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심층을 보다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비교종교학자인 저자가 모든 종교와 철학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면서, 각 종교에 담긴 공통적이면서 중요한 유산들을 짚어보려는 시도를 한다. 그리스, 로마의 주요 철학자들부터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와 불교 등의 중요한 사상가들, 그리고 인도와 중국의 사상가들의 삶과 가르침을 되돌아본다. 

 

 

 

2. 감상평 。。。。。。。                

 

 

     표층종교와 심층종교라는 프레임으로 종교를 분석하고, 그래서 자신의 범신론적 기준에 맞지 않으면 죄다 ‘미성숙한 표층종교’로 분류해버리는 저자의 방식은 대단히 독단적이고 전제적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각각의 종교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작은 것’이나 ‘비본질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바람직한 종교상’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절들만 따다 그것이야말로 본질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마치 중국이 동북공정을 하며 발해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분명한 개별적 특징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모습과도 유사하다.

 

     사실상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바람직한 종교’란 범신론과 뉴에이지적 명상법의 뒤섞임인 듯한데, 여기에 신비주의적 전통까지 가미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인들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여기는 이 범신론은, 겉으로는 모든 종교를 포용하고, 종교와 사상의 평화를 이루려는 대단히 민주적이고 평화주의적 관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각 종교들로부터 특정한(혹은 특정하게 보이는) 교리들만을 취사선택해 만든, 어찌 보면 대단히 획일적이고 무색무취의 종교, 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한 곳을 향해 걸어가는 거대한 군중들을 위한 종교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겠는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오랫동안 믿어오던 범신론은 이렇게 현대의 자유주의신학의 바람을 타고 다시 찬란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들은 역사상 일신론이 극단적인 분열이나 적대감을 초래해왔다고 주장하는 듯하지만,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인들의 절반 이상이 이미 마음속으로는 기독교로 위장된 이 ‘내재적 범신론’을 따르고 있다는 연구도 나와 있는 걸 보면, 문제는 일신론이냐 범신론이냐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시대와 문화,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종교를 현대의 관점에 놓고 같은 선상에서 보고 있는 비역사적 연구방식은 딱히 학문적인 것 같지도 않고, 인류 역사상 유구히 주장되어 온 범신론적 종교에서 딱히 새로운 매력을 느끼지도 못하겠다. 물론 현대의 종교인들에게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 문제가 범신론이나 유물론과 같은 다른 사상과 철학을 선택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기대다.

 

     동서양의 사상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을 한 권의 책에 모아두었다는 게 이 책의 유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너무 단편적으로 실려 있고 거의 대부분 주관적인 변형을 가하고 있기에 딱히 잘 된 요약이라고 부르지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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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증거는 책이 아니라 삶이다.
기독교의 능력은 교리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인격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변화된 인생을 볼 때마다
예수님 부활의 증인을 만나는 것이다.
– 윌리엄 우드핀
 
      
The proof of Christianity is
not a book but a life.
The power of Christianity is
not a creed but a Christian character;
and wherever you see life
that has been transformed by the grace of God,
you see a witness to the resurrection of Jesus.
– William Wood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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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 채 자신에게 치근대는 교장선생을 피해 도망쳐 나온 카산드라는 우연히 시립 쓰레기하치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들개들에게 쫓기던 중 오를랑도에게 구조된 그녀는, 쓰레기장을 터전삼아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들과 조우하게 된다.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테러사건들을 미리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카산드라는, ‘대속 마을’(쓰레기장에 터를 잡고 있던) 주민들을 설득해 함께 테러를 막아내려는 어려운 일을 시작한다.

 

     조금씩 밝혀지는 카산드라의 과거와 쉴 새 없이 몰려오는 모험적 사건들이 두 권의 책 속에 현란하게 엉키며 펼쳐진다. 

 

 

 

2. 감상평 。。。。。。。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는 게 있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 드물게 특정한 영역에 대한 비범한 재주를 나타내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요샌 이 이야기가 잘못 알려지다 보니 모든 자폐증을 가진 이들이 천재인 것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대단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이 책 『카산드라의 거울』은 자폐인들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폐를 좌뇌의 통제로부터 우뇌가 벗어난 것으로 설명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초-능력’(염력이나 투시력 같은 이상능력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가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의미에서)을 소유한 이들처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적 상상력은 그 ‘초-능력’에 심지어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까지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까지 이르는데, 소설을 흥미롭게 만드는 장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역시 문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작가인 베르나르는 쓰레기장 속에 살고 있는 네 명의 노숙자들과 함께 인류의 미래를 바꾸어나가려는 십대의 여주인공 이야기를 써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현실의 부조리와 암울한 미래상들을 쉴 새 없이 페이지 사이에 끼워 넣는다. 그런데 한참 그렇게 이 노숙자 특공대의 활약상을 서술하다가, ‘과연 이 엄청난 규모로 벌려 놓은 사건을 도대체 어떻게 수습할 셈인가’ 하는 의문이 들 무렵, 덜컥 정리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을 내버려둔 채 이야기를 끝내버리고 만다. 연속 테러를 저지르는 대사관 직원들은 누구며, 파파다키스의 극단적인 성격 변화를 적절하게 설명하는 부분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열린 결말과도 상관없는 것들이다. 뭔가를 담아내려고 애쓰다가 수습에 실패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저자가 전작들부터 끊임없이 천착해오던 윤회와 명상, 선(禪)과 같은 주제들을 이전 작품에도 정신없이 쏟아내고 있다. 융(Carl Gustav Jung) 식의 집단 무의식 이론을 설파하기 위해 쓴 책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윤회와 집단 무의식을 조화시킴으로써 융의 이론이 가진 애매함을 해소해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모든 문제(심지어 미래의 변경까지도)는 의식 속으로 들어가 과거/전생의 자신과 만남으로써 해결해 낼 수 있다는 건데, 소설의 논리적 문제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했나보다.

 

 

     『신』에서 완전히 길을 잃은 베르베르는 여전히 탈출구를 찾아내지 못한 느낌이다. 주인공이 자폐아라는 설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책 전체에 걸쳐서 등장하는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는 마치 파울로 코엘료의 늘 똑같은 소설들을 언뜻 떠올리게도 한다. 베르베르만의 독특함을 언제쯤이나 되찾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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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교회는 예수님을 따르는 실험을 포기함으로 외형적인 평안을 얻었습니다.  

자기 재산을 나누는 일도 없고 남을 신뢰하는 일도 없기 때문에, 

배신당할 일도 없고, 누구와 다툴 일도 없고, 용서할 일도 없습니다.

 

겉으로 보면 지극히 평안해 보이지만, 이건 샬롬이 아닙니다. 

그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교를 나누는 친목 단체일 뿐입니다. 

영화관 관객 수준의 상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교회라고 뽐내고 있는 셈입니다.

 

- 김두식,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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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믿음의 글들 253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강영안 옮김 / 홍성사 / 200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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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기적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연주의자들의 생각에 담긴 모순을 지적하며, 기적도 충분히 (어떤 의미에서의)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풀어내는 책이다. 절정에 다다른 C. S. 루이스 특유의 변증적 논리전개는 자연주의적 세계관이 가진 난제를 지적하는 데 멈추지 않고, 기적의 발생으로 인해 자연세계의 구조가 무너지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며, 나아가 성경에 등장하는 주요 기적들 - 성육신과 부활, 승천 -에 관한 루이스적인 변증에까지 이른다. 

 

 

 

2. 감상평 。。。。。。。               

 

 

     가장 먼저 읽은 C. S. 루이스의 책이 『순전한 기독교』였기 때문인지, 나에게 루이스라는 사람은 ‘작가’보다는 ‘변증가’로서 더 깊은 인상이 남아 있다. 당연히 여러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변증적인 틀로 이해해왔다. 『침묵의 행성 밖에서』나 『천국과 지옥의 이혼』 같은 환타지적 소설류도 그런 식으로 읽어왔다.(물론 이런 읽기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종종 탁월한 통찰들을 얻을 수 있기도 했지만, 정통적인 변증서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몇 년 전 ‘만들어진 신’이나 ‘신은 위대하지 않다’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책을 팔았던 이들이 있었다. 나름 어떤 기대를 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사실 거기 담긴 것은 개인적인 경험과 그로 인해 쌓인 악감정의 토로, 그리고 선별적으로 뽑아낸 적대적 사례들의 나열뿐이었다. 여기에 치밀한 논리구조 대신 대담한 추측과 예단만 난무했다. 차라리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가 이런 책들보단 조금 더 논리적인 면이 있었는데, 사실상 앞의 두 책은 이 책의 아류 중에도 하급이다.

 

     아무튼 그런 책들이 종교에 관해 늘상 취하는 입장은, 자신들은 매우 합리적인데 종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종교를 변호하려는 이들은 이런 주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곤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루이스는 정면으로 그런 주장을 반박한다. 자연주의자들이야말로 대단히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으며, 인간이 이성(합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이 ‘자연적이지 않은’(초자연적인) 근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물론 책 자체는 ‘기적’의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입증을 시도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저자인 루이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독교 신앙 체계가 갖는 합리성 전반에 대한 변증까지도 해내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저지르는 범죄나 물의들을 들어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건 그런 일들을 벌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지 그들이 믿는 신앙체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물론 그 신앙이 그들을 충분히 변화시키지 못했음을 지적할 수도 있겠으나, 신앙을 A를 넣으면 B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기계쯤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그런 비논리쯤은 태연하게 넘어가는 것이 무신론을 변증하는 사람들과 책의 일반적인 특징인 것 같긴 하지만.

 

 

     한국에 소개된 십 수 권에 달하는 루이스의 책들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의 변증을 시도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논리전개를 보고 책이 형식논리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내 경우엔 기분 좋은 지적 자극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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