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 Time Traveller: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교통사고로 입원한 엄마(카즈코)를 대신해 첫사랑을 찾아 과거로 떠나게 된 아카리. 하지만 엄마 말씀을 제대로 듣지 못해 가야 할 과거보다 2년 후에 도착하게 된다. 장래의 영화 감독을 꿈꾸는 순박한 청년 료타의 도움으로 과거의 엄마를 만나게 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엄마의 첫사랑은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가진 돈을 다 털어서 신문광고를 하기로 한 아카리와 료타. 그 짤막한 한줄 광고를 보고 놀랍게도 엄마의 첫사랑이 찾아오지만,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이.. 과거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엄마의 첫사랑을 바라보는 아카리의 묘한 시점, 그리고 아카리와 료타와의 풋풋한 애정 등 튼튼한 다리로 정신없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 감상평 。。。。。。。                 

 

     몇 년 전 재미있게 봤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동명의 영화가 실사판으로 나왔다. 같은 이야기를 다시 제작했나 싶었는데 아니란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마코토의 이모였던 카즈코의 첫사랑을 찾기 위해 그의 딸이 나선다는 이야기.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아카리는 친구를 열차사고로부터 구하기 위해 언덕을 쉴 새 없이 굴러다녔던 마코토의 사촌 뻘이 되겠다.

 

     앞서의 애니메이션 작품도 그랬지만 이 영화도 딱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엄마의 첫사랑에 대한 소녀적인 호기심과 알지 못하는 남자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되면서 조금씩 싹트는 애틋한 감정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약물 등이 잘 버무려져서 시종일관 경쾌하고 명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명연기라고까지 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캐릭터를 잘 살려낸 아카리 역의 나카 리이사의 괜찮은 연기력도 좋은 쪽에 한 표를 주게 만든다. 공중목욕탕 씬(?)은 본인과 맡은 배역이 가진 귀여움을 제대로 발산한다.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뻔히 예상되는 결말부다. 약간은 과장된 감동모드로 접어드는데, 전체적으로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에 제작된, 결말부의 폭풍감동 장면을 밀어 넣는 일본 영화풍이다.(이제 약간은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 마무리..) 결말의 어설픔은 약간 마이너스지만, 전체를 두고 보면 그럭저럭 뿌듯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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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가면 반덴베르크 역사스페셜 1
필리프 반덴베르크 지음, 최상안 옮김 / 한길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멜처라는 이름의 독일 마인츠 출신의 거울세공사를 중심으로 일어난 인쇄술을 이용한 음모가 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제자인 겐스플라이슈의 함정에 빠져 많은 재산을 다 잃고 딸 에디타와 함께 콘스탄티노플로 이주한 그는, 그곳에서 중국인들의 점토활자기술을 접하고는 자신의 기술과 접목, 금속활자기술을 개발해낸다. 당시 극심한 정치싸움을 벌이면서도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던 로마 교황청 내 인사들을 그에게 10만 장의 면죄부를 인쇄하도록 해 손쉽게 돈벌이를 하려고 한다.

 

    여기에 오해로 인해 헤어진 딸과 사랑하는 여인 시모네타, 베네치아, 로마 교황 자리를 둔 정쟁들, 나아가 비밀종교집단의 욕심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복잡하게 얽혀간다. 

 

 

 

2. 감상평 。。。。。。。                   

 

 

     문서 하나를 작성하려면 모두 일일이 손으로 쓸 수밖에 없었던 시대. 인쇄술이라는 기술은 ‘악마의 힘을 빌어 일으키는 요술’과도 같았다. 탐욕스러운 인간은 그 새로운 기술로 더 많은 돈을 손쉽게 버는 방법을 궁리해냈고, 그렇게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사용되기 보다는 그저 소수의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데 더 먼저 사용된다. 결과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그 기술의 혜택을 입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일 년에 책 한두 권도 읽지 않는 게 이 나라에서, 오늘날 인쇄술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슨 유익을 얻고 있는가? 그에 반해 정치인들과 법률가들, 소수의 부유한 이들이 자기들의 이익에 맞춰 멋대로 써내려간 법률 몇 줄에 국가의 부는 그들의 금고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니 뭐 딱히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다.

 

     과학과 기술개발을 통한 인류의 진보를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딱한 소리겠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장치들이 고안된다고 하더라도 인간들만 살아가는 세상은 딱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생활수준의 전반적인 향상 운운할 지도 모르지만, 해 뜨면 일어나서 밭에 나가 일하다가 해가 지면 들어와 자는 그 옛날의 생활방식과 해 뜨기 전부터 나가 일하기 시작해 해가 진 후에도 남아 일하는, 그것도 양부모 모두 그렇게 일을 하러 나가느라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 자체도 점차 약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생활방식이 딱히 발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2년 전쯤 이 책을 읽으려고 폈다가 중간쯤에서 덮고 다른 책들을 봤었는데, 이제 다시 집중해 읽고 보니 왜 그 때 중간에 책을 덮었었는지를 알 것 같다. 주인공의 성격은 너무나 우유부단해 딱히 매력을 찾기 어려우며, 그를 둘러싼 주변인물은 지나치게 평면적인 성격이라 자신의 판단에 일체의 고민조차 하지 않으니 쉽게 감정이입이 되기 어렵다. 중세 서양 역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콘스탄티노플과 베네치아를 주요 무대로 한 이야기 전개 자체에 약간의 흥미를 느낄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책 제목인 ‘구텐베르크의 가면’은 딱히 내용과 연관이 없다. 물론 ‘구텐베르크’라는 인명을 ‘인쇄술’을 가리키는 수사적 표현으로 읽는다면, 인쇄술이 가지는 양면적 속성에 관한 부정적 의식(흔히 ‘가면’은 무엇인가 감추려는 것을 의미하니까)을 반영한 괜찮은 제목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책에는 구텐베르크가 등장해버리지 않는가.(주인공 멜처를 곤경에 빠뜨리는 제자 겐스플라이슈가 후에 구텐베르크로 알려진다는 내용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인쇄술의 두 얼굴’과 같은 제목을 붙였다면 좀 촌스러웠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책이 구텐베르크라는 인물과 ‘그의 인쇄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데도 그런 뉘앙스를 준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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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믿는 것에 목숨을 걸고 뛰어들었다.

마틴에게 어떤 비난을 할지라도

그가 말을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든가

행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비난은 가당치 않다.

 

- 『맬컴 엑스 VS. 마틴 루터 킹』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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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우리는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다.
당신의 보화가 이 땅에 있다면
이는 날마다 당신의 보화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랜디 알콘

 

Each day brings us closer to death. 
If your treasures are on earth,
that means each day brings you closer to losing your treasures.
-  Randy Alc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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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카피하다 - Certified Cop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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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자신의 책 ‘기막힌 복제품(Copie conforme)’을 홍보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온 제임스 밀러.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며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엘르는 그의 책에 큰 관심을 갖고 하루 동안 토스카니 지방을 소개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우연히 들어간 커피숍에서 그들을 부부로 오해하는 일을 겪자 그들은 즉흥적으로 가상 부부인척 연기를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둘은 진짜 부부인 것처럼 말하고, 다투고, 화해한다.

 

 

2. 감상평 。。。。。。。                 

     영화평을 봐도 영화를 보면서 대부분의 관객들이 서서히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둘의 가상 부부 연기가 너무나 실감나서(어차피 영화이긴 하지만), 둘이 원래부터 무슨 관계에 있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엘르는 왜 그렇게 흥분을 하며, 밀러는 또 왜 그런 엘르를 받아주는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두 사람의 가상부부놀이다.

     아마도 이 꼬인 스토리를 풀어가는 열쇠는 영화 속 밀러가 썼다는 책의 내용이자 그의 인생관인 ‘가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있는 것 같다. 밀러는 아무리 멋진 오리지널이라고 하더라도 사실 그것은 원래 있었던 무엇을 모사한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예컨대 모나리자라는 작품도 그 실제 인물이 있었고, 그렇다면 그 역시 실제의 모사일 뿐이라는 논리다. 물론 밀러는 우리가 보고 있는 대부분이 그런 모사품이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진품이니 모사품이니 하는 것을 굳이 구별할 필요 없이 그저 눈앞의 일들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결론으로 이어지는데, 참 속편한 인생관이다. 그런 밀러가 비록 자신이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가상부부 놀이에 기꺼이 참여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것은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며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밀러와는 반대되는 성격을 표현하고 있는 엘르의 태도는 여전히 쉽게 이해되지 않긴 하지만.

 

  

     밀러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의 실재는 저 위에 있으며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은 그 모사일 뿐이라는 플라톤의 철학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고대 철학자와 영화 속 현대 학자의 인생관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 그 위대한 고대인은 그림자에 불과한 현세보다는 이상향의 세계에 더 집중하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대의 철학자들은 그냥 지금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같은 진단에 전혀 다른 처방인데, 요새 대세인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도 사실 이런 밀러 철학과 닿는 면이 있으니, 딱히 한 영화 속의 의견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즉각적이면서 눈앞의 행복을 얻기 위해 ‘눈 한 번 딱 감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식의 태도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건데.. 그 대답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밀러의 마지막 대사는 이 ‘결혼놀이’가 ‘놀이’이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선언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은 그렇게 말하고 기차를 타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런 식으로 떠날 수는 없는 문제가 아닌가. 얼마든지 즐기다가 생각이 달라지면 헤어지거나 떠나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그냥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대단히 자기중심적 사고일 뿐이다.

 



    영화는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지만, 이게 좀 과해서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교육하려고 하는 건가 하는 느낌이 살짝 들 정도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감독은 영화 스토리에서 논리적 구조를 약화시키고 대단히 직관적인 구조만을 남겨두었고, 결과적으로 그다지 신선하지도, 또 의미가 깊지도 않은 주제를 빼버린다면 남는 건 이탈리아의 지방 소도시의 아름다운 풍경밖에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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