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오브제의 성격이 강한 도자기나 그림과는 다르다

건축은 사람이 들어가고 나오는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재료가 교체되고 복원되고 사용되면서 보존되는 것이 옳다

남대문은 재료가 오래된 나무이기 때문에 문화재가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 문화재인 것이고

그 생각을 기념하기 위해서 결과물인 남대문을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

따라서 오리지널 남대문이 불타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래된 나무가 불에 탔다고 통곡하면서 울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직 북한의 특수 요원 미영(엄정화)이 아무도 모르게 신분을 세탁하고우리나라의 한 시장에서 꽈배기를 만들어 팔며 평범한 삶을 살다가우연한 기회에 떠나게 된 하와이 여행 비행기에서 그녀를 잡으러 온 북한 요원들과 맞서 싸운다는조금은 황당한 설정의 영화하지만 영화가 애초에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면 이런 어설픈 설정 따위는 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적당히 대역이 연기했겠지만영화를 보면서 주연이었던 엄정화가 몇 살이었더라 하는 물음이 떠오를 정도로큰 움직임이 자주 보였다고생했을 듯힘을 쏙 빼고 허당기 있는 연기를 하려고 했던 박성웅은 보는 데 편했지만소소한 재미를 더하려고 출연시킨 박정남 캐릭터는 늘 그렇듯 눈에 거슬릴 정도의 오버액션을 보인다출연하는 영화마다 슬랩스틱 쪽을 담당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데이게 맥을 계속 뚝뚝 끊을 정도니... 그 외에도 몇몇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극의 재미를 추가하려고 했던 것 같으나개인적으로는 산만한 느낌이었다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를 봤었는데, 2013년에 개봉했던 롤러코스터라는 영화.

 





     코미디 영화에서조차 북한은 뭔가 음모를 꾸미는 이들말단까지도 철저하게 훈련되고 교육되어서 비행기 납치 같은 대담한 범죄도 별 고민 없이 일으키는 사람들로 묘사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문득 일본인 작가 다나카 요시키가 쓴 은하영웅전설의 한 대목이 떠오르는데정부가 반정부조직을 탄압하기 위해 실제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위기의식을 조성했더니 오히려 사람들이 그 조직에 더 두려움을 갖고 움직이더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북한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지이런 영화들이 하나둘 편견을 강화시킬지도 모르겠다뭐 영화 자체는 그런 진지한 주제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지만... 어쨌듯 악당은 폭탄과 함께 사라지고착한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에서 늘 악당으로 출연하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라면..?

 





     그리 집중이 되지는 않았지만아는 사람들이 나와서 익숙한 수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평범한 오락영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점은 이거야

그리스도인의 삶은 네가 하고 있는 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네게 이루어지는 일들을 가리킨다는 거야.


- 유진 피터슨사랑하는 친구에게』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들은 대부분 아픔이 있어도 

크게 티 내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지만 

심리 조종자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극적으로 과장하고 

우는소리를 하면서 타인에게 은근슬쩍 책임을 떠넘긴다.


크리스텔 프티콜랭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림픽 메달이 유력한 수영 다이빙 선수인 이영(신민아)과 동료이자 친구인 수진(이유영). 실력이 떨어져 자의 반 타의 반 은퇴로 몰린 수진을 붙잡아 함께 듀엣에 나서겠다고 하는 이영과 못 이기는 척 함께 하기로 하는 수진의 모습은 영락없는 절친의 모습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나고 이영만 홀로 살아남았다큰 충격을 이기고 다시 선수로 복귀를 준비하는 이영이었지만조금씩 충격으로 잊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혼란이 시작된다.


     영화의 장르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영화관 자리에 앉았다이건 공포영화였던가심령 스릴러아니면기억을 매개로 한 미스터리물영화의 초반을 지나면서부터 감독은 뭔가 분위기를 잔뜩 잡기 시작한다충격적인 사고는 정말 우연한 사고였을까사고의 순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영은 뭔가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영화가 진행되면서 이영의 기억인지 착각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풀려나오지만지나치게 분위기를 잡아버린지라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떻게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두 여성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다두 사람은 분명 친구였지만스포츠의 특성상 1등이라는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경쟁자이기도 하다한 쪽이 절대적인 우위에 서서 다른 한 쪽을 도와주는 그림은 별다른 갈들이 드러나지 않겠지만뒤쳐졌던 쪽이 맹렬히 따라오기 시작하면 이젠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되어 버린다.


     두 사람을 긴장관계로 몰아넣는 건또 그들 주변에 서 있는 다른 (후배선수들(당연히 이 쪽도 모두 여성이다)이다그들은 이영을 칭찬하고 수진을 깎아내리지만그건 이영이 실력을 잃어버리거나 한다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불안한 동경이다여성들로만 구성된 그룹에서 더욱 두드러지는.(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이 불안은 이영으로 하여금 환영과 환청을 듣게 만들거나어쩌면 기억의 왜곡이나 현실에 대한 비틀린 인식을 갖게 만든다불안증은 생각보다 우리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감독은 이렇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다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불안과 긴장감은 어디론가로 해소되어야 할 텐데이 영화엔 그게 잘 보이지 않는다. (조금은 과장된 수준으로이영이 느끼는 불안감은 어디로 새어나가지 못한 채 화면 안에서 맴돌기만 한다그렇게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라는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다결국 남는 건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본 신민아?(그래도 몇 가지 소소한 디테일에는 신경을 썼던 것 같다사고 이후 영화가 마칠 때까지 남아 있던 신민아 이마의 상처라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