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조카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1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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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S. 루이스의 역작인 나니아 연대기에는 일곱 개의 이야기가 있다. 그 중 작품 내 시간 상 첫 번째 이야기가 마법사의 조카이다.(작품 집필 순서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 가장 먼저 쓰였다.) 몇 년 전 합본으로 된 책을 선물 받아 읽은 적이 있고, 그 이후에도 나니아 연대기를 분석하는 다양한 책들을 봐 오던 중, 이번에 중학생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어갈 기회가 생겨서 다시 오랜만에 정독을 시작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나니아의 창조와 관련된 내용이다. 아픈 엄마와 함께 런던의 친척 집에 머물게 된 디고리는 이웃집 소녀인 폴리와 함께 동네 탐험에 나서다 실수로 출입이 막혀있던 외삼촌의 방에 들어간다. 마법으로 다른 세계로 빠져들어 가게 된 두 사람은, 우연히 파괴된 왕국인 찬의 여왕이라고 주장하는 마녀를 잠에서 깨우게 되고, 그녀와 함께 런던에 돌아오면서 한 바탕 소동을 벌인다.

 

     간신히 마녀를 다른 세계로 데리고 들어온 디고리와 폴리.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사자가 새로운 세계인 나니아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장이었다. 본능적으로 마녀는 사자를 피해 숨었고, 한 바탕 사건을 겪은 외삼촌은 전보다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었다. , 그리고 디고리는 사자 아슬란에게서 받은 마법의 사과로 아픈 어머니를 치료할 수 있었다.

 

 

      다양한 저작들을 통해 루이스는 인간의 속성과 성격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 바 있다. 비록 어린이들을 위해 쓴 책이지만, 이 작품에서도 루이스의 그런 면이 잘 드러난다.

 

     우선 루이스는 마녀와 외삼촌의 주요한 성격적 특징을 묘사하면서, 그들이 오직 이익이 되는 면에만 집중하고 나머지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들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그것은 물론 마녀다운 행동이었다. 찬에서 마녀는 자기가 이용하고 싶은 사람이 디고리였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만 빼고는) 폴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 앤드루 외삼촌이 있으니까 디고리한테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마도 마녀들은 거의가 이럴 것 같다. 마녀들은 이용할 수 없는 사물이나 사람한테는 관심을 갖지 않는 법이다. 그들은 너무나도 계산속이 빤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꽤나 흥미로운 통찰인데, 그저 마술은 악한 것이라는 단순한 접근이나,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묻어나오는 비열함을 가지고 성격을 묘사하는 쉬운 방식을 넘어, 악한 이들의 근본적인 심성 부분을 잘 파악해 냈다. 철저한 자기 이익에 기초한 선택적 무관심이야 말로, 우리 사회를 점점 망가뜨리고 있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또 한 가지는 그렇게 자기 목적만을 위해 남을 이용하기를 즐기던 앤드루 외삼촌이 아슬란을 만났을 때 보여주었던 반응이다. 그는 저런 위험한 사자를 사냥하기 위한 사람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반응을 시작하더니, 디고리와 폴리를 비롯한 나니아의 여러 생명체들이 아슬란에게 나아갈 때도 혼자 숨었다. 결국 아슬란을 대면한 후에도 모두가 알아듣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하고 그저 으르렁 대는 사자소리만 듣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루이스는 아슬란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말을 해도 저 친구에게는 으르렁거리는 소리나 울부짖는 소리로만 들리겠지. 그렇다, 아담의 아들들아, 너희는 너희에게 은혜가 될 모든 것들에 대해 얼마나 교묘하게 너희 스스로 막아 버렸느냐!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들만 찾아다니던 이들은, 결국 정말로 자신에게 필요한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묵직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슬란이 나니아를 창조하는 부분이었다. 놀랍게도 이 때 아슬란은 노래로 세상을 창조한다. 성서 속 이야기의 좋은 패러디이면서, 그 안에 담긴 분위기까지 실감나게 담아내는 부분이다.(사실 루이스는 이 점에서 두각을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하다

 

      흔창조하면 단순히 교리적으로, 혹은 그 순서를 설명하는 데 그치거나 온갖 기술적 문제들을 애써서 갖다 분이는 경우가 전부다. 하지만 루이스는 이 주제를 매우 창의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표현해 낸다. 노래로 세상을 창조하는 사자라니, 이보다 기발한 내용이 있을까.

 

 

     물론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기도 했지만,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만큼 볼만한 책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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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 있는 것은 아무리 애써도

언젠가, 어디선가 사라져 없어지는 법이다.

그것이 사람이건 물건이건.

- 무라카미 하루키, 장수 고양이의 비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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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교회탐구포럼 시리즈 8
송인규 외 지음 / IVP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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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명의 저자들이 교회와 페미니즘이라는 두 개 주제를 중심으로 쓴 글을 모은 책이다. 먼저 IVF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송인규는 영미 복음주의 안의 여성에 관한 네 가지 입장(가부장제와 상보론, 평등론, 페미니즘)을 차분히 정리했다. 각각 순서대로 보수적인 입장부터 진보적 입장으로 스펙트럼이 펼쳐져 있는데, 대체로 상보론과 평등론 중 어딘가에 자신의 입장을 두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들 입장들을 구분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을 얻었고, 여기에 상보론과 평등론을 포괄하면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입장들(3의 길)을 최선을 다해 정리해 준 부분도 높이 평가한다. 저자는 이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읽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지 않을까 싶다.

 

 

     내겐 번역가로서의 인상이 강한 양혜원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교회 내 여성(특히 사모라고 불리는 이)의 위치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 선뜻 페미니즘적(페미니즘 정치적) 입장에 동의할 수 없으면서도(이는 다분히 복음주의적, 혹은 보수적 신조에 동의하는 그의 신앙관 때문인 듯하다), 온몸으로 겪고 있는 교회 내 여성에 대한 적절치 못한 시선 역시 그대로 넘기기 어려웠던 고민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저자는 여기서 제자라는 개념을 다시 도입한다. 교회 내 권위나 지위에 관한 논쟁에서 벗어나, 그리스도 앞에서 동등한 제자로서의 정체성 회복에서 문제 해결의 (개인적인) 실마리를 찾아낸다

 

 

     ​앞서의 글이 깊은 개인적 고뇌가 묻어나오는 진득한 글이었다면, 이에 반해 이화여대의 백소영 교수의 글에는 단호함이 보인다. 그는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성경을 다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데, 일견 굉장히 분명해 보이지만 사실 이런 식의 접근이 내포하고 있는 수많은 난제들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성급한 뜀뛰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해서는 앞서의 두 글을 보는 게 도움이 될 듯)

 

     ​물론 씨줄과 날줄(책에서는 경줄과 위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의 비유를 통해, 성경의 본질적인 부분을 잡고 상황적 부분을 적당히 해석해 가며 읽어야 한다는 건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이다. 문제는 여기서 어떤 것이 씨줄인지를 판가름 하는 것이 철저하게 현대적 기준이라는 점인데, 이는 자칫 C. S. 루이스가 경고한 연대기적 속물주의(뭐든지 새로 나온 게 옳다는 사고방식)”빠져들어 갈 수도 있어 보인다.

 

 

     ​정재영과 김애희는 한국인의 남녀관계에 대한 인식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그 내용을 분석하고(정재영), 그 자료를 바탕으로 교회 내 성평등을 촉구하는 내용(김애희)을 담고 있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는 학술적으로는 필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듯싶다.

 

 

     ​마지막에 배치된 정지영의 글은 조금 독특하다. 이 책은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기 보다는 1970년대 이래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페미니즘 관점, 혹은 페미니즘을 설명하는 수많은 책들을 연대기적으로 차곡차곡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여기에 소개된 모든 책을 다 직접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방대한 서지학적 작업을 해 낸 노력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저자는 복음주의 내 페미니즘 논의가 어제 오늘에야 시작된 것이 아니며, 미국 등지에 비하면 좀 늦긴 했으나 이미 50여 년 가까운 학술적 연구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글을 추천한다. 송인규의 글에서 우리는 논리적으로 자신의 입장(혹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여기에 영향을 준 개념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 양혜원의 글을 통해서는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일들을 설명하는 좋은 선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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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는

과학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사람일수록

 과학 이론에 사실의 위엄과 엄밀성을

더 쉽게 부여한다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C. S. 루이스, 폐기된 이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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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진로인문학 - 나를 찾고 꿈을 찾는 인문학 강의
김경집 외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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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대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인문학 강좌를 책으로 엮었다. 여덟 명의 강연자가 나섰는데, 각각 자신의 전문분야를 바탕으로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강연을 녹취한 듯한 느낌으로, 강연자들의 말투까지 대체로 살려낸지라, 강연자마다 그 내용만이 아니라 말투와 진행 방식도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냉혹한 현실을 부드럽게 비춰주면서 독서를 통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것을 권유하는 김경집의 이야기는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통해 꿈을 가질 것을 제안하는 이남석의 접근방식은 생각한 만큼 잘 진행되지는 않은 듯했지만(살짝 웃음) 나쁘지 않은 강의였다.

 

     반면 힘든 일이 있어도 웃으며 지내라는 김종휘의 말은 살짝 막연했고, 시종일관 깐족대는 느낌으로 학생들의 대답을 비웃는 강신주의 글은 불편했다. 즐겁게 놀다보면 좋은 것이 떠오를 수 있다는 이명석의 말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게 학생들에게 잘 와닿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또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탐색하는 게 중요하다는 박승오의 말이나, 꿈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작은 행동이라도 시작하라는 김영광의 조언은 실천적인 면에서 귀담아 들을 만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큰 깨달음까지 준다고 보기엔 어렵다. 그리고 마지막 강연은 지나치게 막연한 느낌이랄까...

 

 

     책 제목만 보고 조금은 딱딱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수월하게 읽히는 내용이었다. 다만 강연자들 사이에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강신주의 깐족거림과 나머지 강연자들의 격려 사이에) 조금은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건 공저자들이 각각 내용을 쓴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약점이다. 물론 개중에 마음에 드는 내용을 찾아낼 수도 있다는 점은 장점일 수도 있지만.

 

     ​그 경험의 양 때문에, 혹은 처해 있는 상황 때문에 청소년 시기에는 확실히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내 경우에도 그랬다) 인문학은 그렇게 좁아진 시야를 넓혀주고, 구부정하게 굳어진 자세를 한 번 크게 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그런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이런 강좌를 준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직접 그 자리에 참여하지 못했더라도 이렇게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 어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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