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거부자들 - 잘못된 정보는 어떻게 백신 공포를 만들어내는가
조나단 M. 버만 지음, 전방욱 옮김 / 이상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엇보다 제목에 이끌려서 손에 든 책이다코로나19가 2년 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백신이야말로 우리를 이 상황으로부터 구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백신 거부를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정신 나간 이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도대체 그들은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



책은 백신 거부의 역사가 어제 오늘에 시작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그건 18세기 말 백신이라는 도구가 최초로 등장했을 때와 거의 시간을 같이하고 있었다그들(백신거부자들)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그리고 (흥미롭게도당대의 과학지식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백신을 거부했다사실 그도 그럴 것이초기 백신접종은 위생적으로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상태에서새로운 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다만 이런 거부가 조직적으로 나타나게 된 데에는 정부의 백신접종 의무화(강제화조치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방역을 위한 지침이었지만앞서 언급한 의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백신의무화 조치는 심리적 반발을 불러올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


예컨대 인도의 독립운동가 간디는천연두가 전염성이 없으며장 질환으로 인해 피가 탁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주변에도 백신을 거부할 것을 설득했다고 한다물론 이런 어리석은 생각은 그를 믿고 따르던 많은 사람들을 죽어가게 만들었지만여기엔 당시 인도를 억압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인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었다간디의 예는 백신 거부가 엄밀한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좀 다른 이유도덕적이고정치적인 동기에서도 기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주요한 동기는 금전적 이익인데이건 최근의 예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1990년대 이래로 오랫동안 퍼져온 가짜뉴스가 하나 있다바로 백신이 아이들의 자폐증을 유도한다는 헛소문이다여기엔 함량 미달의 수준 낮은 논문들자료의 왜곡구체적인 실험이나 연구조사의 부재언론의 자극적인 기사 남발 등 오늘날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문제점들이 개입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된 최초의 논문을 작성한 앤드류 웨이크필드의 본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그 자신을 제외하고는 알 수 없다그러나 드러난 사실만 보면그는 자신의 연구 설계 자체가 허술하고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어떤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애초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으며바로 그 때문에 그의 주장을 신뢰하는 많은 이들의 지갑을 여는 데는 확실히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뭐래도 최근의 코로나 대처에서우리 정부는 꽤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검사 한 번 하는 데 수 십 만원을 내야 하는 옆 나라 일본과도애초에 검사결과나 수치 자체를 의심하게 되는 중국과도 차이가 있다그런데 우리 언론과 야당의 발언만 보면우리나라의 상황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안 좋은 것만 같다덕분에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방역조치가 방해받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언론은 클릭질 장사로 돈을 벌기 위해서야당은 정부를 공격해 정권을 잡기 위해서 벌인 위험천만한 불장난이었다.

 


책 후반에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하나 실려 있다백신을 거부하는 부모들은 좋은 부모가 되는 데 깊은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그들은 대개 대학교육을 받았고중산층이며다수의 육아 책을 읽고 있다스스로를 애착이나 자연육아에 관심이 있는 깐깐한 부모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이다마치 사이비 종교나 사상적 확신범처럼 굴고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많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오늘날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데 더 어려움을 느낀다때문에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도그들은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자신의 믿음을 입증할 어구들을 몇 개 금세 골라올 수 있다.


책 말미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해법은좋은 이웃으로서 본을 보여주는 것이다나와 비슷한 환경에서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하는 이웃들이 백신 접종의 안전성과 접종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임을 삶으로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는 건데조금은 느려 보이는 방법이지만뭐 어쩌겠나증거를 들이밀어도 고집을 부린다면.

 


흥미로운 주제지만저자가 알고 있는 내용을 배열하고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데 조금 약점을 보인다좀 아쉬운 부분인데덕분의 책의 내용일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좀 더 좋은 편집자를 만났다면 어땠을까그래도 이 주제에 관해 다양한 정보들을 읽을 수 있었던그리고 필요한 사람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만한 책.




댓글(5)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unburning 2022-01-05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 백신접종이후 사망자 1,500여명과 위중증 등 수많은 사례의 부작용 보고는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노란가방 2022-01-05 08:39   좋아요 0 | URL
우선 관련된 소문은 대체로 거짓이라고 봅니다.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라는 말이 ˝백신 때문에 죽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논리적 비약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둘은 같지 않거든요. 오늘 죽은 사람 중 70%가 아침에 밥을 먹었다고 해서 죽음의 원인이 밥이었던 건 아니니까요.

이 부분은 과학적 검증의 영역이어야 하고, 실제로 백신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는 건 한 손으로 꼽을 정도고, 직접적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케이스를 모두 합쳐도 30건이 안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위중증과 관련해서는.. 백신접종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최소 3~4배는 그 수가 더 늘었을 거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구요)

부작용에 관해서는.. 모든 약이나 백신이 그런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이 있는데 당연히 부작용의 위험도 있죠. 하지만 부작용이 생길 위험보다 약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능이 훨씬 크고 명백하다면 먹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저는 백신 강제접종은 반대합니다(그건 위에서 소개해 드린 이 책의 저자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다행이 아직까지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고 있지요.

이빛터 2022-01-05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봄날 2022-02-0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신주의보˝.˝백신의 덫˝. ˝의약에서 독약으로˝라는 책들을 추천합니다. 소문들이 거짓인지, 아닌지는 그때가서 말씀하시길. 과학적 검증이니 인과관계여부등 모두 잘 나와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모르면서 안다는 착각이 제일 위험하니까요.

노란가방 2022-02-03 21:03   좋아요 0 | URL
네. 마지막 말씀에는 십분 공감합니다. 지구는 평평하고, 미국은 달에 가지 않았고.. 뭐 그런 내용도 과학으로 포장해서 남발되는 세상이니까요.

서로가 각자가 믿고 싶은 바를 담고 있는 책을 가지고 나와서 자기 말만 하고 들어가기만 한다면, 아마 지적 세계에서 확실성이란 도무지 찾을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게 최소한의 성실한 동료들에 의한 상호검증이겠죠. 그렇게 과학은 오류를 수정해 가며 조금씩 발전해 나갑니다. 이걸 믿지 못하면 우리는 어떤 약도 먹을 수 없을 테구요.

황우석 사태 기억하시나 모르겠습니다. 이 상호검증을 피해나가는 사기를 시도했으나, 결국 바로 그 동료들의 검증으로 인해 발각되었죠. 학계는 꽤나 살벌한 면이 있어서 자신과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성과를 부정하기 위해 경쟁심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이 정확한 과학적 규칙을 지키기만 했다면 오히려 그런 행위가 옹호되기도 하구요.

백신은 그런 상호검증을 통과한 과학적인 매커니즘입니다. 백신에 관한 음모론이 학계에서 거론할 가치조차 두지 않는 이유는 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구요.
 
불량 크리스천
데이브 톰린슨 지음, 이태훈 옮김 / 포이에마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흥미로운 내용의 책인데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건 저자의 이력이다수년 동안 가정교회의 리더였고한 때는 술집에서 모임을 갖는 대안교회의 목회자였으며현재는 성공회 사제로 사역을 하고 있다고 한다그 중에서도 역시 눈에 들어오는 건 에서 다양한 종류의 회중과 만났다는 부분인데그가 전형적인 목회자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의 회중은 전형적인지 않은 사람들로 채워져만 있는 것 같다(물론 꼭 그렇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 하나님을 믿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동성애자들(꽤 자주 등장하는 사례다), 약에 빠져있고사회의 정규적인 코스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이 그의 주변으로 모여든다문득 우리가 이들의 모습을 보고 뭔가 불편함을 느낀다면그건 정확히 예수님 곁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불평했던 바리새인들의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벽을 낮추고사람들이 그들의 영혼 속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예수님을 소개한다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그렇게 조금은 다른 교회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아름다운 스토리다여기까지는.

 


교조주의에 빠진 기성 교회들에 대한 비판(솔직히 말하면 요새는 그나마 교리에 대한 관심조차 적어진 게 사실일 것이다), 자기들만 생각한다는 지적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척 등 책에서 비판하는 요소들에 공감한다이런 것들은 애초의 교회가 가지고 있던 역동성과 생명력을 희미해지게 만드는 요소다이런 것들에 대한 의심은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신앙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깨고 저자가 새롭게 세워가려고 하는 게 교회가 맞는지는 살짝 의문이다저자가 이 책에서 설파하고 있는 복음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자신에 감정에 충실해지는 것이성보다는 직감에 따라 종교를 찾는 것(이건 저자의 표현이다)이다.

 

물론 저자는 몇 번에 걸쳐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고백한다이 고백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그의 신앙이 어떤지는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일는 아니니까다만 그가 이 책을 통해 제시했던 기독교에 관한 그림이 과연 충분한가 하는 의문은 별개의 문제다책 전체에 걸쳐서 그가 제안하는 종교는 C. S. 루이스가 말했던 물 탄 기독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가 생각하고 있는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단지 위안을 주는 멘토 그 이상으로 비춰지지 않는다그는 아무 것도 하라고 명령하거나기준을 제시하거나잘못을 지적하지 않는다그저 자신에게 나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괜찮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인물이다개인적으로는 그 자리에 요즘 유행하는 대중적인 심리상담가가 있어도 크게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예수의 정체나 그의 사역과 전혀 상관없이 우리는 기독교인이 될 수 있을까그에게서 역사성이라는 맥락을 제거해버리고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드러움만 남기려는 시도는 기독교가 아닌’ 무엇을 만드는 건 아닐까복음서 속 예수의 모습은 때로 분노하고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고저주와 징계를 다짐하고 예언하기도 한다그분은 실제 존재했던 분이기에, 2천 년 후 어떤 사람들이 불편한 부분을 제거하고 남긴 모양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입장을 유지하려다 보니 회개에 관한 이해는 크게 달라져 버린다저자는 회개의 본래 의미가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말하면서자신에 대한 좀 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도 회개라고 말한다이 정도의 단어 의미의 오용이 이루어지면우리는 아무 말이나 할 수 있게 된다저주라는 말은실은 상대가 잘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고미움이라는 말은 특정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에 만족한다는 의미고 하는 식으로.


그리고 논리적 귀결로 자연스럽게 구원에 관한 내용은 책 자체에서 다뤄지지 않는다심지어 이 책이 크리스천을 다루고 있음에도 말이다구원이 갖는 심리적 차원에서의 효과는 넌지시 비취긴 하지만단지 그게 전부일까?

 


그간 하나님이 배제했다고 여기던 이들이 실은 교회가 배제한 것임을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저자의 수고는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기성교회는 어느 순간 너무 높은 벽을 세워두고 있었다개인적으로는 펍이든호프집이든맥도널드 한 구석이든교회가 모일 수 있는 자리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애초에 벽이 세워지기 시작했던 맥락을 잊어버린다면우리는 그렇게 벽이 사라진 자리에 온갖 종류의 잡초들이 자라는 것을 곧 목격하게 될 것이다벽을 낮추는 건그 벽으로 보호하고자 했던 내용을 충분히 지킬 수 있을 때 하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지 환자의 머릿속에 이런 질문만 떠오르지 못하게 하면 돼

나 같은 사람도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다면

어떻게 옆에 앉은 저들의 다른 결점만 보고 

그들의 종교가 위선이자 인습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


C. S. 루이스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통 없는 사회 - 왜 우리는 삶에서 고통을 추방하는가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얇지만 괜찮은 통찰을 담고 있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비평서다개인적으로는 피로사회”, “아름다움의 구원에 이어 세 번째 손에 든 책이다이번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주제는 진통사회이다우리말로는 고통 없는 사회로 번역되었는데삶의 모든 부분에서 고통이라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미덕이 된아니 그것이 삶의 목적이 된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책의 시작부터 진통사회의 문제점이 날카롭게 지적된다고통에 대한 공포가 만성적인 마취상태를 초래하게 되고이는 사회적으로는 대결을 초래할 수 있는 갈등이나 논쟁을 제거하고정치적으로는 일치와 동의를 강제하고 압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갈등과 논쟁이 사라지고 일치와 동의만 남은 세상은 완전히 경직된끔찍한 전체주의적 사회일 것이다.


이런 진통의 기능은 다양한 요소를 통해 이루어진다삼성전자의 이재용도 빠져들었다는 프로포폴 같은 마약성 진통제가 남용되고마약 사건도 이전에 비해 그 발생빈도가 훨씬 늘어나고 있다저자는 그 이외에도 소셜미디어나컴퓨터 게임 역시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지적한다그 역시 인식과 성찰을 가로막고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그렇게 아주 작은 고통조차도 제거해 버리려 애쓰더라도우리는 모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동화 속 공주처럼두꺼운 매트리스 아래의 완두콩으로 인한 고통을 제거하면이제 매트리스 자체로 인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저자는 우리에게서 고통이 사라진다면 인간다움 또한 함께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고통에 대한 과도한 회피의식은 생존의 히스테리와도 같다오직 생존만이 전부가 되어버린 상태는 좀비와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

 


문장 하나하나가 현실을 날카롭게 베어내면서 그 안에 담긴 고름을 짜내 드러낸다중립중도가 선()인 양 가장되는 사회에서는 치열한 토론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양비론과 양시론밖에 남지 않은 언론의 뉴스에 볼 것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처음부터 진영논리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키클롭스 언론들은 애초에 버리면 그만이지만그저 모두 까기에나 열을 올리는 자칭 중립적 언론들도 쓸 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고통이 사라지면서 삶과 세상의 좀 더 깊은 의미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곱씹어 볼만한 부분이다소셜미디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여행 사진음식 사진에서 인생의 좀 더 깊은 의미는 쉬이 발견할 수가 없다단지 현재를 즐기라는 지긋지긋한 메시지만 반복될 뿐사람이 달라지고장소가 달라지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고통과의 싸움고통을 제대로 직면하는 과정에서 사고는 깊어진다그러나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오래된 진리는 오늘날 어느 샌가 사라져버렸다모두가 행복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에 쫓기고 있는 느낌이다대화를 해도 좀처럼 깊은 데까지 나아가기가 힘들고겉도는 경우가 태반인 이유다.

 


다만이렇게 고통을 제거하려는 과도한 시도가 일으킨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넘어가고통 그 자체가 인생의 목적이나 의미와 닿아있다는 데까지 나아가는 게 과연 적절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통의 과도한 회피가 문제라면고통에 대한 과도한 집착 역시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다(사디즘 같아 보이기도).


좋든 싫든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통을 마주한다그건 일종의 불가항력적인 재난이다(고통 그 자체는 선이 아니다). 우리가 배워야할 건 어떻게 그 고통을 잘 받아들이고 극복해 성장할 수 있을까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찾아간 나니아 - 나니아 연대기를 제대로 읽는 방법의 모든 것
샤나 코히 엮음, 김지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C. S. 루이스가 쓴 나니아 연대기에 관한 연구서혹은 해설서를 그간 여러 권 읽었다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책만 여섯 권이고우리나라 저자들이 쓴 책도 한 권 있었다그러니까 이번 책이나니아 연대기 해설서로는 여덟 번째 책이었다.


사실 그 동안 읽어왔던 나니아 연대기 해설서들은 대체로 비슷한 구조를 띠고 있었다책의 순서를 따라가거나 책의 주제를 따라가면서작품 안에 있는 성경적혹은 기독교적 의미를 풀어내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었고일부 문학적 가치와 기법을 설명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들 책들과 이번 책의 가장 큰 차이는이 책의 경우 나니아 연대기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스물세 명의 필자가 자신의 경험과 느낌그리고 생각에 관해 하나씩 글을 내서 만들어진 일종의 모음집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스물세 명이든서른세 명이든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쓴 글들이라면 결과적으로는 별반 다를 바가 없어질 터그러나 이 책의 필자들은 정말 다양한 관점에서 나니아 연대기를 보고 있다심지어 그간의 해설서들과는 다르게 어떤 필자의 경우는 시종일관 루이스와 나니아 연대기에 대해 적대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런 특징 덕분에실려 있는 글의 수준도 제각각이다하나의 글의 길이 자체가 책 한 권이 아니라 한 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충분히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일부 필자들의 글은 끝까지 집중해서 읽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그리고 역시 그런 얕은’ 글은 대개 무신론을 강하게 피력하는 이들의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루이스가 회심을 할 어간에 강하게 느꼈다는 바로 그 생각그러니까 왜 이토록 무신론자들의 글은 삶의 깊은 의미를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는 데 반해 훌륭한 기독교인들의 글은 세상을 이토록 잘 비춰주는가를 실감했다루이스나 그의 작품에 대한 비판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최소한 그 비판은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맹렬한 동물보호단체 출신으로 보이는 한 필자는루이스가 충분히 동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나니아 연대기” 안에서도 동물과 인간 사이의 위계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투덜댄다그러면서 글의 나머지 부분은 루이스가 하지도 않은 말과 자신이 보기에 부당한 동물에 대한 학대의 사례를 잔뜩 싣는 데 할애하는데우선은 동물의 지위에 대한 자신의 이해가 왜 옳은지를 말하지도 못하면서나니아 연대기에 대한 제한적 이해만을 드러낸다.


루이스의 여성관을 비판하는 필자도 보인다. “나니아 연대기” 속 여성에 관한 묘사가 20세기의 그것과 같지 않다는 게 그 주요 이유였다아마 같은 이유로 세종대왕의 내각에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는 이유로 그를 여성에 대한 심각한 반감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글만 있는 건 아니다짧지만 나니아 연대기에 관한 훌륭한 통찰을 담은 그들도 여럿 보인다신화가 가진 특별한 힘에 관한 설명(‘신화와 동화그리고 영화’)은 이미 다른 데서도 자주 봤던 내용이지만 훌륭한 요약이었고루이스가 그의 작품 안에 먹고 마시는 이야기를 자주 묘사함으로써 신비한 일과 평범한 일을 섞어내고 있다는 지적은 꽤 흥미로웠다루이스가 공간과 장소에 대한 묘사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도 다시 한 번 볼만한 부분이었고.


루이스나 톨킨 같은(그리고 그들에게 깊은 영향을 준 조지 맥도널드도 포함해서공상과학소설의 선구자들의 글과 오늘날 작가들의 결정적인 차이를 지적하는 글은 탁월한 식견이 느껴진다그에 따르면 비종교적 관점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교조적인 믿음을 고수하느라오늘날 공상과학소설가들은 자기들만의 게토에 갇혀있다심지어 왕권신수설에 입각한 왕권이 존재하는 세계를 그리면서그 안 어디에서도 성당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허술한 성을 쌓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앞서도 언급했지만이 책은 나니아 연대기에 관한 가장 다양한 관점과 설명들을 담고 있는 해설서다이제야 읽었구나 싶은 느낌까지 주었던 책일부 따분한 내용도 있었지만, “나니아 연대기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1-11-0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5학년 4학년 남자형제 아이들에게 나니아 연대기 읽어주고 있어요.
장난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잘듣고 있네요
5권 새벽출정호의 항해 읽고 있어요
당선작 축하드려요~

노란가방 2021-11-05 17:58   좋아요 1 | URL
오..세상에.. 이런 (허접한) 리뷰가 당선이 되다니...ㅋ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전혀 뜻밖의 당선이라 훨씬 좋네요. ㅎ
아드님들과의 나니아 연대가 독서가 계속 좋은 시간이 되시기를

그레이스 2021-11-05 18:15   좋아요 0 | URL
제 아들은 아니구요^^
그냥 지인의 아들들^^

노란가방 2021-11-05 18:30   좋아요 1 | URL
아하? ㅋ

서니데이 2021-11-05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노란가방 2021-11-05 18:3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변변찮은 글이 또 당선이 되어버렸네요. ^^;

초딩 2021-11-0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노란가방 2021-11-07 19:54   좋아요 0 | URL
에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