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평범한 은행 경비원인 석현(류승룡)은 신비한 능력을 우연히 얻게 된다. 이른바 염력이라고 불리는 초능력. 주변 사물을 원하는 대로 밀어내거나 당기고, 나중에는 자신의 몸까지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자신에게 생긴 능력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오래 전 연락을 끊었던 딸 루미(심은경)로부터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의 전화가 온다.

 

     한 때 꽤 잘 되는 시장 골목 치킨집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철거를 앞두고 있는 불안한 상황에 있었던 루미와 그녀의 엄마. 용역 깡패들을 앞세운 대기업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리고만 있던 찰라, 석현이 딸을 구하기 위해 나타난다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만큼 머리가 빨리 돌아가지는 않는 영웅(?). 그는 과연 딸을 구할 수 있을까.

 

  

 

 

2. 감상평 。。。。 。。。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는 많다. 지금도 매년 헐리우드에서 나오는 영웅군단의 이야기들이 그렇고, 어린 시절 봐왔던 일본 특촬물의 등장인물들도 날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일종의 초능력자들이다. 그런데 딱히 유명한 한국형 초능력자 영웅은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찾아보면 한국형 특촬물의 영웅들이 있긴 할 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초능력자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꽤나 기대할 만했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는 것. 보통 초능력 히어로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갈 때 기대하는 종류의 통쾌함이나 짜릿함을 느낄 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영화의 구성이 헐겁다. 분명 주인공이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이 적지 않고, 그것을 가지고 보통 사람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드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장면이 딱히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건, 어디서 힘을 주고 어디서 힘을 빼야 하는지 감독이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평범한 사람이 초능력을 갖게 되었을 때 일어나는 일을 그리려고 했던 것은 좋았지만, 주인공은 평범한 수준의 사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상황마다 예측되는 행동을 전혀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능력한 모습을 보일 때가 적지 않다.(주로 사고력 부분에서) 초능력을 가진 무능력자라니.. 이런 모순적 존재.

 

     더구나 그의 능력은 시원스럽게 적들을 날려 보내지도 못한다. 물론 이건 어느 정도 현실의 틀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려니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처음부터 상대의 생명 따위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로봇이나 외계의 악당들을 상대하는 거라면 모를까, 끽해야 용역 알바하러 나온 일일 깡패들을 상대하거나 (정의롭지 못하지만) 명령에 따르고 있는 경찰들이 대상이니, 이들을 막 날려 보냈다간 이젠 무식하게 힘만 쎄면서 사람까지 해치는 초능력자가 되어버릴 테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면, 치밀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관객의 이해를 이끌어 내야만 했다. 하지만 영화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들, 그리고 더 깊은 데까지 훅 들어가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전개로 시간을 보내다, 흔하디 흔한 부모와 자녀의 관계회복이라는 주제로 끝내고 만다. 이렇게 아까울 데가..

 

 

 

      사실 감독은 초능력자보다는 그가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던 것 같다. 바로 거대한 힘(그게 용역 깡패들이든, 진압 경찰이든)에 맞서 생존권을 두고 투쟁하는 철거민들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그들이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인지를 묘사하는 데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낸다

 

     재개발을 통해 빛나는 건물들이 올라간다고 해서 도시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주인인 사람들이 쫓겨나고 죽어가면서까지 올린 건물은 발전의 상징이 아니라 탐욕과 폭력의 상징일 뿐이다. 그런데 누구도 그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약자를 지켜줄 것 같았던 경찰은 도리어 용역깡패들과 한 패가 되어 그들을 공격하기에 앞장서고, 주류 언론 또한 모순점을 드러내기 보다는 약자들을 공격하면서 사료를 주는 주인의 충실한 개를 자처한다

 

     이런 상황을 타대할 수 있는 합법적 방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초능력자라는 초법적 존재가 구원자로 등장하는 것은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현실을 역전시키는 힘이다. 하지만 감독은 그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잘 몰랐고, 힘은 여기저기 낭비되다가 힘이 없었던 어떤 이들과 똑같은 결말에 이를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 감독이 차려 준 푸드트럭이 무슨 위안이 될까.(영화 속 루미에게도, 관객에게도)

 

 

 

 

     영화를 보면서, 강풀의 웹툰 속 초능력자들이 떠오른다. 사실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쪽이라면 이쪽이 몇 배는 더 훌륭하다.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묘사나, 평범한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아픔에 관한 통찰도 그렇고. 개인적으론 연상호 감독이 전작인 부산행의 예기치 못한 성공이 너무 고양되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곽재식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줄거리 。。。。。。。

 

     입사 면접을 보러 온 한규동은 웬 허름한 사무실에서 사장인 이인선을 만난다. 예전에는 학원으로 썼다는 사무실엔 책상들도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채였고, 한쪽 구석에는 먹다 남은 탕수육 그릇이 대충 놓여 있었다. 심지어 면접관이라고 앉아 있는 사장은 근처 산부인과가 폐업하면서 내놓은 전동의자에 반쯤 누워 조는 듯하고..

 

     ​그런데 사장이 묻는 면접 질문이란 게 황당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나 큰돈을 번 이야기, 그것도 아니면 바람이 난 이야기 중 하나를 말해보라는 것. 그냥 나갈까 싶다가도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면접은 보자는 생각이 이겼고, 마침내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한규동. 이야기를 다 마쳤을 때, 그 이야기는 더 이상 그가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경험한 이야기가 되기 시작했다.

 

 

2. 감상평 。。。。。。。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책을 고르다가 뽑았다. 사실 처음엔 제목을 잘 못 읽어낸 듯. ‘가장 무서운 이야기였는 줄 알았으나, 실은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이었다. 내용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제목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알겠다. 책은 하나의 사건을 다루는, 일종의 추리소설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그거라면 나도 꽤나 좋아하는 장르다), 주인공이 추적해 나가는 사건이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던 무서운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뭣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지만, 이야기는 처음부터 제법 흡입력 있게 진행되어 간다. 황당한 면접 자리에서 시작한 무서운 이야기’. 상황도 재미있지만, 한규동의 이야기 속 사건도 긴장감을 불어넣기는 마찬가지. 처음부터 수상했던 이인선 사장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나 역시 소설 속 한규동 못지않았다.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갈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추리소설의 미덕이라면, 이 책은 그 미덕을 적절히 보유하고 있다.

 

 

     ​이야기의 중반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곳곳에서 현실 세계의 빈틈을 쿡쿡 찌르는 풍자가 등장한다. 사실 이인선이라는 인물이 하고 있는 일은 언론갑질, 혹은 언론사기와 비슷하고(그녀는 나름의 적당한 선을 그어놓고 그걸 넘어가지는 않는다), 개발 이익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낡은 공장 주변에서 벌이는 행적은 부동산투기공화국이라고 불리기에 전혀 아깝지 않은 이 나라의 현실을 축소판이다.

 

     ​다만 이런 지점들이 좀 더 발전되지 못하고 변죽만 살짝살짝 울리고 있는 듯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 공장 주변의 사람들은 수동적으로만 묘사되고 있고, 어떻게 보면 그냥 게임 속 NPC와 같기도 하다.(지켜보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 대머리 남자와 긴 머리 여자의 정체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이야기의 마무리가 왠지 후속편을 염두하고 있는 듯하다. 이인선이라는 인물의 캐릭터가 워낙에 흥미로워서, 후속편이 나온다면, 꼭 한 번은 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년 첫 달에 본 책과 영화

일을 미루고 책과 영화에 빠지다....ㅋ


2월엔 밀린 일들이 쫓아오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이없게도 국수 - 인생의 중심이 흔들릴 때 나를 지켜준 이
강종희 지음 / 비아북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요약 。。。。。。。

 

     북한에서 내려온 할머니와 전라도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면 요리에 특별한 애착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런 삶을 면식수행이라고 부르면서 유쾌한 커밍아웃(?)’을 한다

 

     간단하게는 라면부터, 아는 사람만 안다는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 청어를 올린 니신소바와 부산 어느 골목에서 먹을 수 있는 구포국수 등등 작가가 경험한 다양한 국수들이 소개되고 있다.(심지어 피자까지. 피자가!)

 

  

2. 감상평 。。。。。。。

 

     이 책은 단순히 국수 맛집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안내서들과는 좀 다르다. 그런 거라면 요리책들 사이에 끼워져 있어야겠지만, 이 책은 그보다는 국수를 매개로 작가 자신의 추억을 이끌어내는 에세이에 가깝다. 책 속에서 소개되고 있는 각각의 국수들에는 그것을 먹으러 가는 과정에 관한, 혹은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저자의 체험이 국수 가락처럼 함께 풀려나온다. 재미있는 구성.

 

     ​이런 구성을 한층 돋보이게 하려면 한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단순히 특정한 국수와 그것에 관한 체험을 기계적으로 연결시키기 보다는, 그렇게 소개되는 국수의 특성과 작가의 경험의 성격이 서로 맞아야 하는 것. 예컨대 슴슴한 평양냉면과 관련해선 북에서 온 할머니와의 추억이, 라면과 같은 소소한 국수와 관련해서는 마찬가지로 소소한 추억이 함께 소개되어야 하는 식. 이 책은 그 부분에도 나름 신경을 썼다.

 

     책의 부제는 인생의 중심이 흔들릴 때 나를 지켜준 이. 제목은 그게 바로 국수였다는 뉘앙스인데, 사실 이건 틀렸다. 책 속에도 수없이 나와 있듯, 대개의 경우 그녀가 국수를 먹으러 갔을 때에는 누군가와 함께였고, 바로 그 함께 했던 경험이야 말로,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차원에서 그녀의 삶을 지탱해 준 것은 국수 그 자체라기보단, 함께 국수를 먹으러 갔던 그녀의 가족들, 친구들이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글쓰기가 맛깔나다. 잡지를 만들고,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이력 덕분인지, 적당한 자리에서 꾸미고, 강조함으로써 상상하게 만든다.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에세이. 글쓰기 연습을 한다면 이런 식으로 쓰는 걸 목표로 삼아도 좋겠다 싶을 정도. (개인적으로 한두 명에게 추천도 했다)

 

     ​책의 앞뒤 속지와 각 항목이 시작될 때마다 그려 놓은 국수 이미지가 귀엽다. 요새 이런 식의 펜 그림에 빠져 있는지라, 눈이 꼭 한 동안 머물다가 넘어가게 된다. 이래저래 마음에 드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101가지 철학 개념
켈리 제임스 클락 외 지음,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100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원제인 101 Key Terms in Philosophy and Their Importance for Theology”를 직역하면, “101가지 철학 핵심용어, 그리고 그것들의 신학에서의 중요성정도가 되겠다. 무슨 말인지는 분명히 알겠지만, 좀 딱딱한 느낌. 그에 비해 우리말 번역서의 제목은 내용도 쉽게 이해가 되면서 좀 더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잘 된 번역.

 

     제목에도 나와 있듯, 이 책은 신학과 관련이 있는 철학용어를 소개하고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체적인 구조는 백과사전 형태로 되어 있어서, 원하는 용어를 가나다순에 따라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용어소개에 머물지 않고, (그 정도라면 그냥 기존의 철학사전이나 개론서를 봐도 될 것이다) 각 용어들(그리고 인물들)이 신학 연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관계성을 중심으로 한 소개를 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색이다.

 

     예를 들면 미학에 관한 항목에서는, 영원한 실재를 바랐던 플라톤이 예술을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이런 관점은 플라톤의 영향력을 짙게 받았던 초대교회에 미적인 것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었다고 아울러 설명한다. , 스토아철학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그 정의와 함의는 물론 스토아철학이 윤리학과 신론의 측면에서 기독교 신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덧붙이는 식이다.

 

 

2. 감상평 。。。。。。。

 

     역사적으로 (기독교) 신학과 철학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최초의 신학자들은 사실상 그리스 철학에 익숙한 철학자들이었고, 그들의 신학작업은 그들의 철학작업과 크게 구분되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기독교를 완전한 철학으로 설명하고자 하기도 했으니까.

 

     물론 이건 꼭 일방향으로만 영향을 준 건 아니라서, 어느 시점에는 역 방향으로, 그러니까 신학적 관심에 의한 철학발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 이 둘이 엄밀히 구분되지 않는 지점도 속출하고.(아퀴나스의 작업은 신학적인가 철학적인가)

 

     어찌되었든, 이런 이유 때문에 신학적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철학적 소양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사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 해야 하겠고) 이 책은 철학과 신학이 서로 연계되는 지점을 사전 형식으로 잘 정리해 두었기에, 이 부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도구가 될 것 같다

 

 

     가나다순의 항목 배열은 원하는 항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분이다. 또 책의 콘셉트를 강화하는 장치이기도 하고. 다만 철학은 일종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 학문인데, 역사적 순서를 따라 배열했다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철학 사조들, 철학자들의 흐름을 좀 더 쉽게 붙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튼 이 배열대로라면 데카르트보다 플라톤이 훨씬 뒤에, 헤겔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훨씬 앞에 나오게 되니까. 물론 이렇게 되면 그냥 평범한 철학사 책이 되어 버리려나?

 

     간만에 예전 대학 시절 수강했던 철학 강의를 들은 기분. 기분 좋은 회상이란 느낌. 여기에 몇몇 괜찮은 정보를 얻게 된 소득도 있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