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포르노 배우로 일하고 있는 제인은 애완견 스타렛과 함께 친구인 멜리사 커플의 집에 세를 들어 살고 있다. 어느 날 방을 꾸미기 위한 물건을 사러 나갔다가 우연히 한 노부인 세이디의 정원에서 하고 있는 야드 세일(Yard Sale)에서 보온병을 사게 되는데, 돌아와서 보니 그 병 안에 옛날 지폐가 가득했던 것.

 

     돈을 다시 보온병에 넣어 세이디의 집으로 찾아간 제인. 하지만 세이디는 환불은 안 된다면 문전박대를 한다. 하는 수 없이 그녀의 집을 맴돌며 기회를 찾던 제인은,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가게 된다. 자신의 직업 때문에 사람을 사귀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던 제인은 조금씩 세이디와의 만남을 즐기기 시작하고, 처음엔 왠 이상한 여자인가 싶었던 세이디도 제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나이를 초월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귐을 그린 영화.

 

 

 

 

2. 감상평    

 

     솔직히 영화가 빠르고 즐겁지는 않다. 보통의 기준으로 보면 왜 저러고 사나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게임만 하다가 지치면 대마초나 피우는 멜리사 커플이나, 괜찮은 외모를 가지고도 포르노 배우로 일하며 딱히 계획하는 것 없이 그냥 날들을 보내는 제인도 그리 부러워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굳이 자신을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은 세이디를 계속 찾아가며 친해지려고 애쓰는 제인의 모습은 단순히 죄책감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외로움’이라는 게 더 큰 동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늘 함께 하는 강아지 스타렛은, 오히려 바로 그 때문에 제인의 외로움을 더욱 강하게 보여주는 존재였다. 사람이 아닌 동물을 늘 옆에 끼고 있다는 건 그만큼 누군가 함께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니까. (사랑 없는 성관계를 하는 그녀의 직업도 그런 외로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인지도..)

 

 

 

 

     어쨌든 그렇게 영화 속 제인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살고 있는 세이디와 묘하게 닮아 있었고,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건 당연했다. 물론 이 과정이 썩 매끄럽게 그려지는 건 아니었고, 또 그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불안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건 늘 그렇게 완벽한 것만은 아니니까. 그렇게 시작되고, 또 할 수 있는 한 그런 사귐을 유지해 나가는 것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지도..

 

     감독의 연출에선 아직 능숙함은 부족해 보인다. 영화 속 제인처럼 불안해 보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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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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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줄거리   

 

     일본의 한 시골 마을에서 한 노인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우연찮게 사건수사에 참여하게 된 한국의 유학생 상훈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이 일본 역사학계에 관한 충격적인 진실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광개토대왕비와 칠지도의 문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지배를 정당화시키려는 극우세력들의 음모와 관련된 살인사건들을 축으로, 일제강점기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 당했던 조선인들의 비극적인 삶과 그들의 후손들과 관련된 이야기, 북한의 정세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10여 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딱히 상황은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작품 속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바뀌고, 북쪽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지는 않은 채 국방위원장의 젊은 아들이 권력을 이어받았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여전히 일본의 어용사학자들과 극우 정치인은 엉터리 이론으로 교과서까지 조작하며 망언을 밥 먹듯 내뱉고 있고, 우리나라 정부는 그들이 우리의 영토마저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 한 번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답답함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소설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강한 역사의식 고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뭐 이 점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종종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야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작품을 소설이 아니라 딱딱한 강의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형식은 소설 속 인물의 생각이나 말을 통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 이르면, 아 여기선 지금 작가 자신이 하고 싶어 준비해 놓은 걸 넣었구나 싶은 데가 눈에 띈다.

 

     이번 책의 경우 지나치게 판이 크게 벌여진 건 아닌가 싶은 느낌도 준다. 일단 무대부터가 동경 유학생인 주인공이 시베리아 벌판까지 헤매더니, 약간은 뜬금없이 북한의 국방위원장이 등장해서 일본의 역사의식을 꾸짖는다. 판이 커지다 보니 사건의 전개에도 지나치게 우연적인 요소들이 자주 보이기도 하는 부작용도 낳는다. 그 넓은 시베리아 벌판에서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얻어내는 건 개연성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 차라리 좀 더 밀집도 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하지만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하려고 했던 메시지의 타당성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역사를 너무 모르고 있고, 문화재에 대한 관심 역시 낮은 수준이다. 당장 잘 먹고 잘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군인정권의 낮은 문화, 역사의식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어쩌면 당장의 따뜻함을 위해 1등 당첨 로또 복권을 불쏘시개로 사용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면에서 차곡차곡 자신들의 논리를 준비하며, 필요하다면 왜곡과 은폐, 억지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일본과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는 정말로 배우는 게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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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이디
뤽 베송 감독, 양자경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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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버마 독립의 아버지라고 불리던 아웅 산 장군의 딸인 아웅 산 수 치 여사의 민주화운동 과정을 그린 영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암살당한 후 영국으로 건너가 결혼까지 하고 두 아들을 낳아 기르고 있던 수 치. 어머니의 입원 소식을 듣고 고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오랜 군부독재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아웅 산 장군의 딸이 돌아왔다는 소식들 듣고 찾아 온 반정부 운동 인사들은 그녀에게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이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 고민 끝에 그녀는 이를 수락하고 민족민주동맹(NLD)을 조직해 전국적인 운동을 벌이기 시작한다. 새로운 민주화운동의 순교자를 만들기 원하지 않았던 군부는 그녀를 가택연금 시키며 말려 죽이기를 시도하지만, 그 동안 수 치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가택 연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녀의 남편인 마이클이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군부는 그의 버마 방문을 허락하지 않음으로써 수 치를 괴롭힌다. 2010년, 마침내 오랜 가택연금 상태에서 해방된 그녀는 지지자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민주화를 위한 길에 나선다.

 

 

 

 

2. 감상평    

 

 

     실제 수 치 여사와도 참 비슷한 느낌을 줄 정도로 양자경은 배역 연구에 신경을 쓴 게 보인다. 단지 외모만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굳은 의지를 가진 주인공 역을 잘 연기해 낸다. 또, 감독은 단지 사건 중심으로만 영화를 진행시키는 것이 아니라 종종 아름다운 영상과 잘 계산된 화면 구도를 담고자 노력하고 있고.

 

     영화를 보면서 독립운동가의 딸을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로 가지고 있는 버마와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영구집권을 꾀했던 인물의 딸을 대통령으로 갖고 있는 우리나라 중 어떤 나라가 장기적으로 더 행복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당장은 그들보다 우리가 경제적인 상황은 더 나을지 몰라도, 정의, 정직, 책임과 같은 중요한 덕목들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나라에 장기적으로 어떤 희망이 있을지..

 

 

 

 

     영화 속 수 치 여사의 아버지인 아웅 산 장군이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당신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정치는 당신에게 관심을 갖는다.” 정치적인 수단(투표권)은 가지고 있지만 정치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자비한 투표가 오늘의 한심한 정치행태를 낳은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단지 저기 멀리 여의도에서 투덕거리는 일을 넘어서 교육, 일자리, 주거문제와 같은 우리 삶과 관련된 모든 일들에 영향을 끼친다. 아웅 산 장군의 말은 이런 것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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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정복자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3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감수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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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자연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한 생물학을 전공한 저자는 인간 이해에 자신의 도구를 사용하기로 한다. 그 결과 그는 인간이 누구이고, 어디서부터 왔으며 어떻게 될 지와 같은 핵심적인 질문들에 관해 철학과 종교가 답하지 못하는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 호기 있게 장담한다.

 

     저자는 다윈식의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를 통해 인류가 발생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예술이나 도덕, 종교와 같은 문화적 도구들이 발생되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저자의 독특성은 자연선택에 있어서 그 중심이 개별 개체가 아니라 그 개체가 속한 하나의 집단이라는 것. 개체들의 활동은 그 집단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따라서 종종 혈연을 넘어선 이타적 행동들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인류의 미래에 관해 저자는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 - 인류가 노력한다면 22세기쯤이면 지구는 인류의 낙원이 될 것이라는 -을 내놓는다.

 

2. 감상평    

 

     엄밀하게 말하면 이 책은 인간이 어떻게 ‘지구의 정복자’가 될 수 있었는가를 밝히는 게 아니라, 그 역(逆)의 작업, 과거 있음직한 일들을 소재 삼아 인류의 우수성에 관한 신화를 창작하고 있다. 사용하는 용어들이 조금 학술적이고 전문적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에서 하고 있는 작업은 저자가 서두에서 비판하던 철학이나 종교에서 해왔던 일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긴 설명들이지만 결국 ‘인간 유일성 문제’에 대한 대답으로 저자가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은 ‘요행’(69), 즉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연선택의 대상이 혈연이든 집단이든 이 점에 있어서는 공통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출연이 요행이라면, 인류가 생산해내 온갖 종류의 문화적 도구들의 탄생도 요행이라는 말인데, 저자의 분류에 따르면 여기엔 윤리나 도덕도 포함된다. 인류가 준거의 틀로 생각해 온 이런 것들이 단지 인류의 발명품들이라면 우리가 그것을 따라가야 할 이유도 대단히 임의적인 것으로 전락해버리지 않을까?

 

     도덕이나 윤리마저 생물학적인 기원을 따라가려는 저자의 태도는 ‘현재 남아 있는 것이면 뭐든지 뭔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식의 논리와도 곧 맞닿게 될 것 같다. 전쟁도, 차별도, 살인과 강간, 인신매매까지도 진화라는 길 위에서 나름의 유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그 천박한 진화심리학 말이다.

 

 

     자연주의 세계관에 기초하고, 과학주의적 용어로 단련된 거대한 현대신화를 담아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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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법이 정한 수단으로 말할 수 없는 사람에게

법대로 하라는 얘기는 폭력이다.

정당한 주장인데 수단이 잘못되었다면,

그 수단을 잘못이라 규정하는 사회를 의심해야 한다.

왜 누군가가 인정한 방식으로만 말해야 하는가?

 

- 하승우, 『민주주의에 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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