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사전 -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 단어
정은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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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뭔가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한테도 있을까 싶은 사람이지만, 그런 내가 유튜브 채널이라는 걸 운영하고 있다. 창조적 콘텐츠의 치열한 경쟁의 현장에서 (당연히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지만) 확실히 좋은 기획의 중요성을 깨달아 알아가는 중이다. 이 책은 여기에 도움이 될까 손에 들었고.


스물아홉 개의 단어(키워드)를 중심으로 기획이란 무엇인지, 기획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전체적으로는 어느 정도 서로 연계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각각의 키워드가 거의 독립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각 장은 10페이지 이내로 되어 있어 천천히 항목별로 끊어 읽기에도 괜찮은 책. 제목처럼 “사전”의 느낌이랄까.


내 경우처럼 처음부터 쭉 읽어나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각자가 필요한 상황에 맞는 항목부터 먼저 골라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은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기획에서 중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전반적으로 살피고, 2부에서는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일상에서의 습관에 집중을 한다. 3부는 조금은 더 큰 이야기로, 기획자가 가져야 할 태도, 자세 같은 내용.





초반부에 인상적인 조언들이 많아 마음에 담아 두게 된다. 업계의 격언 같은 것들도 꽤 쏟아지는데, “나쁜 기획자는 트렌드를 베끼지만 좋은 기획자는 그 안에서 욕망을 찾으려 한다”거나, “보통의 기획자가 남의 사례를 조사하는 이유는 그 사례를 자기 기획서에 담기 위해서지만, 뛰어난 기획자가 같은 일을 하는 이유는 그 사례가 자기 기획서에 담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태용도 인상적이다.


고객이 자신의 욕망을 말하지 않는 것은,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진짜 욕망이라는 것을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말도 굉장히 와 닿는다. 뭐가 필요한지 말해주면 그걸 줄 수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는 이유다. 그리고 관건은 그렇게 자신이 말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제공했을 때 엄청나게 호감이 생긴다는 것. (메모)


물론 실제 어떻게 일을 해 나가야 하는지는 워낙 다양한 사례들과 다른 상황들이 있기에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그래서 책이 어떤 원리 차원에 머문다고 할 수도 있지만, 누가 다 떠 먹여줄 수는 없는 거니까. 책을 읽고 통찰을 얻었다면, 직접 부딪히면서 익혀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글이 난해하지도 않아서 술술 읽힌다. 이런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이렇게 쉽게 빼먹어도 되나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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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현대 과학의 기초를 다진 이들은

대개가 힘에 대한 사랑보다는

진리에 대한 사랑이 컸던 사람들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과학운동은

“건강하지 못한 이웃 가운데서, 또 불운한 시간에” 태어났고,

“너무 빨리 성공을 거두었고 또 너무 큰 대가를 치렀”으며,

그리하여 이제 “근본적인 재고,

일종의 회개가 요구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이종태, 『경이라는 세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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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는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응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옛날에 “내 나이가 되면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줘.”라고

자랑하던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억지로 참고 들어주는 것을

할머니는 받아들이는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 소노 아야코, 『노인이 되지 않는 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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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의 글쓰기에 관하여 - 우리는 평생 글쓰기를 한다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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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권의 루이스 발췌집이 나왔다. 몇 년 전부터 두란노에서 내기 시작한 시리즈로, 이번이 다섯 번째 책이다. 신앙과 기도, 책읽기를 내더니 직전엔 아주 두껍게 그냥 “문장들”로 가는 걸 보고 이제 끝인가 했는데, 얼마 전 이 책이 새로 나왔다. 이번에는 제목처럼 “글쓰기”다.


사실 앞서의 책들을 읽으면서 반가운 마음과 함께 아쉬운 느낌도 함께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그 안에 담긴 글들이 대부분 새롭지 않았다는 것. 이미 루이스의 글을 잔뜩 읽어 놓은 나 같은 독자에게는 단순한 반복(물론 주제별로 정리되어서 일종의 색인처럼 기능할 수도 있긴 하지만)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책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특히나 초반의 몇 개의 글은 분명 다른 느낌이다. 역시 그 이유는 기존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온 단행본들이 아닌 아직 번역되지 않은 루이스의 편지 모음(서간집)에서 가져온 글들이 많았기 때문. 덕분에 조금은 신선한 느낌으로 루이스의 글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여기에 기존의 홍성사 번역본에서 일관되게 경어체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이 시리즈 특유의 평어체도, 상대에 따라 경어체가 사용되기도 하고, 오히려 평어가 맞는 경우도 있고 하니 좀 더 거부감이 덜 든다.





발췌집이다 보니, 전체적인 내용에 관해 할 말은 딱히 없다. 다만 부분부분 인상적인 구절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특히 책 초반 글쓰기를 하려는 사람에게 주는 루이스의 조언이 꽤나 와 닿는데, 평범해 보이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조언이라는 느낌.


당장 첫 번째 글인 ‘글 쓰는 한 아이에게 건네는 조언’에서는, 문장을 쓸 때는 항상 말뜻을 명확하게 표현하라거나, 길고 모호한 단어보다 간결하고 직설적인 단어를 고르는 것이 좋고, 구체적인 명사로 표현할 수 있을 때는 절대 추상 명사를 사용하지 말하는 것, 그리고 독자가 느꼈으면 하는 감정을 그냥 형용사로 서술하지 말고, 묘사를 통해 독자가 그 감정을 느끼게 만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말 그대로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조언.


크게 나누면, 초반에는 “글쓰기” 자체에 관한 내용을, 중반에는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에 관한 조언을, 그리고 후반의 몇 장은 몇몇 작가들에 대한 루이스의 문장평이 담겨 있다. 루이스가 작정하고 문장론 같은 글을 쓰지 않은 것이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맛을 볼 수 있는 건 다행이다. 간만에 기쁘게 읽었던 루이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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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쫄깃해지는 스릴러.


어린 딸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수영강사 영은(곽선영)에게는 왠지 모를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녀의 집 곳곳에 달려 있는 자물쇠(특히 찬장에도!)는 뭔가 그녀의 집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그리고 곧 그 이유가 밝혀진다. 바로 그녀의 딸 소현(기소유) 때문이었던 것.


소현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이른바 사이코패스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고, 해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딸로 인해 이미 여러 피해자들이 나온 상황. 여전히 영은은 딸이 바뀔 수 있다고 믿으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도 수많은 상처들이 생기고 있었으니..


영화 초반 어린 소현 역의 아역 배우의 연기에 꽤나 충격을 받는다. 태연한 얼굴로 친구의 숨을 못 쉬게 코를 막는다든가, 수영장에 밀어 넣거나, 식칼을 들고 엄마를 위협하는 모습도 모습이지만, 이 모든 행동을 말 그대로 무표정으로 연기하니 더 소름이 끼친다. 능숙한 연기력이 필요한 연기는 아닌데, 어쩌면 그래서 더 섬뜩했을 지도 모르겠다.





20년 후?


사실 이 초반 설정만 가지고 계속 이어나갔더라도 영화는 충분히 흥미로웠을 것 같다. 아이의 섬뜩한 모습과 이에 당황하고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엄마라는 자리를 떠나지 못해 괴로워하는 영은(연기력도 좋다), 이 상황이 주는 아이러니는 영화를 끌고 가기 충분한 힘이 느껴지니까. 그런데 영화는 이 고민을 조금 일찍 끝내고(영은은 아이가 친구를 물에 밀어 넣고 웃고 있던 날, 한밤 중 수영장으로 아이를 불러내 함께 물에 뛰어든다), 20년 후라는 자막과 함께 성인 배우들로 화면을 갈아 끼운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처음에는 누구인지 잘 못 알아봤었던 배우 유리(소녀시대 그 유리 맞다). 작은 규모의 특수청소업체에서 일하는,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조금은 거칠고 주변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캐릭터다. (당연히 영화를 보는 쪽은 의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곧 또 한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해영이라는 이름의, 싹싹해 보이는 젊은 여성 캐릭터다.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자연히 영화를 보면서 이 중 한 명이 20년 전의 그 아이였을 것이라고 예상하게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유리가 연기하는 김민이라는 캐릭터가 과거를 정확히 기억하지도 못한다고 하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도 어려워하는 걸 보면 이쪽인가 싶지만..... 아이는 웃으면서 태연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로 더 교묘하게 진화되어 있었다. 나름 반전이었던 것.


다만 영화는 이쪽으로 넘어오면서 심리적으로 쫄깃함 보다는, 조금은 평범한 범죄영화가 되어버린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좀 든다. 앞서 말한 아역 배우의 임팩트가 좀 강했던 것도 있고, 물론 성인배우들의 연기력이 나쁜 건 아니지만, 둘 중 누가 범인인가라는 간단한 퀴즈 말고는 특별할 게 없는 스토리도 한 요인.





이런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초반 아이를 보면서 답답함이 몰려왔다. 이런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극중 영은의 남편, 그러니까 아이의 아버지는 일찍 포기하고 이혼을 한 상태고, 영은과 아이의 주변 사람들 역시 진작 아이의 상태를 인지하고는 멀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엄마 혼자 모든 것을 품고 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한밤 중 칼을 들고 설치는 아이를 어떻게 집에서 돌볼 수 있을까)


결국 대안은 “시설”로 보내는 건데, 사이코패스라는 성향은 치료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기한 없는 치료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지원 같은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결국 그런 성향이 범죄로 발현된다는 조금은 정형화된 이야기로 이어진다.(물론 실제 모든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다)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어떤 깊은 고민이나 심리적 갈등 보다는 그저 범죄자와 이를 피하고 막으려는 이들 사이의 몸싸움에만 집중한다. 배우들은 열심히 움직이지만 오히려 지루한 느낌이 드는 이유. 그래도 초중반의 스릴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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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0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것처럼 연쇄 살인마 중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업가나 기업인 중에도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사이코 패스 성향의 성공한 사업가들은 타인의 감정과 고통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기에 직원들의 대규모 감원이나 M&A등 성공을 위해서 거리낌 없이 행동 할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사실 정형화된 사이코패스 범죄자물 보다는 차리리 사이코패스 성공한 기업가를 다루는 드라마가 나오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노란가방 2025-08-08 13:19   좋아요 0 | URL
오... 그럴 법도 하네요 ㅎ

잉크냄새 2025-08-0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의 몰입감에 비해 후반부는 좀 단순 스릴러 비슷하게 흘러가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힘이 떨어져 보이더군요.
정상적이지만 악한 사람은 금지와 회피를 피하는 방법을 익히는데 비해 사이코패스는 금지 자체가 없기 때문에 금지를 회피할 이유가 없죠. 금지를 촉발하는 타인의 고통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거죠.

노란가방 2025-08-08 19:12   좋아요 0 | URL
확실히 뒷힘이 약해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