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단에 활짝 폈던 벚꽃.

바람 한 번에 벚꽃잎들이 눈발처럼 날린다.

 

올 해는 이렇게 밖에 한 번 제대로 못 나가보고 봄과 작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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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학, 특히 헤겔 철학의 전문가인 월터 카우프만은

문체의 난해함을 인격의 얄팍함으로 해석합니다.

문체가 곧 사람이라는 뷔퐁의 주장을

인격이 문체로 드러난다고 해석하는 겁니다.

그에 따르면 모호한 문체는 부실한 인격을 반영합니다.

그런 작가는 논의에 어려움이 발생하면

정직한 태도로 돌파하기보다는 난해한 문체로 회피한다는 겁니다.

- 이원석, 서평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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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아내를 잃은 보험사 과장 강수(김남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게 잊혀지는 일인가) 맡게 된 교통사고 건. 25세의 시각장애인 미소(천우희)가 연고도 없는 강원도의 한 시골에서 차에 치여 혼수상태에 빠져버렸다.(영화에선 자꾸 식물인간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틀렸다. 소위 식물인간 상태는 일체의 기계적 보조 없이 스스로 숨을 쉬는 등 생체활동이 지속되는 상태다. 영화 속 미소는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고 있으니 식물인간이 아니다)

     어떻게든 합의를 받아 내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 고아에 의식도 없는 미소의 사건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자신이 자꾸 미소라고 주장하는 아가씨를 만난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거울에도 비취지 않는) ‘영혼이었던 것. 점차 그녀와의 만남에 익숙해진 강수는, 곧 이 천진난만하게 구는 순수한 영혼과 함께 봄을 맞은 거리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영화 후반, 강수와 미소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감정이 고조되기 시작, 여기서부터 영화는 급 분위기 전환을 시작하는데...

 


 

2. 감상평 。。。。。。。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진 후에야 영혼이라는, 모양으로 비로소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미소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했을 것이다. 모든 걸 귀로, 그리고 손으로만 익히던 상황이었으니까. 이 신기함은 천진함으로 다가오고, 아픈 과거를 내색하지 않고 씩씩하게 지내려는 구김살 없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더구나 그게 천우희라면.. 즉 일단 캐릭터로는 한 점 얻고 들어가는 인물. 여기에 역시 깊은 슬픔을 안고 있으면서, 무뚝뚝해 보이지만 또 미소가 조르는 건 마지 못하는 척 다 들어주는 츤데레의 전형을 보여주는 김남길의 연기도 나쁘지 않고.

 

     ​영화 포스터도 그렇고, 실제 영화의 중반까지는 이 흥미로운 조합이 그려가는 로맨스가 주가 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봄비와 벚꽃 같은 소재들은 두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을 그대로 화보처럼 만든다. 물론 두 사람이 끈적끈적한 관계를 만드는 건 아니고, 딱 이맘 때 볼만한 봄 냄새 물씬 나는 사랑이야기. 묘한 상황에서 만난 묘한 상태의 두 남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를 그냥 그렇게 끝내기 싫었나보다. 두 남녀가 함께 다니며 만들었던 예쁜 추억들은, 어느새 마지막 부탁과 마지막 결심을 하도록 이끈다. 영화는 이걸 꽤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으로 꾸미려고 애쓰는 듯하지만, 내가 보기엔 좀 억지스러운 감이 많았다.(영화 엔딩 크레딧에 법률자문을 해 준 변호사 이름도 올라가 있던데, 사실 중니공 강수가 한 일은 엄연한 불법이다) 주인공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그의 아내와의 기억을 사용하는데, 설득력이 얼마나 있는 건지.

 

     ​두 남녀가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함께 다니다가 결국 파국을 맞는다는 전개는, 앞서 봤던 감독의 전작들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구도다. (그러고 보니 이 감독의 영화를 제법 여러 편 보았다.) 전 남친에게 빚 받으러 찾아가서 하루를 함께 다니는 여자 이야기인 멋진 하루부터, 비 오는 날 아주 조용하게 헤어지는 커플이 나오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해외에서 만난 유부남, 유부녀의 불륜 이야기인 남과 여까지.

 

     ​하나같이 주인공을 둘러싼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그리는 데는 성공했는데, 이야기 자체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작품들이었다. 이번 영화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쯤 되면 감독을 보고 영화를 볼지 말지 선택해도 될 것 같은 일관성.

 

 

     ​천우희는 매력적이었다. 김남길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감독이 끌고 가는 이야기는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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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

     프랑스 남동부의 한 황폐한 땅에서 작가가 만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홀로 고독한 생활을 하면서도, 매일같이 흔들림 없이 작은 도토리들을 땅에 심는 노인. 몇 년 후, 버려졌던 땅에 작은 숲이 생겨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고, 그렇게 몇 년이 더 지나면서 새로운 환경을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새로운 마을이 생겨난다.

 

 

 

 

2. 감상평 。。。。。。。

      사적인 서점에서 보내준 작은 책. 어떤 책이 올까 궁금했는데, 차분히 읽으면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소설이 왔다. 내용이 아주 짧아서 금세 다 읽을 수 있었는데, 여운이 제법 남는다.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주인공 부피에의 고독이었다. 사실상 관계 중독에 빠져 있는 현대인들은 흔히 고독하면 뭔가가 부족한 상태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주인공 부피에는 고독에 대한 그런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그는 주변 사람들과 별로 교류를 하지 않고 (심지어 말도 별로 하지 않으며) 홀로 살아가지만, 그의 내면은 무엇인가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것이 조금씩 주변 사람들에게 흘러넘친다.

 

     가끔은 사람이 힘들 때가 있다. 물론 평소에도 그리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그냥 누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또 옆에서 뭔가를 바쁘게 하는 게 보이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답답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이 책 속 부피에처럼 그냥 어딘가에서 홀로 개 한 마리와 함께, 잠시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딱 한 달만 어디 가서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는 게 어느 새 입버릇이 되어 버렸다)

     말 대신 생각을 하고, 뭔가를 쏟아내기 보다는 채우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건 꽤나 중요한 일이다. 이건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도 없고, 철저하게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이고. 결국 그렇게 내면을 튼튼하게 쌓아둔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맺을 수 있는 것일 게다.

​     그에 반해 내면이 비어버리면, 쓸 데 없이 말이 많아지거나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 있고자 하는 관계집착이 나타나기도 한다그리고 이런 관계는 당연히 피차 서로를 소진시키기만 할 뿐, 문득 홀로 있을 수 없는 사람은 공동체를 주의해야 한다는 본회퍼의 말이 떠오른다.

 

     책의 본문이 워낙에 짧다 보니, 책 후반에 붙은 편집자의 해설, 그리고 성격이 비슷한 옮긴이의 해설이 아주 길게 붙었다. 전에도 이런 식의 구성을 가진 책을 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사~~~~~~~족이라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어지간히 말을 길게 쓰려다보니 작품보다는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되어버린 듯해서 말이다.

     책의 이 뒷부분에 그냥 눈을 감고 본다면, 잠잠히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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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사악한 사람들의 증오에 찬 언행뿐만 아니라

선량한 사람들의 겁에 질린 침묵에 대해서도 회개해야 합니다.

인류의 진보는 필연의 수레바퀴가 굴러 가다보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의 진보는 기꺼이 신의 협력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시간은 사회를 정체시키는 힘의 동맹자가 되고 말 것입니다.

- 마틴 루터 킹, 왜 우리는 기다릴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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