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뇌 속에 갇히지 않는다 - 21세기를 대표하는 신경과학자의 대담한 신 존재 증명
마리오 뷰리가드 & 데니스 오리어리 지음, 김영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1. 요약 。。。。。。。                 

 

     책을 통해 저자들은 인간을 일종의 기계로만 보는 유물론적 견해만을 고수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타당성을 획득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비유물론적 견해’가 현상을 좀 더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존의 유물론적 견해는 종교나 영성을 일종의 망상이나 착각 등으로 치부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이 책에 나오는 ‘신 헬멧’과 같은) 뇌의 특정한 부분을 자극하면 사람들이 말하는 신적/영적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신’이 뇌의 일부분이라는 어떤 증거도 실험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물론자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바꾸려 하지 않는데(심지어 언젠가는 유물론적으로 입증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반증을 무시하기까지 한다) 이는 유물론에 대한 헌신 때문이지 과학적인 자세는 아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들은 종교적, 영적, 신비적 경험을 하는 것이 악의적인 비방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인간에게 실제적으로도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플라시보 효과나 노시보 효과의 실험적으로 의미 있는 존재는 뇌가 정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역, 즉 정신이 뇌를 비롯한 물리적 신체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제적인 예다. 나아가 카르멜 수녀원의 수녀들의 관상기도를 연구한 결과는 그들이 경험했다고 말하는 현상들이 단순한 조작이나 허풍이 아님을 증명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2. 감상평 。。。。。。。                

 

     인간에 관한 고전적인 이해는 정신(영혼)과 육체로 이루어져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합리주의가 지배적인 이념이 되고, 여기에 과학적 도구로 측정하고 설명 가능한 것만이 사실이고 진실이라는 완고한 과학주의가 더해지면서 이런 종래의 개념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쉽게 말해 인간이라는 존재에서 정신이나 영혼과 같은 비물질적인 부분은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말 그대로 인간을 일종의 기계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종교는 부정되었고, 엄정한 실험과 관찰이 가능한 과학만이 최종적인 승리자로 남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으니 그 과학이라는 것을 진행할 수 있는 주체인 이성의 자리까지 함께 사라져버린 것이다. 또, 그것이 가진 강력한 결정론적 사고는 자유의지의 부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유물론적 세계관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설명하고 있는 자신이 사라져버리는 자기모순적 세계관임이 밝혀진 것이다. 자기가 올라가고 있는 사다리를 폭파시켜버리는 만화영화 속의 멍청한 주인공처럼 하고 있는 셈인데, 그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최근에는 인간을 유전자를 증식시키기 위한 덩어리로 생각하는 강력한 환원주의적 주장까지도 서슴없이 해대고 있다. 언젠간 자신들의 주장이 합리적인 증거로 증명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 아래.

 

 

     이 책의 가장 큰 공헌은 그런 유물론적 세계관이 가진 논리적, 그리고 증거적 허점을 잘 요약해, 그런 주장들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것인지, 실재를 설명하기 적절치 못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증거에 의해 믿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종교적이고 영적인, 그리고 신비적인 경험들이 단순히 뇌의 특정한 반응에 의해서 발생되는 것이 아님을 학술적으로 증명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점도 높이 살만 하다.

 

    하지만 책은 신이 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특정한 종교의 우월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책에서 카르멜 수녀원의 수녀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것은 그들이 자신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을 용납해주었기 때문일 뿐이다. 오히려 저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신비적인 경험들을 동일선상에 두고 내용을 진행하려는 듯한 느낌이다. 때문에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길을 가다보면 자칫 C.S. 루이스가 말했던 신비주의자의 항해에 따라나섰다가 난파당하는 경우를 맞닥뜨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학계가 유물론적 믿음을 가지고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만나 곤란해 하고 있음을 제대로 지적해내고 있다는 점만큼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비판적으로 읽는다면, 분명 읽을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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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사슬은
그것을 끊어버리기 힘들 만큼 강해질 때까지도
대개 너무나 약하게 느껴진다.

- 새뮤얼 존슨
 

 
The chains of habit
are generally too small to be felt
until they are too strong to be broken.
- Samuel Joh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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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독이란 그저 나열된 사실들을 주워 담고

신중한 독서를 고사시키는 데에나 쓸모가 있다.

진지한 일(설령 즐기기 위한 일일지라도)은 대충하지 않는 법이다.

이제 당신의 지성을 십분 발휘해 읽으라.

 

- 제임스 사이어, 『어떻게 천천히 읽을 것인가』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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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기도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그 사람을 위해 기도 하지 않는가?
.
.
- 폴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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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1994년 서울 근교에서 발생한 다리 폭발 사건. 검찰에서는 이를 북한 간첩의 소행으로 몰고 가지만 사건의 전개에는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어느 날 명인일보 이방우 기자를 찾아온 고향 후배 윤혁은 의문의 디스켓과 자료들이 들어 있는 가방을 두고 가고, 이를 바탕으로 뭔가 음모가 꾸며지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 이방우는 동료기자인 성효관, 손진기 등과 함께 특별취재팀을 꾸려 감추어진 진실을 추적해 나간다. 

 

 


 

 

 

2. 감상평 。。。。。。。               

 

     ‘당신이 믿는 모든 것은 조작되었다’는 의미심장한 글귀로 영화를 소개하는 포스터. 한국형 음모론을 다룬 영화이니 만큼 그 소재는 충분히 흥미를 끌만하다.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다리 폭발 사건이 사실은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는 모종의 음모로부터 비롯된 것이었고, 짜맞추기 수사를 통해 적당히 조작된 결과를 발표하는 동시에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는 권력집단이 따로 있다는 기본 컨셉은 어딘가 익숙한 듯하지만, 자막이나 더빙이 아니라 우리말을 사용하는 주인공들이 활약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일단 기본점수는 줄만하다고 본다. 아무튼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다.

 

 

     감독은 이 음모를 파헤쳐 나가는 주인공으로 ‘기자’를 선택한다. 초반에는 그저 특종을 잡기 위해 달리던 이방우는 곧 이 거대한 조작을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내달린다. 하루에도 개념상실 기사들을 수십, 수백 개씩 쏟아내고 있는, 제1야당 대표실을 도청해서 그걸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보내주고도 조용히 노트북, 휴대폰 폐기하고 숨어 지내고 있는, 연예인 신변잡기를 다룬 쓰레기 기사들이나 남발하면서도 자기들이 ‘신성한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는 투사나 되는 양 착각하고 있는 이 나라의 기자들의 수준을 보면서, 이 영화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리라는 기대는 쉽게 들지 않는다. 물론 애써가며 제대로 된 탐사보도를 생산해 내는 기자들도 있겠지만, 언제나 악화는 양화를 구축하는 법이니...

 

    몇 년 전 읽었던 『쇼크 독트린』이라는 책의 내용이 오버랩된다. 극심한 지진해일(쓰나미)이나 화산폭발, 경제적 위기와 같은 큰 충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지면 국민들이 일종의 정신적 마비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 때를 노려 국민들에게 불리한 여러 정책들이나 사업들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놈들이 있다는 내용이다. 인도네시아 해안을 덮친 사상초유의 지진해일은 결국 그 해안에 살던 사람들을 도시의 빈민굴로 쫓아내버렸고, 대신 그 자리에는 수십 층 이상 되는 높은 리조트들이 건설된다는 식이다. 우리나라도 재경부 관료들과 거대기업들이 손을 잡고 대통령이 누가되든 나라경제를 멋대로 주무르고 있는 형편이니, 영화 속처럼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얼마든지 조작도 해 낼수 있지 않을까. 요컨대 조작은 가능하나 기자들이 정의를 위해 이를 밝혀내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 풋.

 

 


 

    국가적 음모라는 거대한 소재를 다루지만, 그에 비해 영상적인 부분은 좀 약한 감이 있다. 감독은 특수효과가 아닌 이야기로 내용을 풀어나가고 있다. 딱히 그럴 것이 영화 속 배경은 90년대 중반이니까 요즘 영화들처럼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특수장비와 기술과 같은 것이 등장한다는 게 더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스케일이 좀 작게 느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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