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은 착실하게 읽지 않아도 괜찮다.

도중에 이 책은 별로 재미없네.’라는 생각이 들면

그 지점에서 멈추어도 좋다.

책을 읽다 보면 내 생각과 다르네.’라거나

가치관이 안 맞아.’라면서 반감이 들 때가 있다.

저자와 성장 배경이 너무 달라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런 때에는 읽기를 깨끗하게 그만둬도 상관없다.

 

- 가마타 히로키, 책 읽기가 만만해지는 이과식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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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여성해방을 가져왔던 교회가,

이제 여성 리더십이 제법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

도리어 여성을 계속 굴종시키려 안간힘을 씀으로써

유교 도덕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 버린 것은 정말 쓰라린 역설이다.

 

- ​김세윤, 그리스도가 구속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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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3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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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아프리카에서의 유구르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마리우스는, 이제 로마 북쪽의 게르만족과의 싸움을 위해 나선다. 이 기간 동안 연속해서 집정관이 되어 마침내 큰 승리를 거두지만, 여섯 번째 집정관이 되던 해 로마에서 벌어진 사투르니누스의 소동으로 평민들에 대한 그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50대 후반이 된 마리우스는 정신적으로도 크게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서서히 술라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시작하고 있었다.

 

 

     한 시대가 저물고 또 다른 시대가 준비되고 있었다. 여전히 로마는 파트리키라고 불리는 전통의 귀족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한 줌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귀족들과 정치 싸움을 계속한다. 게르만족 앞에서는 탁월한 지휘관이었지만, 정치 싸움에서는 영 맥을 못 추던 마리우스는 원로원 회의에서의 한 번의 말실수로 민중파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잃어 버렸다. 역시 사람은 잘 하는 데서 일을 해야 하는 건가..

 

     작가는 마리우스의 갑작스러운 영향력 감소를, 그의 태생에 대한 전통 귀족들의 시기심과 미숙한 정치력 탓으로 묘사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지적인데, 그게 단지 원로원 회의에서의 부적절한 대답 한 번 때문이라는 식으로 그려가는 건 좀 과장이지 않을까 싶다. 예나 오늘이나 정치인들의 실언은 (그리고 망언은) 흔하디 흔한 일이고, ‘돌발영상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의 발언의 파장은 그리 빠르지도 않았을 게 분명하다. 여기에 경박한 사투르니누스의 판단과 행동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확실히 계속 로마인 이야기와 비교를 하게 되는데, 사건들을 이야기로 풀어가는 방식의 단점이 좀 많이 드러났던 3권이었다. 인물들의 행동에 담긴 좀 더 큰 의미를 설명하기에는 아무래도 이야기 보다는 분석이 가미된 서술 쪽이 좀 더 유리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사투르니누스의 실각과 관련해 시오노 나나미가 그토록 중요하게 지목했던 원로원 최종 권고의 허약한 법적 근거 부분은 별다른 지적 없이 넘어가 버린다.(물론 다음 내용에서 누군가 이를 지적할 지는 모르겠지만.)

 

 

     로마의 일인자 시리즈 세 권 중 가장 두꺼웠지만, 내용적으로는 가장 눈에 띄는 게 부족했던 책. 다음 책에서는 또 새로운 인물들과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기대해 봐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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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신보 아키유키 감독, 스다 마사키 외 목소리 / 알스컴퍼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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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그 때 이렇게 했더라면하는 후회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조금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좀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우리를 괴롭히곤 한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 그 후회를 하게 만든 결정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하게 될까.

 

     ​이 작품에서 주인공 노리미치는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마을의 불꽃 축제를 앞둔 어느 날, 엄마의 재혼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나즈나는 심란한 마음에 충동적으로 노리미치에게 그날 저녁 축제에 같이 가자고 제안하려 한다. 그러나 수영시합에서 노리미치가 아닌 유스케가 이기면서 유스케에게 신청을 하게 되고, 유스케가 그런 나즈나를 바람맞히면서 일은 어긋난다. 가출을 감행하려던 나즈나는 그렇게 엄마에게 끌려가고, 그 순간 노리미치는 나즈나가 떨어뜨린 신비한 구슬을 던지면서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번엔 수영에서 이기고 나즈나에게 축제에 가자는 말을 듣게 된 노리미치.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주저주저 하는 사이 몇 번이나 나즈나는 집으로 끌려가고, 노리미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나즈나와 함께 있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고백하는 노리미치.

 

 

 

 

     어떻게 보면 첫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순한 학원물로 보인다.(실제로 영화 포스터 중 하나의 문구도 그런 식이다. ‘첫사랑은 타이밍이다같은)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위에서도 말했던 후회라는 키워드가 좀 더 눈에 들어온다

 

     주인공 노리미치는 나즈나와의 관계를 진행시키면서 수많은 후회의 순간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때마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얻었지만 좀처럼 후회의 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또 다른 후회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야 상영시간이라는 제한 속에서 이런 후회의 사슬이 어느 시점에서 멈춰야했지만, 실제의 삶으로 돌아간다면 노리미치는 또다시 수없는 후회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는 것으로 그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어쩌면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은 과거 어느 한 순간에 내린 결정에 온전히 메여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실은 수많은 선택과 행동이 조금씩 쌓여서 오늘 우리의 현실을 구축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단지 어느 한 가지 선택을 바꾼다고 해서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다

 

     ​과거의 후회되는 선택을 바꾸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굳이 타임 패러독스와 같은 것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재를 바꾸기 위한 그 목적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정말 그걸 바란다면, 몇 번의 선택이 아니라 그런 선택을 내리는 우리 자신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바꿔낸 현실은 결국 뭔가 조금씩 비틀린 모습일 듯도 싶고. 어쩌면 영화 속 노리미치가 마주한 세상 속 불꽃의 독특한 모습들(평평하게 터지거나, 꽃잎 모양이 되거나)은 그런 생각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결말이 좀 아쉽다. 이야기가 충분히 마무리되지 못한 느낌인데, 감독의 고민이 충분치 못했다고 할 수도 있고, 이 정도의 동화 같은 마무리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쪽이라고 하더라도 보는 사람을 충분히 만족시키지는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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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을 펼칠 작정이었으면

처음부터 그렇게 하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인간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스파르타인을 포함해서 인간이란

아직 현실이 되지 않은 단계에서 정론을 들으면

반드시 거기서 불평을 터뜨릴 요소를 찾아낸다.

그러나 현실앞에 두고 정론을 들으면

진심으로는 납득하지 못해도 그 정도에서 마무리하려는 마음이 들고

대응 또한 부드럽게 바뀌는 경우가 많다.

 

- 시오노 나나미, 그리스인 이야기 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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