이미 예상을 한 듯, 이 영화가 실재 사건에 바탕을 두었지만, 일부 내용은 가공되었고, 전체적으로 보면 순수창작물로 봐달라고 말하면서 내용을 풀어 나간다. “그래, 우리도 알아. 덕혜옹주는 일본에 도착한 직후부터 일종의 신경증에 시달렸고, 연설은커녕 늘 조용한 성격에, 나중에는 자기 안에 갇혀버린 것처럼 보인다는 거. 이 영화에 나온 내용의 상당부분은 허구 맞아.” 라고.

 

     ​그럼 왜 감독은 그런 말이 나올 걸 뻔히 알면서도 영화를 이러게 만들었을까? 물론 정말로 그런 인물을 그려냈다면, 어지간히 예술적인 연출력이 없으면 매우 지루한 영화가 되어버릴 테니까라는 대답은 쉬우면서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반면 어떤 평론가가 비판하는 것처럼, 조선 왕실에 대한 향수, 혹은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려는 보수세력의 거대한 음모가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설명은 좀 지나쳐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어쩌면 감독은 우리 역사에도 이런 황족이, 일본으로 강제징용 온 조선민중들을 위해 한글학교를 열었다거나, 이복 오빠인 영친왕과 함께 상해임시정부로 망명을 하려 했거나, 하는 적극적이고 민족의식이 투철한, 그런 (이왕이면) 여성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물론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역사의식을 가진 황족은 없었던 것 같고, (있다면 실제로 임시정부 망명을 시도하다 붙잡혔던 의친왕 정도?)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팩션이 아니면 무엇 하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기 어려운 조선 말 왕실의 모습만을 갖고 있다. 이승만 정부가 조선 왕족들의 입국을 불허했던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사실상 당시 왕실이 조선 백성들을 위해 실제적으로 한 일 자체가 없으니 돌아왔더라도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는 있었을까.(아.. 물론 한 일이 없는 것을 넘어 해만 끼치던 친일파들이 권력 장악한 걸 생각하면...)

 

 

 

 

     영화는 잘 만들었다. 흥미로운 역사적 소재에, 적당한 액션, 로맨스도 한 줌 넣고, 거슬림 없는 베타랑 배우들의 연기까지. 무엇보다 손예진의 연기는 최근 그녀가 출연했던 몇 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열연을 했다. 설득력 있는 캐릭터 덕분에 제대로 몰입한 듯. 눈물 불쑥 나올 것 같은 장면들도 몇 개 보인다.

 

     ​뭐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잘 몰랐던 역사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것도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다만 아무리 영화적 각색이라고는 하지만, 망명사건의 실제 주인공인 의친왕과 거의 평생 일제에 순응하며 살았던 의친왕을 바꿔버린 건 좀 지나치지 않았나 싶기도..)

 

     역사 문제가 좀 많이 거슬리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꼭 역사물로 보려 하지 말고, 제국주의라는 거대한 폭력에 의해 망가져버린 한 여자의 이야기로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옹주라는 신분으로 대접을 받으며 살았던 그녀가 당시 많은 여성들을 대표할 수 있는가 라고 또 물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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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 지음, 송경진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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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뉴스 보도 등을 통해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다보스 포럼’. 이 책의 저자는 바로 그 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이자 회장이다.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의 최신 동향과 앞으로의 진행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논의하는 데 참여한 저자가, 2016년 포럼의 주제였던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책을 냈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는데, 우선 제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를 이끄는 주요 기술(물리학, 디지털, 생물학)을 설명하고, 이 기술들이 사회 각 영역(경제, 기업, 국가, 사회, 개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설명한다(1). 2부에서는 앞서 설명했던 변화들의 실제 예들을 제시하면서, 그런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 부정적인 효과,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 영역 등을 나누어 제시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란 이미 시작되었고, 그것이 가진 부정적인 면도 있으나 잘만 방향을 잡고 사용한다면 인류에게 큰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

 

 

2. 감상평 。。。。。。。

     최근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게 뭔가 싶어서 집어 든 책이다. 여러 항목들을 개략적으로 설명해 놓은 책이라 깊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주제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들을 검토해보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약하면 급속도로 발전한 기술에 의해, 인간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시기, 혹은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인 듯하다. 물론 이전에도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점점 기술을 발전시켜 가면서 삶을 변화시켜 왔다. 농업과 증기기관, 컴퓨터 등이 그 주인공.


      그런데 제4차 산업혁명은 그 범위가 훨씬 더 넓고, 개인의 삶에 깊이 들어오는 특징이 있다. 진정한 유비쿼터스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 문제는 이런 특징 때문에 4차 산업혁명으로 나타날 변화들에는 한결같이 개인정보나 사생활의 유출이라는 우려점이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편리하게 신기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개인에 최적화 된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개개인의 정보를 수집, 보관해야 하는데, 이게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놈의 손에 들어가면 좀 복잡해진다.

     단순히 귀찮을 정도로 따라오는 광고 수준이라면 또 다른 기술로 차단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대부분의 정보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해 축적되고 확인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가 위조, 조작된다는 건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가 관건 중 하나인 듯한데, 책 속에 그 답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기술이 주는 편리함만을 누릴 수는 없다. 기술이 가져오는 부작용과 불편함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하다보니, 편리함과 부작용을 놓고 그것을 채택할지 말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져 버리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즉각적인 판단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으로 인간이 몰리는 것.(좀 아이러니하다. 인간이 만든 기술에 의해 인간이 쫓겨 다니는 상황. 이미 우리는 터미네이터의 시대를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이건 좀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적 경험에 따르면, 한두 번이야 생각하지 않고 반응만 하더라도 썩 나쁘지 않은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열 번, 스무 번 반복되는데도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기대하는 건 지나치게 요행을 바라는 게 아니던가.(로또는 겨우 여섯 번 그런 선택을 기대하는 소박한심리에 기댄 도박이다)

     책 속에는 수많은 부작용, 염려되는 점에 관한 언급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 우려점이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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