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하나님의 나라 안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무정한 성품 때문에 

얼마나 많은 탕자들이 천국 밖에 머물러 있습니까?


- 헨리 드러몬드사랑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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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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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사태 발생 초기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나라는 물론 발생지였던 중국이었다그런데 두 번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좀 의아하게도 유럽의 이탈리아였다.(현재는 단연 미국이 최대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그런데 이런 반응은 이탈리아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나 보다그들 역시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어했고혼란과 거짓으로 비틀거렸다.


     이 책은 그런 이탈리아의 젊은 작가가 쓴 일종의 에세이다그는 자신의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뒤죽박죽인 사태를 날카롭게 통찰하면서현재를 한 페이지한 페이지 기록해 내려간다.

 


     한 편의 긴 글이 아니라 짤막한 단상들을 여럿 모아놓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특별한 구성을 갖지 않고이 즈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작가다운 번뜩임이 있을 때마다 글로 옮겼던 걸까하지만 그 짧은 글들 속에서도 눈이 머무는 지점이 여럿 발견된다.


     작가는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연대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그리고 이 연대감의 바탕에는 신뢰가 있다온갖 거짓 뉴스들과 이에 기반한 의심과 미움결렬한 분노와 혐오는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코로나 위기는 앞으로도 한참을 더 지속될 것이다그 사이에 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거고우리는 여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우선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나아가 이런 상황을 초래한 사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여기에는 어디에도 가짜 뉴스나혐오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이 상황에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기억해야 할 점을 잘 짚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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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자비
쉘던 베너컨 지음, 김동완 옮김 / 복있는사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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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는 C. S. 루이스의 편지가 실려 있다고 해서그리고 어느 책에선가 루이스와 관련되어 있다는 언급을 본 적이 있어서 구입한 책이다나의 루이스 컬렉션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수 있으니까작가는 C. S. 루이스와 교류를 하면서 큰 영향을 받았고무엇보다 기독교인이 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책은 20대에 아내를 만나 열렬한 사랑을 했던 한 남자가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와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쓴 것이다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은 겨우 10여 년에 불과했다책의 초반은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끌리고사랑으로 강력한 빛의 성채를 쌓았는지를 서술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그렇게 견고해 보이는 성채에 생긴 균열은 데이비에게서 시작되었다어느 날 강렬한 죄의식을 깨닫게 된 그녀는두 사람이 완강히 거부하던 기독교로 한 발 내딛게 된다물론 이후에도 오랫동안의 여전히 필요했고결국 데이비가 먼저그리고 그런 데이비를 따라 작가인 쉘던도 기독교인이 된다.


     하지만 이후에도 작가는 이 전에 두 사람이 함께 세웠던 빛의 성채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데이비가 지나치게 기독교에 빠지는 것을 염려하기도 하고, ‘물론 기독교는 좋지만 너무 빠지지는 말자’ 같은 얄팍한 이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도 못한다.


     그리고 결국 그 날이 다가오기 시작했고극심한 슬픔과 괴로움정신적 방황 끝에 작가는 아내의 죽음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조금씩 더듬어 발견한다여기엔 C. S. 루이스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는데루이스는 쉘던이 데이비를 빼앗아간 하나님에 대한 질투에 빠져 있었으며데이비의 죽음이 한편으로는 그로 하여금 하나님과 두 사람 사이의 바른 관계를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조언한다.(이런 조언은 충분한 라포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할 수 없다이 책의 제목인 잔인한 자비는 여기에서 나온 것.

 


     우선 작가가 영문학 교수였기 때문인지책 전체에 걸쳐서 세밀한 묘사나 장식적인 표현들그리고 직접 쓴 시가 자주 보인다사실 영문학이나 영시에 대한 조예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읽을 때 조금 덜컹거리는 부분이긴 했다.(애초에 번역을 해버리면 운율이라든지 그런 게 사라져 버리기도 하다하지만 같은 영문학자였던 루이스와는 좋은 교류의 고리가 되었던 듯.


     책을 읽고 난 후 조심해야 할 것은루이스가 쉘던에게 해 주었던 조언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제안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이다루이스의 편지는 일반 대중에게 쓴 것이 아니라쉘던이라는 한 개인에게 보낸 것이니 말이다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깊은 신뢰와 쉘던이 처해 있던 특수한 상황을 배제하면 이 조언은 조언으로서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심정이 참 아프게 다가온다이 점에서 C. S. 루이스가 쓴 헤아려 본 슬픔이라는 책이 떠오르기도 한다공교롭게도 루이스는 쉘던이 아내를 잃은 후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몇 년 후 쉘던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그래서 헤아려 본 슬픔을 보면 루이스가 쉘던에게 해 주었던 조언은 정확히 그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는 데도 적용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훨씬 더 극렬한 감정적 동요와 함께.



     배우자와의 사별이라는 경험을 신앙적으로 해석한 에세이이 모든 것이 실제 작가가 경험한 일이기에, 가볍게 읽을 수는 없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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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 디지팩 한정판 (2disc)
이시하라 타츠야 외 감독, 스기타 토모카즈 외 목소리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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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보기 시작했고이 영화는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영화는 단독으로 제작된 게 아니라 여러 편의 전작이 있었고또 그에 앞서 긴 만화 시리즈도 있었다영화 속에는 이런 시리즈의 설정이 별다른 설명 없이 등장해서나처럼 처음 보는 경우에는 살짝 혼란스러울 법도 하다.


     간단히 이해한 바에 따르면영화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스즈미야 하루히는 발랄을 넘어서는 성격의 소유자로이곳저곳 내키는 대로 달려들면서 소동을 일으키는 인물인데그 덕분에 주변에 있는 동료들이 수습을 하느라 고생고생 하게 만드는 캐릭터이번 편의 주인공인 쿈은 그런 하루히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또 같이 다니는 친구문제는 나머지 동료들의 캐릭터인데하나는 무슨 비밀 조직에서 파견나온 듯하고또 다른 한 명은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형 로봇이라는 설정인 듯... (이거 뭐니...)






     어느 날 학교에 도착한 쿈은 자신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된다같은 반이었던 하루히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고함께 결성한 ‘SOS이라는 동아리도 사라져버렸다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기억이 모두 달라져버린 상황좌충우돌하며 원인을 찾아가던 그는 마침내 문제의 핵심에 도달하고거기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늘 조용하게 동아리방 한구석에 앉아서 책만 보고 있던 인공지능 로봇 유키(물론 겉모습은 평범한 여고생의 모습이다)는 하루히가 일으킨 소동에 휘말리면서 조금씩 스트레스(혹은 버그)가 쌓이기 시작했고마침내 자신의 힘으로 시간을 재구성해버렸다재구성된 세상에서 유키는 로봇이 아닌 정말로 평범한 여고생이 되었고조심스럽지만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 간다.


     만약 쿈이 시간을 원래대로 돌린다면 그 모든 것은 사라져 버린다어쩌면 그것이 늘 말이 없이 앉아만 있던 유키가 원하는 세상이었을지도 모르는 데도게다가 원래 세상은 늘 하루히에게 끌려 다니며 뒤치다꺼리만 하던 쿈은 늘 불만 투성이었던 것 같으니 꼭 돌아가야 하는가 싶은 고민도 할 만하다그렇다고 이쪽이 아주 정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그 소동 속에서도 새로운 관계들과 잊고 싶지 않은 추억들이 생겨났으니.






     그렇게 평범한 타임슬립물인 줄 알았던 영화는나름 진지한 고민을 던져준다새롭게 형성된 시간 역시 또 누군가에게는 안정감과 행복을 주는 시간일 텐데그걸 바꿈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누가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하는 문제도 생각해야 하니까실제로 영화 말미에 이런 고민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이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에겐 시간을 되돌려야 할지 같은 거대한 고민이 필요 없다하지만 우리가 매일매일 결정하고 행동하는 그 작은 일들이 모여서 언젠가 거대한 사건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우리 사회에서는 늘 영화 속 유키처럼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고조용히 앉아 있는 이들의 의견과 기분은 무시되곤 한다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쿈처럼무슨 큰 일을 겪지 않더라도우리 곁의 그런 작은 이들의 목소리에 좀 더 일찍 귀를 기울여줄 수 있지는 않았을까 싶은.


     주인공의 결정이 나름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나영화가 끝날 때 즈음 마음은 썩 시원하지는 않았다아마 영화 속 유키 쪽에 좀 더 마음이 쓰였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개인적으론 그쪽 캐릭터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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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사이에서 공감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대다수가 몰랐던 불안한 현실입니다

저도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MIT의 셰리 터클 교수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새라 콘래스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널리 알렸습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젊은이들의 공감 능력은 

40퍼센트 감소했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 10년 사이에 말입니다

터클 교수는 젊은이들이 온라인 세상을 항해하느라 

현실 속의 대면 관계를 희생시킨 것이 공감 능력을 급감시켰다고 해석합니다

기술이 사람들 간에 거리를 만든다는 거지요

그 결과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개인적 정체성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생각까지 바뀌고 있습니다.


매리언 울프다시책으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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