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1 - 종말의 시작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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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로마인 이야기 열한 번째 책의 부제는 ‘종말의 시작’이다. 족히 백년이 넘게 지중해 전역을 지배해왔던 로마 제국에도 드디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균열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그동안은 꾸준히 잘 치료할 수 있었다면, 이제부터 발생하는 균열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고, 불행히도 이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들이 나타나지 못했다.


이번 책의 주요인물은 오현제 시대의 마지막 황제이자 철인(哲人)황제라고도 불리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아우렐리우스의 무능한 아들인 콤모두스가 살해된 뒤 3년간의 내전을 끝내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시오노 나나미는 그를 ‘군인황제’라고 부른다)다.


언뜻 성격이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두 명의 황제(한 명은 철학자, 또 한 명은 군인)는 이 시기 로마에 영향을 주고 있던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 한 가지는 이민족들의 발흥이었고, 다른 하나는 로마 사람들의 공공의식의 약화라고 할 수 있는 개인주의적 성향의 강화였다. 첫 번째 문제는 제국의 방위선의 균열을 초래해 군사적 문제를 일으켰고, 두 번째 문제는 너도나도 황제를 자칭해 국가적 자원(인적, 물적)을 소진시키는 내전을 발생시켰다. 여기에 두 황제 모두 자질이 부족한 아들에게 제위를 넘겨주면서 문제를 조기에 수습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시간을 낭비시키고 말았다. 바야흐로 제국 몰락의 전조가 시작된 것이다.



2. 감상평 。。。。。。。


‘종말의 시작’이라는 거창해 보이는 부제를 달긴 했지만, 사실 딱히 이번 책은 그다지 큰 임팩트를 주는 내용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로마 제국의 몰락이 아우렐리우스의 아들인 콤모두스의 막장 행보 때문이라면 그에 대한 비난을 실컷 퍼붓는 것으로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고작 십 수 년을 황제 자리에 있었던 한 사람 때문에 수백 년을 버텨온, 그것도 유럽 전역을 통치할 정도로 시스템이 잘 되어 있었던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제국 몰락의 원인은 한두 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었고, 게다가 ‘종말의 시작’인 이 시점에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러니 책에 힘이 빠질 수밖에.


이 시기 로마는 이전과는 다른 적을 상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로마가 과거 도시국가 시절에도 그랬듯이, 그들이 마주 싸운 적은 늘 달랐다. 이탈리아 반도 북부의 에트루리아인, 중부의 삼니움족, 남부의 그리스계 사람들은 모두 달랐고, 카르타고와 한니발을 상대할 때가 또 달랐다. 수도 로마를 중심으로 한 귀족과 평민 사이의 갈등에 이어서 갈리아 지방이 주 전장이 되었고, 다시 제국의 정체(政體)를 두고 싸움이 벌어졌었다. 대충만 훑어봐도 이 정도다.


문제는 이 시기를 통치했던 황제들이 이런 근본적인 문제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고, 따라서 적절히 대응하지도 못했다는 데 있다. 사실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폐렴도 시작은 감기증상인 경우가 다반사다. 아우렐리우스는 치세의 대부분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문제를 수습하는 데 급급했고, 세베루스 역시 눈앞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더 멀리까지 볼 수 있는 눈을 가지진 못했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웅이나 초인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란 말이 아니다. 적어도 수백 년 동안 유럽 전역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한두 명의 영웅들 때문은 아니었다. 물론 중요한 일들을 창안하고 결정했던 인물들의 공헌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로마의 전성기에는 그런 인재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면 이 시기에는 그런 인물들이 쉬이 나타나지 않는다.


인재는 인재를 길러낼 만한 환경이 갖춰졌을 때 더 많이 배출되기 마련인데, 이 시기 로마는 과거 같은 확장주의적 정책을 펼 수 없었기에 현상유지에 급급할 뿐이었다. 이래서는 똑같이 일을 해도 방대한 이상보다는 개인의 명예와 영달을 위한 출세의 방편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끊임없는 팽창주의를 펴야 할 텐데, 그건 애초부터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이유 등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현상유지는 수동적이며 보수적인 자세와 태도를 낳고, 이런 태도는 강력한 변화에 적응하기보다는 저항을 하다가 몰락하고 만다. 결국 한 개인처럼 국가 역시 태어나면 죽게 되어 있는 법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야기를 이렇게 맺으면, 그래서 범인은 누구도 아니었다는 식의 허무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쩌겠는가, 기록된 것만 해도 족히 5천 년은 되어가는 인류 역사에서 어떤 강한 나라도 몇 천 년, 아니 몇 백 년을 지속한 예도 드문 것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는 말이 종종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고작해서 수십 년을 살기에도 급급한 인간이니 너무 멀리까지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지금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 안에서 만족하며 사는 것이 속은 편할지도 모르지만.


인간들이 모여 만들어 낸 가장 크고 웅대한 조직인 국가도 이럴진대, 그보다 훨씬 작고 덜 조직적인 여러 공동체들과 인간 개인은 어떠하겠는가. 그런데도 자신이 속한 당파가 영원히 갈 것처럼 제멋대로 지껄이고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자칭 ‘지도자들’을 보면 한숨부터 절로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로마 제국은 이렇게 서서히 물에 녹는 각설탕처럼 무너지기 시작한다. 미리 말해두자면, 이후의 내용들도 이 책처럼 흥미진진하기보다는 의무감에 써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재미가 없다. 저자가 사랑하는 로마인들의 몰락을 그리는 것이 유쾌할 리 없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렇게 재미가 없으니 유익을 얻기에도 쉽지 않다. 역사를 읽어 내려가면서 종종 튀어나오는 저자의 통찰력도 없고, 대개 앞에서 나온 내용들의 반복일 뿐이다. 뭐 그래도 일단 여기까지 읽었다면 끝까지 읽으려고 하겠지만, 암튼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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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기를 지켜주지 않거나

과오를 교정할 힘을 안 가진 자에게

충성을 다할 수는 없다.

- 시오노 나나미,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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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갓파더 - The Last Godfath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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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1. 줄거리 。。。。。。。                      

 

     뉴욕을 주름잡는 마피아의 보스가 지명한 후계자 영구. 여전히 뭔가 모자라지만 심성만은 착한 영구를 마피아의 일원으로 만들기 위해 벌이는 각종 사건 사고들이 관객을 웃음 짓게 만든다. 여기에 경쟁조직의 보스의 딸인 낸시와의 은근한 로맨스까지..

 

  

2. 감상평 。。。。。。。                      

 

     개인적으로 심형래 감독의 영화는 처음이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용가리나 디워 같은 괴수영화를 딱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심 감독이 만들고 직접 주연까지 한 코미디 영화가 나왔기에(또 사실 시간에 맞는 영화가 몇 개 없었기에) 처음으로 극장에 앉아 그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좀 묘한 감정이 들었다.

 

    며칠 전 서른 살이 되었으니, 나야 말로 영구의 전성시대를 최적령기(?)에 본 사람이다.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봤던 영화가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였으니까. 그가 출연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은 모두 봤고, 그를 참 많이 따라 하기도 했던 기억도 난다. 어느 날 그가 한국을 떠나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도 당연히 마음속으로 조용히 응원했었고, 첫 번째 영화를 만들고 돌아와 ‘신지식인’에 선정되었을 때도 격려를 보냈고, 진 모라는 사람이 그의 영화를 쓰레기로 비하했을 때도 난 그를 지지했다. 당연히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는 향수가 느껴졌다.

 

 

  

     굳이 심형래 감독에 대한 나의 지난 애정을 구구절절이 늘어놓는 이유는, 어쩌면 이 영화를 보면서 든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요새 하도 시절이 흉흉해서 함부로(?) 심 감독의 영화를 보고 뭐라고 하면 자칫 비난의 화살이 날아올지도 모르니까. 그리하여 오늘 영화를 보고 든 개인적인 소감은, 스토리는 너무 끊어지고(상영시간을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편집된 듯했다), 심형래 표 슬랩스틱 코미디는 너무 적었으며(차라리 어설픈 로맨스를 빼고 아예 몸 개그에 집중했더라면), 그나마 이전에 봤던 것 외에 새로운 형태의 몸 개그는 등장하지 않았다. 여기에 대사가 영어로 표현되면서 특유의 영구식 억양도 그 빛을 잃고 말았다.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건 아니다. 종종 웃음을 터뜨리도록 만들었고, 영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영구가 보스의 후계자가 된다는) 이 상황 자체가 가져다주는 약간은 어이없는 상황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로는 확실히 힘이 빠진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영구가 조금만 어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쉰이 넘은 영구가 서른 살이 되어 딸 뻘의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것도 어색했고, 그의 유머 코드도 이젠 높아져버린 관객들의 눈에는 좀 철이 지나버린 것 같다. 그가 좀 더 어리고 야심만만했을 때 제대로 영화계에 진출했었더라면 꽤나 흥미롭지 않았을까. 물론 그 땐 아무런 여건도 갖춰지지 않았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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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만족을 이 세상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또 다른 세상을 위해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 C.S. 루이스

If I find in myself a desire,
which no experience in this world can satisfy,
the most probably explanation is
that I was made for another world.
- C.S.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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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을 읽으면 성경이 보인다 - 에덴에서 느보 산까지 지명을 읽으면 성경이 보인다 1
한기채 지음 / 위즈덤로드(위즈덤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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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요약 。。。。。。。                    

 

     흔히 모세 오경이라고 불리는 구약성경의 처음 다섯 권에 등장하는 주요한 지명들을 뽑아, 그 장소들과 관련된 성경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일종의 주제설교집이라고 볼 수도 있고, 지명을 매개로 한 신앙칼럼집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다.(개인적으론 주제설교집이 맞는 것 같다.) 

 

 

2. 감상평 。。。。。。。                  

 

      책 제목을 보고 기대되는 책이다 싶었다. 수천 년 전 쓰인 책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당시의 상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전정보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 이 책의 제목은 적어도 이 책은 그 사전 정보 중 지리적인 면에 대해서는 뭔가 담고 있음을 암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뒷 표지에 실려 있는 추천사도 이런 기대를 더하게 만든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기대는 점점 사그라지고 말았다. 매 챕터의 시작 부분에 실려 있는 간단한 지도 한 장을 제외하면 딱히 그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각적 제시는 없었고, 본문 안에도 그저 몇 줄로 간략히 그 지역에 대한 설명이 있을 뿐이었다. ‘지명을 읽으면 성경이 보인다’는 책 제목이 무색하게도, 지명에 대한 설명은 책 내용은 5% 어간에 머물러 있고 나머지는 성경 내용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과 교훈이 차지하고 있었다. 책을 절반 정도 읽었을 때는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분들은 정말 이 책을 끝까지 제대로 읽어보긴 한 걸까’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였다.

 

     물론 책의 내용이 추천할만한 수준이 못 된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언어의 힘’이라며 ‘내가 귀하다’고 하면 귀한 사람이 되고, ‘일이 잘될 것이다’라고 하면 일이 잘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거나(63),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자아상의 문제’가 있었다면서, 실패를 전망하는 사람들은 현실 속에서도 실패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논지를 풀어나가는 부분(354-355)들은 과도한 심리학적 적용으로 보여 쉽게 동의하기 어렵지만, 이런 일부분의 일탈(?)을 제외하면 책의 전체적인 내용 자체는 충분히 건전하면서도 대체적으로 납득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충분히 추천해 줄 수 있을만한 책이다.

 

     다만 책의 홍보 내용과는 달리 이 책을 통해 성경의 지명들에 관한 상세하면서도 약간은 전문적인 내용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좀 실망스러운 수준과 분량이며, 전체적으로 지명은 단지 내용전개를 위한 도약대 정도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과장광고의 느낌이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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