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부른다

감독/박은형 | 출연/윤진서, 오민석, 이봉규

 

 

1. 줄거리    

 

     시골의 한 작은 마을 극장에서 매표원으로 일하고 있는 진경(윤진서). 한 유부남과 의미 없는 만남을 갖고 있지만 딱히 뭔가가 필요했던 건 아니었다. 그녀의 삶을 한 마디로 특징짓자면 ‘까칠함’ 그 자체. 주변의 모든 일들에 무관심하게,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대한다.

 

     그런 진경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 경호(오민석). 그는 극장 근처의 전자대리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좀처럼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고, 얼마 후 그녀의 어머니의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진경의 과거(그녀의 친어머니는 ‘첩’이었고, 진경을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은 후 현재의 ‘어머니’가 그녀를 키워왔는데, 실은 진경 친모의 불륜상대의 본부인이었다는 것)가 밝혀지면서 그 ‘까칠함’의 원인을 짐작케 해준다.

 

 

 

2. 감상평    

 

     외로운데 아닌 척, 뭘 할지 몰라 바쁜 척, 상처받을까봐 관심 없는 척. 어쩌면 영화 속 진경만이 아니라, 고립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상당수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영화 속 진경이 실은 극도로 감정을 억제하고 있었던 것이고, 누군가 그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렸을 뿐이었던 것처럼, 오늘의 우리들도 누군가 우리의 말을 들어주고, 우리를 위로해주고, 토닥여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사랑(그것이 꼭 남녀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친구, 그냥 아는 동생 등 누구와도 이룰 수 있는)이었다.

 

 

 

     영화는 진경의 무덤덤함을 그려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는다. 덕분에 영화 초반은 상당히 건조하지만, 중후반의 한 방을 터뜨리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또 완전히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영화가 단선적이라는 느낌은 있다. 그리고 비슷한 느낌의 영화를 몇 편 본 적이 있는 것도 같다.

 

     주연을 맡은 윤진서의 연기는 괜찮았다. 특히 자주 좀 지나친 느낌을 주는 캐릭터들을 맡곤 했는데, 이번 영화의 경우 너무 강하지도, 너무 무색무취라는 느낌도 아닌 적절한 인물을 연기한다. 그 밖의 조연들의 경우 그리 두드러지는 부분은 없었고.

 

     아주 인상적인 건 아니지만, 나름 독특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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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노스코리아 - 좌와 우의 눈이 아닌 현실의 눈으로 보다
안드레이 란코프 지음, 김수빈 옮김 / 개마고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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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과거 소련에서 태어나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기도 했던 저자는, 북한에 관한 (비교적) 중립적인 시각을 이 책에 담아냈다.

 

     저자는 우선 1945년 이후 오늘날까지 북한 정권이 어떻게 세워지고 어떤 (특히 외교적, 군사적) 정책들이 있어왔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현재의 북한 정권은 이미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기에, 외부의 원조 없이는 버틸 수 없다고 진단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개혁, 개방이지만, 이는 현재의 북한 기득권층들의 기반을 흔들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낙관적인 기대를 갖기에 어렵다. 때문에 핵무기를 밑천삼아 인근 지역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회유하면서 원조를 얻어내는 벼랑 끝 전술은 현재의 북한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결국 북한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단기적으로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문제다. 책은 향후 20년을 내다보면서, 북한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는 것이 현재의 김씨 왕조의 붕괴 후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2. 감상평    

 

     책의 서문에도 쓰여 있듯, 우리나라에서 북한에 대해 제대로 된 견해를 갖는 것은 매우 어렵다. 독재세력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일찍부터 반공주의에 매달려 왔고, 덕분에 자칭 우파라는 이들은 북한에 대한 강경책에 동의하지 않으면 모두 적으로 몰고 있다. 또 아직도 북한을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좌파의 일부는 북한에 대해 무조건적 온정주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지독한 독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

 

     남북의 문제를 너무 ‘우리의 문제’로만 보려는 시각 때문에 어쩌면 이 문제를 더욱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제3자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의 저자는 나름 중립적인 위치에서 북한이라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북한의 소위 ‘벼랑 끝 전술’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 부분이다. 왜 북한은 그런 전술을 사용하면서 끊임없이 도발하는가? 저자에 따르면 그건 일부 군부 강경론자들의 돌출행동이 아니라, 현재 북한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그리고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개혁, 개방은 현재의 북한정권의 기득권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렇게 보면 북한 정권의 당국자들도 꽤나 머리를 굴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을 때, 이에 어떻게 대응해서 상황을 호전시키느냐 인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대개 한심한 해결책만 내기 마련인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들은 좀처럼 정답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 문제가 쉽게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꼬여있다곤 하나, 적어도 교수 한 사람이 생각해 내는 것보다도 못해서야..

 

     다양한 방식으로(이를테면 개성공단과 같은 것은 책 속에서도 칭찬되고 있다) 북한과, 그리고 북한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일견 지나치게 단순해 보이지만 꽤 타당성이 있다. 정보통제는 북한정권이 지속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데,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체제 안에 미묘한 긴장감, 혹은 개혁에 대한 압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 현재 북한 정권으로서는 핵무기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는데도, 당장에 그것부터 폐기하면 모든 걸 해 주겠다는 식의 얼토당토않은 주장만 반복하고 있는 정부 여당은 정말 각종 이권사업으로 세금 빼돌릴 궁리밖에 안 하는 건지..

 

 

     늘 북한이라는 변수를 안고 살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꽤나 적절하고 좋은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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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is only one rule for being a good talker

- learn to listen.

- Christopher Morley



훌륭한 연사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규칙은

경청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 크리스토퍼 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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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딕

감독/데이빗 토히 | 출연/빈 디젤, 케이티 색호프, 칼 어번

 

 

1. 줄거리    

 

     부하의 배신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불모의 행성에 버려진 리딕.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돌아갈 것이라고 믿으며 하루하루 생존을 시작해 나간다. 때가 되었다 싶자 자신을 노리는 현상금 사냥꾼들을 행성으로 불러들였고, 셔틀을 빼앗기 위한 대결이 시작된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게 남아 있었으니, 비가 오는 행성은 습지에 사는 괴수들의 판이라는 것.. 이젠 살기 위해 리딕과 현상금 사냥꾼들은 힘을 합칠 수밖에 없었다.

 

 

 

 

2. 감상평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적대적인 세상 속에서 고군분투 하는 근육질 원시인(?)의 생존기랄까. 찾아보니 전편들도 있다는, 제법 ‘뼈대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시종일관 주인공의 근육 이외에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고, 우리 부모님 나이 뻘인 주인공의 액션 역시 화려하다기 보다는 육중하게(= 굼뜨게?) 느껴졌다. 이걸 커버하기 위해서 잔뜩 등장하는 게 저글링처럼 보이는 외계인들인데, CG 수준은 보통보다 아주 조금 나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애초부터 감정연기나 탄탄한 스토리에 기반한 게 아닌 이 영화의 살 길이 막막하다.

 

 

 

 

     영화를 보면서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다 싶은 배우가 있었는데, ‘디아즈’ 역의 바티스타였다. 한 때 미국 프로레슬링 방송에서 선수로 자주 봤었는데 이렇게 영화에도 출연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분명 아주 엉망인 영화는 아닌데, 딱히 특별한 부분은 찾기 어렵다. 배경을 우주로 옮긴 ‘정글의 법칙’을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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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에 산다는 것

감독 : 크리스토퍼 스미스, 므렛 뮐러

 

 

 

1. 줄거리    

 

     집이란 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자신만의 집을 짓고 싶다고 결심한 주인공은, 지나치게 작은 집을 짓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에 연결해 끌고 다닐 수 있는 트레일러 위에 집을 짓기로 한다. 처음에는 여름이 다 지나기 전 몇 개월 동안 완성하려던 계획은 크게 틀어졌고, 겨울을 지나고 새로운 봄을 맞이할 때까지 이어진다.

 

     영화는 주인공 커플의 집짓기 과정을 보여주면서, 물량주의의 사회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집’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고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땅 덩어리가 넓다보니(한 개 대륙을 빼앗았으니..) 미국의 땅값은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물론 대도시나 그 가까운 곳들은 좀 다르겠지만, 조금 벗어난 외곽 지역의 사정은 확실히 다르다. 덕분에 미국의 건축물들은 넓은 부지를 넉넉하게 이용해서 크게 짓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땅값 비싼 우리나라는 위로 치솟는 쇼핑몰도, 미국에서는 낮고 넓게 짓는 게 일반적(사실 이편이 싸게 먹히기도 한다. 지하로 깊게 들어가거나 고층건물을 올리는 것에 비하면 몇 분의 일 정도로).

 

     하지만 그렇게 ‘좀 더 크게’, ‘좀 더 넓게’만을 보고 달려온 생활은 수많은 문제들을 낳고 만다. 자연은 그렇게 빠른 변화를 수용할 수 없었고 결국 환경을 파괴하는, 오직 ‘인간들만을 위한 발전’을 추구하게 되었던 것. 어디 그뿐인가, 더 많이 갖는 것이 성공의 증거처럼 여겨지는 오늘날에는 사람들은 더 이상 쉴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많은 도구들이 존재함에도, 사람들은 더 많은 일을 해야만 한다.

 

     작은 집짓기 운동은 이렇게 ‘큰 규모’라는 신기루를 쫓아 무리를 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조금 덜 소유하고 조금 덜 힘을 주고 사는 방식을 제안한다. 그것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고.

 

 

 

 

 

     물론 단지 작은 집을 짓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전기 없이는 평범한 삶을 사는 것조차 어려워진 세상 속에 있고, 친환경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태양전지패널을 만드는 데도 환경파괴가 동반되기도 한다니까. 그리고 작은 집을 짓고 산다는 것 자체가 그리 ‘저렴’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지 특정한 한 가지 ‘행동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세계관’이 교정될 때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한 시간이 안 되는 짧은 영화인데, 내용의 흐름 상 조금 더 자르고, 밀도 있게 만들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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