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어린 딸을 암으로 잃고 직장과 아내 모두를 잃은 전직 경찰 빌(리암 니슨). 항공기 납치를 막기 우한 항공보안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좀처럼 술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어느 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탑승한 뉴욕발 비행기 안에서 보안통신네트워크로 의문의 협박 메시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20분 안으로 지정된 계좌로 1억 5천만 달러를 입금하지 않으면 승객 중 한 명을 죽이겠다는 것.

 

     20분이 지났을 때 협박범들의 말처럼 정말로 한 사람이 죽었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방식이었다. 혼란에 빠진 빌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누가 이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찾아내려고 하지만 희생자들은 계속 늘어가기만 한다. 빌의 강압적인 수사방식은 오해를 낳고, 그가 테러범이라는 의혹이 퍼져가기 시작한다. 15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폭탄까지 발견된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테러범을 찾기 위한 빌의 노력은 계속된다.

 

 

 

2. 감상평  

 

     잘 짜인 각본에, 적절한 인물들,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비행기 안이라는 제한적 공간이 잘 어우러져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관객의 머리마저 쥐가 날 정도로 치밀하게 만들어 놓은 스토리 장치들이 좋다. 20분마다 한 명씩 살해된다는 기본 얼개는 영화가 진행되면서도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열쇠였고, 그 많은 승객과 승무원 중에 누구를 의심하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 그 동안 수집해 온 정보의 신빙성조차 의심되는 상황 등등 영화에 빠져들게 만들 소재들이 다양하다. 극의 중반에 이를 때 즈음에는 정말로 빌의 자작극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까.

 

    물론 영화의 결말 부분의 지나친 영웅 만들기는 갑자기 좀 억지스러운 느낌을 준다. 또, 물론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한 사람을 테러범으로 몰았다가 갑자기 영웅으로 떠받드는 언론의 가벼움은 영화 속에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부분이고.

 

 

 

 

     영화 속에는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 전체를 휩쓸고 있는 일종의 공포감을 반영되어 있다. 부시 정권은 소위 ‘애국법’을 제정하고 ‘국토안보부’(요새도 치약폭탄이니 신발폭탄이니 하는 것들을 주장하면서 예산을 계속 타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부서다)가 창설되면서 미국 사회는 대단히 경직되기 시작했고, 실체가 없는 적들이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른다는 집단적인 정서불안에 빠져들어 버렸다. (물론 이런 가운데서 이득을 보는 건 따로 있었지만 말이다.) 항공기마다 사복 차림의 요원들을 탑승시킨다는 아이디어도 이런데서 나온 거고.

 

     하지만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 그렇게 안달하면 할수록 빠져나갈 구멍은 더욱 넓어지는 법이다. 허둥대다 보면 챙기지 못하는 것이 나오게 되고, 적의 위협을 과장하다보면 어느 샌가 자기가 만들어낸 허상에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 거니까.

 

 

     주말 저녁, 물론 그리 넓은 극장은 아니었지만 꽉 채울만한 영화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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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사설정보지(일명 찌라시)에 실린 스캔들 기사로 인해, 자신이 맡고 있는 배우를 잃게 된 우곤(김강우). 자신을 믿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왔던 배우의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미친 사람처럼 찌라시를 만든 사람을 추적한 끝에 마침내 전직 기자이자 이젠 유력한 정보지를 만드는 박사장(정진영)을 만나게 된다. 박사장으로부터 찌라시에 실린 정보의 출처인 ‘정보회의’의 존재를 알게 된 우곤. 그리고 그곳에서 알게 된 거대한 비밀. 찌라시를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접근을 시도해 본 영화.

 

 

 

 

2. 감상평   

 

    왜 대규모 공공시설을 재벌들에게 팔아넘기거나, 유력한 정치인들이나 대기업 경영진들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부기관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며 시민들을 괴롭히거나 하는 소식이 들릴 때 즈음이면 연예인 스캔들이나 결혼 기사들이 튀어 나올까? 눈에 뻔히 보이는 이런 수작의 뒤에는 소위 ‘찌라시’라고 불리는 사설정보지가 있다.

 

     정치, 경제, 연예계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한 소문을 담아서 전달해준다는 찌라시는 일반적인 신문이나 뉴스와는 달리 사전, 사후 심의라는 과정에서 자유롭다. 때문에 온갖 종류의 소문들이 여과 없이 실려 있는 게 보통. 하지만 실제로 그 내용의 90% 이상은 거짓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거짓이라도 다섯 개, 열 개의 출처에서 그 정보를 접하게 되면 어느 덧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사람의 속성인지라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런 찌라시의 속성을 중심소재로 잡아 진행된다. 결국 언론을 간접적으로 조작하기 위해 정재계의 고위인사들이 찌라시를 조작한다는(그리고 그 행동대장 격으로는 전직 국정원 요원이 참여하고), 충분히 있을 법한 (그리고 예상할 만한) 이야기다. 영화는 주인공 팀이 사건의 본질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제법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몇몇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력이야 딱히 지적할 만한 부분이 없었지만(다들 실력은 인정받는 배우들이니까), 영화 속 인물의 성격은 조금 더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특히 주인공 우곤의 막무가내식 접근은 영화 초반 위기를 고조시키는 기능은 하지만 답답함을 주고, 영화의 정교함을 좀 떨어뜨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 영화 속 개그코드를 담당하고 있는 괴짜 도청업자 백문의 경우는 고창석이 아니라 다른 배우가 맡았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의 연기력이 문제는 아니고, 캐릭터 자체가 좀 안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달까.

 

 

     손가락 꺾기만 아니면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작품. 볼만 했던 한국식 추격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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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경제개발을 수행할 수 없는 경제,

모든 것으로부터 버림받은

수백만 빈민들의 굶주림을 수수방관하는 경제,

나는 교육자로서 이러한 경제를 존중해야 할 이유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 파울로 프레이리, 『망고나무 그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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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기억하라 - 하워드 진 연설문집 1963~2009 불온한 책 3
하워드 진 지음, 앤서니 아노브 엮음, 윤태준 옮김 / 오월의봄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1. 요약     

 

 

     미국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 하워드 진의 대표적인 연설문 스무 개를 모아 엮은 책. 1963년부터 2009년까지의 약 40년 동안 그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것은, 반전(反戰)과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시민운동, 시민불복종 등)를 통한 실제적 민주주의의 구현, 그리고 미국의 패권주의, 예외주의의 철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2. 감상평     

 

 

     미국은 왜 미국(美國)이라고 불릴까? 그 나라의 어디가 그렇게 아름다워서, 원어인 America에는 전혀 내포되어 있지 않은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그 나라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그 나라에 대한 ‘미담’들만을 주입받아왔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연설들을 통해 하워드 진은 그런 세뇌를 미국 국민들 역시 받아오고 있었음을 밝혀낸다.

 

     책에 자주 언급되는 ‘셰이스 반란’은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부유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헌법을 제정하고 각종 제도들을 발전시켜 왔음을 보여주고, ‘사코와 반제티 사건’은 그런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을 향한 사법적 살인의 예다.(마치 우리나라의 조봉암 사형처럼) 여기에 미국이 침략하거나 약탈했던 수많은 예들 - 멕시코, 필리핀, 쿠바,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은 그들의 도덕적 우월 주장이 허구임을 드러내주고, ‘정당한 전쟁’이라고 불리는 독립전쟁, 남북전쟁, 2차세계대전에서도 대량살상이라는 참혹한 사실을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한다.

 

     하워드는 문제 해결의 시작은 평범한 시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것부터라고 주장한다. 옳지 않은 명령은 거부하고,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이 국가운영마저 멋대로 하지 못하도록 반대해야 한다. 그들이 미화해 놓은 역사의 실제 모습을 공부하고, 그로부터 교훈 - 지배층은 자발적으로 일반 대중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 -을 배워야 한다는 것.

 

 

     전반적인 논지에 대해선 깊은 공감을 하며 읽었다. 그의 여러 사상들, 그리고 미국 사회에 대한 강한 비판은 상당부분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 문제는, 미국은 선량한 건국의 아버지들에 이해 성립되었고 그 이후 착착 발전과 부흥의 길을 걸어왔다는 편향된 역사 조작과도 일맥상통하고, 미국 내 존재하는 인종과 경제적 능력에 따른 차별 역시 그렇다.

 

     다만 대안적 측면에서는 조금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민불복종과 적극적인 시민운동 등으로 권력자들의 의지를 돌리거나 꺾을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과 관련해서는 거의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을 표하는 부분에선 일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보인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강조함으로써 그 전쟁의 비윤리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대안은 어떤 게 있는가? 히틀러의 만행을 내버려둬야 했다는 건가? 저자는 최소한의, 그리고 최단기간의 무력개입을 통한 해결을 한 가지 방법으로 제시하지만, 국지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모호하고 그 실제 가능성도 의심되고 있는 개념이다. 노예제 폐지를 위해 전쟁을 벌여야 했을까라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짐승과 같은 처우를 받으며 하루하루 버텨가던 노예들이 과연 ‘시간이 좀 더 들더라도 (한 몇 십 년?) 전쟁이 아닌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일까 하는 부분을 생각해 본다면 썩 타당해 보이진 않다.

 

     여기에 한국전쟁과 관련되어 정확하지 않은 정보 - 미국이 한국을 침략해 일어난 전쟁이며, 당시 남한은 독재정권이었다는(407쪽) -는 저자의 분명한 실수다. 당시 이승만 정권은 (나중에는 분명 변질되었지만) 독재정권까지는 아니었고, 전쟁은 미국의 침략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북한의 남침에서 비롯된, 방어적 전쟁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쟁의 참상을 부정하거나, 오늘날 미국이 전 세계에서 일으키고 있는 전쟁 이면에 감춰진 탐욕스러운 동기를 드러내고, 실제적으로 반전운동에 뛰어들었던 저자의 노력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상황이 급할 땐, 대안이 완전히 마련되지 않았더라도 우선 잘못된 방향을 막아내는 것이 중요한 법이니까.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시기에 했던 연설들이지만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중요하게 여겨왔던 가치들을 말해왔던 점이라서 유사한 정보나 논지들이 자주 발견되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정독할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진짜 민주주의, 사회적 정의, 조금은 나은 미래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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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안과 염려는

 

진정시켜 달라고 간청해야 하는 고통일 뿐 아니라

 

용서 빌어야 할 약함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깊이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고 하나님께서 명하셨기 때문이지요.

 

- C. S. 루이스, 『루이스가 메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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